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이 말랐다’ 프로축구 이적시장 꽁꽁!

입력 2013.11.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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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에이전트의 절반 이상이 망할 것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습니다."

프로축구 시장에 돈줄이 마르고 있다.

올해 초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소속 선수들의 연봉이 전격 공개된 이후 각 구단들은 저마다 경쟁적으로 인건비 줄이기에 나섰고, 이 여파로 이적시장 개장을 앞둔 구단들은 고액 연봉 선수 정리와 더불어 새 선수 영입에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고액의 현금을 주고 시민구단에서 선수를 사오던 관행이 사라지고 선수끼리 트레이드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부자' 구단들이 돈을 쓰지 않자 유망주를 이적시켜 운영 자금을 채워왔던 가난한 시민구단들은 재정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4월 리그와 구단 운영의 재정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 차원에서 선수 연봉 공개를 결정했다. 인건비의 거품을 줄여서 마케팅에 더 많이 투자해 관중을 모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선수들에게 많은 연봉을 주는 것으로 드러난 구단들은 앞다퉈 인건비 축소에 나섰다. 인건비를 줄여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취지는 사라졌다.

일부 구단들은 시즌 종료를 앞두고 몸값이 비싼 스타급 선수들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전사'인 설기현과 김남일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K리그의 '큰손'으로 역할을 해온 수원은 내년 운영비를 40억∼50억 줄이기로 했고, 현대가(家) 구단들은 운영비 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 구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하면서 거액의 현금을 들여 선수를 사오는 모습도 점차 사라졌다. 덩달아 값비싼 외국인 선수의 영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쓸 수 있는 자금이 줄면서 이제는 액수가 맞지 않으면 뽑지 않을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포항 스틸러스는 줄어든 운영비 때문에 외국인 선수 없는 '토종군단'으로 팀을 꾸린 것처럼 '제2의 토종군단'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적 시장에 돈줄이 마르면서 선수 에이전트들도 비상이 걸렸다.

한 에이전트는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구단 쪽에서는 이적료가 필요없는 자유계약(FA) 선수 위주로 문의를 해오고 있다"며 "그나마도 돈을 안 들이고 선수끼리 맞트레이드하려는 움직임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단이 운영비를 줄이면서 유망주들과 스타급 선수들의 해외 이적이 더 많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 등에도 한국 선수들이 많아져 몸값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결국 에이전트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동남아시아나 동유럽, 중동 쪽으로 더 많은 선수를 내보낼 수밖에 없다"며 "어린 선수들도 더 많은 연봉을 받으려고 K리그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구단 운영비 감소는 스타급 선수들의 해외 이적과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의 국내 영입 불가로 이어지고, 그라운드에서 볼거리가 줄면서 관중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 에이전트는 "관중은 스타들의 화려한 경기를 보려고 입장료를 투자한다"며 "그러나 스타들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게 되면 관중은 떠날 수밖에 없다. 누가 평범한 선수들을 보려고 돈을 쓰겠는냐"라며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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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줄이 말랐다’ 프로축구 이적시장 꽁꽁!
    • 입력 2013-11-29 11:22:50
    연합뉴스
"국내 에이전트의 절반 이상이 망할 것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습니다." 프로축구 시장에 돈줄이 마르고 있다. 올해 초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소속 선수들의 연봉이 전격 공개된 이후 각 구단들은 저마다 경쟁적으로 인건비 줄이기에 나섰고, 이 여파로 이적시장 개장을 앞둔 구단들은 고액 연봉 선수 정리와 더불어 새 선수 영입에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고액의 현금을 주고 시민구단에서 선수를 사오던 관행이 사라지고 선수끼리 트레이드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부자' 구단들이 돈을 쓰지 않자 유망주를 이적시켜 운영 자금을 채워왔던 가난한 시민구단들은 재정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4월 리그와 구단 운영의 재정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 차원에서 선수 연봉 공개를 결정했다. 인건비의 거품을 줄여서 마케팅에 더 많이 투자해 관중을 모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선수들에게 많은 연봉을 주는 것으로 드러난 구단들은 앞다퉈 인건비 축소에 나섰다. 인건비를 줄여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취지는 사라졌다. 일부 구단들은 시즌 종료를 앞두고 몸값이 비싼 스타급 선수들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전사'인 설기현과 김남일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K리그의 '큰손'으로 역할을 해온 수원은 내년 운영비를 40억∼50억 줄이기로 했고, 현대가(家) 구단들은 운영비 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 구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하면서 거액의 현금을 들여 선수를 사오는 모습도 점차 사라졌다. 덩달아 값비싼 외국인 선수의 영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쓸 수 있는 자금이 줄면서 이제는 액수가 맞지 않으면 뽑지 않을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포항 스틸러스는 줄어든 운영비 때문에 외국인 선수 없는 '토종군단'으로 팀을 꾸린 것처럼 '제2의 토종군단'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적 시장에 돈줄이 마르면서 선수 에이전트들도 비상이 걸렸다. 한 에이전트는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구단 쪽에서는 이적료가 필요없는 자유계약(FA) 선수 위주로 문의를 해오고 있다"며 "그나마도 돈을 안 들이고 선수끼리 맞트레이드하려는 움직임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단이 운영비를 줄이면서 유망주들과 스타급 선수들의 해외 이적이 더 많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 등에도 한국 선수들이 많아져 몸값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결국 에이전트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동남아시아나 동유럽, 중동 쪽으로 더 많은 선수를 내보낼 수밖에 없다"며 "어린 선수들도 더 많은 연봉을 받으려고 K리그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구단 운영비 감소는 스타급 선수들의 해외 이적과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의 국내 영입 불가로 이어지고, 그라운드에서 볼거리가 줄면서 관중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 에이전트는 "관중은 스타들의 화려한 경기를 보려고 입장료를 투자한다"며 "그러나 스타들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게 되면 관중은 떠날 수밖에 없다. 누가 평범한 선수들을 보려고 돈을 쓰겠는냐"라며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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