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치의 근본적 치료를 가로 막는 원인은?
입력 2013.09.15 (08:45)
수정 2013.09.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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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이 붓고 피가 많이 나 치과를 찾은 60대 김 모 할머니는 이후 1년 반 가까이 의사 지시대로 3개월마다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잇몸 치료와 관리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는 잇몸뼈(치조골)까지 많이 상했다며 임플란트 시술을 권했다. 김 할머니는 의아했다. "3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왔는데 왜 뽑아야할 만큼 상태가 나빠졌을까"
이처럼 치주질환(잇몸·잇몸뼈 염증·소실) 치료를 받아도 쉽게 낫지 않고, 결국 잇몸을 절개해 수술하거나 이를 빼는 사례가 흔한 것은 치주질환의 근본 원인 치료를 가로막는 수가(건강보험공단이 의료서비스에 지급하는 대가) 체계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김영숙 기쁜마음치과 원장은 치과전문지 '월간 치과계' 9월호에 실은 '치주질환과 그 치료법'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바람만 불어도 이가 시리다는 뜻에서 흔히 '풍치'로 불리는 치주질환은 크게 치은염(gingivitis)과 치주염(periodontitis)으로 나뉜다. 치은염은 잇몸에만 염증이 있는 경우고 치주염은 염증이 잇몸 뿐 아니라
잇몸뼈 등에까지 퍼진 상태다. 세균이 일으킨 염증이 심해져 잇몸과 이 사이 조직의 손상 부위가 커지면 주머니 형태의 치주낭(periodontal pocket)이 생기는데, 이 치주낭의 깊이에 따라 치주질환의 진행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환자 상태가 '치은염' 수준이라면 플라크(plaque)라는 세균막과 이것이 굳어진 치석 등을 이 표면에서 떼어내는 스케일링(scaliing)만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개 치주낭 깊이가 4㎜를 넘어서면 잇몸뼈(치조골)·치주인대 등 치주조직이 이미 파괴된 '치주염' 단계로, 보다 까다로운 시술이 필요하다.
현재 치과병원 현장에서는 대표적 치주염 치료법으로 치주소파술(gingival curettage)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염증이 생긴 잇몸 조직을 기구로 긁어내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기고문에서 "염증이 생긴 치주낭 내벽을 긁어내는 치주소파술은 신체 면역반응일 뿐인 염증을 제거하는 것으로, 치주질환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을 없애는 것만으로 치료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원장은 가장 확실한 비외과적(비수술적) 치주염 치료법으로 SRP(Scailing and Root Planing)를 제시했다. SRP는 간단히 말해 세균·세균 독소에 오염됐거나 치석이 침착된 이 뿌리 부위를 치석 뿐 아니라 백악질·상아질 등 이의 일부까지 함께 제거해 표면을 매끈하게 만드는 시술을 말한다. 이처럼 이 뿌리 부분이 다듬어지면, 염증 때문에 이로부터 분리됐던 잇몸이 다시 이에 붙고 치주낭이 줄어들게 된다. 이 상태로 관리만 잘해주면 10년이상 치주조직이 건강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술의 난이도나 비용이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로 보상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 원장에 따르면 SRP를 제대로 시술하려면 전문적 교육을 받은 의사라도 위·아래턱 한쪽의 절반만 시술하는데 보통 1시간 반~2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큐렛(curette) 등 SRP에 필요한 기구를 갖추는데 45만~50만원의 비용이 들고, 네 번 정도만 SRP를 시술하면 날이 모두 닳아 또 구입해야한다. 이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 치주질환 시술 가운데 가장 건강보험 수가가 비싼 '치주소파술'조차 수가 수준이 약 1만5천원에 불과하다.
