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외상 환자 ‘골든 타임’ 1시간…현실은?

입력 2013.10.30 (00:02) 수정 2013.10.3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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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교통사고 등으로 신체 장기가 심하게 다친 사람들은 신속한 응급 조치가 생사를 결정짓습니다.

하지만 이런 중증 외상 환자들을 위한 우리 의료 실태는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응급 환자의 생과 사를 결정짓는 시간 이른바 골든 타임이라고 하죠?

<답변>

골든타임이라고 하면 드라마 제목으로 아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는데요.

뇌혈관 질환은 3시간에서 6시간, 중증 외상은 1시간, 심장마비의 경우는 4분에서 6분 정도에 불과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수술 같은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면 환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응급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하는 시간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이런 위험 줄이려고 곳곳에 심장 전기충격기, 제세동기 비치하기도 하고 심장마사지 방법 교육도 합니다.

<질문> 그런데 중증 외상 환자들의 경우 골든타임 한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때가 많다구요?

<답변>

지난 2011년에 서울과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중증외상환자 통계가 나왔습니다.

이게 공식적인 첫 조사일만큼 국가적인 관심이 부족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응급실에서 수술실을 거쳐서 중환자실로 간 외상환자가 응급실에 머문 시간이 평균 242분, 4시간이 조금 넘습니다.

평균이 4시간이니까 6시간 동안 누워 있었던 환자도 있고 운 좋으면 두 시간만에도 수술 받았다는 얘기입니다.

4시간은 응급실에 들어간 뒤에 수술대에 올라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만 계산한 것입니다.

<질문> 응급실에 갔다가 수술 못해서 다른 병원으로 가는 일, 적지 않은데 이런 시간은 포함이 안 된 거죠?

<답변>

그렇죠. 실제 사고부터 수술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는 현재로서는 파악도 안 됩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응급실에 일단 도착한 환자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분석한 대목도 있는데요.

46%는 귀가, 30%는 입원했고 11%는 숨졌어. 근데 11%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

이송 이유를 보면 병실 부족, 중환자실 부족, 응급수술 불가 이런 의학적인 토대가 부족해서 다른 병원으로 보낸 게 50%가 넘어.

<질문>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나요?

<답변>

이송 과정에서 일단 가까운 병원으로 가는 게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서입니다.

119 구급차 타도 관할구역 벗어나려고 안 합니다.

중증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대신 가까운 병원으로 가다보니 쓸데 없는 절차를 밟다 시간을 끄는 겁니다

수익 때문에도 그렇고 인력 문제 때문에 병원들은 외상 전문센터 만들어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보통 외상센터에 의료진 4명 정도가 한 팀이 됩니다.

수술 가능한 외과 의사 두 명 정도에 응급의학과 의사 등이 포함돼야 합니다.

이 인원이 밤샘하고 나면 다음날 쉬게 되고 외래 진료는 당연히 못하니까 병원 입장에서는 손실이 납니다.

상시 대기시키기가 어려우니까 집에서 쉬는 의사를 긴급 상황에만 불러내는 식으로 운영하는데,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 치료만 제때 되면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이 목숨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군요?

<답변>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치료만 잘 받으면 살 수 있었던 환자가 얼마나 숨졌는지를 가리키는데요.

한국은 35%가 넘는데 이것도 사정 좋은 병원 20곳만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넓히면 사망률이 50% 넘을 거라고 의사들 말해.

전국에 200곳 넘는 외상센터 있는 미국 10% 안팎. 이웃 일본도 15%. 부끄러운 수준.

<질문> 2011년 1월 우리나라 삼호 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을 때 석해균 선장이 중상을 입었는데 당시 정부가 중증외상 환자 관리 대책을 내놓지 않았나요?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답변>

의료진이 타고 응급처치해가며 환자를 옮기는 닥터헬기를 도입해야 한다, 중증외상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논의가 많았습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국에 중증외상센터 17곳을 만들기로 하고 병원들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5곳을 지정했고 올해 4곳을 추가 지정했습니다.

시설비와 운영비로 병원 한 곳당 많게는 100억 원 정도 쏟아붓는 사업입니다.

속도를 매우 느리지만 인프라는 갖춰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의료 인력도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인력 상황은 어떤가요?

<답변>

그게 문제입니다.

취재진이 갔던 아주대병원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외상센터에 상주하는 외상외과 전문의는 3명이었습니다.

밤샘 대기 등 감안하면 근무조를 최소 세 개, 넉넉하게는 네 개 정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10명은 필요합니다.

3분의 1 수준 확보했는데 그나마 사정 나은 편이라는 겁니다.

전국 17곳에 외상 센터 만들려면 줄잡아 300명 정도 되는 외상외과 전문의 필요합니다.

