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정부 재정 얼마나 심각하길래? 이례적 예산 구조조정
입력 2013.09.15 (08:47) 수정 2013.09.15 (14:56) 연합뉴스
정부가 하반기 집행 사업비를 축소하기로 한 것은 세수부족에 대비한 선제대응으로 풀이된다.

정부 세입예산은 올해 210조원으로 잡혔지만, 현 세입 추계로 볼 때 7조~8조원의 펑크가 예상된다. 정부는 세수부족액이 매년 5조~6조원 가량 발생하는 불용예산으로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불용예산을 이 정도 규모로 확보하려면 일찌감치 지출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게다가 세수가 줄면 올해 잡힌 일부 예산사업에 돈을 대지 못하는 '난감'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쓰고 싶어도 정부가 내줄 돈이 없어서다.

이미 정부 재정관리에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상반기 관리재정수지는 46조2천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증가액이 불과 1년전보다 16조2천억원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수준(40조5천억원)을 6조원 가까이 초과한 것이다.

국민연금·사학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는 28조6천억원 적자로 1년 전보다 적자폭이 17조1천억원 늘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국회 답변에서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규모가 크고 세수가 덜 걷혔기 때문"이라며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으로 세수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적자는 상당폭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관리재정수지가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을 짤 때 전망한 수준인 23조4천억원에 근접하리라는 예상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세수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1분기 0.4%에서 0.7%로 다소 늘고 경상수지 흑자 흑자가 1~7월 365억5천만달러에 이르는 등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기업 설비투자는 여전히 부진하고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 등 민간부문의 회복모멘텀은 취약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대외불안요인도 여전하다. 선진국의 통화축소로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의 경기가 위축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고스란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들어올 돈이 없으면 나갈 돈을 제어해야 한다. 예산 당국이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효율성이 낮거나 불요불급한 사업예산 집행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기재부는 연말까지 부처별로 미집행 사업예산의 15%, 기본경비의 15%를 깎아 세수 부족에 대비하라고 요구했다.

예년 이맘때는 불용예산을 최소화하고자 재정집행을 독려했고 연말에 가서야 예산낭비를 막는 차원에서 불요불급한 사업예산 집행을 줄이라고 했던 것과 딴판이다.

김상규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올해는 세수 상황이 좋지 않아 예년보다 빨리 사업예산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업예산 규모가 큰 국토부, 농림부, 해수부 등 주요 부처 가운데 예산집행이 하반기로 밀린 사업은 일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경기활성화를 위한 예산이나 굵직한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예산은 상반기에 일찌감치 집행이 됐다. 정부도 재정지출이 미세한 경기 회복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을 우려, 경기활성화를 위한 예산은 오히
려 늘리거나 예정대로 집행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집행이 밀린 중소규모 사업예산과 함께 부처의 경비성 예산 축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선 부처의 한 관계자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업예산을 깎기가 쉽지 않아 업무추진비 등 부처의 경비성 지출을 줄이는 게 손쉬운 방법"이라며 "과장급은 외부인과 식사를 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업무추진비가 깎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 예산작업도 늦춰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업을 뒷받침하려면 5년간 135조원의 돈이 필요하다. 당장 내년에만 17조원이 들어간다.

그러나 뚜렷이 살아나지 않은 경제 상황은 내년 세수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보다 세수가 나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사회복지예산 확대에 따른 세출구조조정 작업은 지난달 세법개정안에 대한 중산층 반발에서 볼 수 있듯 마음 놓고 추진하기도 어렵다. 이미 지역 국회의원들과 지자체는 지방 SOC 사업축소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은 추석연휴를 마친 이달 마지막 주에 마무리된다. 각 부처의 예산요구액 364조7천억원(올해 예산대비 6.6% 증액)을 어느 정도 제어한다 해도 늘어나는 복지예산과 늘지 않는 세수를 고려하면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정부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는 올초 추경예산 때 중기재정계획을 통해 내년 5조5천억원 적자, 2015년 4조8천억원 적자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0조~30조에 이를 것으로 본다.