김 원장은 "미국에서는 SRP 시술 한 건에 250달러 정도의 치료비를 받는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한 번 시술에 10만원 정도가 드는 고가의 소모성 장비로 한 두 시간 치료한 뒤 1~2만원대의 수가를 받는다면 누가 SRP를 제대로 시술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현행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도 SRP와 비슷한 개념으로 '치근 활택술(root planing)'이라는 시술이 정의돼있지만, 오히려 수가가 1만원대 초반으로 치주소파술보다도 낮다.
치주과학회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치주소파술 뿐 아니라 활택술도 사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해외에서 200달러가 넘는 비용을 받고 1~2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치료를 따로 SRP로 정의한다면, 현행 국내 수가 체계 아래에서 의사들이 그 기준에 맞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SRP가 현행 수가체계상 활택술과 같은 시술인지 다른 시술인지, 효과가 더 좋은지 등은 관련 학계에서 의견이 모아져야할 것"이라며 "그 결과 만약 SRP를 구분해야할 필요가 있다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보통 미국에서는 SRP 전문 교육·실습에만 4년이 걸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수가 등의 문제로 현장에서 제대로 쓰일 일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SRP 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낮은 수가 때문에 SRP 같은 치주질환 근본 원인 치료가 소홀해진다면 장기적으로 치주질환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임플란트 등만 늘어 국민이 지불해야할 진료비는 계속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는 잇몸뼈(치조골)까지 많이 상했다며 임플란트 시술을 권했다. 김 할머니는 의아했다. "3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왔는데 왜 뽑아야할 만큼 상태가 나빠졌을까"
이처럼 치주질환(잇몸·잇몸뼈 염증·소실) 치료를 받아도 쉽게 낫지 않고, 결국 잇몸을 절개해 수술하거나 이를 빼는 사례가 흔한 것은 치주질환의 근본 원인 치료를 가로막는 수가(건강보험공단이 의료서비스에 지급하는 대가) 체계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김영숙 기쁜마음치과 원장은 치과전문지 '월간 치과계' 9월호에 실은 '치주질환과 그 치료법'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바람만 불어도 이가 시리다는 뜻에서 흔히 '풍치'로 불리는 치주질환은 크게 치은염(gingivitis)과 치주염(periodontitis)으로 나뉜다. 치은염은 잇몸에만 염증이 있는 경우고 치주염은 염증이 잇몸 뿐 아니라
잇몸뼈 등에까지 퍼진 상태다. 세균이 일으킨 염증이 심해져 잇몸과 이 사이 조직의 손상 부위가 커지면 주머니 형태의 치주낭(periodontal pocket)이 생기는데, 이 치주낭의 깊이에 따라 치주질환의 진행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환자 상태가 '치은염' 수준이라면 플라크(plaque)라는 세균막과 이것이 굳어진 치석 등을 이 표면에서 떼어내는 스케일링(scaliing)만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개 치주낭 깊이가 4㎜를 넘어서면 잇몸뼈(치조골)·치주인대 등 치주조직이 이미 파괴된 '치주염' 단계로, 보다 까다로운 시술이 필요하다.
현재 치과병원 현장에서는 대표적 치주염 치료법으로 치주소파술(gingival curettage)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염증이 생긴 잇몸 조직을 기구로 긁어내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기고문에서 "염증이 생긴 치주낭 내벽을 긁어내는 치주소파술은 신체 면역반응일 뿐인 염증을 제거하는 것으로, 치주질환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을 없애는 것만으로 치료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원장은 가장 확실한 비외과적(비수술적) 치주염 치료법으로 SRP(Scailing and Root Planing)를 제시했다. SRP는 간단히 말해 세균·세균 독소에 오염됐거나 치석이 침착된 이 뿌리 부위를 치석 뿐 아니라 백악질·상아질 등 이의 일부까지 함께 제거해 표면을 매끈하게 만드는 시술을 말한다. 이처럼 이 뿌리 부분이 다듬어지면, 염증 때문에 이로부터 분리됐던 잇몸이 다시 이에 붙고 치주낭이 줄어들게 된다. 이 상태로 관리만 잘해주면 10년이상 치주조직이 건강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술의 난이도나 비용이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로 보상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 원장에 따르면 SRP를 제대로 시술하려면 전문적 교육을 받은 의사라도 위·아래턱 한쪽의 절반만 시술하는데 보통 1시간 반~2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큐렛(curette) 등 SRP에 필요한 기구를 갖추는데 45만~50만원의 비용이 들고, 네 번 정도만 SRP를 시술하면 날이 모두 닳아 또 구입해야한다. 이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 치주질환 시술 가운데 가장 건강보험 수가가 비싼 '치주소파술'조차 수가 수준이 약 1만5천원에 불과하다.