복지부는 현재 있는 외상외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정도로만 답변을 내놓을 뿐 정확히 몇 명인지도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년 배출되는 수도 10명 안팎이어서 근본적인 대책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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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0-30 07:17:30
    • 수정2013-10-30 07: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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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등으로 신체 장기가 심하게 다친 사람들은 신속한 응급 조치가 생사를 결정짓습니다.

하지만 이런 중증 외상 환자들을 위한 우리 의료 실태는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응급 환자의 생과 사를 결정짓는 시간 이른바 골든 타임이라고 하죠?

<답변>

골든타임이라고 하면 드라마 제목으로 아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는데요.

뇌혈관 질환은 3시간에서 6시간, 중증 외상은 1시간, 심장마비의 경우는 4분에서 6분 정도에 불과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수술 같은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면 환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응급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하는 시간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이런 위험 줄이려고 곳곳에 심장 전기충격기, 제세동기 비치하기도 하고 심장마사지 방법 교육도 합니다.

<질문> 그런데 중증 외상 환자들의 경우 골든타임 한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때가 많다구요?

<답변>

지난 2011년에 서울과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중증외상환자 통계가 나왔습니다.

이게 공식적인 첫 조사일만큼 국가적인 관심이 부족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응급실에서 수술실을 거쳐서 중환자실로 간 외상환자가 응급실에 머문 시간이 평균 242분, 4시간이 조금 넘습니다.

평균이 4시간이니까 6시간 동안 누워 있었던 환자도 있고 운 좋으면 두 시간만에도 수술 받았다는 얘기입니다.

4시간은 응급실에 들어간 뒤에 수술대에 올라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만 계산한 것입니다.

<질문> 응급실에 갔다가 수술 못해서 다른 병원으로 가는 일, 적지 않은데 이런 시간은 포함이 안 된 거죠?

<답변>

그렇죠. 실제 사고부터 수술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는 현재로서는 파악도 안 됩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응급실에 일단 도착한 환자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분석한 대목도 있는데요.

46%는 귀가, 30%는 입원했고 11%는 숨졌어. 근데 11%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

이송 이유를 보면 병실 부족, 중환자실 부족, 응급수술 불가 이런 의학적인 토대가 부족해서 다른 병원으로 보낸 게 50%가 넘어.

<질문>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나요?

<답변>

이송 과정에서 일단 가까운 병원으로 가는 게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서입니다.

119 구급차 타도 관할구역 벗어나려고 안 합니다.

중증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대신 가까운 병원으로 가다보니 쓸데 없는 절차를 밟다 시간을 끄는 겁니다

수익 때문에도 그렇고 인력 문제 때문에 병원들은 외상 전문센터 만들어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보통 외상센터에 의료진 4명 정도가 한 팀이 됩니다.

수술 가능한 외과 의사 두 명 정도에 응급의학과 의사 등이 포함돼야 합니다.

이 인원이 밤샘하고 나면 다음날 쉬게 되고 외래 진료는 당연히 못하니까 병원 입장에서는 손실이 납니다.

상시 대기시키기가 어려우니까 집에서 쉬는 의사를 긴급 상황에만 불러내는 식으로 운영하는데,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 치료만 제때 되면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이 목숨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군요?

<답변>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치료만 잘 받으면 살 수 있었던 환자가 얼마나 숨졌는지를 가리키는데요.

한국은 35%가 넘는데 이것도 사정 좋은 병원 20곳만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넓히면 사망률이 50% 넘을 거라고 의사들 말해.

전국에 200곳 넘는 외상센터 있는 미국 10% 안팎. 이웃 일본도 15%. 부끄러운 수준.

<질문> 2011년 1월 우리나라 삼호 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을 때 석해균 선장이 중상을 입었는데 당시 정부가 중증외상 환자 관리 대책을 내놓지 않았나요?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답변>

의료진이 타고 응급처치해가며 환자를 옮기는 닥터헬기를 도입해야 한다, 중증외상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논의가 많았습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국에 중증외상센터 17곳을 만들기로 하고 병원들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5곳을 지정했고 올해 4곳을 추가 지정했습니다.

시설비와 운영비로 병원 한 곳당 많게는 100억 원 정도 쏟아붓는 사업입니다.

속도를 매우 느리지만 인프라는 갖춰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의료 인력도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인력 상황은 어떤가요?

<답변>

그게 문제입니다.

취재진이 갔던 아주대병원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외상센터에 상주하는 외상외과 전문의는 3명이었습니다.

밤샘 대기 등 감안하면 근무조를 최소 세 개, 넉넉하게는 네 개 정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10명은 필요합니다.

3분의 1 수준 확보했는데 그나마 사정 나은 편이라는 겁니다.

전국 17곳에 외상 센터 만들려면 줄잡아 300명 정도 되는 외상외과 전문의 필요합니다.

복지부는 현재 있는 외상외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정도로만 답변을 내놓을 뿐 정확히 몇 명인지도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년 배출되는 수도 10명 안팎이어서 근본적인 대책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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