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공화국’의 몰락

입력 2013.08.16 (22:50) 수정 2013.08.1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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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주 한라산 중턱의 한 골프장.

고 박정희 대통령의 제안으로 1968년 문을 연 '제주 1호 골프장'입니다.

이 골프장은 최근 어음 7억 원을 막지 못해 결국 부도를 맞았습니다.

경영난 타개를 위해 겨울에 눈 썰매장까지 열었지만 밀려드는 회원권 반환 요구를 감당하지 못한 겁니다.

<녹취> 문 모 씨(제주CC 회원) : "진작 돌려줘야 하는데 (회원권) 반납하니까 3개월 기다리라고 그러다가 3개월 기다린 뒤에 또 한 달 기다려라, 다른 사람들도 전부 그런 모양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사태가 이 한 곳에서 그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제주도 내 골프장은 10년 전보다 네 배나 많은 40곳에 이르는데 이용객수은 수 년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녹취> 제주CC 관계자 (음성변조) : "(부도가 (제주도에서) 처음이 아닌가요?) 네, 처음 아니예요. 부도나서 경매 들어가서 ○○도 주인 바뀐 상태가 됐고, △△은 법정관리하고 있고..."

여기에 상당수가 지방세조차 내지 못하는 등 골프 천국 제주의 명성은 옛말이 됐습니다.

<앵커 멘트>

지난해 국내 골프장 이용객 2천 8백만 명,

'국민 스포츠'로 불리는 프로야구 관중수의 네 배입니다.

그럼에도 전국 골프장들은 곧 문 닫게 생겼다고 아우성입니다.

과잉 공급 경고를 무시한 채 '일단 짓고 보자'는 분위기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인데요.

'대한민국 골프장 5백개 시대'가 보내는 경고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부고속도로 신갈 분기점 부근입니다.

거의 모든 산 등성이마다 골프장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렁이가 얽혀있는 것 같은 골프장 코스들.

'골프장 공화국', 그 안에서도 '골프 8학군'이란 별명이 왜 생겼는지 이해가 갈 만큼 골프장들이 즐비합니다.

10여년 전, 이 일대를 촬영한 모습과 비교해 보면 우리 주변이 얼마나 골프장 천지로 변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전국의 골프장 수는 470여 개.

공사 중인 30여 개가 개장하면 곧 '골프장 500개 시대'가 열립니다.

시기별로 봤을 때 지자체들이 앞다퉈 허가를 내주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전체 골프장의 절반 이상이 새로 들어섰습니다.

<녹취> 골프장 관계자 (음성변조) : "지자체에서는 무조건 (골프장) 한, 두개씩 다 해서 세금을, 일단 수입을 받으려고 무분별하게 허가를 막 내주고..."

전라북도의 한 골프장.

평일, 한 여름 무더위를 감안해도 손님이 눈에 띄게 적어 보입니다.

필드를 분주히 오가야 할 전동 카트 수 십여 대가 멈춰서 있습니다.

캐디 대기실 역시 을씨년스럽습니다.

골프장을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라운딩을 즐기는 골퍼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녹취> "지금 1.2부만 11팀 정도 있어요. (꽉 차면 몇 팀이죠?) 보통 3부제 할 때는 보통 4,50팀 정도는 하죠."

<녹취> 골프장 운영자 (음성변조) : "단순하게 비교해도 작년에 비해서 매출이 20% 정도 떨어졌고. 그린피(입장료)를 더 밑으로 내리던가 망하던가 둘 중의 하나를 해야 돼요."

실제 골프장 경영실태를 알 수 있는 홀당 평균 이용객 수는 급감 추세입니다.

회원제 골프장은 지난해 3천 3백여 명으로 10여년 새 21%가 빠졌고, 퍼블릭, 즉 대중 골프장 역시 이 기간 이용객이 25%나 줄었습니다.

