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출산율 높이려 주민들이 나섰다!

입력 2014.01.10 (08:16) 수정 2014.01.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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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한 어르신을 뵈었더니 요즘 손자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손자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아이가 더 귀하죠?

그런데 이런 선물을 받아 안고, 너무 행복해하는 농촌 마을이 있는데요,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모습, 노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마을 주민들이 다같이 선물을 준다면서요?

충북 옥천군의 한 마을에서는 벌써 9년째 내려오는 재미난 전통이 하나 있습니다.

주민들이 매달 1004원씩 돈을 모은 뒤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금반지를 만들어 주는 신생아 축하식인데요.

물론 반지를 보고 아이를 낳지는 않겠지만 마을 주민 모두가 마치 내 일인 것처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분위기 속에서 태어난 만큼 산모나 아이 모두 훨씬 더 행복해 보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습니다.

그 따뜻한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북 옥천군의 한 시골마을. 유독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집이 있습니다.

바로 귀농한 아들 내외가 10개월 전, 손주를 안겨줬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강옥분(충청북도 옥천군) : “귀한 손자죠. 혼자 있을 때는 심심했는데 손자가 생겨서 같이 있으니까 하루가 시간이 가는 줄 몰라요.”

귀한 손주를 얻은 것도 좋은데, 오늘은 즐거운 일이 또 하나 있다고 합니다.

손주를 업고 할머니가 찾은 곳은 마을 회관. 아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반가움 가득한 마을 주민들의 박수소리부터 터져 나오는데요.

<녹취>“오늘 여기에 왜 다 모인 거예요?”

<녹취> “오늘 우리 마을에 복덩이들이 생겨서 축하해주려고요.”

곧바로 이 마을만의 남다른 축하법이 시작됩니다.

<녹취> “우리 마을에 복덩어리들이 태어난 것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반지 전달식을 하겠습니다.”

순금 돌반지를 껴 주는 건데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을 사람들의 선물입니다.

<녹취> “잘 커서 지역은 물론 우리나라의 큰 일꾼이 되기를 할아버지는 바랄게.”

<인터뷰> 한영수(안사천사모 회장) : “농촌마을은 옛날엔 인구가 많았다가 지금은 너무 줄어서 아이들 울음소리 듣는 게 힘들어졌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우리가 지역에서 어린 아이들을 조금 더 낳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끝에 매년 태어나는 신생아들에게 주민들이 축하해주는 뜻으로 큰 건 아니지만 반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9년째 이어지는 마을 전통으로 자리 잡아, 벌써 53명의 아이가 금반지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강옥분(충청북도 옥천군) : “정말 고마워요. 7살 된 (손자도) 하나 받았고, 이 아이는 두 번째로 받는 거거든요. 손녀딸을 하나 더 낳고 싶은데 낳을지 않을지 잘 모르겠어요.”

2005년, 80여 명의 주민이 하나, 둘 뜻 모아 시작했다는 신생아 금반지 사업.

<녹취> (“형님 계세요?”) “누구야? 우리 회장님 왔네?” (“회비 받으러 왔어요.”) “1,003원이네. 1원 더 줄게.”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가가호호 매달 내는 돈은 천사 원. 비록 큰 액수는 아니지만 덕분에 마을에 활기도 다시 돌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홍순(충청북도 옥천군) : “정말 좋죠. 꿈같아요. 옛날부터 우리가 아이 구경한 지 얼마나 오래됐어요.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안 낳잖아요. 그래서 이런 걸 하니까 정말 좋아요."

<인터뷰> 한영수(안사천사모 회장) : “지금까지 계속 해 왔으니까 꾸준히 금반지를 전달해서 (마을에) 아이들이 태어나는 데 보탬이 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오가는 손님마저도 끊긴 겨울, 전북 진안군의 한 산골마을입니다.

하지만, 유독 한 집만은 다릅니다.

바로, 소미형 씨 부부댁인데요. 불과 20일 전, 늦둥이 넷째 딸을 낳았습니다.

덕분에 추운 겨울에도 집안에 온기가 가득한데요.

<인터뷰> 소미형(전북 진안군) : “아이가 없다가 오랜만에 아이를 낳으니까 정말 좋고요. 저도 저지만 식구들이 아이를 정말 좋아해서 오랜만에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 것 같아요.“

<녹취> “누구세요?”

