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가 간다] 체육도 과외시대 ③ 학교체육 이렇게 바꾸자!

입력 2013.11.22 (13:38) 수정 2013.11.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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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즐기는 스포츠’ 징검다리 놓아야
[체육도 과외시대] ③ 학교체육 이렇게 바꾸자!

“학교 체육시간에는 보통 수행평가 종목을 배우고 연습해요. 지난 학기에는 1분에 줄넘기 160개를 하면 만점이었죠.”

고등학교 1학년 김채원(16·경남 창원시) 양은 체육 시간에 줄넘기, 매트 운동, 달리기 등 평가하기 쉬운 종목을 집중적으로 배운다고 말했다. 다른 중고생들의 대답도 비슷했다. 축구, 농구 등 복합적 능력이 요구되는 종목을 다루더라도 평가 항목은 슛 넣기, 패스 정확도 등 단순한 기능을 측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 학부모와 학생들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체육시간이 늘어나고 좀 더 흥미롭게 운영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 초등학교에서 단체 줄넘기를 하는 어린이들. ⓒ 임온유

학생 희망을 수업에 반영하고 시설도 확충해야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학교 체육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사교육을 찾는 것은 이처럼 틀에 박힌 수업과 일률적인 평가체계, 그리고 부실한 시설 등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인하대 체육학과 조미혜 교수는 “체육수업은 학생들이 운동습관을 만들고 건강을 증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며 “운동에 대한 흥미와 행복감을 느끼고 평생체육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도록 수업방식과 평가체계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내용이 수업에 반영되기를 희망했다. 중학생 정동희(13·경남 창원시) 군은 “설문지를 나눠줘서 학생들이 하고 싶은 운동을 조사한 뒤 수업 활동에 넣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몇몇 한정된 운동만 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공주대 체육교육과 김원정 교수는 2007년 교육과정이 개정된 뒤 학생들의 요구를 수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한 뒤 “변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교사 재교육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희망대로 다양한 종목을 가르치려면 교사도 철저히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부실한 학교 체육시설의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날씨와 관계없이 체육수업을 할 수 있으려면 실내체육관 등의 시설이 필요하지만 이를 갖추지 못한 학교들이 아직 많다. 다양한 종목을 가르치기 위해 필요한 용기구도 대부분 부족하다. 조미혜 교수는 “체육 시설을 확충하려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수영장·볼링장 등 지역사회 시설을 학교체육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원정 교수는 “학교에서는 안전사고를 이유로 외부 시설 이용을 꺼리지만 다양한 신체활동을 수업내용에 포함하기 위해 교사가 적극적으로 학교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교 스포츠클럽이 활성화하려면 전문적으로 지도할 인력과 시설이 확충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농구를 하는 학생들이 추운 날씨 때문에 연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 ⓒ 임온유

평가 방식 개선하고 스포츠클럽도 활용 필요

체육수업의 평가방식을 바꾸는 문제는 토론과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현재 초중고 체육성적은 3등급의 절대평가를 하고 학생부에는 서술식으로만 기재하는데, 일부 전문가는 체육수업 강화를 위해 점수화를 하되 수업에 대한 참여, 흥미, 성취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일선교사들은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통합평가는 공정성 시비 등 논란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률적인 체육 수업 외에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클럽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당국이 본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하나로 중학교 체육수업을 주당 2~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리면서 ‘학교스포츠클럽’을 운영하도록 제도화했다. 그러나 전문교사 부족 등의 이유로 축구, 농구 등 1~2종목밖에 운영되지 않는 학교도 많다고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는 지적했다.


▲ 부실한 시설은 부실한 수업으로 이어지기 쉽다. 축구 골대에 그물망이 없는 한 고등학교의 운동장 모습. ⓒ 임온유

서울대 체육교육과 최의창 교수는 “스포츠클럽은 단순한 평가위주 체육이 아니라 일반학생이 농구클럽, 배구클럽에 참가해 학교별로 시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협동심을 배우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배울 수 있다”며 “전국적인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북대 체육교육과 김대진 교수는 이와 관련해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하는 등 입시위주 교육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학교체육이 개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체육시간을 늘리고, 좀 더 흥미롭게 운영해 주기를 희망했다. 중학생 안다원(16·대구시 북구) 양은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야하기 때문에 운동할 시간이 없다"며 "체력 향상을 위해 학교 체육시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키우는 오연희 (45·대전시) 씨는 "체육을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안정될 것 같다“며 ”학교 체육시간을 늘려주고 즐겁게 뛰어놀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기자 임온유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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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22 13:38:04
    • 수정2013-11-28 16:58:50
    청년기자가 간다


‘평생 즐기는 스포츠’ 징검다리 놓아야
[체육도 과외시대] ③ 학교체육 이렇게 바꾸자!

