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작황 부진에 가격 급등…추석 민심 ‘우울’

입력 2013.08.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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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은 수확 줄어 울고, 소비자는 제수비용 부담 커 걱정

올해 유난스러웠던 이상기온으로 과일 작황이 나빠 수확은 줄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추석을 목전에 둔 농민과 소비자 모두 울상이다.

농민들은 수확량 감소에 품질까지 떨어진 작물을 보면서 새까맣게 속이 타들어가고, 소비자들은 제수용 과일 가격이 급등한 탓에 추석 차례상 차리는 것이 부담스럽게 됐다.

◇ 잇단 이상 기온에 과일 생산 급감…농민들 '망연자실'

전국적으로 최고급 복숭아 산지로 유명한 충북 음성지역의 올해 복숭아 출하량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본격적인 수확을 시작한 '햇사레 과일 공동사업법인'을 통해 지금까지 출하된 음성 복숭아는 2천24t에 그쳤다. 작년 이맘때 3천740t을 출하했던 것에 비해 44%나 감소한 것이다.

올봄 닥친 한파로 전체 복숭아 재배면적의 40%인 462㏊가 동사한데다 과실이 알이 차는 시기인 지난 7월부터 한 달여간 잦은 비가 내리면서 열매가 제대로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북의 포도 주산지인 옥천·영동의 농가들도 속을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최근의 폭염 탓에 생장을 멈추면서 포도가 제때 익지 않아 수확이 지연되고, 겨우 수확한 포도는 알이 작고 당도도 약해 상품성이 떨어지고 있다.

수확량 감소로 23일 뉴질랜드로 포도 10t을 수출 예정이었던 이 지역 포도작목반은 선적 일정을 나흘 늦추기도 했다.

대표적인 제수용품인 대추 작황도 극히 부진하다.

1천200여 농가가 642㏊의 밭에서 한해 1천t이 넘는 대추를 수확하는 보은은 개화기 궂은 날씨와 해충까지 번지면서 올해 수확량이 지난해 60~70%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본격적인 수확에 나서지 않은 충북지역 감과 사과 역시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감 주산지인 옥천과 영동은 전체 감나무 가운데 20%가 올봄 한파로 동사했고, 충주의 사과 산지도 올여름 궂은 날씨로 사과 생장이 더디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올봄 한파에 개화기 궂은 날씨, 성숙기 폭염까지 불순한 일기가 계속되면서 수확량이 급감했고, 품질도 많이 떨어진다"며 "힘겹게 일했지만 한해 농사를 망쳐 추석 나기가 어렵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 장바구니 물가 급등에 소비자 "추석맞이 겁난다"

제수용 과일의 작황 부진은 추석을 앞둔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지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 영동 포도의 도매시장 경락가격은 5㎏ 기준 2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5천원 비싼 가격이다. 그나마 상품은 물량 구하기도 쉽지 않다.

추석철이 다가올수록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음성 복숭아 역시 14개가 들어가는 특품(4.5㎏ 기준)의 도매가격이 4만원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보다 20%가량 오른 시세다.

음성지역 2천400여 농가가 가입, 연간 1만2천700t을 출하하는 햇사레 과일 공동사업법인의 안성기 대표는 "출하 예상량은 지난해 60%선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 뒤 "출하량 감소로 가격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 대추나, 봄철 동해를 본 충주 사과, 옥천·영동 감 역시 작황 부진 탓에 본격적인 출하가 이뤄지더라도 작년보다 가격이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사정이 나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로서는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추석 제수용품 장만하기가 훨씬 부담스럽게 됐다.

주부 한모(44·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씨는 "최근 만기가 된 전세 값을 올려달라는 집주인 요구에 목돈을 장만해야 하는데 제수용 과일 가격까지 급등, 부담이 크다"며 "올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명절이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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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일 작황 부진에 가격 급등…추석 민심 ‘우울’
    • 입력 2013-08-25 09:17:45
    연합뉴스
농민은 수확 줄어 울고, 소비자는 제수비용 부담 커 걱정 올해 유난스러웠던 이상기온으로 과일 작황이 나빠 수확은 줄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추석을 목전에 둔 농민과 소비자 모두 울상이다. 농민들은 수확량 감소에 품질까지 떨어진 작물을 보면서 새까맣게 속이 타들어가고, 소비자들은 제수용 과일 가격이 급등한 탓에 추석 차례상 차리는 것이 부담스럽게 됐다. ◇ 잇단 이상 기온에 과일 생산 급감…농민들 '망연자실' 전국적으로 최고급 복숭아 산지로 유명한 충북 음성지역의 올해 복숭아 출하량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본격적인 수확을 시작한 '햇사레 과일 공동사업법인'을 통해 지금까지 출하된 음성 복숭아는 2천24t에 그쳤다. 작년 이맘때 3천740t을 출하했던 것에 비해 44%나 감소한 것이다. 올봄 닥친 한파로 전체 복숭아 재배면적의 40%인 462㏊가 동사한데다 과실이 알이 차는 시기인 지난 7월부터 한 달여간 잦은 비가 내리면서 열매가 제대로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북의 포도 주산지인 옥천·영동의 농가들도 속을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최근의 폭염 탓에 생장을 멈추면서 포도가 제때 익지 않아 수확이 지연되고, 겨우 수확한 포도는 알이 작고 당도도 약해 상품성이 떨어지고 있다. 수확량 감소로 23일 뉴질랜드로 포도 10t을 수출 예정이었던 이 지역 포도작목반은 선적 일정을 나흘 늦추기도 했다. 대표적인 제수용품인 대추 작황도 극히 부진하다. 1천200여 농가가 642㏊의 밭에서 한해 1천t이 넘는 대추를 수확하는 보은은 개화기 궂은 날씨와 해충까지 번지면서 올해 수확량이 지난해 60~70%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본격적인 수확에 나서지 않은 충북지역 감과 사과 역시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감 주산지인 옥천과 영동은 전체 감나무 가운데 20%가 올봄 한파로 동사했고, 충주의 사과 산지도 올여름 궂은 날씨로 사과 생장이 더디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올봄 한파에 개화기 궂은 날씨, 성숙기 폭염까지 불순한 일기가 계속되면서 수확량이 급감했고, 품질도 많이 떨어진다"며 "힘겹게 일했지만 한해 농사를 망쳐 추석 나기가 어렵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 장바구니 물가 급등에 소비자 "추석맞이 겁난다" 제수용 과일의 작황 부진은 추석을 앞둔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지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 영동 포도의 도매시장 경락가격은 5㎏ 기준 2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5천원 비싼 가격이다. 그나마 상품은 물량 구하기도 쉽지 않다. 추석철이 다가올수록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음성 복숭아 역시 14개가 들어가는 특품(4.5㎏ 기준)의 도매가격이 4만원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보다 20%가량 오른 시세다. 음성지역 2천400여 농가가 가입, 연간 1만2천700t을 출하하는 햇사레 과일 공동사업법인의 안성기 대표는 "출하 예상량은 지난해 60%선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 뒤 "출하량 감소로 가격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 대추나, 봄철 동해를 본 충주 사과, 옥천·영동 감 역시 작황 부진 탓에 본격적인 출하가 이뤄지더라도 작년보다 가격이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사정이 나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로서는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추석 제수용품 장만하기가 훨씬 부담스럽게 됐다. 주부 한모(44·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씨는 "최근 만기가 된 전세 값을 올려달라는 집주인 요구에 목돈을 장만해야 하는데 제수용 과일 가격까지 급등, 부담이 크다"며 "올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명절이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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