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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SOS’…느려지고, 늙고, 끼이고
입력 2013.11.04 (06:18) 연합뉴스
한국경제가 'SOS'를 외치고 있다. 저성장 기조 속에 정책, 투자 결정은 느려지고(Slow), 산업, 근로자들은 늙어가고(Old),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Sandwiched)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최근 한국경제의 저성장 국면과 위기상황을 'SOS'라는 키워드로 정의하면서 이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최근 3분기 기업실적에서 보듯 삼성전자 하나를 빼고는 주요 수출기업의 실적지표가 모조리 악화된 것이 SOS 신호가 나오게 된 배경이라는 재계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당장은 원-달러 환율하락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고 엔저 등 환율 불안정,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계부채 확대, 불황업종 기업의 자금난 등이 위기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아무런 해법없이 각 경제주체들을 쥐락펴락하는 사이 기업들은 나아갈 지향점을 찾지 못한채 안전 위주 경영에만 나선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해석이다. 기업생태계가 구조적 위기에 빠진 지금 거시적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슬로(SLOW) : 저성장에 정책·사업진척도 소걸음

저성장 기조가 뚜렷해졌다. 우리나라가 한때 구가했던 중국의 7∼9%의 경제성장률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아득하다.

우리나라는 1983∼1992년간 평균 경제성장률 9.7%을 기록,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3.5%보다 2.8배 높았던 호황기를 구가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이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세계 성장률을 밑도는 일이 다반사다.

2003∼2012년 우리나라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3.61%로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3.83%보다 0.22% 포인트 뒤졌고 단 두차례만 세계 평균 성장률을 웃돌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2만달러를 달성한 이후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 9개국이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도약하는데 평균 9.6년이 소요됐는데 한국은 2007년 2만1천590달러에서 2013년 4월 현재 2만3천113달러로 2만달러 달성 이후 5년동안 1천600달러도 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정책, 사업 진척의 클락 스피드(clock speed)도 늦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시간이 과거보다 현저히 느려졌다.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2월 기공식을 갖고 2년 5개월만에 완공했던 반면 경부고속철도는 1단계(서울-대구) 완공에 11년 10개월, 2단계(대구-부산) 완공에 6년 4개월이 걸렸다.

서산간척지는 1980년 5월부터 1993년 6월까지 13년이 소요됐지만 새만금 간척지는 1991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19년 4개월이 걸렸고, 분당신도시는 2년 1개월만에 첫 입주가 이뤄진 반면 판교 신도시는 7년이 걸렸다.

경제·사회 구조가 복잡다단해지면서 이해관계자가 늘어나고 업무 집행에 있어 엄격하게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해 경제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아직 갈길이 먼 우리 경제로선 불리해진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는 등 한국 경제가 '승자' 대접을 받고 있지만 저성장 기조에 녹아있는 위기요인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 올드(OLD) : 근로자도 늙고, 산업구조도 고착화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진척되면서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는데 이는 한국 경제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최근 10년간 연령대별 취업구조를 분석한 결과 40세 미난의 취업자 비중은 하락하고 40세 이상은 상승해 취업구조의 고령화가 진행중이다.

2011년 15∼29세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10년전인 2001년 22.3%보다 6.3% 포인트 떨어졌고 30∼39세 취업자 비중도 28.6%에서 23.9%로 4.7% 포인트 줄었다.

반면 50∼59세 취업자 비중은 13.7%에서 21%로 7.3% 포인트, 60세 이상은 9.6%에서 11.9%로 2.3% 포인트, 40∼49세는 25.8%에서 27.3%로 1.5% 포인트 높아졌다.

40세를 전후해 취업구조의 양극화로 2011년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연령은 43.8세로 2001년 40.7세보다 3.1세나 높아졌다.

취업구조 고령화와 함께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생)의 퇴직이 가시화될 경우 노동력 공백과 이로인한 피부양자 수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인구 연령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주요 산업구조는 전혀 바뀌지 않은채 활력을 잃고 있다.

국내 10대 산업에서 1등 기업의 나이(창립후 존속기한)는 평균 54세로 주요 산업의 편중과 독식이 고착화되며 신산업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산업으로 성장 발전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10대 수출품목은 10위권에 오른지 평균 23년이나 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선박해양구조물, 철강판이 1977년 10대 수출품목에 포함돼 35년째이고, 석유제품 28년째, 자동차 및 컴퓨터 26년째, 합성수지 17년째이다. 우리나라 주력산업이 고착화된 채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 샌드위치(SANDWICH) : 중국은 기술 추격, 일본은 가격 좁혀

지난 9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조사 결과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임이 확인됐다. 144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은 종합 순위 19위로 일본(10위)과 중국(29위)의 딱 중간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120개 국가전략기술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가별 기술수준 평가 결과 우리나라 전략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국인 미국에 4.7년, 일본에 3.1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2010년 2.5년에서 2012년 1.9년으로 바짝 좁혀지며 맹추격당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으로도 한·중 양국간 기술격차는 2002년 4.7년에서 2011년엔 3.7년으로 줄었다.

