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 유출 6년…배·보상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3.12.06 (08:02) 수정 2013.12.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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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몽산포 앞바다에 기름띠가 몰려 오고, 해경이 물대포를 쏘는 것처럼 유화제를 뿌려대던 모습을 보면서 '아 이제 태안은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일주일간 잠도 못 잤던 기억이 6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5마일 해상에서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충돌로 원유 1만2천547㎘가 유출됐던 사고 당시 상황을 문승일(47)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위 연합회 사무국장은 6일 이같이 회고했다.

태안의 청정 바다를 지키겠다며 전국에서 모여든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방제작업 덕분에 태안 앞바다는 정부가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음을 선언할 정도로 옛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에 대한 배·보상은 이제 겨우 민사소송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 태안 앞바다 사고 이전 수준 회복

해양수산부는 지난 7월 태안지역 해양환경이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유출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고 해역의 해수 및 퇴적물 내 유분 등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 3월 현재 해수 수질 기준 및 퇴적물 국제 권고치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이 해수부의 설명이다.

굴과 어류 등 유용수산물 내 유류 오염은 2009년 6월 이후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남아 있는 기름에 의한 독성 수준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해수부는 덧붙였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유류오염 사고로 훼손된 환경과 생태계의 현 상태를 파악하고 회복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2019년까지 피해지역의 영향조사와 장기생태계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에는 태안 앞바다의 원상회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정부 주관 '바다의 날' 행사가 사고 발생지 인근인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열리기도 했다.

태안산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회복됐다.

김종화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지난 10월 전국 각지에서 태안을 방문한 소비자 277명을 대상으로 태안 수산물 이미지와 구매의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95.6%가 태안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응답했고, 품질과 맛, 가격에도 대부분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등 전반적인 신뢰도가 89.9%로 높게 나타났다.

태안의 신선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의사를 물으니 95%가 높은 구매의사를 갖고 있었으며, 이는 소비자들이 사고 이후 6년이 지난 현재 태안이 청정해역으로 회복되고 수산물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있음을 인식하는 방증이라고 김 연구원은 밝혔다.

◇ 피해주민 배·보상은 여전히 진행 중

외관은 사고 이전으로 회복됐지만 피해를 본 주민들에 대한 배·보상은 6년이 지난 현재 아직 민사소송 1심 판결도 내려지지 않을 정도로 느리기만 하다.

지난 1월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사정재판을 통해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따른 피해금액이 주민 직접피해 4천138억원, 해양 복원사업에 사용된 비용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채권액 2천174억원, 방제비용 1천29억원 등 모두 7천341억원에 달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의 사정작업에서 피해금액으로 산정된 1천824억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지만 피해주민들이 피해액으로 청구한 4조2천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어서 국제기금과 피해주민들 사이에 십수만건의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피해주민들이 사정재판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이 7만1천789건, 국제기금이 이의를 제기한 소송이 6만3천141건으로 무려 13만여건에 달하는 소송이 진행 중인 것이다.

이중 주민 측에서 최근 소송을 취하한 사례가 6천여건, 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여 소송이 종료된 사례가 500여건 가량이지만 12만건 이상의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서산지원의 1심 판결은 이르면 내년 2월께 내려질 전망이다.

법원행정처는 최대한 신속한 재판 진행으로 2015년 3월까지 이번 사고와 관련된 소송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원행정처는 특별법에 신설된 재판기간 특례규정을 이행하기 위해 서산지원에 법관 3명을 추가로 보임해 모두 14명의 판사가 재판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민사소송 최종 판결이 내려지면 해당 시점의 환율이 기준이 되겠지만 대략 1천500억원 범위에서 유조선사인 허베이스피리트사가 부담하고 이를 초과하면 국제조약에 따라 대략 3천300억원 한도 내에서 IOPC펀드가 책임을 부담한다.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유류오염사고 지원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피해주민과 국제기금 간 소송과 별도로 삼성중공업은 최근 피해지역 발전기금으로 3천6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출연금 3천600억원 중 삼성중공업이 이미 지급한 500억원을 뺀 2천900억원은 일시 지급하고, 나머지 200억원은 앞으로 2년간 지역 공헌 사업에 쓰기로 했다.

