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슈퍼부자’ 증세안 논란

입력 2013.09.05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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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슈퍼부자 증세안'을 들고 나오면서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고소득자 증세론이 다시 한번 시선을 받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관점에서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과 이미 상당한 세 부담을 지고 있는 고소득자에게 너무 가혹한 조치라는 분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소득세제보다 고소득 금융자산가에게 세금을 더 매기고 대기업이 받는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 열악한 재정상황 속 계속되는 증세론

정부가 복지 지출을 늘리는 가운데 세금을 늘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도 증세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실제 재정상황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6조2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1~6월 세수 실적은 92조1천8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1조5천938억원)보다 9조4천61억원이나 모자랐다.

이에 비해 올 상반기 재정지출 진도율은 57.9%로 2008~2012년 상반기 평균(56.3%)보다 1.6%포인트 높다.

즉 세금은 걷히지 않는데 경기 상황이 나쁘다 보니 지출을 늘리면서 재정상황이 극도로 악화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현 정부가 제시한 중앙공약에 필요한 자금 135조원, 지방공약 자금 124조원을 조달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부족한 부분을 지하경제 양성화로 해갈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야당과 학계에서는 정부가 솔직하게 증세 필요성을 털어놓고 국민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민주당의 이용섭, 안민석, 민병두 의원뿐 아니라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 등이 고소득자 증세안을 낸 것도 이런 여건을 감안한 것이다.

◇증세로 세수 확보…일부 선진국도 가세

고소득자 증세론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 표준을 '1억5천만원 초과'로 낮추면 5년간 약 3조5천296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 등 10명은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1억2천만원으로 대폭 내리고 최고세율도 42%로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이때 세수효과는 5년간 15조9천523억원이다.

나성린 의원 등 10명이 제시한 방안의 뼈대는 과표구간을 ▲5천만원 이하 ▲1억원 이하 ▲2억원 이하 ▲2억원 초과 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때 5년간 약 6천147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일부 선진국들도 재정부담이 커지자 부자 증세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고세율을 45% 이상으로 설정한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호주등 10개국이다.

영국의 경우 2010년 4월부터 기존 40% 최고세율에서 50% 세율구간을 신설했다. 미국도 39.6% 세율을 적용하는 45만 달러 이상 과표 구간을 새로 만들었다.

프랑스는 올해 초 '2013년 재정법'에서 연봉 15만유로(약 2억3천만원) 초과 소득에 대해 최고 세율을 41%에서 45%로 높였다.

◇"과도한 증세 부적절"…고액자산가 과세 등 대안도

민주당의 슈퍼부자 증세안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율 인상 폭이 너무 파격적"이라며 "고소득자의 부담을 늘린다는 면에서는 최고 세율 인상보다 오히려 정부의 세액공제 전환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도 "고소득자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45%에 지방소득세를 얹으면 49.5%로, 봉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가져가는 것"이라며 "이는 납세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 또 다른 조세회피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강병구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공평과세 측면에서 찬성한다"며 "연소득 10만달러(약 1억1천만원)인 소득자들의 실효세율을 비교하면 한국이 상당히 낮은데, 고소득자에 적용하는 최고 세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대안도 제시됐다.

