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욕설·비속어에 중독된 청소년들

입력 2013.10.24 (08:17) 수정 2013.10.2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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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 한글날은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 한글날이어서 그 의미가 남달랐죠.

우리말과 글의 우수성에 대한 내용은 다들 공감하고 계실겁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하기 전에 실제로 우리 청소년들은 어떤 언어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노태영 기자가 취재를 했는데요.

실제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용어, 비속어, 은어를 보면..외국어보다 어렵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기자 멘트>

요즘 아이들끼리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욕설에 놀라기도 하지만 무슨 말을 쓰는지 모를 때도 많은데요.

국립국어원 조사를 보면 초등학생의 97%, 중고등학생의 99%가 비속어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매일 욕설을 쓰는 경우도 절반을 넘었는데요.

이런 경향은 인터넷과 휴대폰 문화에서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충격적인 언어사용실태와 그 해결방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십대들의 무분별한 언어 사용 실태가 알려지면서 청소년 언어 습관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녹취> “x 같다”

<녹취> “x발”

<녹취> “x나. 하루에 백 번 넘게 쓰는 거 같아요”

교실 뿐 아니라 아이들이 있는 곳 어디에서라도 난무하는 욕설과 비속어.

여고생 3명에게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고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해달라고 요청한 뒤 지켜봤습니다.

<녹취> “싫어하는 말투야”

<녹취> “ x나 오글거려”

<녹취> “아 미친! x나 싫어”

<녹취> “오해 쩔어! 미친x”

<녹취> “새벽에 막 전화하고 xxx”

<녹취> “어장! 어장 치는 거야”

<녹취> “x나 더럽다고! xx”

<인터뷰> 김진희(가명/고등학교 1학년) : “말할 때 욕 하나씩은 기본으로 들어가는 거 같아요”

<인터뷰> 유정아(가명/고등학교 1학년) : “기분 나쁘지는 않아요. 오히려 안 하면 더 불편한 것 같아요”

이번엔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를 해달라고 부탁해봤는데요

<녹취> “그 사람이...어... 뭐라고 그래야 하지?”

<녹취> “아 씨... 아.. 욕하면 안돼요?”

<인터뷰> 김진희(가명/고등학교 1학년) : “친구랑 얘기할 때 (비속어를 사용하면) 친밀감 같은 게 느껴지는데 안 쓰면 어색하고 말이 잘 전해지지 않는 거 같아요”

<인터뷰> 유정아(가명/고등학교 1학년) : “안 좋다는 건 아는데 막상 쓸 때는 안 좋으니까 안 써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고 무의식적으로 하나의 언어처럼 같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인터넷,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비속어에 노출된 청소년들!

특히 요즘 많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메신저 상에서는 더욱 심각한데요.

주고받은 대화를 보면 대부분이 욕설과 비속어입니다.

서로 아무렇지 않게 욕을 사용하는데요

<녹취> “거의 다 쓰죠”

<녹취> “그냥 이름 부르는 것보다 이렇게 부르는 게 더 편해요”

<녹취> “습관이 되어서요”

실제 국립국어원의 조사를 보면 초중고 학생 절반 이상이 하루 한 두 번 이상 폭력적 언어를 쓴다고 답했고, 유행어와 은어는 거의 매번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세중(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 : “(욕설, 비속어를) 주변 친구들이 다들 쓰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나만 안 쓸 경우에 왜 너만 그런 말을 안 쓰냐... 따돌림을 당하는 분위기 때문에 쓰고 싶지 않은 학생들도 따라서 쓰는 게 가장 큰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청소년 언어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운 우리말 쓰기 수업을 마련했는데요.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비속어들의 정확한 의미를 알려줘 문제의 심각성을 깨우치게 했습니다.

다음으로 학생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용어들을 모두 쓴 다음 그 뜻을 설명해보라고 했는데요.

<녹취> “장미단추는 장거리 미녀 단거리 추녀 라는 뜻인데 멀리서 볼 때는 예뻐보이는데 가까이 보면 못생겼다고”

<녹취> “여병추는 여기 병신 추가의 줄임말로 친구들이 이상한 말을 하거나 잘못된 말을 했을 때 놀리듯이 하는 말“

<녹취> “찐찌버거는 찐따, 찌질이, 버러지, 거지를 합친 말로 소심하거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애들한테 안 좋게 하는 말”

용어의 대부분이 남을 비하하는 내용!

이는 정서 발달의 악영향과 세대간의 의사소통 단절까지 야기하는데요

<인터뷰> 우미숙(경기도 의정부시) : “듣는 건 많이 듣는데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인터뷰> 성순인(경기도 의정부시) : “뜻은 몇 가지는 알고 있는데 다른 건 잘 모르겠어요”

학생들에게 무심코 쓰던 욕설과 비속어 대신 고운 우리말로 순화한 대체 단어를 찾아 내 사용하도록 해봤습니다.

적극적인 대응으로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이지원(고등학교 2학년) : “이제부터 욕을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제가 쓰던 말이 얼마나 나쁜 말인지 알게 됐어요”

<인터뷰> 전지혜(고등학교 2학년) :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나쁜 말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인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 권길남(명지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 : “청소년기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해줄 수 있는 관계 개선의 기회가 많이 제공되어야 하고요. 가족 응집력을 강화시켜서 부모님이 (자녀에게) 바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줘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욕을 쓰다보면 언어능력이 떨어지는데다 공격적인 성향도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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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욕설·비속어에 중독된 청소년들
    • 입력 2013-10-24 08:19:37
    • 수정2013-10-24 09:11:23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올해 한글날은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 한글날이어서 그 의미가 남달랐죠.

