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신고 후 인적사항 제공…뺑소니는 아니다”

입력 2014.01.07 (06:44) 수정 2014.01.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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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법인 대표인 신모(55)씨는 2011년 7월 직원 A씨 집을 방문하기 위해 1t 포터 냉동탑차를 몰고 원주시에 있는 국도를 지나갔다.

직원 집으로 이어진 1차선 도로는 길이 좁은데다 바닥도 고르지 않았다. 비가 많이 내린데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시야 확보도 어려웠다.

차량을 후진해 A씨 집 방향으로 가던 신씨는 직원 B씨가 소리치는 소리를 듣고 차량을 급히 세웠다. 신씨의 차량에 80대 노인 김모(여)씨가 치인 것이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김씨를 발견한 신씨는 즉각 119에 신고했다. 신씨는 그러나 신고 당시 자신이 사고 당사자가 아니라 발견자인 것처럼 행세했다.

김씨가 다른 차에 받힌 뒤 쓰러져 있던 것을 자신이 다시 들이받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자신이 목격자인 것처럼 진술한 뒤 귀가했다.

그러나 이튿날 신씨가 사고를 냈다는 직원 B씨의 진술을 들은 경찰관이 계속 추궁하자 신씨는 사고를 낸 사실을 시인했다.

결국 신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차량)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신씨가 사고 직후 직접 119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알렸으며 추후 경찰조사에서 사고 사실을 인정한 뒤 보험접수까지 마쳤다는 점 등을 감안해 뺑소니가 아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을 적용, 금고 8월을 선고
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신씨가 사고를 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목격자인 것처럼 행세해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신씨 행위가 특가법상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2심 재판부는 징역 2년 6월의 실형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그러나 신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신씨가 119에 직접 신고하고 인적사항을 제공한 점 등을 감안하면 도주의 범의를 갖고 사고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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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신고 후 인적사항 제공…뺑소니는 아니다”
    • 입력 2014-01-07 06:44:23
    • 수정2014-01-07 16:38:40
    연합뉴스
영농법인 대표인 신모(55)씨는 2011년 7월 직원 A씨 집을 방문하기 위해 1t 포터 냉동탑차를 몰고 원주시에 있는 국도를 지나갔다.

직원 집으로 이어진 1차선 도로는 길이 좁은데다 바닥도 고르지 않았다. 비가 많이 내린데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시야 확보도 어려웠다.

차량을 후진해 A씨 집 방향으로 가던 신씨는 직원 B씨가 소리치는 소리를 듣고 차량을 급히 세웠다. 신씨의 차량에 80대 노인 김모(여)씨가 치인 것이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김씨를 발견한 신씨는 즉각 119에 신고했다. 신씨는 그러나 신고 당시 자신이 사고 당사자가 아니라 발견자인 것처럼 행세했다.

김씨가 다른 차에 받힌 뒤 쓰러져 있던 것을 자신이 다시 들이받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자신이 목격자인 것처럼 진술한 뒤 귀가했다.

그러나 이튿날 신씨가 사고를 냈다는 직원 B씨의 진술을 들은 경찰관이 계속 추궁하자 신씨는 사고를 낸 사실을 시인했다.

결국 신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차량)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신씨가 사고 직후 직접 119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알렸으며 추후 경찰조사에서 사고 사실을 인정한 뒤 보험접수까지 마쳤다는 점 등을 감안해 뺑소니가 아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을 적용, 금고 8월을 선고
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신씨가 사고를 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목격자인 것처럼 행세해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신씨 행위가 특가법상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2심 재판부는 징역 2년 6월의 실형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그러나 신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신씨가 119에 직접 신고하고 인적사항을 제공한 점 등을 감안하면 도주의 범의를 갖고 사고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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