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죄의 사슬 ‘가시꽃’

입력 2013.08.16 (15: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저지른 극악한 범죄는 회개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을까.

영화 '가시꽃'이 조준하는 건 우리의 양심이다. 벼리지도 않은 뭉툭한 칼끝을 가슴에 갖다대며 이 영화는 죄와 양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남들보다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성공(남연우). 막돼먹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잔심부름이나 하던 그는 어느 날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기절한 여학생을 친구들의 강압 속에 성폭행해야 하나, 아니면 현장에서 도망치고 나서 다시 왕따를 당하는 생활로 돌아가야 하나.

성공은 결국 선택을 하고 인과율의 부메랑은 그를 향해 느리지만,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이돈구 감독이 연출한 '가시꽃'은 성공의 선택지를 처음부터 보여준 후 그에게 나타나는 인생의 변화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통속적인 멜로드라마를 통해 성공의 내면에 이는 희망과 절망의 파도를 103분간 따라간다.

'가시꽃'은 첫 장면부터 밀폐된 공간에서 시작한다.

윤간 장면을 보여주진 않지만 성공을 겁박하는 친구들의 태도와 어두운 조명, 밀폐된 공간을 흐르는 듯한 점액질의 공기는 관객들의 불편한 심기를 유발한다.

10년 후 여전히 개과천선 없는 성공의 친구들에 비해 성공이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가는지 영화는 한땀 한땀 정성 들여 보여준다.

성공은 주변에 친절하고, 열심히 일하며 얼치기 친구들에게도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회개하기 위해 찾아간 교회에서 만난 밝고 순수한 여인 장미(양조아)가 10년 전 윤간한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구나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의 삶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영화는 이런 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갈등의 파고를 따라가는 건 좋으나 디테일에선 조금 아쉽다.

영화는 성공을 비롯해 특정인물의 내면에 일렁이는 변화를 세밀한 체로 걸러 보여주진 못한다.

표현방식도 거칠고, 날카로운 맛도 떨어진다.

신앙고백을 통해 성폭행 피해자의 마음을 보여주는 방식도 세련됐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여러 단점에도 이야기에 힘이 있고, 설득력이 느껴지는 건 시종일관 윤리의 끈을 잡고 손에서 놓지 않는 감독의 단호한 태도 덕택이다.

영화는 말뿐인 회개란 얼마나 가볍고, 쓸모없는 짓인지 성공의 행위를 통해 증명한다.

성공을 연기한 남연우의 다소 모자란 듯한 연기가 시선을 끈다.

300만원의 적은 제작비로 상당한 완성도를 성취해냈다는 점도 이 영화의 도드라진 강점이다.

성공의 전화를 기다리는 장미의 얼굴을 길게 찍은 마지막 장면은 꽤 긴 여운을 남길 듯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는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진출했다.

8월22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03분.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새영화] 죄의 사슬 ‘가시꽃’
    • 입력 2013-08-16 15:58:40
    연합뉴스
어린 시절에 저지른 극악한 범죄는 회개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을까. 영화 '가시꽃'이 조준하는 건 우리의 양심이다. 벼리지도 않은 뭉툭한 칼끝을 가슴에 갖다대며 이 영화는 죄와 양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남들보다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성공(남연우). 막돼먹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잔심부름이나 하던 그는 어느 날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기절한 여학생을 친구들의 강압 속에 성폭행해야 하나, 아니면 현장에서 도망치고 나서 다시 왕따를 당하는 생활로 돌아가야 하나. 성공은 결국 선택을 하고 인과율의 부메랑은 그를 향해 느리지만,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이돈구 감독이 연출한 '가시꽃'은 성공의 선택지를 처음부터 보여준 후 그에게 나타나는 인생의 변화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통속적인 멜로드라마를 통해 성공의 내면에 이는 희망과 절망의 파도를 103분간 따라간다. '가시꽃'은 첫 장면부터 밀폐된 공간에서 시작한다. 윤간 장면을 보여주진 않지만 성공을 겁박하는 친구들의 태도와 어두운 조명, 밀폐된 공간을 흐르는 듯한 점액질의 공기는 관객들의 불편한 심기를 유발한다. 10년 후 여전히 개과천선 없는 성공의 친구들에 비해 성공이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가는지 영화는 한땀 한땀 정성 들여 보여준다. 성공은 주변에 친절하고, 열심히 일하며 얼치기 친구들에게도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회개하기 위해 찾아간 교회에서 만난 밝고 순수한 여인 장미(양조아)가 10년 전 윤간한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구나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의 삶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영화는 이런 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갈등의 파고를 따라가는 건 좋으나 디테일에선 조금 아쉽다. 영화는 성공을 비롯해 특정인물의 내면에 일렁이는 변화를 세밀한 체로 걸러 보여주진 못한다. 표현방식도 거칠고, 날카로운 맛도 떨어진다. 신앙고백을 통해 성폭행 피해자의 마음을 보여주는 방식도 세련됐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여러 단점에도 이야기에 힘이 있고, 설득력이 느껴지는 건 시종일관 윤리의 끈을 잡고 손에서 놓지 않는 감독의 단호한 태도 덕택이다. 영화는 말뿐인 회개란 얼마나 가볍고, 쓸모없는 짓인지 성공의 행위를 통해 증명한다. 성공을 연기한 남연우의 다소 모자란 듯한 연기가 시선을 끈다. 300만원의 적은 제작비로 상당한 완성도를 성취해냈다는 점도 이 영화의 도드라진 강점이다. 성공의 전화를 기다리는 장미의 얼굴을 길게 찍은 마지막 장면은 꽤 긴 여운을 남길 듯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는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진출했다. 8월22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03분.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