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약품 시장에 리베이트가 만연한 이유는?

입력 2013.09.05 (08:35) 수정 2013.09.0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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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약계에서 리베이트는 더는 뉴스가 아니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약품시장에서는 왜 이렇게 리베이트가 만연한 걸까?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근절노력을 비웃듯 리베이트가 뿌리뽑히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단서를 담은 정부기관과 증권업계의 보고서가 나왔다.

5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펴낸 '2012년 보건산업백서'와 최근 나온 아이엠투자증권의 '변화하는 제약업' 분석리포트를 보면 리베이트가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우리나라 의약품산업과 의약품 자체의 특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내수 완제품 중심으로 짜였다. 2011년 국내 의약품 생산액 15조4천403억원 중에서 수출은 고작 9천435억원에 불과했다.

2011년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은 14조1천94억원, 원료의약품 생산실적은 1조3천309억원으로 완제의약품 비중이 91.4%에 달했다. 제약업체들이 신약 개발에 투자하기보다는 원료를 합성한 완제 의약품 생산에 열중한 것이다.

게다가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기업의 현황을 보면 중소 제조업체들이 난립해 시장에서 과당경쟁을 벌이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2012년 기준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기업은 270개이며, 의약품 도매업체는 2천500여개에 이른다.

이로 인해 수많은 영세 제약기업들이 똑같은 단순 복제약을 만들어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기업규모가 작다 보니 신약을 개발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 부담이 너무 커 복제약 생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같은 복제약을 두고 수많은 영세 제약사들이 경쟁을 벌이다 보니 리베이트가 만연하게 되고, 유통질서는 어지럽혀졌고, 국가의 건강보험재정은 악화했다는 것.

여기에 의약품 자체의 속성도 리베이트가 횡행하는데 한몫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로 의약품은 생명 및 건강과 직결돼 있어 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비용을 치르고 사려는, 가격 비(非)탄력적인 특성이 있다. 게다가 소비자는 의약품의 성분 및 효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의약품의 최종 선택권은 소비자가 아닌 처방의사에게 있다.

이런 까닭으로 제약기업들은 의약품에 대한 영업과 마케팅의 초점을 일반 소비자보다는 의사나 의료기관에 맞추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음성적인 리베이트가 오가는 일이 발생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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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의약품 시장에 리베이트가 만연한 이유는?
    • 입력 2013-09-05 08:35:01
    • 수정2013-09-05 09:43:57
    연합뉴스
국내 의약계에서 리베이트는 더는 뉴스가 아니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약품시장에서는 왜 이렇게 리베이트가 만연한 걸까?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근절노력을 비웃듯 리베이트가 뿌리뽑히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단서를 담은 정부기관과 증권업계의 보고서가 나왔다.

5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펴낸 '2012년 보건산업백서'와 최근 나온 아이엠투자증권의 '변화하는 제약업' 분석리포트를 보면 리베이트가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우리나라 의약품산업과 의약품 자체의 특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내수 완제품 중심으로 짜였다. 2011년 국내 의약품 생산액 15조4천403억원 중에서 수출은 고작 9천435억원에 불과했다.

2011년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은 14조1천94억원, 원료의약품 생산실적은 1조3천309억원으로 완제의약품 비중이 91.4%에 달했다. 제약업체들이 신약 개발에 투자하기보다는 원료를 합성한 완제 의약품 생산에 열중한 것이다.

게다가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기업의 현황을 보면 중소 제조업체들이 난립해 시장에서 과당경쟁을 벌이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2012년 기준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기업은 270개이며, 의약품 도매업체는 2천500여개에 이른다.

이로 인해 수많은 영세 제약기업들이 똑같은 단순 복제약을 만들어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기업규모가 작다 보니 신약을 개발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 부담이 너무 커 복제약 생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같은 복제약을 두고 수많은 영세 제약사들이 경쟁을 벌이다 보니 리베이트가 만연하게 되고, 유통질서는 어지럽혀졌고, 국가의 건강보험재정은 악화했다는 것.

여기에 의약품 자체의 속성도 리베이트가 횡행하는데 한몫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로 의약품은 생명 및 건강과 직결돼 있어 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비용을 치르고 사려는, 가격 비(非)탄력적인 특성이 있다. 게다가 소비자는 의약품의 성분 및 효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의약품의 최종 선택권은 소비자가 아닌 처방의사에게 있다.

이런 까닭으로 제약기업들은 의약품에 대한 영업과 마케팅의 초점을 일반 소비자보다는 의사나 의료기관에 맞추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음성적인 리베이트가 오가는 일이 발생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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