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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아프리카 아이 손에 쥐여준 기타의 기적 믿어”
입력 2013.08.18 (14:55) 수정 2013.08.18 (15:35) 연합뉴스
가수 하림(37)은 제도권보다는 야인에 가까운 활동을 펼친다.

윤종신·조정치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 그룹 '신치림'에 속했지만 두 사람에 비해선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지 않는다. 음악도 익숙한 멜로디의 대중가요보다는 제3세계의 낯선 소리로 만든 월드뮤직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인형음악극 '해지는 아프리카'의 기획자 겸 연주자로 나섰다.

두산아트센터의 신진 창작자 발굴 프로젝트인 '두산아트랩'에서 극단 푸른달과 함께 워크숍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다.

적어도 연극계에서는 '신진'이라고 할만한 하림을 최근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해지는 아프리카'가 아프리카를 여행한 후에 시작한 '기타 포 아프리카 (Guitar for Africa)'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2008년부터 나미비아, 짐바브웨, 케냐, 말라위 등지를 다닌 세 번의 대륙 여행으로 아프리카를 마음에 품게 됐다는 그다.

"나미비아에서 만난 아이가 있었어요. 힘바족 가족의 딸이었죠. 근데 그 아이가 노래를 진짜 잘하는 겁니다. 또 어떤 아이는 우쿨렐레를 건넸더니 바로 연주하기도 했어요. 그들의 음악적 재능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를 계기로 하림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기타를 보내기 위해 '기타 포 아프리카'를 시작했다.

현지에서 지은 노래들을 엮어 콘서트를 연 거다. 거기서 나온 수익금은 기타를 사는 데 썼다. 돈을 모아준 사람들의 이름은 기타에 작게 새겨 넣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가는 지인 편에 들려 보내며 "그 마을에 재능 있는 아이에게 선물로 주라"고 했다.

이번에 '해지는 아프리카'를 기획한 이유도 이 프로젝트를 장기화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기타 포 아프리카'가 토크를 곁들인 콘서트에 가까웠다면 '해지는 아프리카'는 여기에 서사를 더하고, 인형과 마임, 샌드아트 등을 접목해 조금 더 연극에 가까운 공연으로 만들었다.

"워크숍 공연이기 때문에 입장료는 무료에요. 대신 공연 후 관객이 '두산아트랩 신진창작자 지원기금'으로 모아 주시는 돈이 있는데요. 그걸 기타를 보내는 데 쓰려고 합니다."

가수 하림이 연극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몇 해 전 다녀온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경험 때문이었다.

유명한 가수가 나오지 않는데도 무대 위 상상력만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작품들을 보며 "바로, 저거다!"라고 생각했다.

"열흘 동안 도시에 머물면서 대략 40편 공연을 본 것 같아요. 거의 뛰어다니면서 봤죠. 제가 원래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거든요.(웃음) 근데 정말 거기에선 평생 볼 공연을 다 본 것 같아요."

마이미스트 박진신, 정명필 등과 함께 만드는 '해지는 아프리카'는 동물원에 갇힌 늙은 사자가 강아지에게 고향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해준다는 내용을 담는다.

스타가 되길 바랐던 사자는 고향을 떠나 동물원에 오지만, 자신의 욕심이 지나쳤다는 사실을 깨닫고 초록빛 가득한 초원을 그리워한다.

음악은 경쾌하고 부드러운데 그 속에선 아프리카의 아픔을 담은 가사가 속속 들린다.

하림은 극을 보다 마음이 뜨끔해지는 순간이 있을 거라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가면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펼쳐질 것을 상상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프리카는 수많은 아픔을 품은 대륙이죠. 가사 중 '새로 난 아스팔트 길을 걷는 소년의 발에는 폐타이어 신발'이라는 대목이 있어요. 이걸 듣고 '왜 그 소년은 딱딱한 아스팔트를 걷는 거지?', '왜 온전한 신발 대신 폐타이어로 만든 신을 신지?'라는 의문이 들면 좋을 것 같아요. 스치는 가사들을 들으면서 왠지 모를 '부조리'를 느끼길 바라요."

