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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죽음의 그림자
입력 2013.10.25 (23:14) 수정 2013.10.26 (06:36)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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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 로그>

<인터뷰> 김중호(내기마을 이장) : "저쪽으로 가면 한 집 건너 폐암, 그 옆에 집, 우리 집도 폐암. 그리고 우리 집 밑에 또 췌장암..."

<인터뷰> 이동원(내기마을 주민) : "서울에 올라가서 완전 조직검사를, CT랑 다 찍었어요. 그랬더니 식도암..."

<인터뷰>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이 마을에서는 먹는 물인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됐고요."

<인터뷰> 조승연(연세대 자연방사능환경보건센터장) : "방사선 중에 가장 위험하다는 알파선을 내놓기 때문에 이 폐암 유발인자로 이미 보고가 돼있는 거고요."

<앵커 멘트>

전북 남원의 한 마을입니다.

이 조그마한 산골마을에 최근 몇 년 새 암 환자가 줄지어 생기고 있습니다.

한 집 건너 한 명꼴.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그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원 시내에서 11킬로미터 남짓

지리산 길목에 자리 잡은, 20여 가구가 사는 내기마을입니다.

마을 어귀에서 노 부부를 만났습니다.

불편한 다리로 걸음을 재촉하는 할아버지.

<녹취> "또 병원에 가야겠네. (어디가 이렇게 편찮으세요?) 사방이 다 아파요. 안 아픈 데가 없소. 나는 오늘 (병원에) 갔다 왔는데 안에서(아내가) 또 아파서 급한 대로 병원에 가봐야죠. 식도염이 재발한 모양이여."

65살 이동원 씨는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다 2007년 이 마을로 이사를 왔습니다.

전원생활을 꿈꾸며 정착한 지 5년, 이 5년 만에 건강하던 이 씨는 큰 병을 얻었습니다.

<인터뷰> 이동원(내기마을 주민) : "작년 3월달에 건강검진을 하고 싶더라고. 그래서 그걸 했더니 암으로 판정이 나가지고 서울 올라갔지. 서울에 올라가서 완전 조직검사랑 CT랑 다 찍었어요. 그랬더니 식도암..."

좋은 환경에서 노후를 보내려던 이 씨의 꿈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인터뷰> 이동원(내기마을 주민) : "솔직히 얘기해서 잘못 왔어. 지리산도 이 입구 아니에요? 가까운 데. 아주 공기 좋고. 서울 생활 뻔한 거 아닙니까? 공해에 시달리고. 노후에 여기 와서 편하게 지내려고 왔는데..."

최근 몇 년 새 마을 주민 60여 명 가운데 12명이 이 씨처럼 암에 걸렸습니다.

7명은 이미 숨졌습니다.

<인터뷰> 김중호(내기마을 이장) : "저쪽에 부녀회장님도 암에다가 갑자기 돌연사고. 저쪽에 암에다가, 또 바로 옆집에 암, 방광암. 그러니깐 거의 뭐 거의 붙어있네요. 이리저리 다."

이 마을에 있으면 암에 걸린단 흉흉한 소문마저 돌고, 그래서 고향을 등지고 떠난 주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중호(내기마을 이장) : "동네에 문제가 좀 있으니까 나가신 분도 있어요. 집은 여기다 놔두고 남원시에 사시면서 왔다갔다 밭에 오고... 이런 분들도 계시고..."

평온하던 마을에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지난 1999년 마을 위쪽 4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아스콘 공장이 들어섰습니다.

인근에서 캐낸 돌을 실어와 부수고 아스콘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 공장이 들어온 뒤 오염물질이 쏟아져나오면서 마을의 물도, 공기도 나빠졌다는 게 주민들의 말입니다.

<인터뷰> 이옥명자(내기마을 주민) : "여기 장어도 컸고 방죽에서 만물이 다 살았었어요. 그런데 그(공장이 들어온) 뒤로는 아무 것도 없어요. 그거 온 뒤로는. 그 기름이 막 내려쏟아져서."

앞산의 대규모 변전소와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고압 송전탑 3개.

