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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건 다 판다’ 대기업들 서둘러 현금 마련 총력
입력 2013.11.03 (08:02)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대기업에 고강도의 자체 구조조정을 주문한 이유는 취약업종의 업황 개선이 늦어지고 금융시장 우려도 지속되는데 따라 해당 기업들이 미리 현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과 감독 당국 수장들이 직접 나서서 당분간 동양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우려되는 기업은 없다고 못박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 경제가 올해 바닥을 찍고 상저하고(上低下高)식 반등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지만 부동산·건설·해운·선박 등 업종에서 '훈풍'을 체감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휘청거리면 일반 투자자나 협력업체는 물론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몸집 줄이기' 수차례 강조한 금융당국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동양사태 이후 부실기업 발생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장됐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회사채 시장 상황은 아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다른 기업에 대한 우려 또한 시장에서 과장된 것으로 본다. 모니터링 중이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동양의 문제는 계열 증권사를 동원해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판매한 것인데 이런 회사가 4곳 정도 있다"면서 "하지만 그만큼(동양그룹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 '제2의 동양'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와 함께 이른바 '위험 기업군'의 이름이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에 자산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계속 권유해 온 금융당국의 태도가 최근 더 강해진 이유다.

일부 기업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 해도 이런 시장의 우려가 현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업체까지 사지(死地)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조선·해운업종에 시장 눈길 집중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건설업종에서만 적지 않은 기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시공능력순위 13위의 쌍용건설은 졸업 8년 만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1위인 경남기업도 졸업 2년 만에 워크아웃을 택했다.

STX그룹 계열사들은 건설과 조선·해운업종의 업황 부진으로 채권단 주도 워크아웃을 추진하고 있고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아온 동양시멘트를 비롯한 동양그룹의 5개 계열사도 자금난으로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단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제값을 받고 자산을 팔기가 쉽지 않다.

불황이 길어지고 시장이 얼어붙은데다 채권자 간 이견이 생기는 등 장애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법정관리 중인 동양건설산업과 벽산건설, LIG건설은 지난해와 올해 추진한 인수·합병(M&A)이 모두 무산돼 최근 다시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올해 독일계 엔지니어링업체 M+W와 벌인 수의계약 협상이 매각금액을 둘러싼 이견으로 무산됐고 최근 공개 경쟁입찰에선 신청자가 한 곳도 없었다.

가장 최근 워크아웃을 개시한 경남기업의 경우 채권은행들은 일단 1천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결의했다.

경남기업은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주상복합 '랜드마크72'도 매각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 "유동성 확보 서두르자"

금융당국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자산을 팔거나 차입선을 다변화해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고 유동성을 보강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양도 동양파워 매각 가격을 저울질하다 '타이밍'을 놓쳤다"며 "가격을 너무 고집하지 말고 빨리 우량자산을 매각해 현금 보유액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대한항공으로부터 1천500억원을 긴급 수혈한 한진해운은 4천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도 채권은행들을 독려해 영구채 발행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비율이 높은 대한항공도 보유한 항공기를 매각한 뒤 이를 다시 리스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은 "대한항공에 항공기를 매각한 뒤 다시 리스해 쓰는 방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호텔 건설을 추진중인 부지도 호텔 허가가 안 나는 곳이므로 매각을 독려해보겠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다만 "항공업은 그 속성상 일반기업보다 부채비율이 높다"며 "대한항공은 현재 유동성이 1조원 가까이 되기 때문에 재무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자산매각 등 현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부제철은 2015년까지 유상증자와 지분매각, 공장부지매각 등을 통해 1조5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는 연말까지 당진제철소 부두의 지분 매각으로 3천억원, 내년 상반기 유상증자 700억원, 동부증권·동부생명·동부캐피탈 주식 매각으로 500억원, 인천공장을 담보로 후순위 담보부사채를 발행해 1천억원을 각각 조달할 계획이다.