김우철 교수는 "대기업에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은 양보하라고 해야 한다"며 "굳이 고용을 안 늘리고 유지만 해도 기본공제를 해주는데, 고용을 볼모로 한 세제지원은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강병구 소장은 "올해 세법개정안은 고액 금융자산가와 재벌 대기업은 건드리지 않았다"면서 "대기업 법인세를 강화하고, 금융자산에 대해 여전히 비과세하거나 저율 과세하는 부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훈 교수는 "독일에서는 '세금이 버는 것의 절반을 넘으면 안 된다'는 판례가 있듯이, 우리도 지방세를 포함한 소득세율을 40%로 하는 게 적당한 것 같다"며 "대신 고소득자 세 부담을 높이려면 현재 3억원인 소득세 최고 과표 구간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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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슈퍼부자’ 증세안 논란
    • 입력 2013-09-05 06:14:22
    연합뉴스
민주당이 '슈퍼부자 증세안'을 들고 나오면서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고소득자 증세론이 다시 한번 시선을 받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관점에서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과 이미 상당한 세 부담을 지고 있는 고소득자에게 너무 가혹한 조치라는 분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소득세제보다 고소득 금융자산가에게 세금을 더 매기고 대기업이 받는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 열악한 재정상황 속 계속되는 증세론 정부가 복지 지출을 늘리는 가운데 세금을 늘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도 증세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실제 재정상황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6조2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1~6월 세수 실적은 92조1천8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1조5천938억원)보다 9조4천61억원이나 모자랐다. 이에 비해 올 상반기 재정지출 진도율은 57.9%로 2008~2012년 상반기 평균(56.3%)보다 1.6%포인트 높다. 즉 세금은 걷히지 않는데 경기 상황이 나쁘다 보니 지출을 늘리면서 재정상황이 극도로 악화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현 정부가 제시한 중앙공약에 필요한 자금 135조원, 지방공약 자금 124조원을 조달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부족한 부분을 지하경제 양성화로 해갈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야당과 학계에서는 정부가 솔직하게 증세 필요성을 털어놓고 국민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민주당의 이용섭, 안민석, 민병두 의원뿐 아니라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 등이 고소득자 증세안을 낸 것도 이런 여건을 감안한 것이다. ◇증세로 세수 확보…일부 선진국도 가세 고소득자 증세론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 표준을 '1억5천만원 초과'로 낮추면 5년간 약 3조5천296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 등 10명은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1억2천만원으로 대폭 내리고 최고세율도 42%로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이때 세수효과는 5년간 15조9천523억원이다. 나성린 의원 등 10명이 제시한 방안의 뼈대는 과표구간을 ▲5천만원 이하 ▲1억원 이하 ▲2억원 이하 ▲2억원 초과 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때 5년간 약 6천147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일부 선진국들도 재정부담이 커지자 부자 증세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고세율을 45% 이상으로 설정한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호주등 10개국이다. 영국의 경우 2010년 4월부터 기존 40% 최고세율에서 50% 세율구간을 신설했다. 미국도 39.6% 세율을 적용하는 45만 달러 이상 과표 구간을 새로 만들었다. 프랑스는 올해 초 '2013년 재정법'에서 연봉 15만유로(약 2억3천만원) 초과 소득에 대해 최고 세율을 41%에서 45%로 높였다. ◇"과도한 증세 부적절"…고액자산가 과세 등 대안도 민주당의 슈퍼부자 증세안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율 인상 폭이 너무 파격적"이라며 "고소득자의 부담을 늘린다는 면에서는 최고 세율 인상보다 오히려 정부의 세액공제 전환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도 "고소득자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45%에 지방소득세를 얹으면 49.5%로, 봉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가져가는 것"이라며 "이는 납세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 또 다른 조세회피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강병구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공평과세 측면에서 찬성한다"며 "연소득 10만달러(약 1억1천만원)인 소득자들의 실효세율을 비교하면 한국이 상당히 낮은데, 고소득자에 적용하는 최고 세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대안도 제시됐다. 김우철 교수는 "대기업에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은 양보하라고 해야 한다"며 "굳이 고용을 안 늘리고 유지만 해도 기본공제를 해주는데, 고용을 볼모로 한 세제지원은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강병구 소장은 "올해 세법개정안은 고액 금융자산가와 재벌 대기업은 건드리지 않았다"면서 "대기업 법인세를 강화하고, 금융자산에 대해 여전히 비과세하거나 저율 과세하는 부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훈 교수는 "독일에서는 '세금이 버는 것의 절반을 넘으면 안 된다'는 판례가 있듯이, 우리도 지방세를 포함한 소득세율을 40%로 하는 게 적당한 것 같다"며 "대신 고소득자 세 부담을 높이려면 현재 3억원인 소득세 최고 과표 구간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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