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야구 한·일전, ‘기본기 차이’에 명암

입력 2013.09.05 (17:22) 수정 2013.09.0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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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타이완 타이중시 인터컨티넨털구장에서 벌어진 제26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한·일전의 명암은 기본기에서 확연하게 갈렸다.

한국을 무너뜨린 건 일본의 정확한 번트 두 방이었다.

0-1로 뒤진 한국의 2회 수비 때 무사 1,2루에서 나온 일본대표팀 8번 타자 모리 류마의 번트가 팽팽한 접전 분위기를 깼다.

모리는 한국의 왼손 투수 임지섭(제주고·LG 1차 지명)과 2루수 박찬호(장충고·KIA 지명), 1루수 임병욱(덕수고·넥센 1차 지명)이 잡을 수 없는 묘한 곳으로 번트를 밀었다.

보내기 번트가 아닌 살기 위한 세이프티 번트였다.

임지섭과 한국의 두 내야수가 타구를 잡고자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본대표팀의 세 주자가 모두 살았다.

조별리그에서 보내기 번트를 제대로 대지 못한 바람에 쿠바, 미국에 각각 1-2로 패해 조 3위로 밀린 한국으로서는 모리의 기막힌 번트 한방에 중심을 잃었다.

곧바로 무사 만루에서 9번 이쓰자키 유세이의 스윙을 반만 하다만 타구가 1루 선상을 타고 떼굴떼굴 굴러가는 행운의 내야 안타로 둔갑하면서 임지섭의 어깨는 축 늘어졌다.

무사 만루 황금 찬스에서 일본은 집요하게 한국을 물고 늘어져 2회에만 4점을 뽑아내고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모리는 6-0으로 달아난 5회 1사 1,3루에서도 투수 앞에 알맞은 속도로 떨어뜨린 스퀴즈 번트로 쐐기를 박았다.

반면 1회 1사 만루의 결정적인 기회에서 한 점도 뽑지 못한 한국은 2회 1사 1루에서 박찬호의 견제사, 3회 2사 1,2루에서 2루 주자 김태진(신일고·NC 지명)의 견제사로 찬스를 자꾸 허공에 날렸다.

끌려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따라붙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미완의 청소년대회에서 100% 완벽한 기본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성인 무대를 지향하고 실수를 최소로 줄여가는 일본 청소년 야구와 공수에서 집중력이 떨어진 한국 청소년 야구의 간극은 무척이나 커 보였다.

0-0이던 1회 1사 만루라는 절호의 찬스에서 한국의 두 타자가 짧은 스윙 대신 큰 스윙으로 일관해 기회를 그르친 것도 기본기와 무관치 않다.

정윤진(덕수고) 대표팀 감독은 "한국과 일본 고교야구 실력 차이를 정신력으로 극복하고자 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며 완패를 시인했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을 노리는 일본은 조별리그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6전 전승을 올리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멕시코, 체코 등 몇 수 아래인 팀을 콜드게임으로 대파하고 베네수엘라, 대만 등 2라운드 진출팀도 가볍게 제압하는 등 경기를 치를수록 강한 조직력을 뽐내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25회 대회에서 오타니 쇼헤이(현재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후지나미 신타로(한신) 등 특급 투수를 대동하고도 6위에 머문 일본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자 일찌감치 대회를 대비했다.

좌타자와 우타자가 절묘하게 섞인 일본 타선은 성인 대표팀 못지않은 정확한 타격과 정교한 배트 컨트롤을 뽐내며 일본은 상대팀 마운드를 쉽게 두들기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투수들의 컨트롤 또한 미국, 쿠바 등 경쟁국보다 한 수 위라는 평을 듣고 있어 일본이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릴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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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야구 한·일전, ‘기본기 차이’에 명암
    • 입력 2013-09-05 17:22:57
    • 수정2013-09-05 21:35:51
    연합뉴스
5일 타이완 타이중시 인터컨티넨털구장에서 벌어진 제26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한·일전의 명암은 기본기에서 확연하게 갈렸다. 한국을 무너뜨린 건 일본의 정확한 번트 두 방이었다. 0-1로 뒤진 한국의 2회 수비 때 무사 1,2루에서 나온 일본대표팀 8번 타자 모리 류마의 번트가 팽팽한 접전 분위기를 깼다. 모리는 한국의 왼손 투수 임지섭(제주고·LG 1차 지명)과 2루수 박찬호(장충고·KIA 지명), 1루수 임병욱(덕수고·넥센 1차 지명)이 잡을 수 없는 묘한 곳으로 번트를 밀었다. 보내기 번트가 아닌 살기 위한 세이프티 번트였다. 임지섭과 한국의 두 내야수가 타구를 잡고자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본대표팀의 세 주자가 모두 살았다. 조별리그에서 보내기 번트를 제대로 대지 못한 바람에 쿠바, 미국에 각각 1-2로 패해 조 3위로 밀린 한국으로서는 모리의 기막힌 번트 한방에 중심을 잃었다. 곧바로 무사 만루에서 9번 이쓰자키 유세이의 스윙을 반만 하다만 타구가 1루 선상을 타고 떼굴떼굴 굴러가는 행운의 내야 안타로 둔갑하면서 임지섭의 어깨는 축 늘어졌다. 무사 만루 황금 찬스에서 일본은 집요하게 한국을 물고 늘어져 2회에만 4점을 뽑아내고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모리는 6-0으로 달아난 5회 1사 1,3루에서도 투수 앞에 알맞은 속도로 떨어뜨린 스퀴즈 번트로 쐐기를 박았다. 반면 1회 1사 만루의 결정적인 기회에서 한 점도 뽑지 못한 한국은 2회 1사 1루에서 박찬호의 견제사, 3회 2사 1,2루에서 2루 주자 김태진(신일고·NC 지명)의 견제사로 찬스를 자꾸 허공에 날렸다. 끌려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따라붙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미완의 청소년대회에서 100% 완벽한 기본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성인 무대를 지향하고 실수를 최소로 줄여가는 일본 청소년 야구와 공수에서 집중력이 떨어진 한국 청소년 야구의 간극은 무척이나 커 보였다. 0-0이던 1회 1사 만루라는 절호의 찬스에서 한국의 두 타자가 짧은 스윙 대신 큰 스윙으로 일관해 기회를 그르친 것도 기본기와 무관치 않다. 정윤진(덕수고) 대표팀 감독은 "한국과 일본 고교야구 실력 차이를 정신력으로 극복하고자 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며 완패를 시인했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을 노리는 일본은 조별리그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6전 전승을 올리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멕시코, 체코 등 몇 수 아래인 팀을 콜드게임으로 대파하고 베네수엘라, 대만 등 2라운드 진출팀도 가볍게 제압하는 등 경기를 치를수록 강한 조직력을 뽐내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25회 대회에서 오타니 쇼헤이(현재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후지나미 신타로(한신) 등 특급 투수를 대동하고도 6위에 머문 일본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자 일찌감치 대회를 대비했다. 좌타자와 우타자가 절묘하게 섞인 일본 타선은 성인 대표팀 못지않은 정확한 타격과 정교한 배트 컨트롤을 뽐내며 일본은 상대팀 마운드를 쉽게 두들기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투수들의 컨트롤 또한 미국, 쿠바 등 경쟁국보다 한 수 위라는 평을 듣고 있어 일본이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릴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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