이 역시, 집단 발병의 한 요인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주변의 고압 송전탑, 아스콘 공장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이 부분들을 좀 조사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전라북도와 남원시가 올해 초 환경 조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공기에서도, 물에서도 아무런 유해물질을 찾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진태(전라북도보건환경연구소장) : "수질, 토양, 먹는 물, 그 다음에 대기 중 먼지까지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기준에서의 유해성은 저희들이 파악하지 못했고, 또 이러한 원인이 주민들이 안고 있는 발암과의 연관성, 상관성 이런 것은 특히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희들이 파악을 했었습니다."

원인도 모른 채 불안감만 커져가던 중, 마침내 지난달, 단서가 될 만한 다른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세대 자연방사능환경보건센터와 환경단체가 이 마을의 식수인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 라돈을 확인한 것입니다.

6곳 가운데 4곳에서 미국의 수질 권고치 4천 피코큐리 퍼 리터를 넘었습니다.

<인터뷰> 조승연(연세대 자연방사능환경보건센터장) : "물 1리터에 4000피코큐리 이상 있으면 관리를 하라는 얘긴데, 그 수치, 6개 지하수 중에서 4개가 초과를 했으니까 일단은 우려할만한 수치라고 생각을 합니다."

라돈은 토양이나 암석에서 자연히 발생하는 방사성 기체로, 1급 발암물질입니다.

라돈이 든 물을 오래 마시면 위암 위험이 커진다는 보고가 있고, 특히 공기 중의 라돈을 들이마시면 폐암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인터뷰> 최경호(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색깔도 없고 맛도 없고 향도 없는 그런 물질입니다.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흡연 다음으로 중요한 요인이고, 나라에 따라서는 3%에서 14%만큼의 폐암 발생을 라돈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 설명하는, 그런 정도로 중요한 물질입니다."

공기 중의 라돈이 특히 위험하다는 얘기입니다.

지하수가 오염된 내기마을, 공기는 안전할까?

취재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검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녹취> 고도현(환경안전건강연구소 선임연구원) : "이 안에는 활성탄이 들어있고요. 이 활성탄이 이 주변의 공기 중에 있는 라돈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래서 측정을 하려면 이 캔을 이틀 정도쯤 둬야 정확한 분석 결과가 나옵니다."

폐암에 걸려 숨진 환자의 집 두 곳과 마을회관, 모두 세 곳에 흡착 장치를 설치했고, 이틀 뒤 이를 거둬 분석했습니다.

마을회관에서는 환경부의 권고기준을 웃돌았고, 폐암 환자의 집 두 곳에서도 국내 평균보다 많은 라돈이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조승연(연세대 자연방사능환경보건센터장) : "두 폐암 환자 사망, 데이터가 국내 평균보다는 높죠. 높기 때문에 라돈이 영향을 미쳤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고요. 마을회관도 국내 기준치보다 초과했기 때문에 좀 더 정밀하게 진단을 하고 필요하면 저감, 실내 라돈을 저감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발암물질 라돈의 위험은, 이 마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충북 괴산의 한 마을.

10여 가구가 지하수 간이상수도를 식수로 씁니다.

<인터뷰> 김사옥(괴산 수옥정마을 주민) : "(먹는 물이에요>) 네..(옛날부터 계속 지하수물을?) 네, 계속 이거 먹어요."

그런데 환경부의 조사 결과 이 물에서 미국 권고치의 8배가 넘는 라돈이 나왔습니다.

<인터뷰> 김진성(괴산군 상수도사업담당) : "당혹스러워가지고 자체 예산 4천5백만 원을 들여가지고 정수시설하고 폭기시설을 저희 자체 예산 투입해서 설치를 한 거예요."

대책은 이게 전부, 주민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실내 공기는 안전한지 후속 조사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권영순(수옥정마을 주민) : (실내공기나 이런 거에 대해서 더 검사하고 이러신 건 없었어요?) 없어요."

<인터뷰> 김진성(괴산군 상수도사업 담당) : "글쎄 우리 지자체 입장에서 별도로 조사할 계획이나 이런 건 없습니다. 지금 상태에서는..(중앙정부에서 들으신 것도 없고요?) 네."

지난해 환경부 표본조사 결과 지하수에서 라돈이 나온 마을 상수도는 전국에서 17곳, 조사 대상의 16%에 이릅니다.

주민들의 불안은 커져가는데도 정부는 지하수 수질검사 항목에 라돈을 넣지 않고 있습니다.

