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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 경영, 상속자들의 시대
입력 2013.12.06 (22:50) 수정 2013.12.07 (16:41)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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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 K입니다.

재벌 아들, 재벌 딸, 재벌가 며느리...

이런 말은 TV드라마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데요.

많은 이들이 ‘나도 그렇게 됐으면’하고 꿈꾸기도 하고, 부러움, 시샘, 또는 비판의 대상으로 삼기도 합니다.

마침 국내 최고이자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그룹에서 창업 3세대인 이서현씨의 사장 승진으로 경영권 세습 문제가 새삼 화두가 됐습니다. 재

벌 3세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영권 승계, 오늘 취재파일K의 이슈입니다.

<녹취> KBS 뉴스 (2013. 12. 2) :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녹취> KBS 뉴스 (2009. 8. 21) : "후계자 정의선 씨는 이미 지난 8월 기아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해 전면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시민 : "부럽고요. 신분제 폐지돼도 계급사회인 것 같아요."

<인터뷰> 시민 : "노력을 해서 그런 자리를 얻는 게 아니라 그냥 태어나자마자 그렇게 되는 거니까 아무래도 불공평하지 않은가요?"

<인터뷰> 시민 : "굉장히 많은 부를 쉽게 얻는 만큼 세금만큼은 확실히 내야하고 정부도 그런 거는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 발전을 견인해온 공이 지대한 게 재벌이기도 한데, 경영권 세습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지는 시선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재벌 3세 경영시대, 이슈 취재를 한 김상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김 기자! 먼저, 이번 주 초 발표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부터 시작해보죠.

역시 초미의 관심사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 이서현 씨의 승진 여부였죠?

<답변> 네, 예상대로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삼성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에버랜드는 레져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건축과, 에너지, 푸드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추구하는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격입니다.

지난해에는 1조 7천억 원대 매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이 에버랜드로 넘어갔습니다.

이번 인사로 이서현 사장은 패션과 광고 등 이른바 삼성의 크리에이티브 부문을 도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이번 인사, 역시 고속 승진이었는데요.

삼성가 3세들의 경영체제 구축이 가속화됐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답변> 지난해 이재용씨의 삼성전자 부회장 승진.

그리고, 2010년 이부진씨의 호텔신라 사장 승진에 이어 이번에 이서현 씨가 사장이 되면서 그런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삼성 3세들의 승진 과정을 도표를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91년에 삼성전자에 부장으로 입사해 10년만에 임원이 됐구요.

2007년 전무, 2010년 부사장.사장을 거쳐 지난해 부회장이 됐습니다.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95년에 삼성전자 과장으로 입사해 8년만에 임원이 됐고, 차녀인 이서현 사장은 2002년 부장으로 입사해 3년만에 상무로 발탁됐습니다.

모두 초고속 승진이었습니다.

<질문> 이번 인사로 특히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에 더욱 힘이 실린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말도 나오지 않습니까?

<답변> 네, 이부진, 이서현, 총수 일가의 이 두 자매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를 경영하게 됐는데요...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이들 삼남매의 그룹 지배구조가 더욱 확고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사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은 크지 않지만, 순환출자 구조에서 보면 실질적인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최대주주는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입니다.

이부진, 이서현 사장도 8% 이상씩 갖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렇게 3세들까지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는 삼성만의 얘기는 아니죠.

우리나라의 상당수 재벌 대기업들에서 지금 3세들이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네, 창업자인 할아버지에서 이제 손자대까지 경영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 재벌 3세들끼리 같은 업종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등 이른바 3세 상속자들의 경영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홍희정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8월.

10대 그룹 사장단이 대통령과의 오찬을 위해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대통령 옆에는 올해 일흔여섯의 정몽구 회장과 일흔둘의 이건희 회장이 앉았습니다.

<녹취> 박근혜(대통령 인사) : "오늘 여러분과 함께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허심탄회한 시간을 가지고자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김영삼 정부 때도,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은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한 자리에 앉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만났습니다.

