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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미야자키 하야오…생명 중시한 애니 거장
입력 2013.09.06 (17:34) 수정 2013.09.06 (22:22) 연합뉴스
6일 일본서 기자회견 열고 은퇴 선언 "나의 '창조적 순간'은 끝났다"

6일 은퇴를 공식 선언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꿰뚫는 키워드는 생명과 자연 그리고 전쟁이다.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부터 마지막 영화 '바람이 분다'(2013)까지, 그는 인간과 인간의 전쟁, 혹은 인간과 자연의 전쟁을 통해 오히려 비폭력을 주장하고 생명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거대 문명이 멸망한 후의 디스토피아를, '천공의 섬 라퓨타'(1986)는 망해버린 고도의 문명국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두 편에서 지구는 폐허로 변하고, 인간의 욕심은 지구의 멸망을 이끄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자연만을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인간들까지도 짓밟으려는 폭력성에 대한 비판도 두드러진다.

문명의 이기들이 되레 문명에 폐해를 주는 역설적인 상황마저 이어진다.

문명에 대한 미야자키 감독의 고민은 '원령공주'(1997)에서 더욱 깊어진다.

선악 개념이 분명했던 전작들에 비해 개발을 둘러싼 여러 논리가 중첩되면서 내용이 풍성해지는 덕택이다.

숲을 오염시키는 마을 사람들의 행위도 병자와 마을을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논리가 있고, 숲을 지키려는 동물들의 행동도 명분이 있다.

'이웃집 토토로'(1988)는 인간과 자연의 극한 대결보다는 자연 친화적인 주제에 방점을 뒀다.
 
어린 소녀의 눈에만 보이는 숲의 정령 토토로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삶의 이야기를 소녀의 성장담에 녹였다.

이러한 여주인공의 성장이야기는 '마녀배달부 키키'(1989)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과 궤를 같이한다.
 
여주인공들은 고난을 거치면서 세계와 삶의 비밀에 다가간다.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소녀의 성장담을 토대로 다양한 캐릭터와 수려한 영상미, 아름다운 음악을 섞으며 미야자키 감독에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평생 사회주의를 신봉한 인물답게 이상사회에 대한 염원과 반전사상은 그의 필모그래피에 그대로 녹아있다.
 
이 중 '붉은 돼지'(1992)는 군국주의 속에 갈등하다 인간이길 포기하는 돼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로 살겠다"는 주인공 포르코의 말처럼, 영화는 파시즘에 휩쓸려 개인이기를 포기하느니 차라리 나라를 버리겠다는 주인공의 실존적 고민을 담았다.

전쟁을 바라보는 미야자키 감독의 시선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르고 나서 만든 '바람이 분다'에선 '붉은 돼지' 때와 사뭇 다른 역사적 관점을 보인다.

주인공 호리코시 지로는 오로지 자신의 꿈을 위해 살상무기를 '열심히' 만든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태도인데, 전쟁에 대한 고뇌를 거의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더욱 퇴보한 모양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바람이 분다'까지 현대사에 휘몰아친 삶의 '바람'을 담아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평생 반전에 대한 메시지와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옹호한 그는 최근 한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은퇴를 시사했다.

"'창조적 순간'은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이었는데, 그때는 세계의 비밀이 뭔지 안 것 같은 때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순간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 ‘은퇴’ 미야자키 하야오…생명 중시한 애니 거장
    • 입력 2013-09-06 17:34:56
    • 수정2013-09-06 22:22:04
    연합뉴스
6일 일본서 기자회견 열고 은퇴 선언 "나의 '창조적 순간'은 끝났다"

6일 은퇴를 공식 선언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꿰뚫는 키워드는 생명과 자연 그리고 전쟁이다.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부터 마지막 영화 '바람이 분다'(2013)까지, 그는 인간과 인간의 전쟁, 혹은 인간과 자연의 전쟁을 통해 오히려 비폭력을 주장하고 생명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거대 문명이 멸망한 후의 디스토피아를, '천공의 섬 라퓨타'(1986)는 망해버린 고도의 문명국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두 편에서 지구는 폐허로 변하고, 인간의 욕심은 지구의 멸망을 이끄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자연만을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인간들까지도 짓밟으려는 폭력성에 대한 비판도 두드러진다.

문명의 이기들이 되레 문명에 폐해를 주는 역설적인 상황마저 이어진다.

문명에 대한 미야자키 감독의 고민은 '원령공주'(1997)에서 더욱 깊어진다.

선악 개념이 분명했던 전작들에 비해 개발을 둘러싼 여러 논리가 중첩되면서 내용이 풍성해지는 덕택이다.

숲을 오염시키는 마을 사람들의 행위도 병자와 마을을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논리가 있고, 숲을 지키려는 동물들의 행동도 명분이 있다.

'이웃집 토토로'(1988)는 인간과 자연의 극한 대결보다는 자연 친화적인 주제에 방점을 뒀다.
 
어린 소녀의 눈에만 보이는 숲의 정령 토토로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삶의 이야기를 소녀의 성장담에 녹였다.

이러한 여주인공의 성장이야기는 '마녀배달부 키키'(1989)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과 궤를 같이한다.
 
여주인공들은 고난을 거치면서 세계와 삶의 비밀에 다가간다.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소녀의 성장담을 토대로 다양한 캐릭터와 수려한 영상미, 아름다운 음악을 섞으며 미야자키 감독에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평생 사회주의를 신봉한 인물답게 이상사회에 대한 염원과 반전사상은 그의 필모그래피에 그대로 녹아있다.
 
이 중 '붉은 돼지'(1992)는 군국주의 속에 갈등하다 인간이길 포기하는 돼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로 살겠다"는 주인공 포르코의 말처럼, 영화는 파시즘에 휩쓸려 개인이기를 포기하느니 차라리 나라를 버리겠다는 주인공의 실존적 고민을 담았다.

전쟁을 바라보는 미야자키 감독의 시선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르고 나서 만든 '바람이 분다'에선 '붉은 돼지' 때와 사뭇 다른 역사적 관점을 보인다.

주인공 호리코시 지로는 오로지 자신의 꿈을 위해 살상무기를 '열심히' 만든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태도인데, 전쟁에 대한 고뇌를 거의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더욱 퇴보한 모양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바람이 분다'까지 현대사에 휘몰아친 삶의 '바람'을 담아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평생 반전에 대한 메시지와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옹호한 그는 최근 한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은퇴를 시사했다.

"'창조적 순간'은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이었는데, 그때는 세계의 비밀이 뭔지 안 것 같은 때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순간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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