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0점’ 여자 양궁, 지옥문 열릴 뻔

입력 2013.10.04 (07:25) 수정 2013.10.0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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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앞에 '지옥문'이 두 차례 열렸다가 닫혔다.

윤옥희(예천군청), 기보배(광주광역시청), 장혜진(LH)이 3일(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중국과의 대회 단체 8강전이 끝나자 쏟아낸 소감이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태풍에 가까울 정도로 위력적인 바람 탓에 고전했다.

궁사들은 사대에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의 강풍 때문에 조준 자체가 어려웠다.

조준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까닭에 발사 제한시간에 쫓겨 사대에 나가자마자 허겁지겁 시위를 당겼다 놓는 진풍경도 자주 연출됐다.

올 시즌 세계 최고의 여자 궁사로 기세를 자랑하는 윤옥희가 과녁 전체를 빗나가 허공을 가르는 0점 화살을 쏠 정도였다.

한국은 초반부터 심각하게 흔들렸다.

두 번째 엔드가 끝났을 때 중국에 93-103으로 무려 10점 차나 뒤졌다.

양궁 단체전에서 두자릿수로 점수 차가 벌어지면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코치진의 얼굴은 굳을 대로 굳어버렸다.

류수정 한국 여자 대표팀 감독은 "눈 앞에 지옥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고 10점 차로 끌려갈 때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한국 여자 양궁은 2011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놓쳐 1985년 이후 26년 만의 노골드 수모를 당했다.

'궁치일(弓恥日)', '토리노의 굴욕' 등으로 묘사되던 대형사고였다.

한국은 이날 앞서 열린 여자 개인전에서 아무도 결승에 나가지 못해 지난 대회의 전철을 밟을 위기에 몰렸다.

패색이 짙어지는 가운데 선전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배가됐으나 한국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한발씩 쏠 때마다 '파이팅'을 외쳤다.

끈질기게 기다리던 반전의 실마리는 3엔드에 잡혔다.

윤옥희, 기보배, 장혜진은 그 엔드에 배당된 6발을 모두 9점 구역에 꽂았다.

중국이 9, 9, 7, 6, 6, 5점을 쏘아 한국은 147-145로 10점 차 열세를 2점 차 리드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탄력을 받은 한국은 마지막 4엔드에서 5발까지 10, 10, 9, 9, 8점을 쏘며 10, 10, 9, 8, 8점을 쏜 중국에 3점차로 앞섰다.

그러나 역전승을 코앞에 두고 다시 지옥문이 열렸다.

윤옥희가 날린 마지막 화살이 과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참담한 0점이 기록돼 중국이 4점만 쏘아도 한국이 패배하는 암울한 상황이 닥쳤다.

그러나 중국은 마지막 화살을 3점 구역에 꽂아 한국은 구사일생으로 193-193 무승부를 기록, 슛오프를 치를 기회를 얻었다.

궁사당 한 발씩 세 발로 승부를 가르는 슛오프에서 한국은 26점을 쏘아 22점에 그친 중국을 극적으로 따돌렸다.

윤옥희는 경기가 끝나자 "이것은 경기가 아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보배는 "우리가 크게 실수하면 상대도 크게 실수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여세를 몰아 4강전에서 멕시코를 181-177로 눌렀다. 한국은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벨라루스를 상대로 6일 여자 단체 결승전을 치른다.

한편 한국 남자 대표팀은 4강전에서 강풍에 시달리다가 네덜란드에 석패해 세계선수권대회 7연패를 달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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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의 0점’ 여자 양궁, 지옥문 열릴 뻔
    • 입력 2013-10-04 07:25:07
    • 수정2013-10-04 07:32:21
    연합뉴스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앞에 '지옥문'이 두 차례 열렸다가 닫혔다. 윤옥희(예천군청), 기보배(광주광역시청), 장혜진(LH)이 3일(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중국과의 대회 단체 8강전이 끝나자 쏟아낸 소감이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태풍에 가까울 정도로 위력적인 바람 탓에 고전했다. 궁사들은 사대에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의 강풍 때문에 조준 자체가 어려웠다. 조준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까닭에 발사 제한시간에 쫓겨 사대에 나가자마자 허겁지겁 시위를 당겼다 놓는 진풍경도 자주 연출됐다. 올 시즌 세계 최고의 여자 궁사로 기세를 자랑하는 윤옥희가 과녁 전체를 빗나가 허공을 가르는 0점 화살을 쏠 정도였다. 한국은 초반부터 심각하게 흔들렸다. 두 번째 엔드가 끝났을 때 중국에 93-103으로 무려 10점 차나 뒤졌다. 양궁 단체전에서 두자릿수로 점수 차가 벌어지면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코치진의 얼굴은 굳을 대로 굳어버렸다. 류수정 한국 여자 대표팀 감독은 "눈 앞에 지옥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고 10점 차로 끌려갈 때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한국 여자 양궁은 2011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놓쳐 1985년 이후 26년 만의 노골드 수모를 당했다. '궁치일(弓恥日)', '토리노의 굴욕' 등으로 묘사되던 대형사고였다. 한국은 이날 앞서 열린 여자 개인전에서 아무도 결승에 나가지 못해 지난 대회의 전철을 밟을 위기에 몰렸다. 패색이 짙어지는 가운데 선전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배가됐으나 한국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한발씩 쏠 때마다 '파이팅'을 외쳤다. 끈질기게 기다리던 반전의 실마리는 3엔드에 잡혔다. 윤옥희, 기보배, 장혜진은 그 엔드에 배당된 6발을 모두 9점 구역에 꽂았다. 중국이 9, 9, 7, 6, 6, 5점을 쏘아 한국은 147-145로 10점 차 열세를 2점 차 리드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탄력을 받은 한국은 마지막 4엔드에서 5발까지 10, 10, 9, 9, 8점을 쏘며 10, 10, 9, 8, 8점을 쏜 중국에 3점차로 앞섰다. 그러나 역전승을 코앞에 두고 다시 지옥문이 열렸다. 윤옥희가 날린 마지막 화살이 과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참담한 0점이 기록돼 중국이 4점만 쏘아도 한국이 패배하는 암울한 상황이 닥쳤다. 그러나 중국은 마지막 화살을 3점 구역에 꽂아 한국은 구사일생으로 193-193 무승부를 기록, 슛오프를 치를 기회를 얻었다. 궁사당 한 발씩 세 발로 승부를 가르는 슛오프에서 한국은 26점을 쏘아 22점에 그친 중국을 극적으로 따돌렸다. 윤옥희는 경기가 끝나자 "이것은 경기가 아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보배는 "우리가 크게 실수하면 상대도 크게 실수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여세를 몰아 4강전에서 멕시코를 181-177로 눌렀다. 한국은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벨라루스를 상대로 6일 여자 단체 결승전을 치른다. 한편 한국 남자 대표팀은 4강전에서 강풍에 시달리다가 네덜란드에 석패해 세계선수권대회 7연패를 달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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