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돈벌이 욕심에 점점 좁아지는 이코노미석

입력 2013.10.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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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넓어지다 최근 역주행…경기장 자리보다 좁아


대형 항공사들이 기내에 비즈니스석을 늘리거나 '프리미엄 이코노미' 같은 중간급 좌석을 신설하면서 기존 이코노미클래스(일반석) 승객들의 공간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메리칸항공의 모회사 AMR과 유럽 최대 항공그룹 에어프랑스-KLM, 중동 최대 항공사 에미리트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이 기내에 추가 좌석을 밀어 넣는 바람에 승객들의 좌석 폭이 줄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보잉 777과 787드림라이너의 이코노미 좌석 폭을 17인치로 줄였고, 에어버스 A350 기종은 18인치로 줄였다.

전 세계에서 10개 항공사가 사용하는 에어버스 A330 기종의 경우 이보다 더한 16.7인치 수준이다.

이 정도 좌석 폭은 미국의 영화관, 장거리 열차, 심지어 운동경기장 좌석보다도 더 좁은 것이다.

WSJ는 미국 극장체인인 리걸 시네마의 일반 객석 좌석 폭이 25인치, 암트랙(미국여객철도공사) 열차 2등석이 20.5인치이며, 심지어 운동경기장인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의 좌석 폭도 19인치는 된다고 소개했다.

항공사들은 항공여객산업이 본격화된 50여 년 전부터 승객의 편안함을 늘린다는 목표로 꾸준히 좌석 폭을 넓혀왔다.

여객기 좌석 폭은 초기 17인치(보잉 707)였다가 1990년대 들어 보잉 777기종에서 18.5인치까지 늘었다.

에어버스 A380슈퍼점보 기종도 2000년대 들어 비슷한 수준으로 넓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같은 추세가 거꾸로 뒤집힌 것이다. 항공사들이 돈벌이 때문에 좌석수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된 것이 가장 주된 이유다.

에어프랑스는 최근 자사의 보잉 777기종에서 이코노미칸 면적을 줄여 '프리미엄 좌석'을 증설했다.

그럼에도 이코노미 좌석수는 그대로다. 한 줄당 좌석수를 기존 9석에서 10석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보잉 777기종 이코노미칸에는 대부분 줄당 9개 좌석이 배치됐다.

그러나 777기종 중 기체가 가장 큰 모델만 비교했을 때, 줄당 10개 좌석을 배치한 비율이 2010년 15%에서 지난해엔 70%까지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객들 입장에선 팔이나 어깨가 옆 사람과 맞닿는 등 불편함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항공사는 이런 점을 악용, 승객들이 여러 좌석을 동시에 예약하도록 은근히 권장하기도 한다.

에어뉴질랜드의 경우 승객이 이코노미석 3개를 동시 예약하면 하나의 좌석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항공기 제조사들은 좌석 폭이 어디까지나 항공사의 결정에 달렸다며 책임을 미뤘다.

보잉의 마이크 베어 마케팅 수석부사장은 보잉의 비행기 내부는 항공사들이 원하는 대로 꾸며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모기업 '유나이티드 콘티넨털 홀딩스'는 좌석 폭이 승객의 편안함을 결정짓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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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공사 돈벌이 욕심에 점점 좁아지는 이코노미석
    • 입력 2013-10-25 16:56:54
    연합뉴스
50년간 넓어지다 최근 역주행…경기장 자리보다 좁아 대형 항공사들이 기내에 비즈니스석을 늘리거나 '프리미엄 이코노미' 같은 중간급 좌석을 신설하면서 기존 이코노미클래스(일반석) 승객들의 공간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메리칸항공의 모회사 AMR과 유럽 최대 항공그룹 에어프랑스-KLM, 중동 최대 항공사 에미리트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이 기내에 추가 좌석을 밀어 넣는 바람에 승객들의 좌석 폭이 줄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보잉 777과 787드림라이너의 이코노미 좌석 폭을 17인치로 줄였고, 에어버스 A350 기종은 18인치로 줄였다. 전 세계에서 10개 항공사가 사용하는 에어버스 A330 기종의 경우 이보다 더한 16.7인치 수준이다. 이 정도 좌석 폭은 미국의 영화관, 장거리 열차, 심지어 운동경기장 좌석보다도 더 좁은 것이다. WSJ는 미국 극장체인인 리걸 시네마의 일반 객석 좌석 폭이 25인치, 암트랙(미국여객철도공사) 열차 2등석이 20.5인치이며, 심지어 운동경기장인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의 좌석 폭도 19인치는 된다고 소개했다. 항공사들은 항공여객산업이 본격화된 50여 년 전부터 승객의 편안함을 늘린다는 목표로 꾸준히 좌석 폭을 넓혀왔다. 여객기 좌석 폭은 초기 17인치(보잉 707)였다가 1990년대 들어 보잉 777기종에서 18.5인치까지 늘었다. 에어버스 A380슈퍼점보 기종도 2000년대 들어 비슷한 수준으로 넓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같은 추세가 거꾸로 뒤집힌 것이다. 항공사들이 돈벌이 때문에 좌석수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된 것이 가장 주된 이유다. 에어프랑스는 최근 자사의 보잉 777기종에서 이코노미칸 면적을 줄여 '프리미엄 좌석'을 증설했다. 그럼에도 이코노미 좌석수는 그대로다. 한 줄당 좌석수를 기존 9석에서 10석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보잉 777기종 이코노미칸에는 대부분 줄당 9개 좌석이 배치됐다. 그러나 777기종 중 기체가 가장 큰 모델만 비교했을 때, 줄당 10개 좌석을 배치한 비율이 2010년 15%에서 지난해엔 70%까지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객들 입장에선 팔이나 어깨가 옆 사람과 맞닿는 등 불편함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항공사는 이런 점을 악용, 승객들이 여러 좌석을 동시에 예약하도록 은근히 권장하기도 한다. 에어뉴질랜드의 경우 승객이 이코노미석 3개를 동시 예약하면 하나의 좌석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항공기 제조사들은 좌석 폭이 어디까지나 항공사의 결정에 달렸다며 책임을 미뤘다. 보잉의 마이크 베어 마케팅 수석부사장은 보잉의 비행기 내부는 항공사들이 원하는 대로 꾸며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모기업 '유나이티드 콘티넨털 홀딩스'는 좌석 폭이 승객의 편안함을 결정짓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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