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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려면 키우지 마세요” 유기동물 지키는 수의사
입력 2014.01.09 (07:25) 수정 2014.01.09 (17:54) 연합뉴스
"유기동물 신고가 들어오면 진료 중에도 곧바로 뛰쳐나갑니다."

전북 전주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이모(50대·수의사) 원장은 유기동물 앞에서는 만사를 제쳐놓는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익명으로 기사화하겠다는 기자의 약속을 받아낸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이 원장은 "우리 병원을 찾는 동물들이야 좋은 주인 밑에서 잘 보살핌을 받지만 유기동물은 제가 가지 않으면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며 유기동물에 정성을 쏟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일부 손님들은 이 원장이 황급히 뛰쳐나가는 모습에 불친절하다며 항의하는 때도 종종 있다.

전주에는 동물보호센터가 따로 없어 지역에 있는 10개 병원을 지정해 유기동물을 관리하고 있다.

이 원장은 2011년부터 유기동물을 돌보고 있지만 아직도 한 달에 100건 가까이 접수되는 유기동물 신고를 마주할 때면 좌절감을 느낀다.

그는 "오랜 기간 돌아다니면서 병을 얻거나 사고가 난 유기동물을 보면 안타깝다"며 "특히 새로운 주인을 못 찾아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 때는 정말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 원장의 손길을 거친 유기동물은 건강을 되찾아 다시 입양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부상이 심하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면 안락사의 위기를 맞는다.

그는 "유기동물이 신고가 들어오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입양을 보낼지 안락사를 시킬지 정하게 된다"면서 "입양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 안락사를 시키도록 규정이 정해져 있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제가 돌보는 아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병원 뒤편에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해 이 원장이 떠맡은 유기동물이 많다.

유기동물을 돌보는 데 사용하는 사료 값만 해도 시에서 보조받는 보조비를 훨씬 웃돈다.

수가 늘다 보니 소음 때문에 주변 주민들의 항의가 쏟아져 이 원장은 퇴근도 미루고 병원에서 유기동물을 돌보며 밤을 새우는 날이 많다.

그는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돌봐 주고 싶지만 현실적인 부분에 한계가 있다"면서 "하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요즘 가장 관심을 쏟는 것은 길 고양이 문제다.

그는 "신고를 받다 보면 고양이를 없애 달라는 내용이 많다. 불편하고 지저분하다는 것은 잘 알겠지만 동물보호센터에 전화해서 그런 신고를 하면 참 곤욕스럽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이 원장은 "고양이는 한 구역에 고양이가 사라지면 바로 다른 고양이가 그 구역을 차지하는 습성이 있다"면서 "고양이를 없애는 것보다는 중성화 수술을 시켜 개체 수가 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도 밥만 줄 것이 아니라 신고를 해서 중성화 수술을 하도록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아예 시작을 안하는 것이 좋다"며 "만약 지금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꼭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하고 문단속 등을 철저히 해 동물을 잘 관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 “버리려면 키우지 마세요” 유기동물 지키는 수의사
    • 입력 2014-01-09 07:25:24
    • 수정2014-01-09 17:54:56
    연합뉴스
"유기동물 신고가 들어오면 진료 중에도 곧바로 뛰쳐나갑니다."

전북 전주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이모(50대·수의사) 원장은 유기동물 앞에서는 만사를 제쳐놓는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익명으로 기사화하겠다는 기자의 약속을 받아낸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이 원장은 "우리 병원을 찾는 동물들이야 좋은 주인 밑에서 잘 보살핌을 받지만 유기동물은 제가 가지 않으면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며 유기동물에 정성을 쏟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일부 손님들은 이 원장이 황급히 뛰쳐나가는 모습에 불친절하다며 항의하는 때도 종종 있다.

전주에는 동물보호센터가 따로 없어 지역에 있는 10개 병원을 지정해 유기동물을 관리하고 있다.

이 원장은 2011년부터 유기동물을 돌보고 있지만 아직도 한 달에 100건 가까이 접수되는 유기동물 신고를 마주할 때면 좌절감을 느낀다.

그는 "오랜 기간 돌아다니면서 병을 얻거나 사고가 난 유기동물을 보면 안타깝다"며 "특히 새로운 주인을 못 찾아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 때는 정말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 원장의 손길을 거친 유기동물은 건강을 되찾아 다시 입양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부상이 심하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면 안락사의 위기를 맞는다.

그는 "유기동물이 신고가 들어오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입양을 보낼지 안락사를 시킬지 정하게 된다"면서 "입양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 안락사를 시키도록 규정이 정해져 있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제가 돌보는 아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병원 뒤편에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해 이 원장이 떠맡은 유기동물이 많다.

유기동물을 돌보는 데 사용하는 사료 값만 해도 시에서 보조받는 보조비를 훨씬 웃돈다.

수가 늘다 보니 소음 때문에 주변 주민들의 항의가 쏟아져 이 원장은 퇴근도 미루고 병원에서 유기동물을 돌보며 밤을 새우는 날이 많다.

그는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돌봐 주고 싶지만 현실적인 부분에 한계가 있다"면서 "하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요즘 가장 관심을 쏟는 것은 길 고양이 문제다.

그는 "신고를 받다 보면 고양이를 없애 달라는 내용이 많다. 불편하고 지저분하다는 것은 잘 알겠지만 동물보호센터에 전화해서 그런 신고를 하면 참 곤욕스럽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이 원장은 "고양이는 한 구역에 고양이가 사라지면 바로 다른 고양이가 그 구역을 차지하는 습성이 있다"면서 "고양이를 없애는 것보다는 중성화 수술을 시켜 개체 수가 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도 밥만 줄 것이 아니라 신고를 해서 중성화 수술을 하도록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아예 시작을 안하는 것이 좋다"며 "만약 지금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꼭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하고 문단속 등을 철저히 해 동물을 잘 관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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