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지켜달라” 재미 한인 불법 이민자의 호소

입력 2013.11.20 (06:45) 수정 2013.11.20 (08: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정크푸드라고 말하는 맥도널드 햄버거 하나도 사먹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그건 사치였습니다."

10년전 부인과 두 자녀를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불법체류자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정모(54·로스앤젤레스 거주) 씨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착 초기에 겪었던 생활고와 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정 씨는 "불법체류 상태에서 아이들의 꿈을 지키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가정을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려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면서 "이민개혁은 인권문제이지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어린 아이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의 꿈과 희망을 포기하고 어두운 길에 빠진다. 그들의 꿈을 지키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거듭 호소했다.

정 씨는 이 천막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시아태평양계 불법 체류자들과 함께 의회를 상대로 이민개혁법 처리를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로 단식 닷새째라는 그는 고생 끝에 아들과 딸을 각각 하버드대, UC버클리대에 보냈다고 소개한 뒤 "아이들 학비를 버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면서 "미국에서 우리 자녀와 후손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미래를 꿈꿔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디 추(민주·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은 "붕괴된 이민체계를 개혁하기 위해 단식을 하는 이들을 지지한다"면서 "지금 당장 포괄적인 이민개혁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법체류자들과 함께 단식을 하는 윤대중(43)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단식을 할 것"이라면서 "단식 8일째인데 배가 고프지만 이민개혁에 더 굶주려 있다"고 말했다.

회견 직후 단식 농성자들과 지지자들은 의사당까지 행진을 벌인 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실을 찾아 이민개혁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이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이민개혁법은 미국 내 불법 이민자 1천100만명에게 시민권을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에서는 지난 6월 관련 법안이 통과됐으나 하원에서는 베이너 의장을 비롯해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 다수 의원의 반대로 현재까지 법안 상정이 되지 않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꿈을 지켜달라” 재미 한인 불법 이민자의 호소
    • 입력 2013-11-20 06:45:15
    • 수정2013-11-20 08:47:49
    연합뉴스
"여러분이 정크푸드라고 말하는 맥도널드 햄버거 하나도 사먹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그건 사치였습니다."

10년전 부인과 두 자녀를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불법체류자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정모(54·로스앤젤레스 거주) 씨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착 초기에 겪었던 생활고와 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정 씨는 "불법체류 상태에서 아이들의 꿈을 지키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가정을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려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면서 "이민개혁은 인권문제이지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어린 아이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의 꿈과 희망을 포기하고 어두운 길에 빠진다. 그들의 꿈을 지키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거듭 호소했다.

정 씨는 이 천막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시아태평양계 불법 체류자들과 함께 의회를 상대로 이민개혁법 처리를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로 단식 닷새째라는 그는 고생 끝에 아들과 딸을 각각 하버드대, UC버클리대에 보냈다고 소개한 뒤 "아이들 학비를 버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면서 "미국에서 우리 자녀와 후손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미래를 꿈꿔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디 추(민주·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은 "붕괴된 이민체계를 개혁하기 위해 단식을 하는 이들을 지지한다"면서 "지금 당장 포괄적인 이민개혁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법체류자들과 함께 단식을 하는 윤대중(43)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단식을 할 것"이라면서 "단식 8일째인데 배가 고프지만 이민개혁에 더 굶주려 있다"고 말했다.

회견 직후 단식 농성자들과 지지자들은 의사당까지 행진을 벌인 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실을 찾아 이민개혁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이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이민개혁법은 미국 내 불법 이민자 1천100만명에게 시민권을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에서는 지난 6월 관련 법안이 통과됐으나 하원에서는 베이너 의장을 비롯해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 다수 의원의 반대로 현재까지 법안 상정이 되지 않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