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직접 쓴 ‘회의록 의견’…삭제 경위 드러나나

입력 2013.11.15 (22:31) 수정 2013.11.1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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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조명균 결재 올린 회의록에 수정·보완 지시…해석 논란 여지

검찰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과 관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정·보완 지시'를 내렸고 이것이 결국 회의록 삭제로 이어졌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비서진으로부터 회의록 녹취 내용을 중간 보고받은 뒤 수정·보완 지시를 내렸으며, 이 같은 지시를 내리면서 비서진이 올린 녹취록 내용에 대해 상세한 검토 의견을 달았던 사실을 확인했다.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은 회담 내용을 녹음한 국정원이 전송한 회의록 내용을 2007년 10월 6일 다듬어 9일 청와대 이지원에 '문서관리카드' 자료로 작성, 결재를 올렸다. 백종천 전 안보정책실장은 이 카드를 열람해 중간 결재를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10월 19일 문서관리카드를 열어 내용을 확인한 다음 21일 관리카드의 '처리의견'란에 '수고 많았습니다. 다만 내용을 한 번 더 다듬어 놓자는 뜻으로 재검토로 합니다'라고 적고 결재를 끝냈다.

이 과정에서 별도로 '회의록을 수정·보완하라'는 취지가 기재된 '보고서 의견-남북정상녹취록.hwp' 파일을 첨부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파일에서 녹취록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특정 페이지를 언급하는 등 '디테일'에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수정본이 만들어졌고 이후 이지원 결재를 받았던 초본은 삭제됐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이 왜 수정·보완을 지시했는지, 왜 삭제하도록 했는지를 둘러싼 '동기'는 확실히 해소되지 않았다. 관련 조사를 받은 참여정부 측 인사들도 구체적인 진술을 내놓지 않
았다.

이런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보고서 의견'을 어떤 방향으로 해석해야 할지를 놓고 향후 재판에서 검찰과 참여정부 측 사이에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다음은 노 전 대통령이 남긴 '보고서 의견-남북정상녹취록.hwp' 전문.

「수고 많았습니다.

읽어보니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NLL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도 추후 다루는 것을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확실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임기 내에 NLL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를 다룰 때 지혜롭게 다루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밖의 문제는 다 공개된 대로입니다만 앞으로 해당 분야를 다룰 책임자들은 대화 내용과 분위기를 잘 아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회담을 책임질 총리, 경제부총리, 국방장관 등이 공유해야 할 내용이 많은 것 같습니다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등은 동석한 사람들이고 이미 가지고 있겠지요? 아니라면 역시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

필요한 내용들을 대화록 그대로 나누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용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니까요.

제공할 사람의 범위, 대화록 전체를 줄 것인지 필요한 부분을 잘라서 줄 것인지, 보안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안보실이 책임을 지고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녹취록은 누가 책임지고 한 자, 한 자 정확하게 다듬고, 녹취록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각주를 달아서 정확성, 완성도가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하여 이지원에 올려 두시기 바랍니다.

62페이지 '자위력으로'는 '자의적으로'의 오기입니다. 63페이지 상단,'남측의 지도자께서도'라는 표현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그밖에도 정확하지 않거나 모호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도 없고 이 부분만큼 중요하지 않아서 이 부분만 지적해 둡니다.

이 작업에는 수석, 실장 모두 꼼꼼하게 검증과정을 그쳐주시기 바랍니다.

071020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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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15 22:31:45
    • 수정2013-11-15 22: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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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조명균 결재 올린 회의록에 수정·보완 지시…해석 논란 여지

검찰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과 관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정·보완 지시'를 내렸고 이것이 결국 회의록 삭제로 이어졌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비서진으로부터 회의록 녹취 내용을 중간 보고받은 뒤 수정·보완 지시를 내렸으며, 이 같은 지시를 내리면서 비서진이 올린 녹취록 내용에 대해 상세한 검토 의견을 달았던 사실을 확인했다.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은 회담 내용을 녹음한 국정원이 전송한 회의록 내용을 2007년 10월 6일 다듬어 9일 청와대 이지원에 '문서관리카드' 자료로 작성, 결재를 올렸다. 백종천 전 안보정책실장은 이 카드를 열람해 중간 결재를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10월 19일 문서관리카드를 열어 내용을 확인한 다음 21일 관리카드의 '처리의견'란에 '수고 많았습니다. 다만 내용을 한 번 더 다듬어 놓자는 뜻으로 재검토로 합니다'라고 적고 결재를 끝냈다.

이 과정에서 별도로 '회의록을 수정·보완하라'는 취지가 기재된 '보고서 의견-남북정상녹취록.hwp' 파일을 첨부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파일에서 녹취록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특정 페이지를 언급하는 등 '디테일'에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수정본이 만들어졌고 이후 이지원 결재를 받았던 초본은 삭제됐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이 왜 수정·보완을 지시했는지, 왜 삭제하도록 했는지를 둘러싼 '동기'는 확실히 해소되지 않았다. 관련 조사를 받은 참여정부 측 인사들도 구체적인 진술을 내놓지 않
았다.

이런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보고서 의견'을 어떤 방향으로 해석해야 할지를 놓고 향후 재판에서 검찰과 참여정부 측 사이에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다음은 노 전 대통령이 남긴 '보고서 의견-남북정상녹취록.hwp' 전문.

「수고 많았습니다.

읽어보니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NLL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도 추후 다루는 것을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확실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임기 내에 NLL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를 다룰 때 지혜롭게 다루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밖의 문제는 다 공개된 대로입니다만 앞으로 해당 분야를 다룰 책임자들은 대화 내용과 분위기를 잘 아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회담을 책임질 총리, 경제부총리, 국방장관 등이 공유해야 할 내용이 많은 것 같습니다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등은 동석한 사람들이고 이미 가지고 있겠지요? 아니라면 역시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

필요한 내용들을 대화록 그대로 나누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용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니까요.

제공할 사람의 범위, 대화록 전체를 줄 것인지 필요한 부분을 잘라서 줄 것인지, 보안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안보실이 책임을 지고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녹취록은 누가 책임지고 한 자, 한 자 정확하게 다듬고, 녹취록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각주를 달아서 정확성, 완성도가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하여 이지원에 올려 두시기 바랍니다.

62페이지 '자위력으로'는 '자의적으로'의 오기입니다. 63페이지 상단,'남측의 지도자께서도'라는 표현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그밖에도 정확하지 않거나 모호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도 없고 이 부분만큼 중요하지 않아서 이 부분만 지적해 둡니다.

이 작업에는 수석, 실장 모두 꼼꼼하게 검증과정을 그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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