김 원장은 "미국에서는 SRP 시술 한 건에 250달러 정도의 치료비를 받는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한 번 시술에 10만원 정도가 드는 고가의 소모성 장비로 한 두 시간 치료한 뒤 1~2만원대의 수가를 받는다면 누가 SRP를 제대로 시술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현행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도 SRP와 비슷한 개념으로 '치근 활택술(root planing)'이라는 시술이 정의돼있지만, 오히려 수가가 1만원대 초반으로 치주소파술보다도 낮다.
치주과학회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치주소파술 뿐 아니라 활택술도 사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해외에서 200달러가 넘는 비용을 받고 1~2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치료를 따로 SRP로 정의한다면, 현행 국내 수가 체계 아래에서 의사들이 그 기준에 맞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SRP가 현행 수가체계상 활택술과 같은 시술인지 다른 시술인지, 효과가 더 좋은지 등은 관련 학계에서 의견이 모아져야할 것"이라며 "그 결과 만약 SRP를 구분해야할 필요가 있다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보통 미국에서는 SRP 전문 교육·실습에만 4년이 걸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수가 등의 문제로 현장에서 제대로 쓰일 일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SRP 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낮은 수가 때문에 SRP 같은 치주질환 근본 원인 치료가 소홀해진다면 장기적으로 치주질환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임플란트 등만 늘어 국민이 지불해야할 진료비는 계속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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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9-15 08:45:22
- 수정2013-09-15 16:15:48
잇몸이 붓고 피가 많이 나 치과를 찾은 60대 김 모 할머니는 이후 1년 반 가까이 의사 지시대로 3개월마다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잇몸 치료와 관리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는 잇몸뼈(치조골)까지 많이 상했다며 임플란트 시술을 권했다. 김 할머니는 의아했다. "3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왔는데 왜 뽑아야할 만큼 상태가 나빠졌을까"
이처럼 치주질환(잇몸·잇몸뼈 염증·소실) 치료를 받아도 쉽게 낫지 않고, 결국 잇몸을 절개해 수술하거나 이를 빼는 사례가 흔한 것은 치주질환의 근본 원인 치료를 가로막는 수가(건강보험공단이 의료서비스에 지급하는 대가) 체계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김영숙 기쁜마음치과 원장은 치과전문지 '월간 치과계' 9월호에 실은 '치주질환과 그 치료법'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바람만 불어도 이가 시리다는 뜻에서 흔히 '풍치'로 불리는 치주질환은 크게 치은염(gingivitis)과 치주염(periodontitis)으로 나뉜다. 치은염은 잇몸에만 염증이 있는 경우고 치주염은 염증이 잇몸 뿐 아니라
잇몸뼈 등에까지 퍼진 상태다. 세균이 일으킨 염증이 심해져 잇몸과 이 사이 조직의 손상 부위가 커지면 주머니 형태의 치주낭(periodontal pocket)이 생기는데, 이 치주낭의 깊이에 따라 치주질환의 진행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환자 상태가 '치은염' 수준이라면 플라크(plaque)라는 세균막과 이것이 굳어진 치석 등을 이 표면에서 떼어내는 스케일링(scaliing)만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개 치주낭 깊이가 4㎜를 넘어서면 잇몸뼈(치조골)·치주인대 등 치주조직이 이미 파괴된 '치주염' 단계로, 보다 까다로운 시술이 필요하다.