<녹취> 노 대통령 : "올해 기업 상황은 어땠나요?"

<녹취> 이건희(삼성 회장) : "조금 힘들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경제를 협의했습니다.

LG 그룹의 구본무 회장도 꾸준히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20년 넘게 그룹을 책임져온 2세 경영인들 상당수가 이제는 은퇴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2조 6천억 원.

장녀 이부진 사장은 6천9백억 원, 차녀 이서현 사장은 5천4백억 원대 주식을 갖고 있습니다.

주식 취득에 편법 논란이 일었고, 13년을 끈 재판 끝에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녹취> 김영란(대법관) : "기존 주주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면 이사 임무 위배라고 볼 수 없어 배임 혐의 성립 안 한다"

경영권 승계 역시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들어섰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인터뷰> 박주근(CEO 리포트 대표) : "2세로 넘어올 때는 정부의 눈치를 되게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2세로 넘어가고 3세로 넘어가면서 이 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크게 보지 않을 만큼 규모가 커져 있고, 이미 그기업들의 상당부분 매출들이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재산 상속을 둘러싸고 아들들인 상속 2세대의 갈등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건희

현대자동차는 정주영, 정몽구 회장을 거쳐 정의선 부회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의 주식 보유액은 3조 5천억 원.

이른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지분을 늘렸다는 논란도 벌어졌습니다.

지난 4월 감사원 감사 결과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에 30억 원을 투자해 2조 천억 원대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상장 주식을 포함해 삼성그룹의 주식 평가 총액은 3백50조 원, 현대차그룹은 백 50조 원 가량.

이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갖고 있는 주식 가치는 각각 0.7%, 2.3% 정도입니다.

<인터뷰> 이지수(경제개혁연대) : "그룹에서 가장 핵심적인 몇 개의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 핵심적인 회사들에 대한 지분을 갖고 있으면 그 그룹에 대한 장악을 완전히 했다라고 저희는 보고 있는데요. 서부유럽이나 미국같은 경우에는 주식 자체가 처음부터 그런 콘트롤 식, 지배주주라고 하는 개념이 없고요. 주식이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죠."

신세계 그룹도 3세 정용진 부회장으로의 승계가 상당 부분 진척됐습니다.

3천억 원 가량의 증여세를 납부하며 떳떳하게 승계절차를 밟겠다고 했었는데, 광주 신세계, 조선호텔 베이커리 등을 통한 편법 상속 의혹이 일기도 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정주영, 정몽근 회장에 이어 정지선 회장으로 승계중입니다.

현대백화점 역시 승계과정에서 편법 자금지원 논란이 일었습니다.

LG 그룹의 경우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 전자 부장이 5천억 원대의 주식을 보유중입니다.

<인터뷰> 박주근(씨이오스코어 대표) : "과연 그 기업들이 그 사람들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죠. 반은 국민의 것이죠. 그러면 그런 부의 편중과 집중에 국가적으로 리스크가 특정 몇몇 사람에게 리스크를 우리가 떠 맡길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은 같이 던져봐야 한다고 봅니다."

<앵커 멘트>

앞서 인터뷰에서도 나왔지만 재벌 3세들의 경영 참여, 나아가 경영권 세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경영권 세습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상속세는 제대로 낸 것인지, 이런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에요.....

<답변> 네,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보통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들은 계열사를 이용한 순환출자나 일감 몰아주기 같은 편법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하고 있다는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3세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업종에만 매달린다는 지적도 많고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박석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1961년부터 백신과 의료용품을 만들어온 중소기업입니다.

50년 이상 쌓인 경영 노하우를 지키고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가업 승계를 추진했는데 상속세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인터뷰> 하창화(한국백신 회장) : "천억 짜리 회사를 승계하려면 세금을 5백억 이상, 6백억 가까이 내야 하는 게 현재 우리나라 세제입니다. 반 이상 세금을 내고 회사를 아무 지장 없이 다른 회사와 경쟁을 하고 다른(나라) 회사한테 수출을 해가면서 꾸려나갈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대기업은 어떨까?