'기타 포 아프리카'에 이어 '해지는 아프리카'를 기획한다는 그에게 어떤 이들은 기타가 아닌 식량이나 의료품을 보내주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가까운 지인은 그런 프로젝트는 나중에 해도 충분하니, 일단 가수로 좀 더 성공을 이뤄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말했다. "이걸 안 하면 제가 못 견뎌요."

"제 안에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노래하고 농담하고, 노래하고 삼겹살 먹는 것보다 더 재밌는 일을 찾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여행을 떠났고, 현지에서 만난 사람과 음악이 제 세계관을 바꿔 놨어요."

그런 만큼 하림은 대륙에서 받은 영감을 되돌려 주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매체를 통해 보는 아프리카 아이들은 보통 슬픈 표정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그곳에 가면 얼마나 생기가 넘치는지. 몇 리를 걸어가 길어온 물을 바닥에 뿌려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노는 게 그곳 아이들이에요. 사람들은 '아이고, 그 귀한 물을!'이라고 하겠지만, 그건 철저히 우리 방식으로 이해하는 거거든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건 음식뿐 아니라 손에 쥐여주는 기타 하나, 피리 한 자루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동네 형의 맘으로 생각하니 그렇더라고요."

금천구청 근처 꾸려놓은 사무실 '아뜰리에 오'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판을 벌이는 게 낙이지만, 올가을에는 '신치림'의 새 앨범으로 가요계 활동에 좀 더 힘을 쏟을 계획이다.

가요 만드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고 가요계는 시계가 빨리 돌아가는 동네라서 정신이 없지만, 오랜 기간 함께한 음악 친구들이 있는 곳이라서 제 몫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내년 1-2월 중에는 하림의 앨범도 나올 예정이다.

단독으로 앨범을 낸 게 2004년이 마지막이니까 꼭 10년 만에 켜는 기지개다.

"지금 하고 싶은 걸 당장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갈팡질팡 머뭇거리는 시간 때문에 갈증이 오히려 더 심해지거든요."

▲ 음악인형극 '해지는 아프리카' = 22-24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02-708-5014.
  • 하림 “아프리카 아이 손에 쥐여준 기타의 기적 믿어”
    • 입력 2013-08-18 14:55:39
    • 수정2013-08-18 15:35:42
    연합뉴스
가수 하림(37)은 제도권보다는 야인에 가까운 활동을 펼친다.

윤종신·조정치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 그룹 '신치림'에 속했지만 두 사람에 비해선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지 않는다. 음악도 익숙한 멜로디의 대중가요보다는 제3세계의 낯선 소리로 만든 월드뮤직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인형음악극 '해지는 아프리카'의 기획자 겸 연주자로 나섰다.

두산아트센터의 신진 창작자 발굴 프로젝트인 '두산아트랩'에서 극단 푸른달과 함께 워크숍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다.

적어도 연극계에서는 '신진'이라고 할만한 하림을 최근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해지는 아프리카'가 아프리카를 여행한 후에 시작한 '기타 포 아프리카 (Guitar for Africa)'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2008년부터 나미비아, 짐바브웨, 케냐, 말라위 등지를 다닌 세 번의 대륙 여행으로 아프리카를 마음에 품게 됐다는 그다.

"나미비아에서 만난 아이가 있었어요. 힘바족 가족의 딸이었죠. 근데 그 아이가 노래를 진짜 잘하는 겁니다. 또 어떤 아이는 우쿨렐레를 건넸더니 바로 연주하기도 했어요. 그들의 음악적 재능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를 계기로 하림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기타를 보내기 위해 '기타 포 아프리카'를 시작했다.

현지에서 지은 노래들을 엮어 콘서트를 연 거다. 거기서 나온 수익금은 기타를 사는 데 썼다. 돈을 모아준 사람들의 이름은 기타에 작게 새겨 넣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가는 지인 편에 들려 보내며 "그 마을에 재능 있는 아이에게 선물로 주라"고 했다.

이번에 '해지는 아프리카'를 기획한 이유도 이 프로젝트를 장기화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기타 포 아프리카'가 토크를 곁들인 콘서트에 가까웠다면 '해지는 아프리카'는 여기에 서사를 더하고, 인형과 마임, 샌드아트 등을 접목해 조금 더 연극에 가까운 공연으로 만들었다.

