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돌아온 팔만대장경판의 비밀

입력 2013.11.22 (16:44) 수정 2013.11.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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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6일, 각 신문에는 보물로 새로 지정된 문화재에 대한 소개 기사가 실렸다. 그 가운데 ‘내전수함음소(內典隨函音䟽)’라는 목판이 있었다. 보물 제1806호로 지정된 이 목판은 고려 고종 32년(1245)에 대장도감에서 판각하여 완성한 경판이다. 다시 말해 팔만대장경 중의 하나인 목판인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대장경 목록에도 없이 인쇄본만 알려져 있다가 이 경판이 발견됨으로써 대장경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목판의 유통 과정이다. 팔만대장경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 목판은 당연히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연유에서인지 이 목판은 장경판전에 있지 않았다.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최근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취재진은 이 목판이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를 추적했다. 몇 년 전 청주 고인쇄박물관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 고려시대 목판을 갖고 있다며 팔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물관측은 이 목판이 팔만대장경판임을 알고 해인사로 소개를 시켜줬다고 한다. 하지만 해인사는 이 목판의 진본 여부 등을 고민하다 구매를 거절하게 된다.

이 목판의 개인 소장자는 결국 해인사 한 암자의 스님에게 이것을 넘기게 된다. 이 스님은 당시 이 목판을 직접 보지 않고 구매했다고 한다. 목판을 소개해준 사람의 말만 믿고 이것을 사들였는데 결국은 성공한 셈이다. 구입 가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 목판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신청되자 해인사가 발칵 뒤집어졌다. 만약 대장경판 중의 하나라면 어떻게 시중에 나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선 해인사는 이 목판의 진본 여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목판이 해인사에 존재했다는 역사적 근거와 판의 진본 여부가 확인되기 전까지 보물 지정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고려 우왕 7년(1381년)에 찍은 인경본이 일본 오타니 대학에 있는데 이 대장경에는 ‘내전수함음소’가 포함돼 있었다. 이것과 비교해 봤더니 일치했던 것이다. 진본으로 확인된 순간이다.


▲ 일본 오타니 대학 인경본과 일치하는 내전수함음소 목판

그럼 진본인 이 ‘내전수함음소’ 목판은 언제 어떻게 해인사로부터 유출됐을까?  일단 고려 말에 찍어낸 인경본과 일치하기 때문에 이때까지 이 목판은 해인사에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언제 인경을 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취재 결과 1963년에서 68년 사이에 13부를 인쇄해 국내에 4부, 외국에 9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팔만대장경 인경 완질본을 소유하고 있는 부산 동아대학교를 찾아갔다. 고문서 전용 도서관인 함진재에서 대장경 전문가와 함께 인경본을 다 뒤져봤다. 하지만 이 목판본은 없었다. 따라서 ‘내전수함음소’ 목판은 최근 인경을 한 1960년대 이전에 해인사에서 없어진 게 확실했다.

해인사는 자체적으로 인쇄한 불경을 장경판전 수다라장 다락방에 보관해 두고 있다. 취재진은 해인사가 보관 중인 인경본 안에서 내전수함음소를 확인했다. 그런데 ‘내전수함음소’가 찍힌 종이를 보면 고려나 조선시대의 제지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 목판은 일제 강점기 혹은 1940~50년대에 해인사 장경판전에 있다가 그 기간 어느 시점에 사라졌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누군가가 이 목판을 몰래 빼돌린 것이다. 과거에 경판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서 이렇게 누군가에 의해 유출된 문화재에 대해 보물로 지정해도 문제가 없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귀중한 우리 보물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만도 고마운 것이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문화재의 유통 경로에 대한 정확한 확인 없이 국가문화재로 지정한다면 불법적인 방법에 의한 문화재 유출을 묵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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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돌아온 팔만대장경판의 비밀
    • 입력 2013-11-22 16:44:52
    • 수정2013-11-28 16:17:29
    취재후·사건후

지난 7월 16일, 각 신문에는 보물로 새로 지정된 문화재에 대한 소개 기사가 실렸다. 그 가운데 ‘내전수함음소(內典隨函音䟽)’라는 목판이 있었다. 보물 제1806호로 지정된 이 목판은 고려 고종 32년(1245)에 대장도감에서 판각하여 완성한 경판이다. 다시 말해 팔만대장경 중의 하나인 목판인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대장경 목록에도 없이 인쇄본만 알려져 있다가 이 경판이 발견됨으로써 대장경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목판의 유통 과정이다. 팔만대장경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 목판은 당연히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연유에서인지 이 목판은 장경판전에 있지 않았다.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최근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취재진은 이 목판이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를 추적했다. 몇 년 전 청주 고인쇄박물관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 고려시대 목판을 갖고 있다며 팔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물관측은 이 목판이 팔만대장경판임을 알고 해인사로 소개를 시켜줬다고 한다. 하지만 해인사는 이 목판의 진본 여부 등을 고민하다 구매를 거절하게 된다.

이 목판의 개인 소장자는 결국 해인사 한 암자의 스님에게 이것을 넘기게 된다. 이 스님은 당시 이 목판을 직접 보지 않고 구매했다고 한다. 목판을 소개해준 사람의 말만 믿고 이것을 사들였는데 결국은 성공한 셈이다. 구입 가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 목판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신청되자 해인사가 발칵 뒤집어졌다. 만약 대장경판 중의 하나라면 어떻게 시중에 나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선 해인사는 이 목판의 진본 여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목판이 해인사에 존재했다는 역사적 근거와 판의 진본 여부가 확인되기 전까지 보물 지정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고려 우왕 7년(1381년)에 찍은 인경본이 일본 오타니 대학에 있는데 이 대장경에는 ‘내전수함음소’가 포함돼 있었다. 이것과 비교해 봤더니 일치했던 것이다. 진본으로 확인된 순간이다.


▲ 일본 오타니 대학 인경본과 일치하는 내전수함음소 목판

그럼 진본인 이 ‘내전수함음소’ 목판은 언제 어떻게 해인사로부터 유출됐을까?  일단 고려 말에 찍어낸 인경본과 일치하기 때문에 이때까지 이 목판은 해인사에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언제 인경을 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취재 결과 1963년에서 68년 사이에 13부를 인쇄해 국내에 4부, 외국에 9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팔만대장경 인경 완질본을 소유하고 있는 부산 동아대학교를 찾아갔다. 고문서 전용 도서관인 함진재에서 대장경 전문가와 함께 인경본을 다 뒤져봤다. 하지만 이 목판본은 없었다. 따라서 ‘내전수함음소’ 목판은 최근 인경을 한 1960년대 이전에 해인사에서 없어진 게 확실했다.

해인사는 자체적으로 인쇄한 불경을 장경판전 수다라장 다락방에 보관해 두고 있다. 취재진은 해인사가 보관 중인 인경본 안에서 내전수함음소를 확인했다. 그런데 ‘내전수함음소’가 찍힌 종이를 보면 고려나 조선시대의 제지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 목판은 일제 강점기 혹은 1940~50년대에 해인사 장경판전에 있다가 그 기간 어느 시점에 사라졌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누군가가 이 목판을 몰래 빼돌린 것이다. 과거에 경판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서 이렇게 누군가에 의해 유출된 문화재에 대해 보물로 지정해도 문제가 없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귀중한 우리 보물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만도 고마운 것이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문화재의 유통 경로에 대한 정확한 확인 없이 국가문화재로 지정한다면 불법적인 방법에 의한 문화재 유출을 묵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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