자체 기준치 설정도 미루고 자연조건이 다른 미국의 권고치를 계속 빌려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환경부 관계자(전화) : "자연에 노출돼있는 수치랑 우리가 조사해서 나오는 수치랑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실상에 맞는 기준이나 권고치를 만들려면 오랜 기간 연구가 있어야 되더라고요."

라돈은 환경부의 실내 공기 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전국 주택의 22%가 권고기준을 넘었습니다.

지질의 영향으로 특히 강원과 충청, 전북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지하에 가면 굉장히 많이 나오고요. 특히 콘크리트나 시멘트나 땅 바닥에서 굉장히 많이 나오죠."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실태 조사에만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환경부 관계자 : "자연방사능물질이기 때문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계속 조사하고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계인데..."

<인터뷰> 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정부가 조치를 하고 우리 국민들도 조심하고 멀리하고 이런 지침이 있어야 되는데, 현재로서는 무방비 상태라 보시면 되죠."

내기마을 주민들은 요즘 더 불안해졌습니다.

지하수에 이어 집 안 공기에서도 라돈이 나왔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녹취> 이순자( 남원 내기마을 주민) : "서울 사람들이 김장이고 뭐고 아무 것도 해서 보내지 말라고 해요. (자제분들이요?) 네 김장도 하지 말고 쌀도 보내지 말고 일절 보내지 말래요."

부랴부랴 광역상수도를 연결해 깨끗한 물을 먹게 해준다고는 하지만, 발암 원인을 밝힐 역학 조사는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환경부 관계자 : "내년에 질병관리본부가 주관이 돼서 이렇게 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 "우리가 (조사)하기는 그런 거고, 환경적으로 온 건지 그걸 먼저 (환경부에서 조사)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늦기만 한 정부의 대응.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이 마을의 공포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전국적인, 모두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심만식(남원 내기마을 주민) : "(남편이) 폐암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어. 그런데 남은 사람이라도 살아야 할 것 아니야. 돌아가신 양반은 돌아가셨으니까. 남은 사람이라도 살아야 하는데..."
  • 라돈, 죽음의 그림자
    • 입력 2013-10-25 16:28:47
    • 수정2013-10-26 06:36:56
    취재파일K
<프롤 로그>

<인터뷰> 김중호(내기마을 이장) : "저쪽으로 가면 한 집 건너 폐암, 그 옆에 집, 우리 집도 폐암. 그리고 우리 집 밑에 또 췌장암..."

<인터뷰> 이동원(내기마을 주민) : "서울에 올라가서 완전 조직검사를, CT랑 다 찍었어요. 그랬더니 식도암..."

<인터뷰>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이 마을에서는 먹는 물인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됐고요."

<인터뷰> 조승연(연세대 자연방사능환경보건센터장) : "방사선 중에 가장 위험하다는 알파선을 내놓기 때문에 이 폐암 유발인자로 이미 보고가 돼있는 거고요."

<앵커 멘트>

전북 남원의 한 마을입니다.

이 조그마한 산골마을에 최근 몇 년 새 암 환자가 줄지어 생기고 있습니다.

한 집 건너 한 명꼴.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그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원 시내에서 11킬로미터 남짓

지리산 길목에 자리 잡은, 20여 가구가 사는 내기마을입니다.

마을 어귀에서 노 부부를 만났습니다.

불편한 다리로 걸음을 재촉하는 할아버지.

<녹취> "또 병원에 가야겠네. (어디가 이렇게 편찮으세요?) 사방이 다 아파요. 안 아픈 데가 없소. 나는 오늘 (병원에) 갔다 왔는데 안에서(아내가) 또 아파서 급한 대로 병원에 가봐야죠. 식도염이 재발한 모양이여."

65살 이동원 씨는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다 2007년 이 마을로 이사를 왔습니다.

전원생활을 꿈꾸며 정착한 지 5년, 이 5년 만에 건강하던 이 씨는 큰 병을 얻었습니다.

<인터뷰> 이동원(내기마을 주민) : "작년 3월달에 건강검진을 하고 싶더라고. 그래서 그걸 했더니 암으로 판정이 나가지고 서울 올라갔지. 서울에 올라가서 완전 조직검사랑 CT랑 다 찍었어요. 그랬더니 식도암..."