삼성그룹의 경우 고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1987년, 당시 삼성그룹의 자산규모는 11조5천억 원 이상으로 평가됐지만 이건희 회장은 상속세 176억 원에 증여세 5억 원만 내고 경영권을 물려받았습니다.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에도 1996년 자산규모가 8천억 원으로 평가된 에버랜드의 지분 25%를 전환사채로 인수할 때도 16억 원의 증여세만 냈습니다.

이 같은 지분 승계, 경영권 승계는 지분이 적어도 순환출자 등 방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기여를 했다든가 이런 측면에서 오는 재산의 물림이 아니라 단지 테크니컬한 사업조정이나 이동을 통해서 이서현 사장은 막강한 1조 원이 넘는 사업부를 손에 쥐게 되는 것 아닙니까."

현대자동차는 물류회사인 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3세 정의선 부회장의 재산을 2조 원 넘게 불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운송업체의 일감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지입제로 일하는 화물차 기사들 상당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3천만 원 넘는 돈을 들여 화물차 번호판을 구입한 뒤 글로비스에 차량을 지입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인수(화물연대 충남지부장) : "글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물량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거기서 일하려고 하면 투자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들 진짜 3천5백에서 4천, 거기다가 차까지 포함하면 2억 가까운 돈. 평생 못 만져보고 죽습니다."

이렇게 기업을 물려받은 재벌 2,3세 상속자들이 모두 모범적인 경영을 하고 있을까.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회삿돈 횡령 혐의로, 범LG가 3세인 구본현 전 엑사이엔씨 대표는 주가조작...

한화 김승연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인터뷰> 김진방(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능력의 검증,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도 문제고, 넘어갔을 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고칠 수 있는 시스템도 되어있지 않은 이런 상태라는 것이 우리 기업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재벌 대기업들이 2,3세들의 영역 확보를 위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골목 상권을 잠식한다는 논란, 재벌가 딸들이 면세점 분야에서 소모적 경쟁을 하며 해외 고가 제품 유치에 열을 올린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재벌 세습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단면입니다.

<앵커 멘트>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재벌 대기업의 세습, 3세 경영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전문경영인이 못하는 일들을 할 수 있고, 또 삼성과 현대자동차에서 보여지듯 실제로 그렇게 해왔다, 이런 얘기들인데요.

들어보실까요?

<인터뷰> "우리가 좀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중소기업들의 2세나 3세들이 기업을 물려받는 것은 아름다운 가업 승계라고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대기업에 대해선 아주 나쁜 일로 치부가 되거든요. 저는 이걸 같은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그러니까) 그 3세에 의한 오너 경영이라는 게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첫 번째는 책임지는 사람이 분명한 경영이 될 것이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면 경영성과도 떨어지고 직원들도 딴 짓하고 그런 경우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누군가는 책임지는 사람이 분명한 경영을 위해서 오너 경영이 필요하다...."

<앵커 멘트>

재벌과 경영권 세습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들어봤습니다만, 경제민주화 등의 관점에서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게 지금 우리 사회 큰 흐름이 됐다고도 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 한 분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경제학 박사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질문> 재벌들의 세습 경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사유재산제도에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요?

<답변> 재벌세습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세습이 불법과 편법을 이용해서 이뤄지고 있고, 이런 과정에서 오히려 현대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인 사유재산권, 법치주의, 주식회사제도 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재벌들의 세습은 3단계로 이뤄지는데, 먼저 종자돈으로 종자기업을 만들고, 일감몰아주기 등을 이용한 터널링으로 종자기업을 키우고, 마지막으로 종자기업 중심으로 출자구조를 변경시킵니다.

종자기업을 키우는 터널링은 전형적인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로 결국 소액주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또 이 과정에서 총수일가는 탈세, 배임, 횡령 등과 같은 주식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범법행위를 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총수의 범법행위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법적 판단들이 이뤄져 왔고, 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을 부채질해서 결국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질문> 우리가 지금까지 계속 재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재벌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규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학문적 용어는 아니죠?

