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부모 못 떠나는 ‘캥거루족’…사회문제

입력 2013.10.15 (08:36) 수정 2013.10.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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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녀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캥거루족'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는데요.

이렇게 의존적인 자녀들은 부모세대에게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김기흥 기자와 이 문제를 짚어봅니다.

최근 몇몇 사례를 보면 부모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패륜범죄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기자 멘트>

존속 살인이라는 패륜 범죄가 모두 캥거루족 현상에서 비롯됐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에게 얹혀살고 손을 벌리고 이런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녀들이 늘면서 이런 극단적인 사건들도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문제는 과거 20대 젊은 층에 국한됐던 캥거루족이 이제는 3, 40대로 확산되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른바 중년 캥거루족이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는데요.

부모들의 단순한 혹이 아니라 이젠 나라의 짐이 되고 있는 캥거루족 문제, 꼼꼼하게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천 모자 살인 사건.

범인은 바로 살해된 두 사람의 아들이자 동생, 정 모 씨였습니다.

<녹취> 정○○(피의자/음성변조) : "(지금 심경 한마디 말해주세요.) 죄송합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공범으로 조사를 받던 정 씨의 아내 김 모 씨가 자살을 하는 등 사건은 파국으로 치달았는데요.

정 씨가 어머니와 형을 대상으로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이유, 바로 돈 때문이었습니다.

사건이 있기 전 어머니 김 씨는 아들에게 위협을 느껴왔다고 하는데요.

<녹취> 윤정기(경정/인천남부경찰서 형사과) : "둘째 아들이 아무런 말없이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5천만 원에서 1억 원을 해달라고 했다, 돈을 해주지 않으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꿨다... 여러 가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자동차 할부금을 내지 못하자 아들이 돈을 노리고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녹취> 조○○(피의자/음성변조) : "용돈을 달라고 말을 했거든요. 받기로 했어요. 그러고 나서 그렇게 됐어요."

빚을 갚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공모해 아버지를 살해한 20대 아들까지 있었는데요.

<녹취> 이○○(피의자/음성변조) : "1천400만 원 정도... (빚이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아들 이 모 씨는 범행 뒤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돈이 될 만한 집안의 물건을 처분하고, 아버지의 집을 부동산 매물로 내놓기까지 했습니다.

<녹취> 이근춘(경위/수원남부경찰서 형사과) : "두 냥(20돈) 가량의 금하고 가전제품, 그리고 황금열쇠를 가져다 판매한 사실이 있어요. (아들 이 씨의) 통화 목록을 보니까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던 것이 있어요. 집을 팔려고 했던 거예요."

돈 문제 때문에 가족 간에 벌어진 참혹한 사건들!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캥거루족 부모의 비극’이라고도 말하는데요.

캥거루족이란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자녀를 뜻합니다.

어미 주머니에서 보살핌을 받고 사는 새끼 캥거루를 빗댄 용언데요.

부모를 일종의 재산의 대상으로 여기는 캥거루족이 늘면서, 존속살해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상당한 기간 동안 부모가 자녀에게 금전적으로 지원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지원을 끊는다거나 이러한 가정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죠. 지금까지 당연히 부모로부터 받아왔기 때문에 합리적인 사고가 마비되는 것이죠."

캥거루족 문제는 이미 적지 않은 가정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의 아들을 둔 58살 김정숙 씨.

아들에게 사업 자금을 대줬다 전재산을 날렸다고 합니다.

<녹취> 김정숙(가명/음성변조) : "퇴직금이든 뭐든 (돈이) 좀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것(돈)을 해줘서 했는데 장사가 뜻대로 돼요? 집 한 채 날리고, 남편 퇴직금 날리고, 아이고 나중에 빚까지 지니까 눈앞이 캄캄하더라고요."

김 씨는 결국 늦은 나이에 보험 영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아들에게 전재산을 내놓았지만 이젠 그 아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녹취> 김정숙(가명/음성변조) : "돈이 있는 줄 알고 조금만 구멍이 보이면 한 푼이라도 뜯어가려고 난리가 아니고, 경제적인 문제로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요즘은 (아들을) 보면 속에서 불이 난다니까요."

김 씨처럼 장성한 자녀를 경제적으로 돕는 부모는 생각보다 많았는데요.

<녹취> 이정선(가명/음성변조) : "아들이 마흔 살이 됐는데도 취직을 안하고 엄마한테 붙어서 사는 거예요. 재산은 있으니까..."

