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장애학생 교육, 갈 길 멀다

입력 2013.09.23 (21:27) 수정 2013.09.2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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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 마포 성산동에서 종로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8.5킬로미터인데 대중 교통으로 넉넉잡고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입니다.

하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얼마나 걸릴까요?

가장 편한 대중교통인 지하철도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하면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립니다.

실제로 특수학교 학생의 14%가 통학시간만도 1시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장애인에게 너무나 먼 학교, 그 힘겨운 등학교길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7시를 갓 넘긴 이른 아침. 다발성 장기기형을 앓고 있는 9살 원이가 휠체어를 타고 현관문을 나섭니다.

출근시간에 마을버스는 언감생심입니다.

<녹취> "타고 내리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층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20분이 걸려 인근 지하철역까지 걸어갑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지하철 승강장. 하지만 열차에 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차를 보내기를 2.3차례.

<녹취> "꽉 차 있으면 차 보내고 다음차 기다리고.."

간신히 틈을 비집고 열차에 올라 탑니다.

한차례 지하철을 갈아타는 데도 20분 가까이 걸립니다.

실제로 이동한 거리는 지하철 아홉 정거장이었지만 원이에겐 1시간 20분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곽혜란(장애학생 보호자) : "눈치주는 게 너무 싫은 거예요. 아이가 아픈데 그런 것까지 살아야 되는 그런 게 싫어서. 제가 힘들어도 이걸 택한거죠."

간신히 도착한 학교 앞, 스쿨 버스가 있지만 인근 3개구만 돌다보니 더 먼거리에 사는 장애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장애인 택시 이용도 하늘의 별타깁니다.

<인터뷰> "2시간 전에 전화를 했어야 되는데 그걸 못했으니까 일반택시 잡아서 와야 하니까 더 힘들죠.."

이렇게 등교를 마친 학부모들은 녹초가 된 몸을 쉼터에 의지합니다.

<녹취> "한시간 쯤 쉬었다가 집에 가야지.. 데려다 주고 집에가면 아무것도 못해요. 힘이 다 빠져서."

가고 싶지만 너무 먼 학교, 장애인들은 하루 하루 전쟁같은 등하교길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자폐증을 앓고 있는 한 천재의사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이렇게 자폐나 정신지체 등을 통털어 지적 장애라고 하는데요.

이들 장애를 앓는 학생들은 일반 학교에 붙어있는 특수학급보다는, 독립된 특수 학교를 다니고 싶어합니다.

일반학교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장애인 특수학교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전국의 특수교육 대상자 수는 지난 2009년에 7만 5천명에서 올해 8만 6천명으로 15% 정도 늘었는데요.

특수학교는 수용인원은 6%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특히 장애학생이 가장 많은 서울은 지난 10년 동안 특수학교가 한곳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전국 특수 학급의 25%가 과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사수도 절대 부족입니다.

법적으로는 교사 한명이 장애학생 4명을 담당하게 돼 있는데, 실제로는 7~8명을 돌봐야 합니다.

통상 사회적으로 특수 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전체의 1% 정도로 잡습니다.

이들 소수 장애 학생을 어떻게 배려하느냐가 바로 그 사회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합니다.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리포트>

전동 휠체어에 탄 맬로리가 학교에 갈 시간입니다.

집앞에 도착한 스쿨버스에는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특수 장비가 설치돼 있습니다.

선생님은 안전장치까지 꼼꼼히 확인한 뒤 버스를 출발시킵니다.

이 같은 등하교 서비스는 학생들이 집에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제공됩니다.

미국의 한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도 장애학생들을 위한 교육권 보장은 기본입니다.

장애 유형과 정도에 맞춰 학생 하나하나를 고려한 1대 1 맞춤형 교육이 시행됩니다.

점자 교과서와 녹음 교과서 등 상황에 맞는 보조교재도 제공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21살까지 들어가는 모든 학비는 무료.

진학과 직업교육 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훈련도 받습니다.

<인터뷰> 시각장애인 학생 : "여기 있는 선생님들이 없었으면 저는 레전트 디플로마(?)를 결코 딸 수 없었을 겁니다."

