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가을 야구 이끄는 ‘김기태 리더십’

입력 2013.09.05 (08:51) 수정 2013.09.0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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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가을 잔치를 즐기지 못한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하나로 똘똘 뭉쳐 올 시즌 가을을 즐겁게 기다릴 수 있는 데에는 김기태(44) 감독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

LG는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2-1로 이겨 지난달 20일 이후 15일 만에 다시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달 20일, 18년 만에 처음으로 8월에 1위를 차지했음에도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으니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을 아꼈던 김 감독은 두번째로 1위에 등극하자 "오늘 기세를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1년 말 김기태 감독이 박종훈 전 감독의 후임으로 선임됐을 때 주변에서는 젊은 나이의 검증되지 않은 신인 감독이 팀 안팎으로 문제가 많은 LG를 잘 꾸려 나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969년생인 김 감독은 2011년 감독 선임 당시 42세에 불과해 현역 감독 중 가장 어렸다.

1964년생인 조계현 수석 코치보다도 5살이 어렸고, 주장 이병규(39·배번 9)보다는 5살, 최고령 선수 류택현(42)보다는 2살이 많을 뿐이었다.

LG는 김 감독을 선임하면서 현역 시절부터 '보스 기질'이 돋보였던 김 감독이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해 개성 강한 트윈스 선수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현역 시절 '왼손 거포'로 빼어난 기량을 발휘했던 김 감독은 기량에 못지않은 자상한 리더십으로 든든한 맏형 노릇을 하며 차기 감독감 0순위 후보로 거론됐었다.

은퇴 후 일본으로 건너가 한신 타이거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요미우리 코치로 활약한 김 감독은 LG에서 2군 감독으로 유망주를 1년 반 동안 지도하고 2011년 7월부터 수석코치로 1군 경기를 지켜보면서 LG 선수들을 파악해왔다.

고액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도 선수들의 지나친 스타의식과 모래알 같은 조직력이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LG에 평소 자상하지만 필요한 때 선수들을 휘어잡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김 감독은 적임자였다.

지난해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박현준·김성현 등 투수진의 기대주들이 승부조작에 휘말리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이택근과 송신영(이상 넥센), 조인성(SK)을 모두 뺏기는 등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김 감독은 당시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올 시즌 판을 새로 짰다.

2군 감독 출신답게 무리하게 비싼 선수들을 영입하기보다 내부에서 유망주들을 키우는 데 주력했고, 덕분에 신정락·문선재·김용의 등 주전급 뉴페이스들을 1군 엔트리에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투자할 필요가 있을 때는 결단력을 발휘, FA로 풀린 정현욱을 거액을 주고 영입해 불펜을 강화하는 한편 고질적 약점으로 꼽히던 안방마님 자리에 현재윤, 최경철을 데려와 앉히는 등 트레이드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시즌 중에도 직접 선수 개개인의 훈련을 지켜보며 직접 볼을 던져주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한편 면담을 통해 선수들의 심리적인 면도 보듬어 주는 모습도 보였다.

주장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등 고참들을 믿고 경기 안팎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힘을 북돋운 것 또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김 감독은 평소 경기 안팎으로 자신이 모든 것을 휘두르며 지시하기보다 코치진의 판단을 신뢰하면서 선수들이 자신이 할 일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격려해왔다.

휴식기에 훈련 스케줄이나 월요일 원정을 떠나는 시간을 선수들이 직접 짜도록 배려했고 옷차림이나 벌금 등 각종 규율도 선수단에 맡겼다.

김 감독이 인터뷰 때 앞으로 작전 구상이나 전망에 대해 섣불리 얘기하지 않고 특정 선수를 칭찬하기보다 팀 전체에 공을 돌리는 것 또한 자신의 생각만큼 코치진과 선수들의 생각도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예의와 원칙을 강조해 머리 염색을 금지하고 여름 훈련 때도 유니폼을 갖춰 입은 상태에서 훈련하도록 지시하는가 하면 훈련 시간을 늦추거나 줄이는 일 없이 철저하게 선수들을 관리했다.

