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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경찰의 이상한 노파심…‘사건 감추기’ 급급
입력 2013.09.22 (07:54) 연합뉴스
울산경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잇따라 강력사건 공개를 꺼려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7일 새벽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 복면한 두 명이 침입해 스마트폰 45대를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둔기로 유리를 깨고 들어가 경비업체 출동에 대비해 40초 만에 스마트폰을 챙겨 달아나는 대담함과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탐문수사를 통해 사건발생 3일 만에 10대 4명과 20대 2명으로 구성된 일당 6명을 검거, 주범인 10대 2명을 구속했다.

10대가 다수 포함돼 더욱 심각성이 큰 이 사건은 그러나 자칫 공개되지 않고 묻힐 뻔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사건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민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사건이나 자료 공개를 자제하라는 경찰청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고도 실적을 자랑할 수 없는 처지가 된 울주경찰서가 직접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언론 취재가 시작됐다.

그런데도 울산경찰청은 울주서가 확보한 범행 현장의 CCTV 영상파일 여러 개 가운데 1개만 공개하도록 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절도범들이 매장을 드나드는 모습이 보일 뿐, 정작 스마트폰을 훔치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

이 때문에 언론이 피해 매장을 찾아가 영상을 확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7월에도 도심에서 패싸움을 벌인 조직폭력배 15명을 검거하고도 역시 '국민 정서를 고려하라는 경찰청 지침'을 이유로 사건 내용과 CCTV 영상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울산경찰의 이런 해석은 정작 지침을 내린 경찰청의 의도와는 크게 다르다.

경찰청은 그동안 간부회의나 지방청 화상회의를 통해 2∼3차례 비슷한 취지의 구두지침을 전달한 적이 있다고 22일 밝혔다.

다만, 경찰청이 거론한 예시를 보면 울산경찰청이 지침을 적용한 사례와는 거리감이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간혹 일선 형사들이 자신이 해결한 사건을 부각시키려는 욕심에 오원춘 사건과 같은 잔혹한 범죄나 성범죄 수법을 필요 이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국민의 정서적 충격과 불안감,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 침해 등을 고려해 그런 식의 보도를 예방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명문화된 지침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각 지방경찰청이 개별 사건의 필요에 따라 이를 활용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울산경찰청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자의적으로 지침을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로는 경찰청이 시행하는 체감안전도나 치안만족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다.

실제로 울산경찰청은 최근 경찰관의 자살기도자 구조 등 미담은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반면, 강력사건은 발생부터 감추기에 급급해 조직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형사는 "강력사건을 감추고 축소하는 것은 치안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특히 검거실적마저 숨기는 것은 오히려 형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범죄가 발생했더라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면,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이 잠재적인 범죄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범죄 예방효과가 크다"면서 "요즘 시대에 누가 휴대전화 훔치는 영상으로 충격을 받고 불안해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사건을 감추려는 의도는 아니며, 필요 이상의 시민 동요를 예방하자는 취지일 뿐이다"면서 "경찰청 지침 적용은 뚜렷한 정답이 없는 것이어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고 정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울산 경찰의 이상한 노파심…‘사건 감추기’ 급급
    • 입력 2013-09-22 07:54:49
    연합뉴스
울산경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잇따라 강력사건 공개를 꺼려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7일 새벽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 복면한 두 명이 침입해 스마트폰 45대를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둔기로 유리를 깨고 들어가 경비업체 출동에 대비해 40초 만에 스마트폰을 챙겨 달아나는 대담함과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탐문수사를 통해 사건발생 3일 만에 10대 4명과 20대 2명으로 구성된 일당 6명을 검거, 주범인 10대 2명을 구속했다.

10대가 다수 포함돼 더욱 심각성이 큰 이 사건은 그러나 자칫 공개되지 않고 묻힐 뻔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사건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민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사건이나 자료 공개를 자제하라는 경찰청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고도 실적을 자랑할 수 없는 처지가 된 울주경찰서가 직접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언론 취재가 시작됐다.

그런데도 울산경찰청은 울주서가 확보한 범행 현장의 CCTV 영상파일 여러 개 가운데 1개만 공개하도록 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절도범들이 매장을 드나드는 모습이 보일 뿐, 정작 스마트폰을 훔치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

이 때문에 언론이 피해 매장을 찾아가 영상을 확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7월에도 도심에서 패싸움을 벌인 조직폭력배 15명을 검거하고도 역시 '국민 정서를 고려하라는 경찰청 지침'을 이유로 사건 내용과 CCTV 영상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울산경찰의 이런 해석은 정작 지침을 내린 경찰청의 의도와는 크게 다르다.

경찰청은 그동안 간부회의나 지방청 화상회의를 통해 2∼3차례 비슷한 취지의 구두지침을 전달한 적이 있다고 22일 밝혔다.

다만, 경찰청이 거론한 예시를 보면 울산경찰청이 지침을 적용한 사례와는 거리감이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간혹 일선 형사들이 자신이 해결한 사건을 부각시키려는 욕심에 오원춘 사건과 같은 잔혹한 범죄나 성범죄 수법을 필요 이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국민의 정서적 충격과 불안감,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 침해 등을 고려해 그런 식의 보도를 예방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명문화된 지침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각 지방경찰청이 개별 사건의 필요에 따라 이를 활용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울산경찰청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자의적으로 지침을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로는 경찰청이 시행하는 체감안전도나 치안만족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다.

실제로 울산경찰청은 최근 경찰관의 자살기도자 구조 등 미담은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반면, 강력사건은 발생부터 감추기에 급급해 조직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형사는 "강력사건을 감추고 축소하는 것은 치안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특히 검거실적마저 숨기는 것은 오히려 형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범죄가 발생했더라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면,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이 잠재적인 범죄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범죄 예방효과가 크다"면서 "요즘 시대에 누가 휴대전화 훔치는 영상으로 충격을 받고 불안해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사건을 감추려는 의도는 아니며, 필요 이상의 시민 동요를 예방하자는 취지일 뿐이다"면서 "경찰청 지침 적용은 뚜렷한 정답이 없는 것이어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고 정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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