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미국의 동맹국 도청파문

입력 2013.10.30 (07:35) 수정 2013.10.3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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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해설위원]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파문이 연일 지구촌의 화제입니다. 정보기관의 도청이 새삼스런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도청은 그 규모나 대상, 성격이 그 어느 때보다 충격적입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우방국의 정상들이 모두 도청대상에 들어있습니다. 휴대폰 통화 등 정상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미국의 손바닥위에 있었던 것입니다. 적어도 10년 전 부터입니다. 미국의 감청시설이 전 세계 80여 곳에서 운용됐습니다. 스페인에선 한 달 동안 국내통화 6천만 건이 도청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독일에선 매달 5억 건의 통신내역이 감청됐습니다. 테러와 중범죄 방지라는 감청목적과는 무관한 도청이 일상적으로 이뤄져 왔던 것입니다. 감시대상에 벗어나 있는 나라는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 나라에 불과했습니다.

세계의 공분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정부의 입장은 아직은 파장축소에만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진실을 바탕으로 한 정직한 해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우리 정부의 도청의혹 확인 요청에 대해서도 “입장을 이해한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론적인 말로 사안의 민감함을 피해나간 것입니다. 우리 정상에 대한 도청이 사실이라면 보통문제가 아닙니다. 도청으로 인해 국가이익이 침해받았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익이전에 국가의 자존문제이기도 합니다.

사안의 성격상 드러내놓고 처리할 일은 아니지만, 대충 모양만 갖춰 넘어가선 곤란합니다. 미국정부에 ‘신뢰구축방안’을 요구한 독일과 프랑스의 대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응수준과 동떨어져서는 안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미국의 자성과 그에 따른 조치가 먼저 나와야 마땅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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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미국의 동맹국 도청파문
    • 입력 2013-10-30 07:37:30
    • 수정2013-10-30 10: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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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해설위원]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파문이 연일 지구촌의 화제입니다. 정보기관의 도청이 새삼스런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도청은 그 규모나 대상, 성격이 그 어느 때보다 충격적입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우방국의 정상들이 모두 도청대상에 들어있습니다. 휴대폰 통화 등 정상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미국의 손바닥위에 있었던 것입니다. 적어도 10년 전 부터입니다. 미국의 감청시설이 전 세계 80여 곳에서 운용됐습니다. 스페인에선 한 달 동안 국내통화 6천만 건이 도청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독일에선 매달 5억 건의 통신내역이 감청됐습니다. 테러와 중범죄 방지라는 감청목적과는 무관한 도청이 일상적으로 이뤄져 왔던 것입니다. 감시대상에 벗어나 있는 나라는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 나라에 불과했습니다.

세계의 공분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정부의 입장은 아직은 파장축소에만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진실을 바탕으로 한 정직한 해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우리 정부의 도청의혹 확인 요청에 대해서도 “입장을 이해한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론적인 말로 사안의 민감함을 피해나간 것입니다. 우리 정상에 대한 도청이 사실이라면 보통문제가 아닙니다. 도청으로 인해 국가이익이 침해받았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익이전에 국가의 자존문제이기도 합니다.

사안의 성격상 드러내놓고 처리할 일은 아니지만, 대충 모양만 갖춰 넘어가선 곤란합니다. 미국정부에 ‘신뢰구축방안’을 요구한 독일과 프랑스의 대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응수준과 동떨어져서는 안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미국의 자성과 그에 따른 조치가 먼저 나와야 마땅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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