<답변> 먼저 재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벌은 총수일가가 있는 대규모기업집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대기업이나 개별 기업을 재벌과 혼돈해서는 안됩니다.

또 공기업집단이나 총수가 없는 대규모기업집단도 있는데, 이런 기업집단은 재벌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총수가 있는 대규모기업집단이 정책적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경제력집중 때문입니다.

경제력이 집중된 재벌은 법조계, 언론계, 정계, 관계, 학계 등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이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 특정 재벌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왜곡할 수 있습니다.

또 이런 과정에서 말씀드린 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이 되는 사유재산권, 주식회사제도, 법치주의 등이 훼손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재벌의 경제력집중이 해소되고, 불법과 편법을 통해 세습이 불가능해지면, 결국 자식에게 정당한 방법으로 많은 재산을 증여하기 위해서 가장 경영을 잘 할 수 있는 경영인을 선택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총수일가의 일원이 가장 경영을 잘할 수 있다고 대부분의 주주들이 생각한다면, 총수일가의 일원이 경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우를 보면,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고 총수일가는 대주주로서 충실히 경영을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들의 지배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37%가 가족기업, 그러니까 그 최고경영자가 창업자의 자손이나 가문 일원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우리의 재벌 개념하고는 좀 다를 것 같은데, 선진 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답변> 우리 재벌과 가장 유사한 기업집단을 꼽으라면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발렌베리 가문의 경영승계는 스웨덴에서 그다지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 중요한 우리나라와 스웨덴의 차이점에 있습니다.

먼저, 발렌베리 그룹에 의한 경제력집중이 발렌베리 그룹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의 과도한 행사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들이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1932년 이후 현재까지 10여년을 제외하고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하는 SDP가 집권하였고, 이를 통해 이른바 발렌베리 그룹에 대해서 ‘정치적 우위 (political supremacy)’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또한 언론의 정치와 경제 권력에 대한 감시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으며, 개인의 경제 관련 정보에 대해서도 프라버시 차원이 아닌 공익차원에서 접근해 철저한 공개를 하고 있습니다.

둘째, 발렌베리 가문이 스웨덴 법과 스웨덴인들의 상식을 위반해서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발렌베리 가문의 경영승계는 차등의결권 주식 제도를 통해 통상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처럼 터널링이 발생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또한 기업지배구조도 순환출자와 같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사모펀드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단순한 구조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SPD의 장기집권과 개인 경제 정보 공개 그리고 발렌베리 그룹의 공존이라는 스웨덴의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차등의결권 주식 제도는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사라지고 있거나 금지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질문> 우리나라에서는 재벌과 기업의 상속 문제와 관련해 어떤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답변> 기본적으로 불법과 편법을 통해 세습이 불가능한 제도의 확립이 필요합니다.

이런 제도 하에만, 현재와 같은 세습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이익이 오직 정상적인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최대화시키는 정상적인 방법 외에도 없도록 만드는 재벌개혁이 필요합니다.

이런 정상적인 환경이 조성된다면, 기업 소유와 경영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이익과 가장 부합되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질문> 법적, 제도적 보완은 어떤 게 필요할까요?

<답변> 재벌의 불법, 편법적 세습을 방지하고 시장경제체제를 정립하기 위해서, 네 가지 정책 과제가 있습니다.

먼저,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방지하고, 둘째 출자구조의 자의적 변경을 막고 금산분리를 강화하기 위해, 순환출자 금지와 지주회사 지정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셋째 총수 일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고, 마지막으로 금융차명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를 막을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질문> 규제가 과도하고 너무 강하면 우리 경제가 위축될 것이다, 이런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앵커 멘트>

흔히 글로벌 시대라고 합니다.