태안군 유류피해 대책위 연합회는 이날 태안군 문예회관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피해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류오염사고 6주년 보고대회를 열고 ▲ 보상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하고 면밀한 재판 진행 ▲ 삼성이 출연키로 한 지역발전기금의 정부기구 수탁과 적절한 배분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문 국장은 "사고후 6년이 지나도록 속 시원하게 해결된 것이 없어 주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며 "남은 기간 피해주민들이 온전하게 배·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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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06 08:02:21
    • 수정2013-12-06 16:15:15
    연합뉴스
"집 근처 몽산포 앞바다에 기름띠가 몰려 오고, 해경이 물대포를 쏘는 것처럼 유화제를 뿌려대던 모습을 보면서 '아 이제 태안은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일주일간 잠도 못 잤던 기억이 6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5마일 해상에서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충돌로 원유 1만2천547㎘가 유출됐던 사고 당시 상황을 문승일(47)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위 연합회 사무국장은 6일 이같이 회고했다.

태안의 청정 바다를 지키겠다며 전국에서 모여든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방제작업 덕분에 태안 앞바다는 정부가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음을 선언할 정도로 옛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에 대한 배·보상은 이제 겨우 민사소송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 태안 앞바다 사고 이전 수준 회복

해양수산부는 지난 7월 태안지역 해양환경이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유출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고 해역의 해수 및 퇴적물 내 유분 등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 3월 현재 해수 수질 기준 및 퇴적물 국제 권고치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이 해수부의 설명이다.

굴과 어류 등 유용수산물 내 유류 오염은 2009년 6월 이후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남아 있는 기름에 의한 독성 수준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해수부는 덧붙였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유류오염 사고로 훼손된 환경과 생태계의 현 상태를 파악하고 회복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2019년까지 피해지역의 영향조사와 장기생태계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에는 태안 앞바다의 원상회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정부 주관 '바다의 날' 행사가 사고 발생지 인근인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열리기도 했다.

태안산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회복됐다.

김종화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지난 10월 전국 각지에서 태안을 방문한 소비자 277명을 대상으로 태안 수산물 이미지와 구매의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95.6%가 태안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응답했고, 품질과 맛, 가격에도 대부분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등 전반적인 신뢰도가 89.9%로 높게 나타났다.

태안의 신선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의사를 물으니 95%가 높은 구매의사를 갖고 있었으며, 이는 소비자들이 사고 이후 6년이 지난 현재 태안이 청정해역으로 회복되고 수산물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있음을 인식하는 방증이라고 김 연구원은 밝혔다.

◇ 피해주민 배·보상은 여전히 진행 중

외관은 사고 이전으로 회복됐지만 피해를 본 주민들에 대한 배·보상은 6년이 지난 현재 아직 민사소송 1심 판결도 내려지지 않을 정도로 느리기만 하다.

지난 1월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사정재판을 통해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따른 피해금액이 주민 직접피해 4천138억원, 해양 복원사업에 사용된 비용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채권액 2천174억원, 방제비용 1천29억원 등 모두 7천341억원에 달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의 사정작업에서 피해금액으로 산정된 1천824억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지만 피해주민들이 피해액으로 청구한 4조2천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어서 국제기금과 피해주민들 사이에 십수만건의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피해주민들이 사정재판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이 7만1천789건, 국제기금이 이의를 제기한 소송이 6만3천141건으로 무려 13만여건에 달하는 소송이 진행 중인 것이다.

이중 주민 측에서 최근 소송을 취하한 사례가 6천여건, 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여 소송이 종료된 사례가 500여건 가량이지만 12만건 이상의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서산지원의 1심 판결은 이르면 내년 2월께 내려질 전망이다.

법원행정처는 최대한 신속한 재판 진행으로 2015년 3월까지 이번 사고와 관련된 소송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원행정처는 특별법에 신설된 재판기간 특례규정을 이행하기 위해 서산지원에 법관 3명을 추가로 보임해 모두 14명의 판사가 재판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민사소송 최종 판결이 내려지면 해당 시점의 환율이 기준이 되겠지만 대략 1천500억원 범위에서 유조선사인 허베이스피리트사가 부담하고 이를 초과하면 국제조약에 따라 대략 3천300억원 한도 내에서 IOPC펀드가 책임을 부담한다.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유류오염사고 지원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피해주민과 국제기금 간 소송과 별도로 삼성중공업은 최근 피해지역 발전기금으로 3천6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출연금 3천600억원 중 삼성중공업이 이미 지급한 500억원을 뺀 2천900억원은 일시 지급하고, 나머지 200억원은 앞으로 2년간 지역 공헌 사업에 쓰기로 했다.

태안군 유류피해 대책위 연합회는 이날 태안군 문예회관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피해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류오염사고 6주년 보고대회를 열고 ▲ 보상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하고 면밀한 재판 진행 ▲ 삼성이 출연키로 한 지역발전기금의 정부기구 수탁과 적절한 배분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문 국장은 "사고후 6년이 지나도록 속 시원하게 해결된 것이 없어 주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며 "남은 기간 피해주민들이 온전하게 배·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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