골프장은 해마다 크게 늘지만 이용객 수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이해진(광릉포레스트CC 사장) : "수요하고 공급이 안 맞는 거죠. 어차피 골프장의 주 수입원이 그린피(입장료)인데 그린피의 출혈이 생기게 됩니다. 과다하게 할인을 해야 하고 이것이 악순환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좋지 않은 경제에 공무원들의 골프장 출입 자제, 스크린 골프 시장의 급성장도 내장객 수 감소의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녹취> 골프장 관계자 (음성변조) : "골프장들은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고요. 저희가 예를 들어서 5천 원 할인 이벤트한다고 문자메시지 보내면 다른 골프장에서 그거 보고 만 원 할인해 준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인근의 또 다른 골프장.

골프장 홀수를 늘리면서 빌린 은행 빚을 갚지 못해 결국 지난달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안내 데스크에선 현금을 내면 이용료를 깎아 준다고 말합니다.

<녹취> "(현금 결제 이벤트는 언제까지 해요?) 8월 말까지는 확실하고요, 9월은 아직..."

마케팅도 마케팅이지만, 이 골프장이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데는 또 다른 비밀이 있습니다.

<녹취> 골프장 운영자 (음성변조) : "저희는 카드 매출이 다 ○○은행으로 들어갑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현금으로 이벤트를 하는 겁니다. '현금으로 받아라, △△골프장은 현금받고 (현금)영수증도 발행을 안 한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세무 공무원이 얘기하시더라고요."

전문가들은 그러나 나빠진 시장 상황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합니다.

현행법은 신규 골프장의 공정률이 30%가 넘으면 회원권을 분양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5,60억 원만 있어도 골프장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부지 계약과 인허가만 받으면 은행에서 PF 대출을 일으킬 수 있고, 이 돈으로 공사를 시작해 30% 공정이 이뤄지면 회원권을 분양해 골프장을 완성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사실상 남의 돈으로 천억 원대, 2천억 원대 골프장을 지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보증금 형태로 예치하는 회원권, 즉 입회금을 5년이 지나면 회원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

<녹취> 골프장 운영자 (음성변조) : "회원권 분양을 해서 초기에 투자비를 다 회수하지 않습니까? 대부분 회원제 골프장들이 영업을 해서 수익을 남겨서 회원권 반환 준비를 해야 되는데 흥청망청 써버리니까 회원권을 반환할 시기가 됐는데도 반환을 못하니까 자금이 어려운 거고..."

취재팀은 전국 골프장을 처음으로 전수 조사한 정부의 '회원권 관리 현황'을 입수했습니다.

지난해 반환 시기가 돌아왔던 입회금 액수가 무려 1조 360억 원.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8천억 원과 7천억 원대의 반환 요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 반환 청구액을 골프장들이 다 해결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주가 지수와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비교해 봤습니다.

함께 움직이던 두 지수가 2009년 이후 완전히 따로 움직입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도 재테크 수단으로서 골프장 회원권에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법 회원권 분양까지 횡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골프장 관계자 (음성변조) : "가짜 회원권 있지 않습니까. 사장은 예를 들어 회사 직원의 친척 명의로 가짜, 10억 원짜리 회원권을 있다고 만들어서 담보로 해서 대출받은 거죠. 회원권이 분양이 안 되니까 그런 식으로 운영비를 만들어 내는 거죠. (골프장)조성비를..."

골프장 업계에서 생각하는 해법은 세금 감면입니다.

회원제 골프장은 그동안 호화 사치업종으로 분류돼 이용객 한 사람 당 2만 원가량 개별소비세가 부과돼 왔는데, 이걸 줄이거나 없애달라는 요구입니다.

<인터뷰> 윤원중(한국골프장경영협회 사무국장) : "여건만 되면 골프를 치고 싶다는 사람이 거의 60% 가까이 나왔습니다. 결국 골프 비용 인하이거든요. 현재 우리나라 골프 비용에는 거의 반 가까이가 세금입니다. 세금을 조금 낮춰주면 골프 수요도 증가하고..."

하지만 이런 세금 감면은 형평성은 물론, 또 다른 '부자 감세'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서천범(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 "회원 모집 혜택을 주는 대신에 개별소비세같은 중과세율을 부과해 왔습니다. 대중 골프장보다는 회원제 골프장을 적은 돈으로 시작해서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회원제 골프장을 다 선호를 했고 지금에 와서 개별소비세 같은 중과세율를 내려달라는 것은 '꿩 먹고 알 먹겠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잘못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업계에선 골프장을 다른 시설로 용도 변경해주지 않는 현행법을 바꿔서라도 골프장 수를 줄여야 줄도산을 막을 수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

우리보다 앞선 지난 1990년대 장기불황 여파로 기존 골프장 산업이 붕괴했습니다.