좋은 환경에서 노후를 보내려던 이 씨의 꿈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인터뷰> 이동원(내기마을 주민) : "솔직히 얘기해서 잘못 왔어. 지리산도 이 입구 아니에요? 가까운 데. 아주 공기 좋고. 서울 생활 뻔한 거 아닙니까? 공해에 시달리고. 노후에 여기 와서 편하게 지내려고 왔는데..."

최근 몇 년 새 마을 주민 60여 명 가운데 12명이 이 씨처럼 암에 걸렸습니다.

7명은 이미 숨졌습니다.

<인터뷰> 김중호(내기마을 이장) : "저쪽에 부녀회장님도 암에다가 갑자기 돌연사고. 저쪽에 암에다가, 또 바로 옆집에 암, 방광암. 그러니깐 거의 뭐 거의 붙어있네요. 이리저리 다."

이 마을에 있으면 암에 걸린단 흉흉한 소문마저 돌고, 그래서 고향을 등지고 떠난 주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중호(내기마을 이장) : "동네에 문제가 좀 있으니까 나가신 분도 있어요. 집은 여기다 놔두고 남원시에 사시면서 왔다갔다 밭에 오고... 이런 분들도 계시고..."

평온하던 마을에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지난 1999년 마을 위쪽 4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아스콘 공장이 들어섰습니다.

인근에서 캐낸 돌을 실어와 부수고 아스콘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 공장이 들어온 뒤 오염물질이 쏟아져나오면서 마을의 물도, 공기도 나빠졌다는 게 주민들의 말입니다.

<인터뷰> 이옥명자(내기마을 주민) : "여기 장어도 컸고 방죽에서 만물이 다 살았었어요. 그런데 그(공장이 들어온) 뒤로는 아무 것도 없어요. 그거 온 뒤로는. 그 기름이 막 내려쏟아져서."

앞산의 대규모 변전소와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고압 송전탑 3개.

이 역시, 집단 발병의 한 요인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주변의 고압 송전탑, 아스콘 공장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이 부분들을 좀 조사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전라북도와 남원시가 올해 초 환경 조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공기에서도, 물에서도 아무런 유해물질을 찾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진태(전라북도보건환경연구소장) : "수질, 토양, 먹는 물, 그 다음에 대기 중 먼지까지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기준에서의 유해성은 저희들이 파악하지 못했고, 또 이러한 원인이 주민들이 안고 있는 발암과의 연관성, 상관성 이런 것은 특히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희들이 파악을 했었습니다."

원인도 모른 채 불안감만 커져가던 중, 마침내 지난달, 단서가 될 만한 다른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세대 자연방사능환경보건센터와 환경단체가 이 마을의 식수인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 라돈을 확인한 것입니다.

6곳 가운데 4곳에서 미국의 수질 권고치 4천 피코큐리 퍼 리터를 넘었습니다.

<인터뷰> 조승연(연세대 자연방사능환경보건센터장) : "물 1리터에 4000피코큐리 이상 있으면 관리를 하라는 얘긴데, 그 수치, 6개 지하수 중에서 4개가 초과를 했으니까 일단은 우려할만한 수치라고 생각을 합니다."

라돈은 토양이나 암석에서 자연히 발생하는 방사성 기체로, 1급 발암물질입니다.

라돈이 든 물을 오래 마시면 위암 위험이 커진다는 보고가 있고, 특히 공기 중의 라돈을 들이마시면 폐암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인터뷰> 최경호(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색깔도 없고 맛도 없고 향도 없는 그런 물질입니다.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흡연 다음으로 중요한 요인이고, 나라에 따라서는 3%에서 14%만큼의 폐암 발생을 라돈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 설명하는, 그런 정도로 중요한 물질입니다."

공기 중의 라돈이 특히 위험하다는 얘기입니다.

지하수가 오염된 내기마을, 공기는 안전할까?

취재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검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녹취> 고도현(환경안전건강연구소 선임연구원) : "이 안에는 활성탄이 들어있고요. 이 활성탄이 이 주변의 공기 중에 있는 라돈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래서 측정을 하려면 이 캔을 이틀 정도쯤 둬야 정확한 분석 결과가 나옵니다."

