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결정에 시리아 ‘실망·안도’ 엇갈려

입력 2013.09.0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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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실망감 느껴…차라리 부시가 대통령이었으면" vs "미국, 전쟁에 개입 않을 것"

미국 정부가 시리아에 대한 즉각적인 공습을 선택하는 대신 의회에 공을 넘기며 한 발짝 물러나자 시리아의 반군 지지자들이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일부는 이번 미국의 결정으로 전쟁 가능성이 작아졌다며 안도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1일(현지시간) 중동 현지 언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표를 TV 생중계로 본 시리아 주민은 앞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반정부 진영에 대한 탄압이 한층 더 대담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 사는 반군 지지자 사라(24)는 "배신당한 기분"이라며 "아사드는 이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갔다. 그는 지금까지 늘 이겨왔고 앞으로는 자신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반군조직 다마스쿠스 군사위원회의 무사브 아부 카타다는 알아사드가 지금까지 국제사회로부터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며 화학무기로 안 된다면 재래식 무기로 자국민을 살상하면 된다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 분석가 에밀 호카옘은 영국에 이어 미국마저 즉각적 개입에서 발을 빼면서 서방이 시리아의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모든 결정이 애매함만 더하게 될 것"이라며 "아사드는 재래식 무기로 자국민 살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반정부 진영을 대표하는 '시리아국가연합'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실망하는 동시에 미 의회가 시리아 공습 건을 승인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 단체의 고위 간부인 사미르 나샤르는 "대시리아 공습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미국 정부의 결정에 실망감을 느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의원들이 시리아 공습에 찬성할 것으로 믿는다"며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도 커졌다.

오바마의 연설을 지켜본 홈스 주민 움 하나(58)는 오바마에게 괜한 기대를 했다며 "그들은 아사드가 계속 자리를 지키길 원한다. 오바마는 말만 할 뿐 약하고 무능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다른 홈스 주민 아부 바삼(31)은 "차라리 부시가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며 "그는 실수로 시리아 대신 키프로스나 요르단을 침공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어떤 대응이라도 하긴 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반면 시리아 정부군 지지자들은 오바마의 결정이 화학무기 공격의 주체가 정부군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마스쿠스 주민인 아민(29)은 오바마 대통령을 "이성적이고 지적인 사람"이라고 묘사하며 "그는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에 정부군이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 전쟁에 개입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인 사상자가 나올 수 있거나 지역전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일에 깊이 연루되길 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리아 국영 일간 알타우라는 이날 1면 기사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를 예상치 못했다며 "역사적인 미국의 후퇴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블로그 '더케이블'은 미국이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 조짐을 포착하고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데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국 정보기관은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하기 사흘 전 시리아 정부군이 살상 화학무기를 발사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리아 반정부 활동가이자 보안통신 전문가인 들샤드 오트만은 "당신들이 알았다면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자신과 연락이 닿는 현지인 가운데 아무도 화학무기 공격 전 경고를 듣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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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결정에 시리아 ‘실망·안도’ 엇갈려
    • 입력 2013-09-01 20:38:27
    연합뉴스
"배신·실망감 느껴…차라리 부시가 대통령이었으면" vs "미국, 전쟁에 개입 않을 것" 미국 정부가 시리아에 대한 즉각적인 공습을 선택하는 대신 의회에 공을 넘기며 한 발짝 물러나자 시리아의 반군 지지자들이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일부는 이번 미국의 결정으로 전쟁 가능성이 작아졌다며 안도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1일(현지시간) 중동 현지 언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표를 TV 생중계로 본 시리아 주민은 앞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반정부 진영에 대한 탄압이 한층 더 대담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 사는 반군 지지자 사라(24)는 "배신당한 기분"이라며 "아사드는 이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갔다. 그는 지금까지 늘 이겨왔고 앞으로는 자신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반군조직 다마스쿠스 군사위원회의 무사브 아부 카타다는 알아사드가 지금까지 국제사회로부터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며 화학무기로 안 된다면 재래식 무기로 자국민을 살상하면 된다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 분석가 에밀 호카옘은 영국에 이어 미국마저 즉각적 개입에서 발을 빼면서 서방이 시리아의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모든 결정이 애매함만 더하게 될 것"이라며 "아사드는 재래식 무기로 자국민 살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반정부 진영을 대표하는 '시리아국가연합'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실망하는 동시에 미 의회가 시리아 공습 건을 승인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 단체의 고위 간부인 사미르 나샤르는 "대시리아 공습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미국 정부의 결정에 실망감을 느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의원들이 시리아 공습에 찬성할 것으로 믿는다"며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도 커졌다. 오바마의 연설을 지켜본 홈스 주민 움 하나(58)는 오바마에게 괜한 기대를 했다며 "그들은 아사드가 계속 자리를 지키길 원한다. 오바마는 말만 할 뿐 약하고 무능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다른 홈스 주민 아부 바삼(31)은 "차라리 부시가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며 "그는 실수로 시리아 대신 키프로스나 요르단을 침공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어떤 대응이라도 하긴 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반면 시리아 정부군 지지자들은 오바마의 결정이 화학무기 공격의 주체가 정부군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마스쿠스 주민인 아민(29)은 오바마 대통령을 "이성적이고 지적인 사람"이라고 묘사하며 "그는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에 정부군이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 전쟁에 개입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인 사상자가 나올 수 있거나 지역전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일에 깊이 연루되길 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리아 국영 일간 알타우라는 이날 1면 기사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를 예상치 못했다며 "역사적인 미국의 후퇴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블로그 '더케이블'은 미국이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 조짐을 포착하고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데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국 정보기관은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하기 사흘 전 시리아 정부군이 살상 화학무기를 발사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리아 반정부 활동가이자 보안통신 전문가인 들샤드 오트만은 "당신들이 알았다면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자신과 연락이 닿는 현지인 가운데 아무도 화학무기 공격 전 경고를 듣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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