골프장 2천 4백여 곳 가운데 9백여 곳이 도산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회원권 가격은 95%나 폭락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인터뷰> 서천범(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 "우리나라에서 회원제 골프장에서 도입하고 있는 입회금제는 일본의 실패한 예탁금제를 그대로 도입한 겁니다. 골프장수를 많이 늘린 효과는 있지만 회원제 골프장 산업을 망가뜨리는 주요인이 됐고..."

이후 일본 정부는 신규 골프장은 시설을 다 지은 뒤에야 회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고...

기존 골프장들 역시 이용료를 크게 낮춰 골프가 특권층의 스포츠란 인식을 깨뜨렸습니다.

<인터뷰> 다케시 쿠사푸카(PGM골프장 사장) : "우리 골프장 단독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재 시세와 수급 균형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골프장 이용 요금이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전철을 밟다 위기를 맞은 국내 골프장 산업의 미래 역시 일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강수상(문화체육관광부 체육진흥과장) : "앞으로는 회원권 가격과 관계없이 부킹의 원활성 여부, 서비스 수준, 골프 코스의 수준에 따라서 최고급부터 일반 대중들, 서민들까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골프장들이 공급될 수 있도록 골프장 구조체계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녹취> 故 김대중(전 대통령/1999년 10월) : "골프는 누구에게나 좋은 운동입니다. 그런 골프 운동도 앞으로 노동자건 서민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퍼블릭 코스를 개척시키고.."

이른바 '골프 대중화' 선언 이후 14년,

하지만 공공 체육시설이란 우리 골프장들은 여전히 '특권층의 운동 놀이터'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 보입니다.

끊임없는 경고에도 스스로 자초한 위기.

'대중을 위한 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해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업계의 노력과 새로운 정책 대안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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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16 17:33:57
    • 수정2013-08-16 23: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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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라산 중턱의 한 골프장.

고 박정희 대통령의 제안으로 1968년 문을 연 '제주 1호 골프장'입니다.

이 골프장은 최근 어음 7억 원을 막지 못해 결국 부도를 맞았습니다.

경영난 타개를 위해 겨울에 눈 썰매장까지 열었지만 밀려드는 회원권 반환 요구를 감당하지 못한 겁니다.

<녹취> 문 모 씨(제주CC 회원) : "진작 돌려줘야 하는데 (회원권) 반납하니까 3개월 기다리라고 그러다가 3개월 기다린 뒤에 또 한 달 기다려라, 다른 사람들도 전부 그런 모양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사태가 이 한 곳에서 그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제주도 내 골프장은 10년 전보다 네 배나 많은 40곳에 이르는데 이용객수은 수 년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녹취> 제주CC 관계자 (음성변조) : "(부도가 (제주도에서) 처음이 아닌가요?) 네, 처음 아니예요. 부도나서 경매 들어가서 ○○도 주인 바뀐 상태가 됐고, △△은 법정관리하고 있고..."

여기에 상당수가 지방세조차 내지 못하는 등 골프 천국 제주의 명성은 옛말이 됐습니다.

<앵커 멘트>

지난해 국내 골프장 이용객 2천 8백만 명,

'국민 스포츠'로 불리는 프로야구 관중수의 네 배입니다.

그럼에도 전국 골프장들은 곧 문 닫게 생겼다고 아우성입니다.

과잉 공급 경고를 무시한 채 '일단 짓고 보자'는 분위기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인데요.

'대한민국 골프장 5백개 시대'가 보내는 경고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부고속도로 신갈 분기점 부근입니다.

거의 모든 산 등성이마다 골프장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렁이가 얽혀있는 것 같은 골프장 코스들.

'골프장 공화국', 그 안에서도 '골프 8학군'이란 별명이 왜 생겼는지 이해가 갈 만큼 골프장들이 즐비합니다.