세계 속에 경쟁하는 우리 재벌 대기업이 세습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기업과 경영의 성공을 위해 뛰리라 기대합니다.
  • 재벌 3세 경영, 상속자들의 시대
    • 입력 2013-12-06 20:48:54
    • 수정2013-12-07 16:41:34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 K입니다.

재벌 아들, 재벌 딸, 재벌가 며느리...

이런 말은 TV드라마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데요.

많은 이들이 ‘나도 그렇게 됐으면’하고 꿈꾸기도 하고, 부러움, 시샘, 또는 비판의 대상으로 삼기도 합니다.

마침 국내 최고이자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그룹에서 창업 3세대인 이서현씨의 사장 승진으로 경영권 세습 문제가 새삼 화두가 됐습니다. 재

벌 3세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영권 승계, 오늘 취재파일K의 이슈입니다.

<녹취> KBS 뉴스 (2013. 12. 2) :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녹취> KBS 뉴스 (2009. 8. 21) : "후계자 정의선 씨는 이미 지난 8월 기아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해 전면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시민 : "부럽고요. 신분제 폐지돼도 계급사회인 것 같아요."

<인터뷰> 시민 : "노력을 해서 그런 자리를 얻는 게 아니라 그냥 태어나자마자 그렇게 되는 거니까 아무래도 불공평하지 않은가요?"

<인터뷰> 시민 : "굉장히 많은 부를 쉽게 얻는 만큼 세금만큼은 확실히 내야하고 정부도 그런 거는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 발전을 견인해온 공이 지대한 게 재벌이기도 한데, 경영권 세습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지는 시선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재벌 3세 경영시대, 이슈 취재를 한 김상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김 기자! 먼저, 이번 주 초 발표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부터 시작해보죠.

역시 초미의 관심사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 이서현 씨의 승진 여부였죠?

<답변> 네, 예상대로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삼성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에버랜드는 레져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건축과, 에너지, 푸드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추구하는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격입니다.

지난해에는 1조 7천억 원대 매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이 에버랜드로 넘어갔습니다.

이번 인사로 이서현 사장은 패션과 광고 등 이른바 삼성의 크리에이티브 부문을 도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이번 인사, 역시 고속 승진이었는데요.

삼성가 3세들의 경영체제 구축이 가속화됐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답변> 지난해 이재용씨의 삼성전자 부회장 승진.

그리고, 2010년 이부진씨의 호텔신라 사장 승진에 이어 이번에 이서현 씨가 사장이 되면서 그런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삼성 3세들의 승진 과정을 도표를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91년에 삼성전자에 부장으로 입사해 10년만에 임원이 됐구요.

2007년 전무, 2010년 부사장.사장을 거쳐 지난해 부회장이 됐습니다.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95년에 삼성전자 과장으로 입사해 8년만에 임원이 됐고, 차녀인 이서현 사장은 2002년 부장으로 입사해 3년만에 상무로 발탁됐습니다.

모두 초고속 승진이었습니다.

<질문> 이번 인사로 특히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에 더욱 힘이 실린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말도 나오지 않습니까?

<답변> 네, 이부진, 이서현, 총수 일가의 이 두 자매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를 경영하게 됐는데요...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이들 삼남매의 그룹 지배구조가 더욱 확고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사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은 크지 않지만, 순환출자 구조에서 보면 실질적인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최대주주는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입니다.

이부진, 이서현 사장도 8% 이상씩 갖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렇게 3세들까지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는 삼성만의 얘기는 아니죠.

우리나라의 상당수 재벌 대기업들에서 지금 3세들이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네, 창업자인 할아버지에서 이제 손자대까지 경영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 재벌 3세들끼리 같은 업종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등 이른바 3세 상속자들의 경영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홍희정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8월.

10대 그룹 사장단이 대통령과의 오찬을 위해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대통령 옆에는 올해 일흔여섯의 정몽구 회장과 일흔둘의 이건희 회장이 앉았습니다.

<녹취> 박근혜(대통령 인사) : "오늘 여러분과 함께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허심탄회한 시간을 가지고자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김영삼 정부 때도,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은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한 자리에 앉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만났습니다.