"워크숍 공연이기 때문에 입장료는 무료에요. 대신 공연 후 관객이 '두산아트랩 신진창작자 지원기금'으로 모아 주시는 돈이 있는데요. 그걸 기타를 보내는 데 쓰려고 합니다."

가수 하림이 연극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몇 해 전 다녀온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경험 때문이었다.

유명한 가수가 나오지 않는데도 무대 위 상상력만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작품들을 보며 "바로, 저거다!"라고 생각했다.

"열흘 동안 도시에 머물면서 대략 40편 공연을 본 것 같아요. 거의 뛰어다니면서 봤죠. 제가 원래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거든요.(웃음) 근데 정말 거기에선 평생 볼 공연을 다 본 것 같아요."

마이미스트 박진신, 정명필 등과 함께 만드는 '해지는 아프리카'는 동물원에 갇힌 늙은 사자가 강아지에게 고향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해준다는 내용을 담는다.

스타가 되길 바랐던 사자는 고향을 떠나 동물원에 오지만, 자신의 욕심이 지나쳤다는 사실을 깨닫고 초록빛 가득한 초원을 그리워한다.

음악은 경쾌하고 부드러운데 그 속에선 아프리카의 아픔을 담은 가사가 속속 들린다.

하림은 극을 보다 마음이 뜨끔해지는 순간이 있을 거라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가면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펼쳐질 것을 상상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프리카는 수많은 아픔을 품은 대륙이죠. 가사 중 '새로 난 아스팔트 길을 걷는 소년의 발에는 폐타이어 신발'이라는 대목이 있어요. 이걸 듣고 '왜 그 소년은 딱딱한 아스팔트를 걷는 거지?', '왜 온전한 신발 대신 폐타이어로 만든 신을 신지?'라는 의문이 들면 좋을 것 같아요. 스치는 가사들을 들으면서 왠지 모를 '부조리'를 느끼길 바라요."

'기타 포 아프리카'에 이어 '해지는 아프리카'를 기획한다는 그에게 어떤 이들은 기타가 아닌 식량이나 의료품을 보내주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가까운 지인은 그런 프로젝트는 나중에 해도 충분하니, 일단 가수로 좀 더 성공을 이뤄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말했다. "이걸 안 하면 제가 못 견뎌요."

"제 안에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노래하고 농담하고, 노래하고 삼겹살 먹는 것보다 더 재밌는 일을 찾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여행을 떠났고, 현지에서 만난 사람과 음악이 제 세계관을 바꿔 놨어요."

그런 만큼 하림은 대륙에서 받은 영감을 되돌려 주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매체를 통해 보는 아프리카 아이들은 보통 슬픈 표정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그곳에 가면 얼마나 생기가 넘치는지. 몇 리를 걸어가 길어온 물을 바닥에 뿌려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노는 게 그곳 아이들이에요. 사람들은 '아이고, 그 귀한 물을!'이라고 하겠지만, 그건 철저히 우리 방식으로 이해하는 거거든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건 음식뿐 아니라 손에 쥐여주는 기타 하나, 피리 한 자루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동네 형의 맘으로 생각하니 그렇더라고요."

금천구청 근처 꾸려놓은 사무실 '아뜰리에 오'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판을 벌이는 게 낙이지만, 올가을에는 '신치림'의 새 앨범으로 가요계 활동에 좀 더 힘을 쏟을 계획이다.

가요 만드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고 가요계는 시계가 빨리 돌아가는 동네라서 정신이 없지만, 오랜 기간 함께한 음악 친구들이 있는 곳이라서 제 몫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내년 1-2월 중에는 하림의 앨범도 나올 예정이다.

단독으로 앨범을 낸 게 2004년이 마지막이니까 꼭 10년 만에 켜는 기지개다.

"지금 하고 싶은 걸 당장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갈팡질팡 머뭇거리는 시간 때문에 갈증이 오히려 더 심해지거든요."

▲ 음악인형극 '해지는 아프리카' = 22-24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02-708-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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