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바예바, 고별 무대서 화려한 부활

입력 2013.08.14 (08:15) 수정 2013.08.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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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 여왕'이 마음의 고향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고별 무대에서 오히려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나흘째를 맞은 14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객석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워 보이던 전날과 달리 이날 경기장은 우사인 볼트의 100m 결승전이 열리던 날 못지않은 응원단으로 가득 찼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슈퍼스타 옐레나 이신바예바(31·러시아)의 결선 경기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신바예바는 이 종목 세계기록을 28차례나 바꾼 당대 최고의 선수다. 현재 세계기록(5m06)도 그가 2009년 세운 것이다.

시원한 외모까지 갖춘 그가 하늘 높이 솟구쳐 가볍게 바를 넘고는 환호하며 매트 위로 떨어지는 모습에 청량감을 느낀 대중은 '미녀 새'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5m5의 세계기록을 세우고 우승했을 때 선수 인생의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걸었다.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에서 큰 실패를 겪었고 2011년 대구 세계대회에서도 자신의 최고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 4m65를 넘고 6위에 머물렀다.

잠깐 반짝하기도 했으나 실력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한 이신바예바는 2009년 이후 실외 경기에서 한 번도 5m를 넘지 못했다.

당연히 은퇴설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지만, 이신바예바는 이번 세계대회를 바라보며 버텼다.

대회가 열리는 루즈니키 스타디움이 그에게 첫 장대높이뛰기 우승 경험을 안긴 곳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원래 체조 선수이던 이신바예바는 키가 너무 크게 자라는 바람에 15세 때 장대높이뛰기로 종목을 바꿔야 했다.

그리고 불과 6개월 만에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1998년 유스올림픽에서 이신바예바는 첫 금메달을 목에 건다. 장대를 잡은 이후 치른 세 번째 대회에서 얻은 성과였다.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이후 15년간 이신바예바의 전설이 시작된 마음의 고향인 셈이다.

이신바예바는 이곳에서 마지막 무대를 치른 뒤 장대를 놓고 가정을 꾸려 아이를 갖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심기일전하며 맞은 마지막 무대였지만, 4m65에 도전한 첫 시기는 엉망이었다. 그는 바를 제대로 넘지 못하고 거의 부딪히다시피 걸리고는 추락했다.

하지만 열광적인 응원에 힘을 얻었는지 두 번째 시기에 여유있게 바를 넘은 이신바예바는 4m75도 첫 시기에 성공했다.

동시에 '미녀 새'는 완벽하게 부활했다.

2차 시기에 4m82를 넘은 그는 4m89까지 단숨에 뛰어올라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터져 나오는 함성에 답했다.

'러시아!'를 연호하는 관중 속에서 이신바예바는 잠깐의 기쁨을 만끽하고 나서 다음 도전에 나섰다.

바는 자신이 보유한 세계기록보다 1㎝ 높은 5m07에 올라갔다.

결과는 세 차례 모두 실패였지만, 이신바예바는 2차 시기에서 성공 직전까지 갈 정도로 탁월한 점프를 보이며 자신의 기량이 결코 크게 쇠퇴하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날 이신바예바의 화려한 부활은 어쩌면 미녀 새의 도약을 앞으로도 더 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이신바예바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세계대회를 끝으로 가정을 꾸리겠다고 했을 뿐, 은퇴를 선언한 적은 없다"면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목표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증명한 실력대로라면, 이신바예바는 언제고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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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신바예바, 고별 무대서 화려한 부활
    • 입력 2013-08-14 08:15:25
    • 수정2013-08-14 08:31:04
    연합뉴스
'장대 여왕'이 마음의 고향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고별 무대에서 오히려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나흘째를 맞은 14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객석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워 보이던 전날과 달리 이날 경기장은 우사인 볼트의 100m 결승전이 열리던 날 못지않은 응원단으로 가득 찼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슈퍼스타 옐레나 이신바예바(31·러시아)의 결선 경기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신바예바는 이 종목 세계기록을 28차례나 바꾼 당대 최고의 선수다. 현재 세계기록(5m06)도 그가 2009년 세운 것이다. 시원한 외모까지 갖춘 그가 하늘 높이 솟구쳐 가볍게 바를 넘고는 환호하며 매트 위로 떨어지는 모습에 청량감을 느낀 대중은 '미녀 새'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5m5의 세계기록을 세우고 우승했을 때 선수 인생의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걸었다.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에서 큰 실패를 겪었고 2011년 대구 세계대회에서도 자신의 최고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 4m65를 넘고 6위에 머물렀다. 잠깐 반짝하기도 했으나 실력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한 이신바예바는 2009년 이후 실외 경기에서 한 번도 5m를 넘지 못했다. 당연히 은퇴설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지만, 이신바예바는 이번 세계대회를 바라보며 버텼다. 대회가 열리는 루즈니키 스타디움이 그에게 첫 장대높이뛰기 우승 경험을 안긴 곳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원래 체조 선수이던 이신바예바는 키가 너무 크게 자라는 바람에 15세 때 장대높이뛰기로 종목을 바꿔야 했다. 그리고 불과 6개월 만에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1998년 유스올림픽에서 이신바예바는 첫 금메달을 목에 건다. 장대를 잡은 이후 치른 세 번째 대회에서 얻은 성과였다.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이후 15년간 이신바예바의 전설이 시작된 마음의 고향인 셈이다. 이신바예바는 이곳에서 마지막 무대를 치른 뒤 장대를 놓고 가정을 꾸려 아이를 갖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심기일전하며 맞은 마지막 무대였지만, 4m65에 도전한 첫 시기는 엉망이었다. 그는 바를 제대로 넘지 못하고 거의 부딪히다시피 걸리고는 추락했다. 하지만 열광적인 응원에 힘을 얻었는지 두 번째 시기에 여유있게 바를 넘은 이신바예바는 4m75도 첫 시기에 성공했다. 동시에 '미녀 새'는 완벽하게 부활했다. 2차 시기에 4m82를 넘은 그는 4m89까지 단숨에 뛰어올라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터져 나오는 함성에 답했다. '러시아!'를 연호하는 관중 속에서 이신바예바는 잠깐의 기쁨을 만끽하고 나서 다음 도전에 나섰다. 바는 자신이 보유한 세계기록보다 1㎝ 높은 5m07에 올라갔다. 결과는 세 차례 모두 실패였지만, 이신바예바는 2차 시기에서 성공 직전까지 갈 정도로 탁월한 점프를 보이며 자신의 기량이 결코 크게 쇠퇴하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날 이신바예바의 화려한 부활은 어쩌면 미녀 새의 도약을 앞으로도 더 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이신바예바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세계대회를 끝으로 가정을 꾸리겠다고 했을 뿐, 은퇴를 선언한 적은 없다"면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목표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증명한 실력대로라면, 이신바예바는 언제고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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