폐암에 걸려 숨진 환자의 집 두 곳과 마을회관, 모두 세 곳에 흡착 장치를 설치했고, 이틀 뒤 이를 거둬 분석했습니다.

마을회관에서는 환경부의 권고기준을 웃돌았고, 폐암 환자의 집 두 곳에서도 국내 평균보다 많은 라돈이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조승연(연세대 자연방사능환경보건센터장) : "두 폐암 환자 사망, 데이터가 국내 평균보다는 높죠. 높기 때문에 라돈이 영향을 미쳤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고요. 마을회관도 국내 기준치보다 초과했기 때문에 좀 더 정밀하게 진단을 하고 필요하면 저감, 실내 라돈을 저감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발암물질 라돈의 위험은, 이 마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충북 괴산의 한 마을.

10여 가구가 지하수 간이상수도를 식수로 씁니다.

<인터뷰> 김사옥(괴산 수옥정마을 주민) : "(먹는 물이에요>) 네..(옛날부터 계속 지하수물을?) 네, 계속 이거 먹어요."

그런데 환경부의 조사 결과 이 물에서 미국 권고치의 8배가 넘는 라돈이 나왔습니다.

<인터뷰> 김진성(괴산군 상수도사업담당) : "당혹스러워가지고 자체 예산 4천5백만 원을 들여가지고 정수시설하고 폭기시설을 저희 자체 예산 투입해서 설치를 한 거예요."

대책은 이게 전부, 주민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실내 공기는 안전한지 후속 조사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권영순(수옥정마을 주민) : (실내공기나 이런 거에 대해서 더 검사하고 이러신 건 없었어요?) 없어요."

<인터뷰> 김진성(괴산군 상수도사업 담당) : "글쎄 우리 지자체 입장에서 별도로 조사할 계획이나 이런 건 없습니다. 지금 상태에서는..(중앙정부에서 들으신 것도 없고요?) 네."

지난해 환경부 표본조사 결과 지하수에서 라돈이 나온 마을 상수도는 전국에서 17곳, 조사 대상의 16%에 이릅니다.

주민들의 불안은 커져가는데도 정부는 지하수 수질검사 항목에 라돈을 넣지 않고 있습니다.

자체 기준치 설정도 미루고 자연조건이 다른 미국의 권고치를 계속 빌려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환경부 관계자(전화) : "자연에 노출돼있는 수치랑 우리가 조사해서 나오는 수치랑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실상에 맞는 기준이나 권고치를 만들려면 오랜 기간 연구가 있어야 되더라고요."

라돈은 환경부의 실내 공기 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전국 주택의 22%가 권고기준을 넘었습니다.

지질의 영향으로 특히 강원과 충청, 전북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지하에 가면 굉장히 많이 나오고요. 특히 콘크리트나 시멘트나 땅 바닥에서 굉장히 많이 나오죠."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실태 조사에만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환경부 관계자 : "자연방사능물질이기 때문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계속 조사하고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계인데..."

<인터뷰> 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정부가 조치를 하고 우리 국민들도 조심하고 멀리하고 이런 지침이 있어야 되는데, 현재로서는 무방비 상태라 보시면 되죠."

내기마을 주민들은 요즘 더 불안해졌습니다.

지하수에 이어 집 안 공기에서도 라돈이 나왔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녹취> 이순자( 남원 내기마을 주민) : "서울 사람들이 김장이고 뭐고 아무 것도 해서 보내지 말라고 해요. (자제분들이요?) 네 김장도 하지 말고 쌀도 보내지 말고 일절 보내지 말래요."

부랴부랴 광역상수도를 연결해 깨끗한 물을 먹게 해준다고는 하지만, 발암 원인을 밝힐 역학 조사는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환경부 관계자 : "내년에 질병관리본부가 주관이 돼서 이렇게 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 "우리가 (조사)하기는 그런 거고, 환경적으로 온 건지 그걸 먼저 (환경부에서 조사)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늦기만 한 정부의 대응.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이 마을의 공포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전국적인, 모두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심만식(남원 내기마을 주민) : "(남편이) 폐암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어. 그런데 남은 사람이라도 살아야 할 것 아니야. 돌아가신 양반은 돌아가셨으니까. 남은 사람이라도 살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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