더 나아가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장애 학생들을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 교육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무상 교육,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통합교육이 장애인 교육권을 보장하는 선진국들의 기본 철학입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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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장애학생 교육, 갈 길 멀다
    • 입력 2013-09-23 21:30:09
    • 수정2013-09-23 22: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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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 마포 성산동에서 종로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8.5킬로미터인데 대중 교통으로 넉넉잡고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입니다.

하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얼마나 걸릴까요?

가장 편한 대중교통인 지하철도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하면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립니다.

실제로 특수학교 학생의 14%가 통학시간만도 1시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장애인에게 너무나 먼 학교, 그 힘겨운 등학교길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7시를 갓 넘긴 이른 아침. 다발성 장기기형을 앓고 있는 9살 원이가 휠체어를 타고 현관문을 나섭니다.

출근시간에 마을버스는 언감생심입니다.

<녹취> "타고 내리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층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20분이 걸려 인근 지하철역까지 걸어갑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지하철 승강장. 하지만 열차에 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차를 보내기를 2.3차례.

<녹취> "꽉 차 있으면 차 보내고 다음차 기다리고.."

간신히 틈을 비집고 열차에 올라 탑니다.

한차례 지하철을 갈아타는 데도 20분 가까이 걸립니다.

실제로 이동한 거리는 지하철 아홉 정거장이었지만 원이에겐 1시간 20분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곽혜란(장애학생 보호자) : "눈치주는 게 너무 싫은 거예요. 아이가 아픈데 그런 것까지 살아야 되는 그런 게 싫어서. 제가 힘들어도 이걸 택한거죠."

간신히 도착한 학교 앞, 스쿨 버스가 있지만 인근 3개구만 돌다보니 더 먼거리에 사는 장애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장애인 택시 이용도 하늘의 별타깁니다.

<인터뷰> "2시간 전에 전화를 했어야 되는데 그걸 못했으니까 일반택시 잡아서 와야 하니까 더 힘들죠.."

이렇게 등교를 마친 학부모들은 녹초가 된 몸을 쉼터에 의지합니다.

<녹취> "한시간 쯤 쉬었다가 집에 가야지.. 데려다 주고 집에가면 아무것도 못해요. 힘이 다 빠져서."

가고 싶지만 너무 먼 학교, 장애인들은 하루 하루 전쟁같은 등하교길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자폐증을 앓고 있는 한 천재의사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이렇게 자폐나 정신지체 등을 통털어 지적 장애라고 하는데요.

이들 장애를 앓는 학생들은 일반 학교에 붙어있는 특수학급보다는, 독립된 특수 학교를 다니고 싶어합니다.

일반학교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장애인 특수학교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전국의 특수교육 대상자 수는 지난 2009년에 7만 5천명에서 올해 8만 6천명으로 15% 정도 늘었는데요.

특수학교는 수용인원은 6%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특히 장애학생이 가장 많은 서울은 지난 10년 동안 특수학교가 한곳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전국 특수 학급의 25%가 과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사수도 절대 부족입니다.

법적으로는 교사 한명이 장애학생 4명을 담당하게 돼 있는데, 실제로는 7~8명을 돌봐야 합니다.

통상 사회적으로 특수 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전체의 1% 정도로 잡습니다.

이들 소수 장애 학생을 어떻게 배려하느냐가 바로 그 사회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합니다.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리포트>

전동 휠체어에 탄 맬로리가 학교에 갈 시간입니다.

집앞에 도착한 스쿨버스에는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특수 장비가 설치돼 있습니다.

선생님은 안전장치까지 꼼꼼히 확인한 뒤 버스를 출발시킵니다.

이 같은 등하교 서비스는 학생들이 집에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제공됩니다.

미국의 한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도 장애학생들을 위한 교육권 보장은 기본입니다.

장애 유형과 정도에 맞춰 학생 하나하나를 고려한 1대 1 맞춤형 교육이 시행됩니다.

점자 교과서와 녹음 교과서 등 상황에 맞는 보조교재도 제공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21살까지 들어가는 모든 학비는 무료.

진학과 직업교육 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훈련도 받습니다.

<인터뷰> 시각장애인 학생 : "여기 있는 선생님들이 없었으면 저는 레전트 디플로마(?)를 결코 딸 수 없었을 겁니다."

더 나아가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장애 학생들을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 교육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무상 교육,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통합교육이 장애인 교육권을 보장하는 선진국들의 기본 철학입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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