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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성폭행 사건서 드러난 ‘한심한 경찰’
입력 2013.09.05 (19:21) 수정 2013.09.05 (19:21) 연합뉴스
"교통사고 아닌 것 증명하면 수사하겠다"…엉터리 종결
영화 '괴물'과 닮아…'유족·네티즌의 힘'

15년전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내렸던 대구 여대생 사건이 검찰조사 결과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피신하다 발생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경찰의 허술한 수사내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화 '괴물'에서 경찰이 휴대전화 통화 기록만 조회해 보면 사라진 주인공의 딸을 찾을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과 매우 흡사할 정도로 수사는 엉성하게 이뤄지다 엉터리로 종결됐다.

1998년 10월 17일 오전 5시 10분께 구마고속도로 하행선 7.7㎞ 지점에서 정은희(당시 18세·대학 1년)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학교 축제기간이던 전날 오후 10시 30분께 술에 취한 동료를 바래다주러 나갔던 정양이 6시간여만에 학교에서 수 ㎞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변을 당한 것이다.

유족들은 사체에는 속옷이 모두 없어진 채 겉옷만 입혀진 점, 사고현장에서 3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정양의 속옷에서 정액이 발견된 점 등을 들며 "딸이 단순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성폭행 당한 후 살해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의문투성이인 이 사건에 대해 발생 한 달여만에 "정양이 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하다 23t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며 "현장에서 발견된 속옷은 정양의 것으로 보기 어려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지 않았다"며 서둘러 사건을 종결시켰다.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결과에서 보면 사건 다음날 정양의 속옷을 국과수에 보내 정액의 DNA를 검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듬해 경북대 법의학교실은 정양 부검감정서를 통해 "고속도로를 횡단한 점, 집의 반대방향으로 가려 한 점,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3%로 운동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라는 점 등은 흔히 보는 보행자의 교통사고와는 다르며 사고 전 신변에 중대한 위협을 받아 매우 긴박한 상황임을 암시해 준다"고 밝혔다.

여학생 아버지 정현조(66)씨는 "사고 발행 후 영안실에 도착했는데 (직원 등이) 딸이 팬티를 입지 않은 상태라는 걸 숨겼다"며 "또 사체 발견당시에는 없었던 브래지어를 누군가가 새 것으로 입혀 놓았다"고 말했다.

이후 유족들은 청와대, 법무부, 인권위 등에 60여차례에 걸쳐 탄원·진정서를 내며 "경찰이 제대로된 수사를 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관할 경찰서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답변뿐이었다.

경찰은 당시 "당신이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 수사를 시작하겠다", "결국 나한테 되돌아 올 걸 왜 쓸데없이 엉뚱한 데 진정을 하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조씨는 밝혔다.

조씨가 인터넷에 딸의 추모홈페이지(http://www.ibuksori.com)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고 네티즌들이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사건이 재조명 받았다.

달서경찰서 한 관계자는 "당시에도 성폭행 부분을 수사했는데 별다른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씨는 "다시는 나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며 "경찰이 피해자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더라면 초동수사를 놓치는 엉터리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여대생 성폭행 사건서 드러난 ‘한심한 경찰’
    • 입력 2013-09-05 19:21:12
    • 수정2013-09-05 19:21:48
    연합뉴스
"교통사고 아닌 것 증명하면 수사하겠다"…엉터리 종결
영화 '괴물'과 닮아…'유족·네티즌의 힘'

15년전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내렸던 대구 여대생 사건이 검찰조사 결과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피신하다 발생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경찰의 허술한 수사내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화 '괴물'에서 경찰이 휴대전화 통화 기록만 조회해 보면 사라진 주인공의 딸을 찾을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과 매우 흡사할 정도로 수사는 엉성하게 이뤄지다 엉터리로 종결됐다.

1998년 10월 17일 오전 5시 10분께 구마고속도로 하행선 7.7㎞ 지점에서 정은희(당시 18세·대학 1년)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학교 축제기간이던 전날 오후 10시 30분께 술에 취한 동료를 바래다주러 나갔던 정양이 6시간여만에 학교에서 수 ㎞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변을 당한 것이다.

유족들은 사체에는 속옷이 모두 없어진 채 겉옷만 입혀진 점, 사고현장에서 3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정양의 속옷에서 정액이 발견된 점 등을 들며 "딸이 단순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성폭행 당한 후 살해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의문투성이인 이 사건에 대해 발생 한 달여만에 "정양이 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하다 23t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며 "현장에서 발견된 속옷은 정양의 것으로 보기 어려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지 않았다"며 서둘러 사건을 종결시켰다.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결과에서 보면 사건 다음날 정양의 속옷을 국과수에 보내 정액의 DNA를 검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듬해 경북대 법의학교실은 정양 부검감정서를 통해 "고속도로를 횡단한 점, 집의 반대방향으로 가려 한 점,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3%로 운동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라는 점 등은 흔히 보는 보행자의 교통사고와는 다르며 사고 전 신변에 중대한 위협을 받아 매우 긴박한 상황임을 암시해 준다"고 밝혔다.

여학생 아버지 정현조(66)씨는 "사고 발행 후 영안실에 도착했는데 (직원 등이) 딸이 팬티를 입지 않은 상태라는 걸 숨겼다"며 "또 사체 발견당시에는 없었던 브래지어를 누군가가 새 것으로 입혀 놓았다"고 말했다.

이후 유족들은 청와대, 법무부, 인권위 등에 60여차례에 걸쳐 탄원·진정서를 내며 "경찰이 제대로된 수사를 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관할 경찰서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답변뿐이었다.

경찰은 당시 "당신이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 수사를 시작하겠다", "결국 나한테 되돌아 올 걸 왜 쓸데없이 엉뚱한 데 진정을 하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조씨는 밝혔다.

조씨가 인터넷에 딸의 추모홈페이지(http://www.ibuksori.com)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고 네티즌들이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사건이 재조명 받았다.

달서경찰서 한 관계자는 "당시에도 성폭행 부분을 수사했는데 별다른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씨는 "다시는 나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며 "경찰이 피해자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더라면 초동수사를 놓치는 엉터리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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