<녹취> 노 대통령 : "올해 기업 상황은 어땠나요?"

<녹취> 이건희(삼성 회장) : "조금 힘들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경제를 협의했습니다.

LG 그룹의 구본무 회장도 꾸준히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20년 넘게 그룹을 책임져온 2세 경영인들 상당수가 이제는 은퇴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2조 6천억 원.

장녀 이부진 사장은 6천9백억 원, 차녀 이서현 사장은 5천4백억 원대 주식을 갖고 있습니다.

주식 취득에 편법 논란이 일었고, 13년을 끈 재판 끝에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녹취> 김영란(대법관) : "기존 주주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면 이사 임무 위배라고 볼 수 없어 배임 혐의 성립 안 한다"

경영권 승계 역시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들어섰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인터뷰> 박주근(CEO 리포트 대표) : "2세로 넘어올 때는 정부의 눈치를 되게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2세로 넘어가고 3세로 넘어가면서 이 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크게 보지 않을 만큼 규모가 커져 있고, 이미 그기업들의 상당부분 매출들이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재산 상속을 둘러싸고 아들들인 상속 2세대의 갈등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건희

현대자동차는 정주영, 정몽구 회장을 거쳐 정의선 부회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의 주식 보유액은 3조 5천억 원.

이른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지분을 늘렸다는 논란도 벌어졌습니다.

지난 4월 감사원 감사 결과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에 30억 원을 투자해 2조 천억 원대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상장 주식을 포함해 삼성그룹의 주식 평가 총액은 3백50조 원, 현대차그룹은 백 50조 원 가량.

이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갖고 있는 주식 가치는 각각 0.7%, 2.3% 정도입니다.

<인터뷰> 이지수(경제개혁연대) : "그룹에서 가장 핵심적인 몇 개의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 핵심적인 회사들에 대한 지분을 갖고 있으면 그 그룹에 대한 장악을 완전히 했다라고 저희는 보고 있는데요. 서부유럽이나 미국같은 경우에는 주식 자체가 처음부터 그런 콘트롤 식, 지배주주라고 하는 개념이 없고요. 주식이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죠."

신세계 그룹도 3세 정용진 부회장으로의 승계가 상당 부분 진척됐습니다.

3천억 원 가량의 증여세를 납부하며 떳떳하게 승계절차를 밟겠다고 했었는데, 광주 신세계, 조선호텔 베이커리 등을 통한 편법 상속 의혹이 일기도 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정주영, 정몽근 회장에 이어 정지선 회장으로 승계중입니다.

현대백화점 역시 승계과정에서 편법 자금지원 논란이 일었습니다.

LG 그룹의 경우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 전자 부장이 5천억 원대의 주식을 보유중입니다.

<인터뷰> 박주근(씨이오스코어 대표) : "과연 그 기업들이 그 사람들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죠. 반은 국민의 것이죠. 그러면 그런 부의 편중과 집중에 국가적으로 리스크가 특정 몇몇 사람에게 리스크를 우리가 떠 맡길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은 같이 던져봐야 한다고 봅니다."

<앵커 멘트>

앞서 인터뷰에서도 나왔지만 재벌 3세들의 경영 참여, 나아가 경영권 세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경영권 세습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상속세는 제대로 낸 것인지, 이런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에요.....

<답변> 네,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보통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들은 계열사를 이용한 순환출자나 일감 몰아주기 같은 편법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하고 있다는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3세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업종에만 매달린다는 지적도 많고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박석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1961년부터 백신과 의료용품을 만들어온 중소기업입니다.

50년 이상 쌓인 경영 노하우를 지키고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가업 승계를 추진했는데 상속세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인터뷰> 하창화(한국백신 회장) : "천억 짜리 회사를 승계하려면 세금을 5백억 이상, 6백억 가까이 내야 하는 게 현재 우리나라 세제입니다. 반 이상 세금을 내고 회사를 아무 지장 없이 다른 회사와 경쟁을 하고 다른(나라) 회사한테 수출을 해가면서 꾸려나갈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대기업은 어떨까?