아이가 태어난 뒤 찾아오는 손님도 부쩍 늘었습니다.

<녹취> “아이도 보고, 축하하러 왔어요.” “아이 울음소리가 없더니 이제 울음소리가 들리겠네요.”

한 집 한 집 멀리 떨어져 있어 왕래가 쉽진 않지만, 요즘은 하루에 한 번 출근도장은 필수, 내 손자 못지않게 새 생명의 탄생을 반기고, 또 축하해줍니다.

<인터뷰> 유영순(전라북도 진안군) : "(마을에) 아이가 생기니까 좋죠. 울음소리도 밖으로 흘러나오고요.”

또 다른 손님이 찾아온 모양인데요. 이번엔 누구일까요?

<인터뷰> 이명희(진안군 보건소 영양사) : “우선 산모의 건강이 어떤지, 아이의 발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 한번 하려고 방문했습니다.”

이렇듯 이 마을에선 아이가 태어났다 하면 출산부터 양육까지 마을에서 책임진다고 하는데요.

산모와 아이의 건강관리는 물론, 출산 후 영양이 부족한 산모를 위한 식단도 일일이 챙겨주고요, 한 달에 두 번 달걀, 미역, 우유 등의 영양식재료도 공수해준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명희(진안군 보건소 영양사) : “지금 산모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조금이라도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걸 준비하고 있어요.“

시골에서는 자칫 부족할 수도 있는 육아나 양육 정보를 보건소에서 직접 나와 친정 엄마처럼 챙겨주니 고민거리도 줄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을의 출산율은 5년이 넘도록 전국 평균을 훌쩍 웃돌고 있다는데요.

귀농 후, 뒤늦게 갖게 된 아이였기에 고민도 많았다는 부부. 하지만, 마을만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안심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소미형(전북 진안군) : “넷째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요즘 아이도 귀한데 바르고 예쁘게 키워야죠.”

벌써 고착화된 저출산 문제엔 빠른 특효약은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웃 간의 따뜻한 관심,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꿔본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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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출산율 높이려 주민들이 나섰다!
    • 입력 2014-01-10 08:18:46
    • 수정2014-01-10 09: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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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한 어르신을 뵈었더니 요즘 손자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손자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아이가 더 귀하죠?

그런데 이런 선물을 받아 안고, 너무 행복해하는 농촌 마을이 있는데요,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모습, 노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마을 주민들이 다같이 선물을 준다면서요?

충북 옥천군의 한 마을에서는 벌써 9년째 내려오는 재미난 전통이 하나 있습니다.

주민들이 매달 1004원씩 돈을 모은 뒤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금반지를 만들어 주는 신생아 축하식인데요.

물론 반지를 보고 아이를 낳지는 않겠지만 마을 주민 모두가 마치 내 일인 것처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분위기 속에서 태어난 만큼 산모나 아이 모두 훨씬 더 행복해 보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습니다.

그 따뜻한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북 옥천군의 한 시골마을. 유독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집이 있습니다.

바로 귀농한 아들 내외가 10개월 전, 손주를 안겨줬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강옥분(충청북도 옥천군) : “귀한 손자죠. 혼자 있을 때는 심심했는데 손자가 생겨서 같이 있으니까 하루가 시간이 가는 줄 몰라요.”

귀한 손주를 얻은 것도 좋은데, 오늘은 즐거운 일이 또 하나 있다고 합니다.

손주를 업고 할머니가 찾은 곳은 마을 회관. 아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반가움 가득한 마을 주민들의 박수소리부터 터져 나오는데요.

<녹취>“오늘 여기에 왜 다 모인 거예요?”

<녹취> “오늘 우리 마을에 복덩이들이 생겨서 축하해주려고요.”

곧바로 이 마을만의 남다른 축하법이 시작됩니다.

<녹취> “우리 마을에 복덩어리들이 태어난 것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반지 전달식을 하겠습니다.”

순금 돌반지를 껴 주는 건데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을 사람들의 선물입니다.

<녹취> “잘 커서 지역은 물론 우리나라의 큰 일꾼이 되기를 할아버지는 바랄게.”