“학교 체육시간에는 보통 수행평가 종목을 배우고 연습해요. 지난 학기에는 1분에 줄넘기 160개를 하면 만점이었죠.”

고등학교 1학년 김채원(16·경남 창원시) 양은 체육 시간에 줄넘기, 매트 운동, 달리기 등 평가하기 쉬운 종목을 집중적으로 배운다고 말했다. 다른 중고생들의 대답도 비슷했다. 축구, 농구 등 복합적 능력이 요구되는 종목을 다루더라도 평가 항목은 슛 넣기, 패스 정확도 등 단순한 기능을 측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 학부모와 학생들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체육시간이 늘어나고 좀 더 흥미롭게 운영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 초등학교에서 단체 줄넘기를 하는 어린이들. ⓒ 임온유

학생 희망을 수업에 반영하고 시설도 확충해야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학교 체육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사교육을 찾는 것은 이처럼 틀에 박힌 수업과 일률적인 평가체계, 그리고 부실한 시설 등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인하대 체육학과 조미혜 교수는 “체육수업은 학생들이 운동습관을 만들고 건강을 증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며 “운동에 대한 흥미와 행복감을 느끼고 평생체육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도록 수업방식과 평가체계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내용이 수업에 반영되기를 희망했다. 중학생 정동희(13·경남 창원시) 군은 “설문지를 나눠줘서 학생들이 하고 싶은 운동을 조사한 뒤 수업 활동에 넣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몇몇 한정된 운동만 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공주대 체육교육과 김원정 교수는 2007년 교육과정이 개정된 뒤 학생들의 요구를 수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한 뒤 “변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교사 재교육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희망대로 다양한 종목을 가르치려면 교사도 철저히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부실한 학교 체육시설의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날씨와 관계없이 체육수업을 할 수 있으려면 실내체육관 등의 시설이 필요하지만 이를 갖추지 못한 학교들이 아직 많다. 다양한 종목을 가르치기 위해 필요한 용기구도 대부분 부족하다. 조미혜 교수는 “체육 시설을 확충하려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수영장·볼링장 등 지역사회 시설을 학교체육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원정 교수는 “학교에서는 안전사고를 이유로 외부 시설 이용을 꺼리지만 다양한 신체활동을 수업내용에 포함하기 위해 교사가 적극적으로 학교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교 스포츠클럽이 활성화하려면 전문적으로 지도할 인력과 시설이 확충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농구를 하는 학생들이 추운 날씨 때문에 연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 ⓒ 임온유

평가 방식 개선하고 스포츠클럽도 활용 필요

체육수업의 평가방식을 바꾸는 문제는 토론과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현재 초중고 체육성적은 3등급의 절대평가를 하고 학생부에는 서술식으로만 기재하는데, 일부 전문가는 체육수업 강화를 위해 점수화를 하되 수업에 대한 참여, 흥미, 성취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일선교사들은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통합평가는 공정성 시비 등 논란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률적인 체육 수업 외에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클럽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당국이 본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하나로 중학교 체육수업을 주당 2~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리면서 ‘학교스포츠클럽’을 운영하도록 제도화했다. 그러나 전문교사 부족 등의 이유로 축구, 농구 등 1~2종목밖에 운영되지 않는 학교도 많다고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는 지적했다.


▲ 부실한 시설은 부실한 수업으로 이어지기 쉽다. 축구 골대에 그물망이 없는 한 고등학교의 운동장 모습. ⓒ 임온유

서울대 체육교육과 최의창 교수는 “스포츠클럽은 단순한 평가위주 체육이 아니라 일반학생이 농구클럽, 배구클럽에 참가해 학교별로 시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협동심을 배우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배울 수 있다”며 “전국적인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북대 체육교육과 김대진 교수는 이와 관련해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하는 등 입시위주 교육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학교체육이 개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체육시간을 늘리고, 좀 더 흥미롭게 운영해 주기를 희망했다. 중학생 안다원(16·대구시 북구) 양은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야하기 때문에 운동할 시간이 없다"며 "체력 향상을 위해 학교 체육시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키우는 오연희 (45·대전시) 씨는 "체육을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안정될 것 같다“며 ”학교 체육시간을 늘려주고 즐겁게 뛰어놀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기자 임온유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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