<녹취> 안금주(가명/음성변조) : "아이(손자)가 있으니까 애들 놀이방도 보내고 그러니까 살기 힘들고 하니까 조금씩 도움을 주고 있어요."

과거 20대 젊은 층에 국한됐던 캥거루족은 이제 3,40대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중년 캥거루족.

우리나라 3,40대 캥거루족은 48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또 서울시가 부모와 함께 사는 3,40대 자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와 함께 사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독립생활이 불가능하거나 가사의 도움을 받는 등 경제 문제 때문이라는 응답이 40퍼센트에 가까웠습니다.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게 아니라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산다는 겁니다.

<녹취> 김귀옥(교수/한성대 사회학과) : "독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취업을 못한다든지 (결혼 후에는) 가족 내에서 자녀 세대들의 가정 경제력이 약화됨으로써 부모한테 의존하는 그런 충돌이 늘어나고..."

하지만 부모들은 자녀의 문제를 마냥 모른척할 수만은 없다고 말하는데요.

<녹취> 김정숙(가명/음성변조) : "내 자식이 잘못될까봐 잘되라고 부모들이 밑천 끌어다가 해주는 것이죠. 못 해주면 나중에 부모가 원망 들을까봐..."

<녹취> 안금주(가명/음성변조) : "해주면 안 된다, 이런 생각으로 있는데 막상 또 닥치면 안 해줄 수가 없는..."

전문가는 이런 경향에 대해 자녀의 성공이 부모의 의무이자 자랑이 되는, 한국 특유의 가족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김귀옥(교수/한성대 사회학과) :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부모됨의 가장 중요한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녀가 어느 정도 성공할 때까지, 취직할 때까지, 가족을 이룰 때까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전적으로 도와주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헬리콥터처럼 자녀의 주변을 맴돌며 매사를 책임을 지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자녀와의 갈등이 커지면서 부모 세대의 고민은 늘고 있습니다.

<녹취> 김명희(가명/음성변조) "부모한테 (돈을) 달라고 하고 또 부모는 욕하면서 주고.. 차라리 없는 게 낫죠, 싸움 안 하고."

부모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역설적으로 부모와 자녀 간의 세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그런 만큼 개인의 차원을 넘어 늘어나는 캥거루족에 대한 사회적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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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부모 못 떠나는 ‘캥거루족’…사회문제
    • 입력 2013-10-15 08:33:24
    • 수정2013-10-15 09: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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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녀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캥거루족'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는데요.

이렇게 의존적인 자녀들은 부모세대에게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김기흥 기자와 이 문제를 짚어봅니다.

최근 몇몇 사례를 보면 부모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패륜범죄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기자 멘트>

존속 살인이라는 패륜 범죄가 모두 캥거루족 현상에서 비롯됐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에게 얹혀살고 손을 벌리고 이런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녀들이 늘면서 이런 극단적인 사건들도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문제는 과거 20대 젊은 층에 국한됐던 캥거루족이 이제는 3, 40대로 확산되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른바 중년 캥거루족이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는데요.

부모들의 단순한 혹이 아니라 이젠 나라의 짐이 되고 있는 캥거루족 문제, 꼼꼼하게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천 모자 살인 사건.

범인은 바로 살해된 두 사람의 아들이자 동생, 정 모 씨였습니다.

<녹취> 정○○(피의자/음성변조) : "(지금 심경 한마디 말해주세요.) 죄송합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공범으로 조사를 받던 정 씨의 아내 김 모 씨가 자살을 하는 등 사건은 파국으로 치달았는데요.

정 씨가 어머니와 형을 대상으로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이유, 바로 돈 때문이었습니다.

사건이 있기 전 어머니 김 씨는 아들에게 위협을 느껴왔다고 하는데요.

<녹취> 윤정기(경정/인천남부경찰서 형사과) : "둘째 아들이 아무런 말없이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5천만 원에서 1억 원을 해달라고 했다, 돈을 해주지 않으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꿨다... 여러 가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자동차 할부금을 내지 못하자 아들이 돈을 노리고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녹취> 조○○(피의자/음성변조) : "용돈을 달라고 말을 했거든요. 받기로 했어요. 그러고 나서 그렇게 됐어요."

빚을 갚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공모해 아버지를 살해한 20대 아들까지 있었는데요.

<녹취> 이○○(피의자/음성변조) : "1천400만 원 정도... (빚이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아들 이 모 씨는 범행 뒤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돈이 될 만한 집안의 물건을 처분하고, 아버지의 집을 부동산 매물로 내놓기까지 했습니다.