10여년 전, 이 일대를 촬영한 모습과 비교해 보면 우리 주변이 얼마나 골프장 천지로 변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전국의 골프장 수는 470여 개.

공사 중인 30여 개가 개장하면 곧 '골프장 500개 시대'가 열립니다.

시기별로 봤을 때 지자체들이 앞다퉈 허가를 내주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전체 골프장의 절반 이상이 새로 들어섰습니다.

<녹취> 골프장 관계자 (음성변조) : "지자체에서는 무조건 (골프장) 한, 두개씩 다 해서 세금을, 일단 수입을 받으려고 무분별하게 허가를 막 내주고..."

전라북도의 한 골프장.

평일, 한 여름 무더위를 감안해도 손님이 눈에 띄게 적어 보입니다.

필드를 분주히 오가야 할 전동 카트 수 십여 대가 멈춰서 있습니다.

캐디 대기실 역시 을씨년스럽습니다.

골프장을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라운딩을 즐기는 골퍼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녹취> "지금 1.2부만 11팀 정도 있어요. (꽉 차면 몇 팀이죠?) 보통 3부제 할 때는 보통 4,50팀 정도는 하죠."

<녹취> 골프장 운영자 (음성변조) : "단순하게 비교해도 작년에 비해서 매출이 20% 정도 떨어졌고. 그린피(입장료)를 더 밑으로 내리던가 망하던가 둘 중의 하나를 해야 돼요."

실제 골프장 경영실태를 알 수 있는 홀당 평균 이용객 수는 급감 추세입니다.

회원제 골프장은 지난해 3천 3백여 명으로 10여년 새 21%가 빠졌고, 퍼블릭, 즉 대중 골프장 역시 이 기간 이용객이 25%나 줄었습니다.

골프장은 해마다 크게 늘지만 이용객 수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이해진(광릉포레스트CC 사장) : "수요하고 공급이 안 맞는 거죠. 어차피 골프장의 주 수입원이 그린피(입장료)인데 그린피의 출혈이 생기게 됩니다. 과다하게 할인을 해야 하고 이것이 악순환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좋지 않은 경제에 공무원들의 골프장 출입 자제, 스크린 골프 시장의 급성장도 내장객 수 감소의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녹취> 골프장 관계자 (음성변조) : "골프장들은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고요. 저희가 예를 들어서 5천 원 할인 이벤트한다고 문자메시지 보내면 다른 골프장에서 그거 보고 만 원 할인해 준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인근의 또 다른 골프장.

골프장 홀수를 늘리면서 빌린 은행 빚을 갚지 못해 결국 지난달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안내 데스크에선 현금을 내면 이용료를 깎아 준다고 말합니다.

<녹취> "(현금 결제 이벤트는 언제까지 해요?) 8월 말까지는 확실하고요, 9월은 아직..."

마케팅도 마케팅이지만, 이 골프장이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데는 또 다른 비밀이 있습니다.

<녹취> 골프장 운영자 (음성변조) : "저희는 카드 매출이 다 ○○은행으로 들어갑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현금으로 이벤트를 하는 겁니다. '현금으로 받아라, △△골프장은 현금받고 (현금)영수증도 발행을 안 한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세무 공무원이 얘기하시더라고요."

전문가들은 그러나 나빠진 시장 상황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합니다.

현행법은 신규 골프장의 공정률이 30%가 넘으면 회원권을 분양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5,60억 원만 있어도 골프장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부지 계약과 인허가만 받으면 은행에서 PF 대출을 일으킬 수 있고, 이 돈으로 공사를 시작해 30% 공정이 이뤄지면 회원권을 분양해 골프장을 완성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사실상 남의 돈으로 천억 원대, 2천억 원대 골프장을 지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보증금 형태로 예치하는 회원권, 즉 입회금을 5년이 지나면 회원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

<녹취> 골프장 운영자 (음성변조) : "회원권 분양을 해서 초기에 투자비를 다 회수하지 않습니까? 대부분 회원제 골프장들이 영업을 해서 수익을 남겨서 회원권 반환 준비를 해야 되는데 흥청망청 써버리니까 회원권을 반환할 시기가 됐는데도 반환을 못하니까 자금이 어려운 거고..."

