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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뽀] ‘고삐 풀린’ 말(馬)산업 육성…전국 곳곳 적자 신음
입력 2014.01.09 (16:01) 연합뉴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이라며 저마다 말(馬)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나름대로 안착했으나 상당수 지자체는 중장기적인 계획 없이 추진하는 바람에 손실만 떠안은 경우도 많다.

특히 말띠 해를 맞아 기존에 추진하다가 중단한 말 산업을 충분한 검토 없이 재추진하는 사례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곳곳 적자 신음

전국에서 말산업이 가장 활성화된 곳은 제주가 꼽힌다.

말은 제주로 보내란 말처럼 제주는 말 사육농가가 1천19곳에 이르고 사육두수가 1만9천600여마리에 달한다.

관광지에서 으레 말을 한 번 타보고 말고기 식당을 찾아 맛보는 일은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주요 과정으로 꼽힌다.

제주도는 이달 초 전국에서 유일하게 말산업 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2017년까지 1천144억원을 들여 관광마로(馬路), 조련·승마거점센터 조성, 역마차 운행 등을 추진한다.

이런 제주와 달리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수년 전부터 말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북도내에서 문을 연 4곳의 공공승마장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전무하다.

지난해 구미 승마장이 4억1천만원 적자, 상주 국제승마장이 2억6천만원 적자, 영천 운주산승마장이 1억9천만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상주 국제승마장은 210억원을 투자했지만 예산만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 승마장 입지 및 저변확대 실패

포항시는 주민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주택가, 초등학교와 가까운 곳에 시립승마장을 건립하려다가 주민이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공정률 90% 상태에서 건설을 백지화했다.

이 때문에 정부 예산 15억원을 되돌려줘야 할 형편이다.

심지어 경북도내 승마장의 58%는 미신고 상태다.

이는 허술한 단속체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승마장 때문에 공공승마장의 고정고객 유치까지 실패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경남에도 승마장 29곳과 경주마 조련시설 1곳이 있지만 아직 저변 확대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산청 공공 승마장의 경우 지난해 마리당 600만~700만원을 주고 퇴역마 3마리를 새로 구입하면서 회원 숫자가 늘고 있는데도 수지를 맞추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퇴역한 경주마는 덩치가 크고 다리가 길어 어린이들이 타기엔 위험하다. 키가 작은 전문 승용마를 구입하려면 마리당 4천만원 안팎을 들여야해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올들어 전문 승용마 보급을 위해 씨암말 보급 확산에 나서고 있지만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예산 지원을 받은 민간 승마장들도 연간 이용 회원수가 200~350명에 불과해 대부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경남에서 가장 많은 말을 보유한 창녕 우포승마장의 경우도 월 평균 1천만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말과 관련된 레저가 걸음마 단계여서 흑자를 내는 공공승마장이 드물고 말 육성 농가도 영세한 곳이 많다.

◇ "선택과 집중"…혈세 낭비 막아야

이런 상황에도 각 지자체는 유행을 좇아 말 산업 육성에 질주하고 있다.

특히 말띠 해를 맞아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경기도는 2016년까지 화성시 화옹간척지 일원에 5천609억원을 들여 축산·농업·관광 복합단지로 말 산업 육성의 전초기지가 될 '에코팜랜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인공수정센터, 번식·승마·조련시설, 경연·경매장, 동물병원, 승마대회장 등이 들어선다.

경남도는 정체상태인 말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기반조성과 경쟁력 강화, 수요확충 등에 47억여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도는 공공승마장 1곳, 민간 승마장 2곳을 신설하고 전문 승용마 육성에 나설 예정이다.

전북 장수군은 2017년까지 5천99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말 생산, 교육연구, 레저·문화·스포츠 등 3개 분야의 9개 사업을 마무리해 내륙지역 최고의 말 산업 메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순창군도 2014년 말 산업육성 공모사업에 선정되고자 공공승마체험장 조성에 뛰어들었다.

경북에선 청송군이 지난해 12월 청송영양축산업협동조합과 '말 산업 육성에 관한 기본협약'을 맺고 말 번식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고 영천시도 옛 말죽거리 복원과 상권 활성화를 꾀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부분 승마장이 적자에 허덕이는 만큼 승마장 건립을 자제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예산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북도는 승마장이 지나치게 많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 각 시·군에 공공 승마장 1곳씩만 운영하도록 하고 이외 추가 건설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충남도나 강원도는 승마 인구 증가세에도 아직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 말 산업에 주도적으로 투자하기 보다는 저변 확대에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말 산업 발전기반 조성과 건강한 승마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승마장 지원사업의 체계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현장르뽀] ‘고삐 풀린’ 말(馬)산업 육성…전국 곳곳 적자 신음
    • 입력 2014-01-09 16:01:04
    연합뉴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이라며 저마다 말(馬)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나름대로 안착했으나 상당수 지자체는 중장기적인 계획 없이 추진하는 바람에 손실만 떠안은 경우도 많다.