2015년에는 유상증자 600억원, 인천공장 지분 매각으로 3천500억원, 동부특수강 지분에 대한 리파이낸싱으로 1천2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동부건설은 서울 동자동 오피스 빌딩 지분을 매각해 3천억원의 자금을 회수하고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천700억원 가량도 매각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최근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회사채 2천800억원을 차환 발행했다. 2천1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도하고 현대부산신항만 매각도 추진할 계획이다.
  • ‘돈 되는건 다 판다’ 대기업들 서둘러 현금 마련 총력
    • 입력 2013-11-03 08:02:45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대기업에 고강도의 자체 구조조정을 주문한 이유는 취약업종의 업황 개선이 늦어지고 금융시장 우려도 지속되는데 따라 해당 기업들이 미리 현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과 감독 당국 수장들이 직접 나서서 당분간 동양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우려되는 기업은 없다고 못박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 경제가 올해 바닥을 찍고 상저하고(上低下高)식 반등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지만 부동산·건설·해운·선박 등 업종에서 '훈풍'을 체감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휘청거리면 일반 투자자나 협력업체는 물론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몸집 줄이기' 수차례 강조한 금융당국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동양사태 이후 부실기업 발생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장됐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회사채 시장 상황은 아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다른 기업에 대한 우려 또한 시장에서 과장된 것으로 본다. 모니터링 중이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동양의 문제는 계열 증권사를 동원해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판매한 것인데 이런 회사가 4곳 정도 있다"면서 "하지만 그만큼(동양그룹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 '제2의 동양'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와 함께 이른바 '위험 기업군'의 이름이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에 자산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계속 권유해 온 금융당국의 태도가 최근 더 강해진 이유다.

일부 기업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 해도 이런 시장의 우려가 현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업체까지 사지(死地)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조선·해운업종에 시장 눈길 집중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건설업종에서만 적지 않은 기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시공능력순위 13위의 쌍용건설은 졸업 8년 만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1위인 경남기업도 졸업 2년 만에 워크아웃을 택했다.

STX그룹 계열사들은 건설과 조선·해운업종의 업황 부진으로 채권단 주도 워크아웃을 추진하고 있고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아온 동양시멘트를 비롯한 동양그룹의 5개 계열사도 자금난으로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단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제값을 받고 자산을 팔기가 쉽지 않다.

불황이 길어지고 시장이 얼어붙은데다 채권자 간 이견이 생기는 등 장애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법정관리 중인 동양건설산업과 벽산건설, LIG건설은 지난해와 올해 추진한 인수·합병(M&A)이 모두 무산돼 최근 다시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올해 독일계 엔지니어링업체 M+W와 벌인 수의계약 협상이 매각금액을 둘러싼 이견으로 무산됐고 최근 공개 경쟁입찰에선 신청자가 한 곳도 없었다.

가장 최근 워크아웃을 개시한 경남기업의 경우 채권은행들은 일단 1천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결의했다.

경남기업은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주상복합 '랜드마크72'도 매각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 "유동성 확보 서두르자"

금융당국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자산을 팔거나 차입선을 다변화해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고 유동성을 보강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양도 동양파워 매각 가격을 저울질하다 '타이밍'을 놓쳤다"며 "가격을 너무 고집하지 말고 빨리 우량자산을 매각해 현금 보유액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대한항공으로부터 1천500억원을 긴급 수혈한 한진해운은 4천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도 채권은행들을 독려해 영구채 발행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비율이 높은 대한항공도 보유한 항공기를 매각한 뒤 이를 다시 리스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은 "대한항공에 항공기를 매각한 뒤 다시 리스해 쓰는 방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호텔 건설을 추진중인 부지도 호텔 허가가 안 나는 곳이므로 매각을 독려해보겠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다만 "항공업은 그 속성상 일반기업보다 부채비율이 높다"며 "대한항공은 현재 유동성이 1조원 가까이 되기 때문에 재무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자산매각 등 현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부제철은 2015년까지 유상증자와 지분매각, 공장부지매각 등을 통해 1조5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는 연말까지 당진제철소 부두의 지분 매각으로 3천억원, 내년 상반기 유상증자 700억원, 동부증권·동부생명·동부캐피탈 주식 매각으로 500억원, 인천공장을 담보로 후순위 담보부사채를 발행해 1천억원을 각각 조달할 계획이다.

2015년에는 유상증자 600억원, 인천공장 지분 매각으로 3천500억원, 동부특수강 지분에 대한 리파이낸싱으로 1천2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동부건설은 서울 동자동 오피스 빌딩 지분을 매각해 3천억원의 자금을 회수하고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천700억원 가량도 매각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최근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회사채 2천800억원을 차환 발행했다. 2천1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도하고 현대부산신항만 매각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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