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성택 실각 사실상 ‘확인’…재기도 어려울 듯

입력 2013.12.07 (18:53) 수정 2013.12.0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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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기록영화에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을 삭제해 방영한 것은 그의 실각을 사실상 확인한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그동안 최고권력자의 통치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나 중대범죄로 처형된 고위인사는 기록영화나 각종 발행물에서 사진을 삭제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일성 주석의 둘째 부인이었던 김성애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가 된 이후에 각종 영상과 발행물에서 모습이 사라졌고 일부 책자에는 김성애의 사진만 흰색으로 비우기도 했다.

김성애는 김정일 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과 김영일의 친모로 당시 김정일 의 최대 정적이었다.

또 북한은 1969년 김창봉 당시 민족보위상과 허봉학 총정치국장을 숙청하고 그들이 나온 이른바 '1호 사진'에 까만 먹칠을 한 뒤 재배포한 적이 있다. 2010년에는 화폐개혁 실패로 숙청된 박남기 전 노동당 부장도 북한에서 공개되는 모든 사진과 영상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북한에서 이처럼 영상과 발행물에서 사진을 지운다는 것은 영원히 회생할 수 없는 중대범죄를 저질렀다는 의미인 셈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기록영화 공개를 통해 장 부위원장이 노동당 행정부장·정치국 위원·중앙군사위원,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모든 공직에서 실각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내부적으로 당 행정부 고위 간부들을 처형하고 이 사실을 스피커 방송인 '제3방송'으로 주민들에게 알리면서 장 부위원장을 '곁가지' 등으로 지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영상에서 장성택 부위원장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은 앞으로 공식활동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며 "오는 17일 김정일 위원장의 2주기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장 부위원장의 재기도 불가능할 전망이다.

그동안 영상 등에서 모습이 지워진 북한의 고위인사 중에서 공직에 복귀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기 때문이다.

장 부위원장은 2004년 분파행위를 이유로 가택연금 상태에 들어갔지만 2년 후 재기할 수 있었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후계자 내정을 도우면서 김정은 체제 2인자로 우뚝 설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런 가능성이 사라진 셈이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의 1인 지배 체제가 아직은 완전히 기반을 닦지 못한 상황에서 장 부위원장이 재기하면 김정은 체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완전히 차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당국이 장 부위원장의 모습이 영상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취함에 따라 앞으로 노동당과 내각 등 북한 권력에도 소용돌이가 몰아칠 전망이다.

장 부위원장이 권력의 2인자로서 자신과 가까운 인물을 요직에 포진시켰던 만큼 이들에 대한 물빼기 작업이 뒤를 이을 것으로 관측된다.

1990년대 중반 인민보안부가 6·25전쟁 간첩단을 재조사해 서관희 농업 담당 비서를 처형하는 등 심화조사건 때도 수 천명의 간부들이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황장엽 망명 사건 때도 그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을 대거 경질하거나 지방으로 추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당장은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당과 내각 등의 주요 인사들을 그대로 두겠지만 앞으로 대규모 숙청 등 후속작업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며 "장 부위원장의 영향력으로 볼 때 규모가 매우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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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 장성택 실각 사실상 ‘확인’…재기도 어려울 듯
    • 입력 2013-12-07 18:53:00
    • 수정2013-12-07 19:57:44
    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기록영화에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을 삭제해 방영한 것은 그의 실각을 사실상 확인한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그동안 최고권력자의 통치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나 중대범죄로 처형된 고위인사는 기록영화나 각종 발행물에서 사진을 삭제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일성 주석의 둘째 부인이었던 김성애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가 된 이후에 각종 영상과 발행물에서 모습이 사라졌고 일부 책자에는 김성애의 사진만 흰색으로 비우기도 했다.

김성애는 김정일 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과 김영일의 친모로 당시 김정일 의 최대 정적이었다.

또 북한은 1969년 김창봉 당시 민족보위상과 허봉학 총정치국장을 숙청하고 그들이 나온 이른바 '1호 사진'에 까만 먹칠을 한 뒤 재배포한 적이 있다. 2010년에는 화폐개혁 실패로 숙청된 박남기 전 노동당 부장도 북한에서 공개되는 모든 사진과 영상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북한에서 이처럼 영상과 발행물에서 사진을 지운다는 것은 영원히 회생할 수 없는 중대범죄를 저질렀다는 의미인 셈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기록영화 공개를 통해 장 부위원장이 노동당 행정부장·정치국 위원·중앙군사위원,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모든 공직에서 실각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내부적으로 당 행정부 고위 간부들을 처형하고 이 사실을 스피커 방송인 '제3방송'으로 주민들에게 알리면서 장 부위원장을 '곁가지' 등으로 지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영상에서 장성택 부위원장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은 앞으로 공식활동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며 "오는 17일 김정일 위원장의 2주기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장 부위원장의 재기도 불가능할 전망이다.

그동안 영상 등에서 모습이 지워진 북한의 고위인사 중에서 공직에 복귀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기 때문이다.

장 부위원장은 2004년 분파행위를 이유로 가택연금 상태에 들어갔지만 2년 후 재기할 수 있었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후계자 내정을 도우면서 김정은 체제 2인자로 우뚝 설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런 가능성이 사라진 셈이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의 1인 지배 체제가 아직은 완전히 기반을 닦지 못한 상황에서 장 부위원장이 재기하면 김정은 체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완전히 차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당국이 장 부위원장의 모습이 영상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취함에 따라 앞으로 노동당과 내각 등 북한 권력에도 소용돌이가 몰아칠 전망이다.

장 부위원장이 권력의 2인자로서 자신과 가까운 인물을 요직에 포진시켰던 만큼 이들에 대한 물빼기 작업이 뒤를 이을 것으로 관측된다.

1990년대 중반 인민보안부가 6·25전쟁 간첩단을 재조사해 서관희 농업 담당 비서를 처형하는 등 심화조사건 때도 수 천명의 간부들이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황장엽 망명 사건 때도 그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을 대거 경질하거나 지방으로 추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당장은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당과 내각 등의 주요 인사들을 그대로 두겠지만 앞으로 대규모 숙청 등 후속작업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며 "장 부위원장의 영향력으로 볼 때 규모가 매우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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