현재 치과병원 현장에서는 대표적 치주염 치료법으로 치주소파술(gingival curettage)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염증이 생긴 잇몸 조직을 기구로 긁어내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기고문에서 "염증이 생긴 치주낭 내벽을 긁어내는 치주소파술은 신체 면역반응일 뿐인 염증을 제거하는 것으로, 치주질환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을 없애는 것만으로 치료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원장은 가장 확실한 비외과적(비수술적) 치주염 치료법으로 SRP(Scailing and Root Planing)를 제시했다. SRP는 간단히 말해 세균·세균 독소에 오염됐거나 치석이 침착된 이 뿌리 부위를 치석 뿐 아니라 백악질·상아질 등 이의 일부까지 함께 제거해 표면을 매끈하게 만드는 시술을 말한다. 이처럼 이 뿌리 부분이 다듬어지면, 염증 때문에 이로부터 분리됐던 잇몸이 다시 이에 붙고 치주낭이 줄어들게 된다. 이 상태로 관리만 잘해주면 10년이상 치주조직이 건강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술의 난이도나 비용이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로 보상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 원장에 따르면 SRP를 제대로 시술하려면 전문적 교육을 받은 의사라도 위·아래턱 한쪽의 절반만 시술하는데 보통 1시간 반~2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큐렛(curette) 등 SRP에 필요한 기구를 갖추는데 45만~50만원의 비용이 들고, 네 번 정도만 SRP를 시술하면 날이 모두 닳아 또 구입해야한다. 이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 치주질환 시술 가운데 가장 건강보험 수가가 비싼 '치주소파술'조차 수가 수준이 약 1만5천원에 불과하다.
김 원장은 "미국에서는 SRP 시술 한 건에 250달러 정도의 치료비를 받는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한 번 시술에 10만원 정도가 드는 고가의 소모성 장비로 한 두 시간 치료한 뒤 1~2만원대의 수가를 받는다면 누가 SRP를 제대로 시술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현행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도 SRP와 비슷한 개념으로 '치근 활택술(root planing)'이라는 시술이 정의돼있지만, 오히려 수가가 1만원대 초반으로 치주소파술보다도 낮다.
치주과학회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치주소파술 뿐 아니라 활택술도 사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해외에서 200달러가 넘는 비용을 받고 1~2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치료를 따로 SRP로 정의한다면, 현행 국내 수가 체계 아래에서 의사들이 그 기준에 맞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SRP가 현행 수가체계상 활택술과 같은 시술인지 다른 시술인지, 효과가 더 좋은지 등은 관련 학계에서 의견이 모아져야할 것"이라며 "그 결과 만약 SRP를 구분해야할 필요가 있다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보통 미국에서는 SRP 전문 교육·실습에만 4년이 걸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수가 등의 문제로 현장에서 제대로 쓰일 일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SRP 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낮은 수가 때문에 SRP 같은 치주질환 근본 원인 치료가 소홀해진다면 장기적으로 치주질환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임플란트 등만 늘어 국민이 지불해야할 진료비는 계속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는 잇몸뼈(치조골)까지 많이 상했다며 임플란트 시술을 권했다. 김 할머니는 의아했다. "3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왔는데 왜 뽑아야할 만큼 상태가 나빠졌을까"
이처럼 치주질환(잇몸·잇몸뼈 염증·소실) 치료를 받아도 쉽게 낫지 않고, 결국 잇몸을 절개해 수술하거나 이를 빼는 사례가 흔한 것은 치주질환의 근본 원인 치료를 가로막는 수가(건강보험공단이 의료서비스에 지급하는 대가) 체계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김영숙 기쁜마음치과 원장은 치과전문지 '월간 치과계' 9월호에 실은 '치주질환과 그 치료법'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바람만 불어도 이가 시리다는 뜻에서 흔히 '풍치'로 불리는 치주질환은 크게 치은염(gingivitis)과 치주염(periodontitis)으로 나뉜다. 치은염은 잇몸에만 염증이 있는 경우고 치주염은 염증이 잇몸 뿐 아니라
잇몸뼈 등에까지 퍼진 상태다. 세균이 일으킨 염증이 심해져 잇몸과 이 사이 조직의 손상 부위가 커지면 주머니 형태의 치주낭(periodontal pocket)이 생기는데, 이 치주낭의 깊이에 따라 치주질환의 진행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환자 상태가 '치은염' 수준이라면 플라크(plaque)라는 세균막과 이것이 굳어진 치석 등을 이 표면에서 떼어내는 스케일링(scaliing)만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개 치주낭 깊이가 4㎜를 넘어서면 잇몸뼈(치조골)·치주인대 등 치주조직이 이미 파괴된 '치주염' 단계로, 보다 까다로운 시술이 필요하다.