<인터뷰> 한영수(안사천사모 회장) : “농촌마을은 옛날엔 인구가 많았다가 지금은 너무 줄어서 아이들 울음소리 듣는 게 힘들어졌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우리가 지역에서 어린 아이들을 조금 더 낳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끝에 매년 태어나는 신생아들에게 주민들이 축하해주는 뜻으로 큰 건 아니지만 반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9년째 이어지는 마을 전통으로 자리 잡아, 벌써 53명의 아이가 금반지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강옥분(충청북도 옥천군) : “정말 고마워요. 7살 된 (손자도) 하나 받았고, 이 아이는 두 번째로 받는 거거든요. 손녀딸을 하나 더 낳고 싶은데 낳을지 않을지 잘 모르겠어요.”

2005년, 80여 명의 주민이 하나, 둘 뜻 모아 시작했다는 신생아 금반지 사업.

<녹취> (“형님 계세요?”) “누구야? 우리 회장님 왔네?” (“회비 받으러 왔어요.”) “1,003원이네. 1원 더 줄게.”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가가호호 매달 내는 돈은 천사 원. 비록 큰 액수는 아니지만 덕분에 마을에 활기도 다시 돌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홍순(충청북도 옥천군) : “정말 좋죠. 꿈같아요. 옛날부터 우리가 아이 구경한 지 얼마나 오래됐어요.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안 낳잖아요. 그래서 이런 걸 하니까 정말 좋아요."

<인터뷰> 한영수(안사천사모 회장) : “지금까지 계속 해 왔으니까 꾸준히 금반지를 전달해서 (마을에) 아이들이 태어나는 데 보탬이 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오가는 손님마저도 끊긴 겨울, 전북 진안군의 한 산골마을입니다.

하지만, 유독 한 집만은 다릅니다.

바로, 소미형 씨 부부댁인데요. 불과 20일 전, 늦둥이 넷째 딸을 낳았습니다.

덕분에 추운 겨울에도 집안에 온기가 가득한데요.

<인터뷰> 소미형(전북 진안군) : “아이가 없다가 오랜만에 아이를 낳으니까 정말 좋고요. 저도 저지만 식구들이 아이를 정말 좋아해서 오랜만에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 것 같아요.“

<녹취> “누구세요?”

아이가 태어난 뒤 찾아오는 손님도 부쩍 늘었습니다.

<녹취> “아이도 보고, 축하하러 왔어요.” “아이 울음소리가 없더니 이제 울음소리가 들리겠네요.”

한 집 한 집 멀리 떨어져 있어 왕래가 쉽진 않지만, 요즘은 하루에 한 번 출근도장은 필수, 내 손자 못지않게 새 생명의 탄생을 반기고, 또 축하해줍니다.

<인터뷰> 유영순(전라북도 진안군) : "(마을에) 아이가 생기니까 좋죠. 울음소리도 밖으로 흘러나오고요.”

또 다른 손님이 찾아온 모양인데요. 이번엔 누구일까요?

<인터뷰> 이명희(진안군 보건소 영양사) : “우선 산모의 건강이 어떤지, 아이의 발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 한번 하려고 방문했습니다.”

이렇듯 이 마을에선 아이가 태어났다 하면 출산부터 양육까지 마을에서 책임진다고 하는데요.

산모와 아이의 건강관리는 물론, 출산 후 영양이 부족한 산모를 위한 식단도 일일이 챙겨주고요, 한 달에 두 번 달걀, 미역, 우유 등의 영양식재료도 공수해준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명희(진안군 보건소 영양사) : “지금 산모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조금이라도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걸 준비하고 있어요.“

시골에서는 자칫 부족할 수도 있는 육아나 양육 정보를 보건소에서 직접 나와 친정 엄마처럼 챙겨주니 고민거리도 줄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을의 출산율은 5년이 넘도록 전국 평균을 훌쩍 웃돌고 있다는데요.

귀농 후, 뒤늦게 갖게 된 아이였기에 고민도 많았다는 부부. 하지만, 마을만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안심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소미형(전북 진안군) : “넷째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요즘 아이도 귀한데 바르고 예쁘게 키워야죠.”

벌써 고착화된 저출산 문제엔 빠른 특효약은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웃 간의 따뜻한 관심,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꿔본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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