취재팀은 전국 골프장을 처음으로 전수 조사한 정부의 '회원권 관리 현황'을 입수했습니다.

지난해 반환 시기가 돌아왔던 입회금 액수가 무려 1조 360억 원.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8천억 원과 7천억 원대의 반환 요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 반환 청구액을 골프장들이 다 해결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주가 지수와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비교해 봤습니다.

함께 움직이던 두 지수가 2009년 이후 완전히 따로 움직입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도 재테크 수단으로서 골프장 회원권에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법 회원권 분양까지 횡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골프장 관계자 (음성변조) : "가짜 회원권 있지 않습니까. 사장은 예를 들어 회사 직원의 친척 명의로 가짜, 10억 원짜리 회원권을 있다고 만들어서 담보로 해서 대출받은 거죠. 회원권이 분양이 안 되니까 그런 식으로 운영비를 만들어 내는 거죠. (골프장)조성비를..."

골프장 업계에서 생각하는 해법은 세금 감면입니다.

회원제 골프장은 그동안 호화 사치업종으로 분류돼 이용객 한 사람 당 2만 원가량 개별소비세가 부과돼 왔는데, 이걸 줄이거나 없애달라는 요구입니다.

<인터뷰> 윤원중(한국골프장경영협회 사무국장) : "여건만 되면 골프를 치고 싶다는 사람이 거의 60% 가까이 나왔습니다. 결국 골프 비용 인하이거든요. 현재 우리나라 골프 비용에는 거의 반 가까이가 세금입니다. 세금을 조금 낮춰주면 골프 수요도 증가하고..."

하지만 이런 세금 감면은 형평성은 물론, 또 다른 '부자 감세'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서천범(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 "회원 모집 혜택을 주는 대신에 개별소비세같은 중과세율을 부과해 왔습니다. 대중 골프장보다는 회원제 골프장을 적은 돈으로 시작해서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회원제 골프장을 다 선호를 했고 지금에 와서 개별소비세 같은 중과세율를 내려달라는 것은 '꿩 먹고 알 먹겠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잘못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업계에선 골프장을 다른 시설로 용도 변경해주지 않는 현행법을 바꿔서라도 골프장 수를 줄여야 줄도산을 막을 수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

우리보다 앞선 지난 1990년대 장기불황 여파로 기존 골프장 산업이 붕괴했습니다.

골프장 2천 4백여 곳 가운데 9백여 곳이 도산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회원권 가격은 95%나 폭락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인터뷰> 서천범(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 "우리나라에서 회원제 골프장에서 도입하고 있는 입회금제는 일본의 실패한 예탁금제를 그대로 도입한 겁니다. 골프장수를 많이 늘린 효과는 있지만 회원제 골프장 산업을 망가뜨리는 주요인이 됐고..."

이후 일본 정부는 신규 골프장은 시설을 다 지은 뒤에야 회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고...

기존 골프장들 역시 이용료를 크게 낮춰 골프가 특권층의 스포츠란 인식을 깨뜨렸습니다.

<인터뷰> 다케시 쿠사푸카(PGM골프장 사장) : "우리 골프장 단독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재 시세와 수급 균형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골프장 이용 요금이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전철을 밟다 위기를 맞은 국내 골프장 산업의 미래 역시 일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강수상(문화체육관광부 체육진흥과장) : "앞으로는 회원권 가격과 관계없이 부킹의 원활성 여부, 서비스 수준, 골프 코스의 수준에 따라서 최고급부터 일반 대중들, 서민들까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골프장들이 공급될 수 있도록 골프장 구조체계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녹취> 故 김대중(전 대통령/1999년 10월) : "골프는 누구에게나 좋은 운동입니다. 그런 골프 운동도 앞으로 노동자건 서민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퍼블릭 코스를 개척시키고.."

이른바 '골프 대중화' 선언 이후 14년,

하지만 공공 체육시설이란 우리 골프장들은 여전히 '특권층의 운동 놀이터'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 보입니다.

끊임없는 경고에도 스스로 자초한 위기.

'대중을 위한 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해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업계의 노력과 새로운 정책 대안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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