‘볼트 역부족?’ 모스크바 세계 육상 흥행 비상

입력 2013.08.13 (08:06) 수정 2013.08.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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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를 지난 제14회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흥행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트랙과 필드에서 각 종목의 선수들이 마지막 결승전을 벌이던 13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2년간의 땀방울을 보상받으려는 선수들의 투혼은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지만 정작 이들에게 뜨거운 함성을 보내야 하는 관중석 분위기는 썰렁했다.

이날은 무려 6종목의 결승전이 벌어지는 날이었으나 관중석은 빈 곳이 더 많아 보였다.

이날의 하이라이트이던 남자 110m 허들과 여자 100m 결승전은 가까운 1층 객석조차 다 채우지 못한 채 레이스를 치러야 했다.

개막 전부터 우려를 불러일으키던 흥행 악재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계 육상계는 타이슨 게이(미국), 아사파 파월(자메이카) 등 도핑 파문이 거듭 일어나 위기를 맞았다.

게다가 부상으로 대회에 불참한 선수들까지 많아 더욱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대회 첫날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와 모하메드 파라(영국) 등 장·단거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금메달이 걸린 경기가 둘밖에 없음에도 관중석의 절반 이상이 들어차 이런 우려는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우사인 볼트가 4년 만에 패권을 탈환한 100m 결승전에서도 관중석은 다 차지 못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가 출전했음에도 만원 관중을 달성하지 못한 경기장은 이튿날에는 더 급격히 허전해지고 말았다.

조직위는 원래 8만4천74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루즈니키 스타디움 전광판 주변 관중석을 천으로 덮는 등 객석 수를 5만 석 이하로 줄여 관객의 집중도를 높여 보려 했으나 이조차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흥행 실패가 계속되는 데에는 개최국 러시아의 육상에 대한 무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축구 월드컵, 하계올림픽과 더불어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지만 내년 2월 개막하는 소치 올림픽 준비에 집중하다 보니 이번 대회에 대해서는 홍보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모스크바 시내에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지는 장면을 찾기가 쉽지 않다.

러시아 당국은 휴가철이다 보니 사람들이 굳이 경기장까지 찾아오려 하지 않는다고 분석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중인 만큼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똑같이 휴가철이 치러졌음에도 흥행에 성공한 이전 대회들과 비교해 보면 이 변명은 군색해 보인다.

허전한 분위기가 계속되다 보니 선수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일의 10종 경기 대표인 파스칼 베렌브루흐는 "어떻게 육상을 지원하지 않는 나라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열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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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트 역부족?’ 모스크바 세계 육상 흥행 비상
    • 입력 2013-08-13 08:06:42
    • 수정2013-08-13 08:35:54
    연합뉴스
사흘째를 지난 제14회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흥행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트랙과 필드에서 각 종목의 선수들이 마지막 결승전을 벌이던 13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2년간의 땀방울을 보상받으려는 선수들의 투혼은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지만 정작 이들에게 뜨거운 함성을 보내야 하는 관중석 분위기는 썰렁했다. 이날은 무려 6종목의 결승전이 벌어지는 날이었으나 관중석은 빈 곳이 더 많아 보였다. 이날의 하이라이트이던 남자 110m 허들과 여자 100m 결승전은 가까운 1층 객석조차 다 채우지 못한 채 레이스를 치러야 했다. 개막 전부터 우려를 불러일으키던 흥행 악재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계 육상계는 타이슨 게이(미국), 아사파 파월(자메이카) 등 도핑 파문이 거듭 일어나 위기를 맞았다. 게다가 부상으로 대회에 불참한 선수들까지 많아 더욱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대회 첫날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와 모하메드 파라(영국) 등 장·단거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금메달이 걸린 경기가 둘밖에 없음에도 관중석의 절반 이상이 들어차 이런 우려는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우사인 볼트가 4년 만에 패권을 탈환한 100m 결승전에서도 관중석은 다 차지 못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가 출전했음에도 만원 관중을 달성하지 못한 경기장은 이튿날에는 더 급격히 허전해지고 말았다. 조직위는 원래 8만4천74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루즈니키 스타디움 전광판 주변 관중석을 천으로 덮는 등 객석 수를 5만 석 이하로 줄여 관객의 집중도를 높여 보려 했으나 이조차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흥행 실패가 계속되는 데에는 개최국 러시아의 육상에 대한 무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축구 월드컵, 하계올림픽과 더불어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지만 내년 2월 개막하는 소치 올림픽 준비에 집중하다 보니 이번 대회에 대해서는 홍보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모스크바 시내에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지는 장면을 찾기가 쉽지 않다. 러시아 당국은 휴가철이다 보니 사람들이 굳이 경기장까지 찾아오려 하지 않는다고 분석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중인 만큼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똑같이 휴가철이 치러졌음에도 흥행에 성공한 이전 대회들과 비교해 보면 이 변명은 군색해 보인다. 허전한 분위기가 계속되다 보니 선수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일의 10종 경기 대표인 파스칼 베렌브루흐는 "어떻게 육상을 지원하지 않는 나라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열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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