특히 말띠 해를 맞아 기존에 추진하다가 중단한 말 산업을 충분한 검토 없이 재추진하는 사례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곳곳 적자 신음

전국에서 말산업이 가장 활성화된 곳은 제주가 꼽힌다.

말은 제주로 보내란 말처럼 제주는 말 사육농가가 1천19곳에 이르고 사육두수가 1만9천600여마리에 달한다.

관광지에서 으레 말을 한 번 타보고 말고기 식당을 찾아 맛보는 일은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주요 과정으로 꼽힌다.

제주도는 이달 초 전국에서 유일하게 말산업 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2017년까지 1천144억원을 들여 관광마로(馬路), 조련·승마거점센터 조성, 역마차 운행 등을 추진한다.

이런 제주와 달리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수년 전부터 말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북도내에서 문을 연 4곳의 공공승마장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전무하다.

지난해 구미 승마장이 4억1천만원 적자, 상주 국제승마장이 2억6천만원 적자, 영천 운주산승마장이 1억9천만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상주 국제승마장은 210억원을 투자했지만 예산만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 승마장 입지 및 저변확대 실패

포항시는 주민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주택가, 초등학교와 가까운 곳에 시립승마장을 건립하려다가 주민이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공정률 90% 상태에서 건설을 백지화했다.

이 때문에 정부 예산 15억원을 되돌려줘야 할 형편이다.

심지어 경북도내 승마장의 58%는 미신고 상태다.

이는 허술한 단속체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승마장 때문에 공공승마장의 고정고객 유치까지 실패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경남에도 승마장 29곳과 경주마 조련시설 1곳이 있지만 아직 저변 확대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산청 공공 승마장의 경우 지난해 마리당 600만~700만원을 주고 퇴역마 3마리를 새로 구입하면서 회원 숫자가 늘고 있는데도 수지를 맞추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퇴역한 경주마는 덩치가 크고 다리가 길어 어린이들이 타기엔 위험하다. 키가 작은 전문 승용마를 구입하려면 마리당 4천만원 안팎을 들여야해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올들어 전문 승용마 보급을 위해 씨암말 보급 확산에 나서고 있지만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예산 지원을 받은 민간 승마장들도 연간 이용 회원수가 200~350명에 불과해 대부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경남에서 가장 많은 말을 보유한 창녕 우포승마장의 경우도 월 평균 1천만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말과 관련된 레저가 걸음마 단계여서 흑자를 내는 공공승마장이 드물고 말 육성 농가도 영세한 곳이 많다.

◇ "선택과 집중"…혈세 낭비 막아야

이런 상황에도 각 지자체는 유행을 좇아 말 산업 육성에 질주하고 있다.

특히 말띠 해를 맞아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경기도는 2016년까지 화성시 화옹간척지 일원에 5천609억원을 들여 축산·농업·관광 복합단지로 말 산업 육성의 전초기지가 될 '에코팜랜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인공수정센터, 번식·승마·조련시설, 경연·경매장, 동물병원, 승마대회장 등이 들어선다.

경남도는 정체상태인 말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기반조성과 경쟁력 강화, 수요확충 등에 47억여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도는 공공승마장 1곳, 민간 승마장 2곳을 신설하고 전문 승용마 육성에 나설 예정이다.

전북 장수군은 2017년까지 5천99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말 생산, 교육연구, 레저·문화·스포츠 등 3개 분야의 9개 사업을 마무리해 내륙지역 최고의 말 산업 메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순창군도 2014년 말 산업육성 공모사업에 선정되고자 공공승마체험장 조성에 뛰어들었다.

경북에선 청송군이 지난해 12월 청송영양축산업협동조합과 '말 산업 육성에 관한 기본협약'을 맺고 말 번식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고 영천시도 옛 말죽거리 복원과 상권 활성화를 꾀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부분 승마장이 적자에 허덕이는 만큼 승마장 건립을 자제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예산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북도는 승마장이 지나치게 많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 각 시·군에 공공 승마장 1곳씩만 운영하도록 하고 이외 추가 건설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충남도나 강원도는 승마 인구 증가세에도 아직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 말 산업에 주도적으로 투자하기 보다는 저변 확대에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말 산업 발전기반 조성과 건강한 승마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승마장 지원사업의 체계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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