현재 치과병원 현장에서는 대표적 치주염 치료법으로 치주소파술(gingival curettage)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염증이 생긴 잇몸 조직을 기구로 긁어내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기고문에서 "염증이 생긴 치주낭 내벽을 긁어내는 치주소파술은 신체 면역반응일 뿐인 염증을 제거하는 것으로, 치주질환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을 없애는 것만으로 치료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원장은 가장 확실한 비외과적(비수술적) 치주염 치료법으로 SRP(Scailing and Root Planing)를 제시했다. SRP는 간단히 말해 세균·세균 독소에 오염됐거나 치석이 침착된 이 뿌리 부위를 치석 뿐 아니라 백악질·상아질 등 이의 일부까지 함께 제거해 표면을 매끈하게 만드는 시술을 말한다. 이처럼 이 뿌리 부분이 다듬어지면, 염증 때문에 이로부터 분리됐던 잇몸이 다시 이에 붙고 치주낭이 줄어들게 된다. 이 상태로 관리만 잘해주면 10년이상 치주조직이 건강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술의 난이도나 비용이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로 보상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 원장에 따르면 SRP를 제대로 시술하려면 전문적 교육을 받은 의사라도 위·아래턱 한쪽의 절반만 시술하는데 보통 1시간 반~2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큐렛(curette) 등 SRP에 필요한 기구를 갖추는데 45만~50만원의 비용이 들고, 네 번 정도만 SRP를 시술하면 날이 모두 닳아 또 구입해야한다. 이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 치주질환 시술 가운데 가장 건강보험 수가가 비싼 '치주소파술'조차 수가 수준이 약 1만5천원에 불과하다.
김 원장은 "미국에서는 SRP 시술 한 건에 250달러 정도의 치료비를 받는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한 번 시술에 10만원 정도가 드는 고가의 소모성 장비로 한 두 시간 치료한 뒤 1~2만원대의 수가를 받는다면 누가 SRP를 제대로 시술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현행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도 SRP와 비슷한 개념으로 '치근 활택술(root planing)'이라는 시술이 정의돼있지만, 오히려 수가가 1만원대 초반으로 치주소파술보다도 낮다.
치주과학회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치주소파술 뿐 아니라 활택술도 사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해외에서 200달러가 넘는 비용을 받고 1~2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치료를 따로 SRP로 정의한다면, 현행 국내 수가 체계 아래에서 의사들이 그 기준에 맞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SRP가 현행 수가체계상 활택술과 같은 시술인지 다른 시술인지, 효과가 더 좋은지 등은 관련 학계에서 의견이 모아져야할 것"이라며 "그 결과 만약 SRP를 구분해야할 필요가 있다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보통 미국에서는 SRP 전문 교육·실습에만 4년이 걸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수가 등의 문제로 현장에서 제대로 쓰일 일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SRP 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낮은 수가 때문에 SRP 같은 치주질환 근본 원인 치료가 소홀해진다면 장기적으로 치주질환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임플란트 등만 늘어 국민이 지불해야할 진료비는 계속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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