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유희관, ‘승리의 미학’ 재탄생

입력 2013.10.01 (07:13) 수정 2013.10.0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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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발견한 '보물' 유희관(27)이 마지막까지 역투를 펼치며 두산의 포스트시즌 전망을 밝혔다.

유희관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다.

안타를 7개, 볼넷을 1개 내준 가운데 삼진은 2개 잡았다.

두산이 7-3으로 승리해 올 시즌 10승(6패1세이브)을 채운 유희관은 베어스 출신 토종 좌완 투수로서는 1988년 윤석환(당시 OB·13승) 이후 25년 만에 두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외국인 선수로서는 2002년과 2004년 게리 레스가 각각 16승과 17승을 올린 바 있으나 토종 투수로서는 2001년 이혜천(당시 9승)이 고지에 근접했으나 결국 달성에는 실패한 것이 가장 최근 일이다.

유희관은 "경기 내내 떨리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25년 만의 첫 팀 기록이라니 의미있고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LG를 상대로 패없이 2승만을 거뒀던 유희관은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인 이날 경기에서도 LG를 상대로 10승째를 채우며 LG의 천적임을 입증했다.

타선이 초반부터 폭발해 6회초까지 5-0으로 앞서 나간 두산은 6회말 유희관이 볼넷과 안타를 연속으로 내줘 2실점하며 흔들렸으나 무사 1, 2루에서 홍상삼을 올려 위기를 모면했다.

비록 매회 안타를 맞긴 했지만 유희관은 뛰어난 완급조절과 위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상대 타선을 묶었다.

공 77개를 던지는 동안 직구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져 LG 방망이에 힘을 뺐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5㎞로 상대 선발 신재웅의 직구 최고 구속인 145㎞보다 10㎞가 느렸으나 '컨트롤의 마법사'에게 구속은 중요하지 않았다.

유희관은 77개의 공 중 53개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정도의 스트라이크존을 십분 활용하는 세심한 제구로 상대를 농락했다.

2009∼2010년 21경기에만 나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유희관은 올해 5월 4일 LG를 상대로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곧 '느린공 투수'로 주목받기 시작한 유희관은 정확한 컨트롤과 강약조절로 타자의 방망이를 봉쇄해왔다.

주자가 없을 때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려 던지는 시속 75∼80㎞의 느리고 낙차 큰 커브볼 또한 프로야구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구속이 느려 타자가 공략하기 쉬우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상대 타자들은 이 커브에 번번이 헛스윙을 하기 일쑤였고, 처음 보는 볼에 적응하지 못해 당황함을 내비치는 타자도 간혹 있었다.

'빠른 볼'만이 인정받는 현재 프로야구계에서 '느린 볼'로 당당히 살아남은 유희관은 이제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서도 자신만의 볼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공이 느린 탓에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우려 섞인 말을 듣곤 하지만 유희관은 그런 말들이 더 큰 자극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이 느려도 자신있게 내 공을 던지려는 생각 뿐"이라고 이러한 우려를 털어버렸다.

유희관은 내달 1일 마지막 등판을 남겨둔 NC 이재학보다 10승 고지도 먼저 밟아 신인왕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나갔다.

그는 "포스트시즌은 생각하지 않고 오늘이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올해 목표가 1군이었는데 10승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포스트시즌, 나아가 내년 시즌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진욱 두산 감독도 "유희관의 10승 달성을 축하한다"며 칭찬의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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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림의 미학 유희관, ‘승리의 미학’ 재탄생
    • 입력 2013-10-01 07:13:39
    • 수정2013-10-01 08:41:19
    연합뉴스
올 시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발견한 '보물' 유희관(27)이 마지막까지 역투를 펼치며 두산의 포스트시즌 전망을 밝혔다.

유희관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다.

안타를 7개, 볼넷을 1개 내준 가운데 삼진은 2개 잡았다.

두산이 7-3으로 승리해 올 시즌 10승(6패1세이브)을 채운 유희관은 베어스 출신 토종 좌완 투수로서는 1988년 윤석환(당시 OB·13승) 이후 25년 만에 두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외국인 선수로서는 2002년과 2004년 게리 레스가 각각 16승과 17승을 올린 바 있으나 토종 투수로서는 2001년 이혜천(당시 9승)이 고지에 근접했으나 결국 달성에는 실패한 것이 가장 최근 일이다.

유희관은 "경기 내내 떨리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25년 만의 첫 팀 기록이라니 의미있고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LG를 상대로 패없이 2승만을 거뒀던 유희관은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인 이날 경기에서도 LG를 상대로 10승째를 채우며 LG의 천적임을 입증했다.

타선이 초반부터 폭발해 6회초까지 5-0으로 앞서 나간 두산은 6회말 유희관이 볼넷과 안타를 연속으로 내줘 2실점하며 흔들렸으나 무사 1, 2루에서 홍상삼을 올려 위기를 모면했다.

비록 매회 안타를 맞긴 했지만 유희관은 뛰어난 완급조절과 위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상대 타선을 묶었다.

공 77개를 던지는 동안 직구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져 LG 방망이에 힘을 뺐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5㎞로 상대 선발 신재웅의 직구 최고 구속인 145㎞보다 10㎞가 느렸으나 '컨트롤의 마법사'에게 구속은 중요하지 않았다.

유희관은 77개의 공 중 53개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정도의 스트라이크존을 십분 활용하는 세심한 제구로 상대를 농락했다.

2009∼2010년 21경기에만 나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유희관은 올해 5월 4일 LG를 상대로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곧 '느린공 투수'로 주목받기 시작한 유희관은 정확한 컨트롤과 강약조절로 타자의 방망이를 봉쇄해왔다.

주자가 없을 때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려 던지는 시속 75∼80㎞의 느리고 낙차 큰 커브볼 또한 프로야구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구속이 느려 타자가 공략하기 쉬우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상대 타자들은 이 커브에 번번이 헛스윙을 하기 일쑤였고, 처음 보는 볼에 적응하지 못해 당황함을 내비치는 타자도 간혹 있었다.

'빠른 볼'만이 인정받는 현재 프로야구계에서 '느린 볼'로 당당히 살아남은 유희관은 이제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서도 자신만의 볼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공이 느린 탓에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우려 섞인 말을 듣곤 하지만 유희관은 그런 말들이 더 큰 자극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이 느려도 자신있게 내 공을 던지려는 생각 뿐"이라고 이러한 우려를 털어버렸다.

유희관은 내달 1일 마지막 등판을 남겨둔 NC 이재학보다 10승 고지도 먼저 밟아 신인왕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나갔다.

그는 "포스트시즌은 생각하지 않고 오늘이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올해 목표가 1군이었는데 10승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포스트시즌, 나아가 내년 시즌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진욱 두산 감독도 "유희관의 10승 달성을 축하한다"며 칭찬의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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