삼성그룹의 경우 고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1987년, 당시 삼성그룹의 자산규모는 11조5천억 원 이상으로 평가됐지만 이건희 회장은 상속세 176억 원에 증여세 5억 원만 내고 경영권을 물려받았습니다.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에도 1996년 자산규모가 8천억 원으로 평가된 에버랜드의 지분 25%를 전환사채로 인수할 때도 16억 원의 증여세만 냈습니다.

이 같은 지분 승계, 경영권 승계는 지분이 적어도 순환출자 등 방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기여를 했다든가 이런 측면에서 오는 재산의 물림이 아니라 단지 테크니컬한 사업조정이나 이동을 통해서 이서현 사장은 막강한 1조 원이 넘는 사업부를 손에 쥐게 되는 것 아닙니까."

현대자동차는 물류회사인 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3세 정의선 부회장의 재산을 2조 원 넘게 불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운송업체의 일감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지입제로 일하는 화물차 기사들 상당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3천만 원 넘는 돈을 들여 화물차 번호판을 구입한 뒤 글로비스에 차량을 지입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인수(화물연대 충남지부장) : "글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물량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거기서 일하려고 하면 투자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들 진짜 3천5백에서 4천, 거기다가 차까지 포함하면 2억 가까운 돈. 평생 못 만져보고 죽습니다."

이렇게 기업을 물려받은 재벌 2,3세 상속자들이 모두 모범적인 경영을 하고 있을까.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회삿돈 횡령 혐의로, 범LG가 3세인 구본현 전 엑사이엔씨 대표는 주가조작...

한화 김승연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인터뷰> 김진방(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능력의 검증,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도 문제고, 넘어갔을 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고칠 수 있는 시스템도 되어있지 않은 이런 상태라는 것이 우리 기업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재벌 대기업들이 2,3세들의 영역 확보를 위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골목 상권을 잠식한다는 논란, 재벌가 딸들이 면세점 분야에서 소모적 경쟁을 하며 해외 고가 제품 유치에 열을 올린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재벌 세습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단면입니다.

<앵커 멘트>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재벌 대기업의 세습, 3세 경영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전문경영인이 못하는 일들을 할 수 있고, 또 삼성과 현대자동차에서 보여지듯 실제로 그렇게 해왔다, 이런 얘기들인데요.

들어보실까요?

<인터뷰> "우리가 좀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중소기업들의 2세나 3세들이 기업을 물려받는 것은 아름다운 가업 승계라고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대기업에 대해선 아주 나쁜 일로 치부가 되거든요. 저는 이걸 같은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그러니까) 그 3세에 의한 오너 경영이라는 게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첫 번째는 책임지는 사람이 분명한 경영이 될 것이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면 경영성과도 떨어지고 직원들도 딴 짓하고 그런 경우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누군가는 책임지는 사람이 분명한 경영을 위해서 오너 경영이 필요하다...."

<앵커 멘트>

재벌과 경영권 세습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들어봤습니다만, 경제민주화 등의 관점에서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게 지금 우리 사회 큰 흐름이 됐다고도 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 한 분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경제학 박사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질문> 재벌들의 세습 경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사유재산제도에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요?

<답변> 재벌세습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세습이 불법과 편법을 이용해서 이뤄지고 있고, 이런 과정에서 오히려 현대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인 사유재산권, 법치주의, 주식회사제도 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재벌들의 세습은 3단계로 이뤄지는데, 먼저 종자돈으로 종자기업을 만들고, 일감몰아주기 등을 이용한 터널링으로 종자기업을 키우고, 마지막으로 종자기업 중심으로 출자구조를 변경시킵니다.

종자기업을 키우는 터널링은 전형적인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로 결국 소액주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또 이 과정에서 총수일가는 탈세, 배임, 횡령 등과 같은 주식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범법행위를 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총수의 범법행위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법적 판단들이 이뤄져 왔고, 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을 부채질해서 결국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질문> 우리가 지금까지 계속 재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재벌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규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학문적 용어는 아니죠?