<녹취> 이근춘(경위/수원남부경찰서 형사과) : "두 냥(20돈) 가량의 금하고 가전제품, 그리고 황금열쇠를 가져다 판매한 사실이 있어요. (아들 이 씨의) 통화 목록을 보니까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던 것이 있어요. 집을 팔려고 했던 거예요."

돈 문제 때문에 가족 간에 벌어진 참혹한 사건들!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캥거루족 부모의 비극’이라고도 말하는데요.

캥거루족이란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자녀를 뜻합니다.

어미 주머니에서 보살핌을 받고 사는 새끼 캥거루를 빗댄 용언데요.

부모를 일종의 재산의 대상으로 여기는 캥거루족이 늘면서, 존속살해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상당한 기간 동안 부모가 자녀에게 금전적으로 지원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지원을 끊는다거나 이러한 가정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죠. 지금까지 당연히 부모로부터 받아왔기 때문에 합리적인 사고가 마비되는 것이죠."

캥거루족 문제는 이미 적지 않은 가정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의 아들을 둔 58살 김정숙 씨.

아들에게 사업 자금을 대줬다 전재산을 날렸다고 합니다.

<녹취> 김정숙(가명/음성변조) : "퇴직금이든 뭐든 (돈이) 좀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것(돈)을 해줘서 했는데 장사가 뜻대로 돼요? 집 한 채 날리고, 남편 퇴직금 날리고, 아이고 나중에 빚까지 지니까 눈앞이 캄캄하더라고요."

김 씨는 결국 늦은 나이에 보험 영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아들에게 전재산을 내놓았지만 이젠 그 아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녹취> 김정숙(가명/음성변조) : "돈이 있는 줄 알고 조금만 구멍이 보이면 한 푼이라도 뜯어가려고 난리가 아니고, 경제적인 문제로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요즘은 (아들을) 보면 속에서 불이 난다니까요."

김 씨처럼 장성한 자녀를 경제적으로 돕는 부모는 생각보다 많았는데요.

<녹취> 이정선(가명/음성변조) : "아들이 마흔 살이 됐는데도 취직을 안하고 엄마한테 붙어서 사는 거예요. 재산은 있으니까..."

<녹취> 안금주(가명/음성변조) : "아이(손자)가 있으니까 애들 놀이방도 보내고 그러니까 살기 힘들고 하니까 조금씩 도움을 주고 있어요."

과거 20대 젊은 층에 국한됐던 캥거루족은 이제 3,40대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중년 캥거루족.

우리나라 3,40대 캥거루족은 48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또 서울시가 부모와 함께 사는 3,40대 자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와 함께 사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독립생활이 불가능하거나 가사의 도움을 받는 등 경제 문제 때문이라는 응답이 40퍼센트에 가까웠습니다.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게 아니라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산다는 겁니다.

<녹취> 김귀옥(교수/한성대 사회학과) : "독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취업을 못한다든지 (결혼 후에는) 가족 내에서 자녀 세대들의 가정 경제력이 약화됨으로써 부모한테 의존하는 그런 충돌이 늘어나고..."

하지만 부모들은 자녀의 문제를 마냥 모른척할 수만은 없다고 말하는데요.

<녹취> 김정숙(가명/음성변조) : "내 자식이 잘못될까봐 잘되라고 부모들이 밑천 끌어다가 해주는 것이죠. 못 해주면 나중에 부모가 원망 들을까봐..."

<녹취> 안금주(가명/음성변조) : "해주면 안 된다, 이런 생각으로 있는데 막상 또 닥치면 안 해줄 수가 없는..."

전문가는 이런 경향에 대해 자녀의 성공이 부모의 의무이자 자랑이 되는, 한국 특유의 가족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김귀옥(교수/한성대 사회학과) :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부모됨의 가장 중요한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녀가 어느 정도 성공할 때까지, 취직할 때까지, 가족을 이룰 때까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전적으로 도와주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헬리콥터처럼 자녀의 주변을 맴돌며 매사를 책임을 지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자녀와의 갈등이 커지면서 부모 세대의 고민은 늘고 있습니다.

<녹취> 김명희(가명/음성변조) "부모한테 (돈을) 달라고 하고 또 부모는 욕하면서 주고.. 차라리 없는 게 낫죠, 싸움 안 하고."

부모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역설적으로 부모와 자녀 간의 세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그런 만큼 개인의 차원을 넘어 늘어나는 캥거루족에 대한 사회적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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