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손, 두 차례 슬럼프 딛고 1천만 달러 주인공

입력 2013.09.23 (08:52) 수정 2013.09.2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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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3시즌 페덱스컵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헨리크 스텐손(37·스웨덴)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바로 2009년 3월 월드골프챔피언십 CA챔피언십 당시 선보인 일명 '팬티 샷'이다.

그는 당시 공이 진흙밭으로 날아가자 진흙이 튈 것을 염려해 팬티만 남긴 채 옷을 홀딱 벗고 샷을 날려 말 그대로 전 세계 방송과 신문 지상을 자신의 '필드 위 속옷 패션쇼'로 장식했다.

이 장면은 그가 위기를 맞았을 때 얕은수로 이를 빠져나오려 하기보다 정면으로 돌파하는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두 차례나 겪어야 했던 슬럼프를 빠져나오는 과정도 어떻게 보면 이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스텐손은 2011년 여름 스웨덴의 한 지역 클럽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었다.

한때 세계 랭킹 4위까지 올랐고 2009년에는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도 제패한 그였지만 2011년 PGA 챔피언십에는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다.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자괴감에 넋을 놓고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어지간한 골프팬이라 해도 알기 어려운 지역 대회에 출전하며 재기의 칼을 갈았다.

그 대회에서도 우승은 하지 못하고 2위를 한 스텐손은 당시 한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래도 최근 2년 사이에 가장 좋은 성적"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연습보다 좋은 것이 대회 출전"이라고 말했다.

2001년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스텐손은 2003년부터 슬럼프에 빠져 세계 랭킹이 621위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2004년 유럽투어 헤리티지에서 개인 2승째를 거두며 재기에 성공한 그는 2007년까지 통산 6승을 따냈고 PGA 투어에서도 2009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각종 악재가 겹치며 다시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후원사와 법정 소송을 벌이며 경기에 전념하기 어려웠고 허약해진 몸에는 바이러스성 폐렴, 수인성 기생충 감염 등의 병이 끊이지 않았다.

불과 19개월 전 스텐손의 세계 랭킹은 230위까지 다시 밀려났고 그가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하지만 스텐손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는 이달 초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나서 "인생이란 것이 잘 나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것처럼 골프나 주식도 마찬가지"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슬럼프 탈출에는 묘약이 없다"며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기 마련"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처음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빠른 탈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도록 애썼다"고 설명하며 "당장 이번 주를 본 것이 아니라 최소한 2개월 이상을 내다보면서 준비했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지난해 말 유럽투어 남아공 오픈에서 우승하며 두 번째 재기에 성공했고 올해 4월에는 PGA 투어 셸 휴스턴오픈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하며 마스터스 출전권을 획득해 자신감을 되찾았다.

다시 감을 잡은 그의 앞길에는 거침이 없었다.

스코틀랜드오픈 공동 3위, 브리티시오픈 단독 2위, 브리지스톤 대회 공동 2위를 차지했고 2년 전에는 나가지도 못했던 PGA 챔피언십에서 단독 3위의 성적을 냈다.

이어 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4개 대회 가운데 2개 대회를 휩쓸며 2013시즌 PGA 투어 챔피언에 등극했다.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천만 달러는 그가 그동안 재기를 위해 몸부림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는 도이체방크 챔피언십 우승 이후 한 스웨덴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내 선수 경력의 최고 전성기"라고 말했다.

PGA 투어 페덱스컵과 투어챔피언십을 석권한 이날 그의 소감은 따로 들어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터다. 스텐손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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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텐손, 두 차례 슬럼프 딛고 1천만 달러 주인공
    • 입력 2013-09-23 08:52:31
    • 수정2013-09-23 08: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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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3시즌 페덱스컵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헨리크 스텐손(37·스웨덴)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바로 2009년 3월 월드골프챔피언십 CA챔피언십 당시 선보인 일명 '팬티 샷'이다.

그는 당시 공이 진흙밭으로 날아가자 진흙이 튈 것을 염려해 팬티만 남긴 채 옷을 홀딱 벗고 샷을 날려 말 그대로 전 세계 방송과 신문 지상을 자신의 '필드 위 속옷 패션쇼'로 장식했다.

이 장면은 그가 위기를 맞았을 때 얕은수로 이를 빠져나오려 하기보다 정면으로 돌파하는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두 차례나 겪어야 했던 슬럼프를 빠져나오는 과정도 어떻게 보면 이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스텐손은 2011년 여름 스웨덴의 한 지역 클럽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었다.

한때 세계 랭킹 4위까지 올랐고 2009년에는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도 제패한 그였지만 2011년 PGA 챔피언십에는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다.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자괴감에 넋을 놓고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어지간한 골프팬이라 해도 알기 어려운 지역 대회에 출전하며 재기의 칼을 갈았다.

그 대회에서도 우승은 하지 못하고 2위를 한 스텐손은 당시 한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래도 최근 2년 사이에 가장 좋은 성적"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연습보다 좋은 것이 대회 출전"이라고 말했다.

2001년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스텐손은 2003년부터 슬럼프에 빠져 세계 랭킹이 621위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2004년 유럽투어 헤리티지에서 개인 2승째를 거두며 재기에 성공한 그는 2007년까지 통산 6승을 따냈고 PGA 투어에서도 2009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각종 악재가 겹치며 다시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후원사와 법정 소송을 벌이며 경기에 전념하기 어려웠고 허약해진 몸에는 바이러스성 폐렴, 수인성 기생충 감염 등의 병이 끊이지 않았다.

불과 19개월 전 스텐손의 세계 랭킹은 230위까지 다시 밀려났고 그가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하지만 스텐손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는 이달 초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나서 "인생이란 것이 잘 나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것처럼 골프나 주식도 마찬가지"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슬럼프 탈출에는 묘약이 없다"며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기 마련"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처음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빠른 탈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도록 애썼다"고 설명하며 "당장 이번 주를 본 것이 아니라 최소한 2개월 이상을 내다보면서 준비했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지난해 말 유럽투어 남아공 오픈에서 우승하며 두 번째 재기에 성공했고 올해 4월에는 PGA 투어 셸 휴스턴오픈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하며 마스터스 출전권을 획득해 자신감을 되찾았다.

다시 감을 잡은 그의 앞길에는 거침이 없었다.

스코틀랜드오픈 공동 3위, 브리티시오픈 단독 2위, 브리지스톤 대회 공동 2위를 차지했고 2년 전에는 나가지도 못했던 PGA 챔피언십에서 단독 3위의 성적을 냈다.

이어 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4개 대회 가운데 2개 대회를 휩쓸며 2013시즌 PGA 투어 챔피언에 등극했다.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천만 달러는 그가 그동안 재기를 위해 몸부림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는 도이체방크 챔피언십 우승 이후 한 스웨덴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내 선수 경력의 최고 전성기"라고 말했다.

PGA 투어 페덱스컵과 투어챔피언십을 석권한 이날 그의 소감은 따로 들어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터다. 스텐손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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