<답변> 먼저 재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벌은 총수일가가 있는 대규모기업집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대기업이나 개별 기업을 재벌과 혼돈해서는 안됩니다.

또 공기업집단이나 총수가 없는 대규모기업집단도 있는데, 이런 기업집단은 재벌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총수가 있는 대규모기업집단이 정책적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경제력집중 때문입니다.

경제력이 집중된 재벌은 법조계, 언론계, 정계, 관계, 학계 등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이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 특정 재벌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왜곡할 수 있습니다.

또 이런 과정에서 말씀드린 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이 되는 사유재산권, 주식회사제도, 법치주의 등이 훼손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재벌의 경제력집중이 해소되고, 불법과 편법을 통해 세습이 불가능해지면, 결국 자식에게 정당한 방법으로 많은 재산을 증여하기 위해서 가장 경영을 잘 할 수 있는 경영인을 선택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총수일가의 일원이 가장 경영을 잘할 수 있다고 대부분의 주주들이 생각한다면, 총수일가의 일원이 경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우를 보면,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고 총수일가는 대주주로서 충실히 경영을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들의 지배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37%가 가족기업, 그러니까 그 최고경영자가 창업자의 자손이나 가문 일원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우리의 재벌 개념하고는 좀 다를 것 같은데, 선진 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답변> 우리 재벌과 가장 유사한 기업집단을 꼽으라면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발렌베리 가문의 경영승계는 스웨덴에서 그다지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 중요한 우리나라와 스웨덴의 차이점에 있습니다.

먼저, 발렌베리 그룹에 의한 경제력집중이 발렌베리 그룹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의 과도한 행사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들이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1932년 이후 현재까지 10여년을 제외하고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하는 SDP가 집권하였고, 이를 통해 이른바 발렌베리 그룹에 대해서 ‘정치적 우위 (political supremacy)’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또한 언론의 정치와 경제 권력에 대한 감시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으며, 개인의 경제 관련 정보에 대해서도 프라버시 차원이 아닌 공익차원에서 접근해 철저한 공개를 하고 있습니다.

둘째, 발렌베리 가문이 스웨덴 법과 스웨덴인들의 상식을 위반해서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발렌베리 가문의 경영승계는 차등의결권 주식 제도를 통해 통상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처럼 터널링이 발생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또한 기업지배구조도 순환출자와 같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사모펀드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단순한 구조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SPD의 장기집권과 개인 경제 정보 공개 그리고 발렌베리 그룹의 공존이라는 스웨덴의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차등의결권 주식 제도는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사라지고 있거나 금지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질문> 우리나라에서는 재벌과 기업의 상속 문제와 관련해 어떤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답변> 기본적으로 불법과 편법을 통해 세습이 불가능한 제도의 확립이 필요합니다.

이런 제도 하에만, 현재와 같은 세습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이익이 오직 정상적인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최대화시키는 정상적인 방법 외에도 없도록 만드는 재벌개혁이 필요합니다.

이런 정상적인 환경이 조성된다면, 기업 소유와 경영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이익과 가장 부합되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질문> 법적, 제도적 보완은 어떤 게 필요할까요?

<답변> 재벌의 불법, 편법적 세습을 방지하고 시장경제체제를 정립하기 위해서, 네 가지 정책 과제가 있습니다.

먼저,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방지하고, 둘째 출자구조의 자의적 변경을 막고 금산분리를 강화하기 위해, 순환출자 금지와 지주회사 지정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셋째 총수 일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고, 마지막으로 금융차명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를 막을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질문> 규제가 과도하고 너무 강하면 우리 경제가 위축될 것이다, 이런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앵커 멘트>

흔히 글로벌 시대라고 합니다.

세계 속에 경쟁하는 우리 재벌 대기업이 세습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기업과 경영의 성공을 위해 뛰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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