우리말과 글의 우수성에 대한 내용은 다들 공감하고 계실겁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하기 전에 실제로 우리 청소년들은 어떤 언어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노태영 기자가 취재를 했는데요.

실제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용어, 비속어, 은어를 보면..외국어보다 어렵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기자 멘트>

요즘 아이들끼리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욕설에 놀라기도 하지만 무슨 말을 쓰는지 모를 때도 많은데요.

국립국어원 조사를 보면 초등학생의 97%, 중고등학생의 99%가 비속어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매일 욕설을 쓰는 경우도 절반을 넘었는데요.

이런 경향은 인터넷과 휴대폰 문화에서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충격적인 언어사용실태와 그 해결방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십대들의 무분별한 언어 사용 실태가 알려지면서 청소년 언어 습관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녹취> “x 같다”

<녹취> “x발”

<녹취> “x나. 하루에 백 번 넘게 쓰는 거 같아요”

교실 뿐 아니라 아이들이 있는 곳 어디에서라도 난무하는 욕설과 비속어.

여고생 3명에게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고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해달라고 요청한 뒤 지켜봤습니다.

<녹취> “싫어하는 말투야”

<녹취> “ x나 오글거려”

<녹취> “아 미친! x나 싫어”

<녹취> “오해 쩔어! 미친x”

<녹취> “새벽에 막 전화하고 xxx”

<녹취> “어장! 어장 치는 거야”

<녹취> “x나 더럽다고! xx”

<인터뷰> 김진희(가명/고등학교 1학년) : “말할 때 욕 하나씩은 기본으로 들어가는 거 같아요”

<인터뷰> 유정아(가명/고등학교 1학년) : “기분 나쁘지는 않아요. 오히려 안 하면 더 불편한 것 같아요”

이번엔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를 해달라고 부탁해봤는데요

<녹취> “그 사람이...어... 뭐라고 그래야 하지?”

<녹취> “아 씨... 아.. 욕하면 안돼요?”

<인터뷰> 김진희(가명/고등학교 1학년) : “친구랑 얘기할 때 (비속어를 사용하면) 친밀감 같은 게 느껴지는데 안 쓰면 어색하고 말이 잘 전해지지 않는 거 같아요”

<인터뷰> 유정아(가명/고등학교 1학년) : “안 좋다는 건 아는데 막상 쓸 때는 안 좋으니까 안 써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고 무의식적으로 하나의 언어처럼 같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인터넷,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비속어에 노출된 청소년들!

특히 요즘 많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메신저 상에서는 더욱 심각한데요.

주고받은 대화를 보면 대부분이 욕설과 비속어입니다.

서로 아무렇지 않게 욕을 사용하는데요

<녹취> “거의 다 쓰죠”

<녹취> “그냥 이름 부르는 것보다 이렇게 부르는 게 더 편해요”

<녹취> “습관이 되어서요”

실제 국립국어원의 조사를 보면 초중고 학생 절반 이상이 하루 한 두 번 이상 폭력적 언어를 쓴다고 답했고, 유행어와 은어는 거의 매번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세중(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 : “(욕설, 비속어를) 주변 친구들이 다들 쓰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나만 안 쓸 경우에 왜 너만 그런 말을 안 쓰냐... 따돌림을 당하는 분위기 때문에 쓰고 싶지 않은 학생들도 따라서 쓰는 게 가장 큰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청소년 언어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운 우리말 쓰기 수업을 마련했는데요.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비속어들의 정확한 의미를 알려줘 문제의 심각성을 깨우치게 했습니다.

다음으로 학생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용어들을 모두 쓴 다음 그 뜻을 설명해보라고 했는데요.

<녹취> “장미단추는 장거리 미녀 단거리 추녀 라는 뜻인데 멀리서 볼 때는 예뻐보이는데 가까이 보면 못생겼다고”

<녹취> “여병추는 여기 병신 추가의 줄임말로 친구들이 이상한 말을 하거나 잘못된 말을 했을 때 놀리듯이 하는 말“

<녹취> “찐찌버거는 찐따, 찌질이, 버러지, 거지를 합친 말로 소심하거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애들한테 안 좋게 하는 말”

용어의 대부분이 남을 비하하는 내용!

이는 정서 발달의 악영향과 세대간의 의사소통 단절까지 야기하는데요

<인터뷰> 우미숙(경기도 의정부시) : “듣는 건 많이 듣는데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인터뷰> 성순인(경기도 의정부시) : “뜻은 몇 가지는 알고 있는데 다른 건 잘 모르겠어요”

학생들에게 무심코 쓰던 욕설과 비속어 대신 고운 우리말로 순화한 대체 단어를 찾아 내 사용하도록 해봤습니다.

적극적인 대응으로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이지원(고등학교 2학년) : “이제부터 욕을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제가 쓰던 말이 얼마나 나쁜 말인지 알게 됐어요”

<인터뷰> 전지혜(고등학교 2학년) :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나쁜 말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인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 권길남(명지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 : “청소년기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해줄 수 있는 관계 개선의 기회가 많이 제공되어야 하고요. 가족 응집력을 강화시켜서 부모님이 (자녀에게) 바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줘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욕을 쓰다보면 언어능력이 떨어지는데다 공격적인 성향도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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