중국의 IT업체 화웨이(華爲)가 올해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1천270만대(5.1%)를 기록하며 LG전자를 제치고 세계 시장 3위 업체로 올라선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중국의 부품, 소재, 장비 산업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지난 10년새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까지 제치고 세계 1위 부품·소재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이미 국가별 세계 1위 품목에서도 중국은 1천431개, 일본 229개에 달하지만 한국은 61개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 경제는 이런 중국의 기술추격에,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엔저(低)를 무기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는 일본 사이에 끼어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역(逆) 샌드위치' 조짐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20% 이상 개선된 상황이다.지난해 엔화 평균 환율이 100엔당 80달러였으나 올해는 104달러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의 기술수준이 일본을 따라잡는 속도가 중국이 한국을 추격하는 것처럼 빠르지도 않다.

◇ 한국경제,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소장은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로 묘사하며 서서히 다가오는 위기나 충격에는 대응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외환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는 탄탄한 재정구조로 '승자' 대접을 받았지만 외부의 찬사에 취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위기에 불감한 것은 아닌지 둘러봐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삼성전자에는 기획하는 인력만 1천명인데 정통부에 가보니 기획은 없고 대책반만 있다고 언급한 것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재계는 특히 투자와 고용은 확대하라고 윽박지르면서 규제를 풀기는커녕 기업을 옥죄는 정책들을 양산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크다.

대기업의 한 고위간부는 "정부가 신뢰를 받을만한 중장기 경제비전도 제시하지 않은채 불확실한 대외경제 여건에 대한 고려도 없이 마구잡이로 투자를 독려하는데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국민소득 2만달러대에서 수년째 맴돌고 있는 경제정체 상태에서 정부가 경제 비전을 제시하며 돌파구를 찾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진행된 1962년부터 1986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이 87달러에서 3천402달러로 40배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중장기 미래비전의 제시는 위기돌파에 유효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임상혁 전경련 상무는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기업들도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국가 주도의 개발경제 시대가 아니더라도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국가경제 차원의 중장기 목표 제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나 정치권뿐만 아니라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는 기업들마다 '총수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월급쟁이' 전문경영인들은 과감한 투자나 신성장 동력을 찾기보다는 안전 위주 수익성만을 좇는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자본이 부족했던 60∼70년대에는 국가의 지원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기업가의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 의욕이 있어야만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한국경제 ‘SOS’…느려지고, 늙고, 끼이고
    • 입력 2013-11-04 06:18:50
    연합뉴스
한국경제가 'SOS'를 외치고 있다. 저성장 기조 속에 정책, 투자 결정은 느려지고(Slow), 산업, 근로자들은 늙어가고(Old),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Sandwiched)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최근 한국경제의 저성장 국면과 위기상황을 'SOS'라는 키워드로 정의하면서 이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최근 3분기 기업실적에서 보듯 삼성전자 하나를 빼고는 주요 수출기업의 실적지표가 모조리 악화된 것이 SOS 신호가 나오게 된 배경이라는 재계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당장은 원-달러 환율하락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고 엔저 등 환율 불안정,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계부채 확대, 불황업종 기업의 자금난 등이 위기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아무런 해법없이 각 경제주체들을 쥐락펴락하는 사이 기업들은 나아갈 지향점을 찾지 못한채 안전 위주 경영에만 나선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해석이다. 기업생태계가 구조적 위기에 빠진 지금 거시적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슬로(SLOW) : 저성장에 정책·사업진척도 소걸음

저성장 기조가 뚜렷해졌다. 우리나라가 한때 구가했던 중국의 7∼9%의 경제성장률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아득하다.

우리나라는 1983∼1992년간 평균 경제성장률 9.7%을 기록,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3.5%보다 2.8배 높았던 호황기를 구가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이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세계 성장률을 밑도는 일이 다반사다.

2003∼2012년 우리나라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3.61%로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3.83%보다 0.22% 포인트 뒤졌고 단 두차례만 세계 평균 성장률을 웃돌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2만달러를 달성한 이후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 9개국이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도약하는데 평균 9.6년이 소요됐는데 한국은 2007년 2만1천590달러에서 2013년 4월 현재 2만3천113달러로 2만달러 달성 이후 5년동안 1천600달러도 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정책, 사업 진척의 클락 스피드(clock speed)도 늦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시간이 과거보다 현저히 느려졌다.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2월 기공식을 갖고 2년 5개월만에 완공했던 반면 경부고속철도는 1단계(서울-대구) 완공에 11년 10개월, 2단계(대구-부산) 완공에 6년 4개월이 걸렸다.

서산간척지는 1980년 5월부터 1993년 6월까지 13년이 소요됐지만 새만금 간척지는 1991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19년 4개월이 걸렸고, 분당신도시는 2년 1개월만에 첫 입주가 이뤄진 반면 판교 신도시는 7년이 걸렸다.