선수들 또한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땡볕 아래서도 불평 없이 훈련에 임하는 등 김 감독의 이러한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 감독이 처음 선보여 이제 LG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손가락 세리머니'를 11년 만의 가을 잔치 때도 즐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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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 가을 야구 이끄는 ‘김기태 리더십’
    • 입력 2013-09-05 08:51:15
    • 수정2013-09-05 21:42:29
    연합뉴스
10년간 가을 잔치를 즐기지 못한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하나로 똘똘 뭉쳐 올 시즌 가을을 즐겁게 기다릴 수 있는 데에는 김기태(44) 감독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

LG는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2-1로 이겨 지난달 20일 이후 15일 만에 다시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달 20일, 18년 만에 처음으로 8월에 1위를 차지했음에도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으니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을 아꼈던 김 감독은 두번째로 1위에 등극하자 "오늘 기세를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1년 말 김기태 감독이 박종훈 전 감독의 후임으로 선임됐을 때 주변에서는 젊은 나이의 검증되지 않은 신인 감독이 팀 안팎으로 문제가 많은 LG를 잘 꾸려 나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969년생인 김 감독은 2011년 감독 선임 당시 42세에 불과해 현역 감독 중 가장 어렸다.

1964년생인 조계현 수석 코치보다도 5살이 어렸고, 주장 이병규(39·배번 9)보다는 5살, 최고령 선수 류택현(42)보다는 2살이 많을 뿐이었다.

LG는 김 감독을 선임하면서 현역 시절부터 '보스 기질'이 돋보였던 김 감독이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해 개성 강한 트윈스 선수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현역 시절 '왼손 거포'로 빼어난 기량을 발휘했던 김 감독은 기량에 못지않은 자상한 리더십으로 든든한 맏형 노릇을 하며 차기 감독감 0순위 후보로 거론됐었다.

은퇴 후 일본으로 건너가 한신 타이거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요미우리 코치로 활약한 김 감독은 LG에서 2군 감독으로 유망주를 1년 반 동안 지도하고 2011년 7월부터 수석코치로 1군 경기를 지켜보면서 LG 선수들을 파악해왔다.

고액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도 선수들의 지나친 스타의식과 모래알 같은 조직력이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LG에 평소 자상하지만 필요한 때 선수들을 휘어잡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김 감독은 적임자였다.

지난해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박현준·김성현 등 투수진의 기대주들이 승부조작에 휘말리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이택근과 송신영(이상 넥센), 조인성(SK)을 모두 뺏기는 등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김 감독은 당시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올 시즌 판을 새로 짰다.

2군 감독 출신답게 무리하게 비싼 선수들을 영입하기보다 내부에서 유망주들을 키우는 데 주력했고, 덕분에 신정락·문선재·김용의 등 주전급 뉴페이스들을 1군 엔트리에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투자할 필요가 있을 때는 결단력을 발휘, FA로 풀린 정현욱을 거액을 주고 영입해 불펜을 강화하는 한편 고질적 약점으로 꼽히던 안방마님 자리에 현재윤, 최경철을 데려와 앉히는 등 트레이드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시즌 중에도 직접 선수 개개인의 훈련을 지켜보며 직접 볼을 던져주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한편 면담을 통해 선수들의 심리적인 면도 보듬어 주는 모습도 보였다.

주장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등 고참들을 믿고 경기 안팎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힘을 북돋운 것 또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김 감독은 평소 경기 안팎으로 자신이 모든 것을 휘두르며 지시하기보다 코치진의 판단을 신뢰하면서 선수들이 자신이 할 일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격려해왔다.

휴식기에 훈련 스케줄이나 월요일 원정을 떠나는 시간을 선수들이 직접 짜도록 배려했고 옷차림이나 벌금 등 각종 규율도 선수단에 맡겼다.

김 감독이 인터뷰 때 앞으로 작전 구상이나 전망에 대해 섣불리 얘기하지 않고 특정 선수를 칭찬하기보다 팀 전체에 공을 돌리는 것 또한 자신의 생각만큼 코치진과 선수들의 생각도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예의와 원칙을 강조해 머리 염색을 금지하고 여름 훈련 때도 유니폼을 갖춰 입은 상태에서 훈련하도록 지시하는가 하면 훈련 시간을 늦추거나 줄이는 일 없이 철저하게 선수들을 관리했다.

선수들 또한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땡볕 아래서도 불평 없이 훈련에 임하는 등 김 감독의 이러한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 감독이 처음 선보여 이제 LG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손가락 세리머니'를 11년 만의 가을 잔치 때도 즐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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