기재부 관계자는 "복지예산을 줄여야 할지, 재정 적자 확대를 감내하더라도 복지공약사업을 이행할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재정 얼마나 심각하길래? 이례적 예산 구조조정
    • 입력 2013-09-15 08:47:45
    • 수정2013-09-15 14:56:54
    연합뉴스
정부가 하반기 집행 사업비를 축소하기로 한 것은 세수부족에 대비한 선제대응으로 풀이된다.

정부 세입예산은 올해 210조원으로 잡혔지만, 현 세입 추계로 볼 때 7조~8조원의 펑크가 예상된다. 정부는 세수부족액이 매년 5조~6조원 가량 발생하는 불용예산으로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불용예산을 이 정도 규모로 확보하려면 일찌감치 지출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게다가 세수가 줄면 올해 잡힌 일부 예산사업에 돈을 대지 못하는 '난감'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쓰고 싶어도 정부가 내줄 돈이 없어서다.

이미 정부 재정관리에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상반기 관리재정수지는 46조2천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증가액이 불과 1년전보다 16조2천억원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수준(40조5천억원)을 6조원 가까이 초과한 것이다.

국민연금·사학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는 28조6천억원 적자로 1년 전보다 적자폭이 17조1천억원 늘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국회 답변에서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규모가 크고 세수가 덜 걷혔기 때문"이라며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으로 세수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적자는 상당폭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관리재정수지가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을 짤 때 전망한 수준인 23조4천억원에 근접하리라는 예상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세수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1분기 0.4%에서 0.7%로 다소 늘고 경상수지 흑자 흑자가 1~7월 365억5천만달러에 이르는 등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기업 설비투자는 여전히 부진하고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 등 민간부문의 회복모멘텀은 취약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대외불안요인도 여전하다. 선진국의 통화축소로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의 경기가 위축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고스란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들어올 돈이 없으면 나갈 돈을 제어해야 한다. 예산 당국이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효율성이 낮거나 불요불급한 사업예산 집행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기재부는 연말까지 부처별로 미집행 사업예산의 15%, 기본경비의 15%를 깎아 세수 부족에 대비하라고 요구했다.

예년 이맘때는 불용예산을 최소화하고자 재정집행을 독려했고 연말에 가서야 예산낭비를 막는 차원에서 불요불급한 사업예산 집행을 줄이라고 했던 것과 딴판이다.

김상규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올해는 세수 상황이 좋지 않아 예년보다 빨리 사업예산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업예산 규모가 큰 국토부, 농림부, 해수부 등 주요 부처 가운데 예산집행이 하반기로 밀린 사업은 일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경기활성화를 위한 예산이나 굵직한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예산은 상반기에 일찌감치 집행이 됐다. 정부도 재정지출이 미세한 경기 회복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을 우려, 경기활성화를 위한 예산은 오히
려 늘리거나 예정대로 집행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집행이 밀린 중소규모 사업예산과 함께 부처의 경비성 예산 축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선 부처의 한 관계자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업예산을 깎기가 쉽지 않아 업무추진비 등 부처의 경비성 지출을 줄이는 게 손쉬운 방법"이라며 "과장급은 외부인과 식사를 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업무추진비가 깎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 예산작업도 늦춰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업을 뒷받침하려면 5년간 135조원의 돈이 필요하다. 당장 내년에만 17조원이 들어간다.

그러나 뚜렷이 살아나지 않은 경제 상황은 내년 세수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보다 세수가 나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사회복지예산 확대에 따른 세출구조조정 작업은 지난달 세법개정안에 대한 중산층 반발에서 볼 수 있듯 마음 놓고 추진하기도 어렵다. 이미 지역 국회의원들과 지자체는 지방 SOC 사업축소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은 추석연휴를 마친 이달 마지막 주에 마무리된다. 각 부처의 예산요구액 364조7천억원(올해 예산대비 6.6% 증액)을 어느 정도 제어한다 해도 늘어나는 복지예산과 늘지 않는 세수를 고려하면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정부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는 올초 추경예산 때 중기재정계획을 통해 내년 5조5천억원 적자, 2015년 4조8천억원 적자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0조~30조에 이를 것으로 본다.

기재부 관계자는 "복지예산을 줄여야 할지, 재정 적자 확대를 감내하더라도 복지공약사업을 이행할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