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기원, 알고 보니 도박장

입력 2001.12.26 (21:00) 수정 2018.08.29 (15: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얼마 전 경기도 의정부의 한 기원에서는 바둑이 아닌 도박을 하다가 불이 나서 5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KBS취재 결과 실제로 상당수의 기원들이 도박장으로 변질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김영중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서울시내에 있는 한 기원입니다.
평범하게 바둑을 두고 있는 대국장을 지나 따로 마련된 내실로 들어가 봤습니다.
카드도박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들어가자 카드를 치던 손님들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돈부터 챙겨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원 관계자: 몇 만 원 갖고 시간 보내다가 가고 그래요, 이것은 무슨 도박은 아니고...
⊙기자: 서울 강남에 있는 또 다른 기원입니다.
이곳에서도 바둑을 두는 곳 외에 밀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탁자에 마작을 준비해 놓고 속칭 멤버라고 부르는 마작을 함께 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업주는 화투와 카드 그리고 마작 등 모든 종류의 도박이 가능하다는 반응입니다.
⊙기원 관계자: 훌라 할 줄 알면 훌라 하시고, 세반오디는 조금 있어야 모이는데 전화 연락처를 주면 내가 연락을...
⊙기자: 대부분 큰돈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기원에서 이런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기원 관계자들의 증언입니다.
⊙기원 관계자: (기원)100개 중에 90개는 한다고 봐요. 운영이 안 되니까, 기료 받아서는 임대료 하고 운영비밖에 안 나와요.
⊙기자: 그래서 아예 입구부터 도박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판을 내건 기원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도박판이 벌어지면 순수 바둑애호가들이 발길을 끊기 때문입니다.
⊙기원 관계자: 싸우는 소리 들리고 분위기가 지저분하다 보면 순수 애기가들이 발길을 끊는다구요.
⊙기자: 문제는 도박장으로 변질된 기원에서는 영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도박판이 커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인생철학을 담고 있어서 도의 경지라고 부르는 바둑을 두는 기원이 도박으로 인해 그 순수성을 잃고 있습니다.
KBS뉴스 김영중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말로만 기원, 알고 보니 도박장
    • 입력 2001-12-26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얼마 전 경기도 의정부의 한 기원에서는 바둑이 아닌 도박을 하다가 불이 나서 5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KBS취재 결과 실제로 상당수의 기원들이 도박장으로 변질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김영중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서울시내에 있는 한 기원입니다. 평범하게 바둑을 두고 있는 대국장을 지나 따로 마련된 내실로 들어가 봤습니다. 카드도박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들어가자 카드를 치던 손님들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돈부터 챙겨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원 관계자: 몇 만 원 갖고 시간 보내다가 가고 그래요, 이것은 무슨 도박은 아니고... ⊙기자: 서울 강남에 있는 또 다른 기원입니다. 이곳에서도 바둑을 두는 곳 외에 밀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탁자에 마작을 준비해 놓고 속칭 멤버라고 부르는 마작을 함께 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업주는 화투와 카드 그리고 마작 등 모든 종류의 도박이 가능하다는 반응입니다. ⊙기원 관계자: 훌라 할 줄 알면 훌라 하시고, 세반오디는 조금 있어야 모이는데 전화 연락처를 주면 내가 연락을... ⊙기자: 대부분 큰돈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기원에서 이런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기원 관계자들의 증언입니다. ⊙기원 관계자: (기원)100개 중에 90개는 한다고 봐요. 운영이 안 되니까, 기료 받아서는 임대료 하고 운영비밖에 안 나와요. ⊙기자: 그래서 아예 입구부터 도박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판을 내건 기원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도박판이 벌어지면 순수 바둑애호가들이 발길을 끊기 때문입니다. ⊙기원 관계자: 싸우는 소리 들리고 분위기가 지저분하다 보면 순수 애기가들이 발길을 끊는다구요. ⊙기자: 문제는 도박장으로 변질된 기원에서는 영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도박판이 커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인생철학을 담고 있어서 도의 경지라고 부르는 바둑을 두는 기원이 도박으로 인해 그 순수성을 잃고 있습니다. KBS뉴스 김영중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