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영화로 美 아카데미상 첫 도전

입력 2013.09.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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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적인 영화상영을 금지하고 여성의 사회활동도 엄격히 제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 나라 최초의 여성감독이 만든 여성주의 영화 한편이 사우디 영화사를 새로 써 내려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과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문화·예술협회(SASCA)는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의 '와즈다'를 내년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술탄 알 바지에 협회장은 성명을 통해 "자국 영화를 아카데미에 출품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라며 "와즈다가 해외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타는 등 성공을 거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와즈다'는 사우디 최초의 여성감독인 만수르의 첫 장편영화이며 사우디 안에서만 촬영된 첫번째 영화로도 알려져 있다.

이 영화는 여자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자전거에 매료된 '와즈다'라는 이름의 열 살배기 소녀가 녹색 자전거를 사려고 몰래 용돈벌이를 하고 상금이 걸린 코란 암송 대회에 나가는 등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독일과 사우디 영화사가 공동 제작한 '와즈다'는 201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호평을 받았고 그해 두바이 영화제 최우수 아랍영화상을 받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한국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미국에서는 지난 13일 3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엄격한 남녀 분리정책으로 영화 공개상영도 금하는 사우디가 '와즈다'를 아카데미에 내놓기로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사우디 정부는 영화가 대중을 현혹하고 극장이 남녀 간 교제를 유발한다는 등의 이유로 영화 상영을 금지해 오다 금지 조치 30년 만인 2008년 한시적으로 이를 허용한 바 있다.

사우디에서는 여성들의 사회활동도 엄격하게 제한돼 자전거·오토바이 타기도 올해 3월부터 특정 장소에서 남성 후견인을 동반한 경우에만 간신히 허용됐다. 운전도 여전히 금지돼 있으며 학업, 취업도 남성 후견인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보수적인 지역에서 이 영화를 촬영할 당시 만수르 감독은 남성 스태프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밴 자동차 안에서 무전기로 지시를 내려야 했으며, 현지 주민들 일부가 소리를 지르며 촬영을 방해하기도 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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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여성영화로 美 아카데미상 첫 도전
    • 입력 2013-09-16 13:56:49
    연합뉴스
공개적인 영화상영을 금지하고 여성의 사회활동도 엄격히 제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 나라 최초의 여성감독이 만든 여성주의 영화 한편이 사우디 영화사를 새로 써 내려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과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문화·예술협회(SASCA)는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의 '와즈다'를 내년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술탄 알 바지에 협회장은 성명을 통해 "자국 영화를 아카데미에 출품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라며 "와즈다가 해외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타는 등 성공을 거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와즈다'는 사우디 최초의 여성감독인 만수르의 첫 장편영화이며 사우디 안에서만 촬영된 첫번째 영화로도 알려져 있다. 이 영화는 여자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자전거에 매료된 '와즈다'라는 이름의 열 살배기 소녀가 녹색 자전거를 사려고 몰래 용돈벌이를 하고 상금이 걸린 코란 암송 대회에 나가는 등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독일과 사우디 영화사가 공동 제작한 '와즈다'는 201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호평을 받았고 그해 두바이 영화제 최우수 아랍영화상을 받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한국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미국에서는 지난 13일 3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엄격한 남녀 분리정책으로 영화 공개상영도 금하는 사우디가 '와즈다'를 아카데미에 내놓기로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사우디 정부는 영화가 대중을 현혹하고 극장이 남녀 간 교제를 유발한다는 등의 이유로 영화 상영을 금지해 오다 금지 조치 30년 만인 2008년 한시적으로 이를 허용한 바 있다. 사우디에서는 여성들의 사회활동도 엄격하게 제한돼 자전거·오토바이 타기도 올해 3월부터 특정 장소에서 남성 후견인을 동반한 경우에만 간신히 허용됐다. 운전도 여전히 금지돼 있으며 학업, 취업도 남성 후견인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보수적인 지역에서 이 영화를 촬영할 당시 만수르 감독은 남성 스태프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밴 자동차 안에서 무전기로 지시를 내려야 했으며, 현지 주민들 일부가 소리를 지르며 촬영을 방해하기도 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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