경제·사회 구조가 복잡다단해지면서 이해관계자가 늘어나고 업무 집행에 있어 엄격하게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해 경제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아직 갈길이 먼 우리 경제로선 불리해진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는 등 한국 경제가 '승자' 대접을 받고 있지만 저성장 기조에 녹아있는 위기요인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 올드(OLD) : 근로자도 늙고, 산업구조도 고착화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진척되면서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는데 이는 한국 경제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최근 10년간 연령대별 취업구조를 분석한 결과 40세 미난의 취업자 비중은 하락하고 40세 이상은 상승해 취업구조의 고령화가 진행중이다.

2011년 15∼29세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10년전인 2001년 22.3%보다 6.3% 포인트 떨어졌고 30∼39세 취업자 비중도 28.6%에서 23.9%로 4.7% 포인트 줄었다.

반면 50∼59세 취업자 비중은 13.7%에서 21%로 7.3% 포인트, 60세 이상은 9.6%에서 11.9%로 2.3% 포인트, 40∼49세는 25.8%에서 27.3%로 1.5% 포인트 높아졌다.

40세를 전후해 취업구조의 양극화로 2011년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연령은 43.8세로 2001년 40.7세보다 3.1세나 높아졌다.

취업구조 고령화와 함께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생)의 퇴직이 가시화될 경우 노동력 공백과 이로인한 피부양자 수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인구 연령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주요 산업구조는 전혀 바뀌지 않은채 활력을 잃고 있다.

국내 10대 산업에서 1등 기업의 나이(창립후 존속기한)는 평균 54세로 주요 산업의 편중과 독식이 고착화되며 신산업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산업으로 성장 발전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10대 수출품목은 10위권에 오른지 평균 23년이나 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선박해양구조물, 철강판이 1977년 10대 수출품목에 포함돼 35년째이고, 석유제품 28년째, 자동차 및 컴퓨터 26년째, 합성수지 17년째이다. 우리나라 주력산업이 고착화된 채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 샌드위치(SANDWICH) : 중국은 기술 추격, 일본은 가격 좁혀

지난 9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조사 결과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임이 확인됐다. 144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은 종합 순위 19위로 일본(10위)과 중국(29위)의 딱 중간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120개 국가전략기술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가별 기술수준 평가 결과 우리나라 전략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국인 미국에 4.7년, 일본에 3.1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2010년 2.5년에서 2012년 1.9년으로 바짝 좁혀지며 맹추격당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으로도 한·중 양국간 기술격차는 2002년 4.7년에서 2011년엔 3.7년으로 줄었다.

중국의 IT업체 화웨이(華爲)가 올해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1천270만대(5.1%)를 기록하며 LG전자를 제치고 세계 시장 3위 업체로 올라선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중국의 부품, 소재, 장비 산업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지난 10년새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까지 제치고 세계 1위 부품·소재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이미 국가별 세계 1위 품목에서도 중국은 1천431개, 일본 229개에 달하지만 한국은 61개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 경제는 이런 중국의 기술추격에,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엔저(低)를 무기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는 일본 사이에 끼어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역(逆) 샌드위치' 조짐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20% 이상 개선된 상황이다.지난해 엔화 평균 환율이 100엔당 80달러였으나 올해는 104달러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의 기술수준이 일본을 따라잡는 속도가 중국이 한국을 추격하는 것처럼 빠르지도 않다.

◇ 한국경제,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소장은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로 묘사하며 서서히 다가오는 위기나 충격에는 대응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외환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는 탄탄한 재정구조로 '승자' 대접을 받았지만 외부의 찬사에 취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위기에 불감한 것은 아닌지 둘러봐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삼성전자에는 기획하는 인력만 1천명인데 정통부에 가보니 기획은 없고 대책반만 있다고 언급한 것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재계는 특히 투자와 고용은 확대하라고 윽박지르면서 규제를 풀기는커녕 기업을 옥죄는 정책들을 양산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크다.

대기업의 한 고위간부는 "정부가 신뢰를 받을만한 중장기 경제비전도 제시하지 않은채 불확실한 대외경제 여건에 대한 고려도 없이 마구잡이로 투자를 독려하는데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국민소득 2만달러대에서 수년째 맴돌고 있는 경제정체 상태에서 정부가 경제 비전을 제시하며 돌파구를 찾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진행된 1962년부터 1986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이 87달러에서 3천402달러로 40배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중장기 미래비전의 제시는 위기돌파에 유효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임상혁 전경련 상무는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기업들도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국가 주도의 개발경제 시대가 아니더라도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국가경제 차원의 중장기 목표 제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나 정치권뿐만 아니라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는 기업들마다 '총수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월급쟁이' 전문경영인들은 과감한 투자나 신성장 동력을 찾기보다는 안전 위주 수익성만을 좇는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자본이 부족했던 60∼70년대에는 국가의 지원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기업가의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 의욕이 있어야만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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