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빈 경남은행장 왜 사임 결심했나

입력 2014.01.10 (14:03) 수정 2014.01.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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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빈 경남은행장이 BS금융지주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열흘 만인 10일 전격 사임했다.

경남은행 지역환원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박 은행장의 중도사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박 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3월까지다.

그는 2011년 1월 은행장 직무대행을 시작으로 3년간 은행장으로 재직했다.

재임기간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은행 안팎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총자산, 총대출, 고정 이하 여신비율 등 주요 경영지표를 양호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취임 직전 24조원에 불과하던 경남은행의 총자산은 36조원으로 늘었다.

금융권 최하위였던 고정 이하 여신비율(2011년 3월 2.80%)은 0.93%로 개선해 우량은행으로 탈바꿈시켰다.

지역 중소기업 대출, 메세나 사업에도 힘을 쏟아 지역사회의 평판도 좋았다.

이러한 대내외적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7월 우리금융지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경남은행 노조에서도 유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역환원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은행 수장으로서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 예상되자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경남 상공인들이 중심인 '경은사랑 컨소시엄'이 전면에 나섰고 홍준표 도지사와 지역 정치인 등이 지원사격한 인수전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매각 대상인 경남은행의 은행장이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BS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박 은행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경남은행 노조는 지역환원 민영화 실패의 책임을 지라며 공개적으로 사직을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경남은행 지역환원 실패를 책임질 희생양이 필요했고 박 은행장이 그 총대를 멨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 은행장은 "저의 퇴임을 계기로 지역사회는 물론 은행 내부적으로도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현 상황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풀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은행장 입장에서는 3월까지 정해진 임기를 채우는 것이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경남은행 지역환원이라는 공동목표를 향해서는 박 행장과 노조가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힘을 모았다.

그러나 목표달성에 실패한 이상 양측이 더는 보조를 맞추기는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비록 원치 않은 결과가 나왔더라도 법적 절차에 따라 매각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과정에서 고용보장, 은행 독립성 유지를 위해 BS금융지주를 상대로 강력하게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경남은행 노조와 입장이 대치될 가능성이 있다.

노조는 BS금융지주의 실사를 나오면 본점 출입구를 봉쇄하고 전산자료 제출도 거부하겠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은행장이 직접 나서 노조의 강경투쟁을 저지해야 하는 국면이 형성되기 전인 현 시점에서 깨끗이 물러나는 것이 더 낫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한편 경남은행은 이날 오후 마산회원구 본점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박 행장의 사임서를 수리하고 은행장 권한대행을 선임할 예정이다.

회사정관 등을 고려하면 정화영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을 권한대행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 소유구조가 바뀌는 민감한 시점에 최고 경영자가 바뀌면서 경남은행 직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은행장의 중퇴사퇴로 경남은행은 앞으로 상당기간 주요 의사결정과 사업 추진 등이 차질을 빚거나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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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빈 경남은행장 왜 사임 결심했나
    • 입력 2014-01-10 14:03:06
    • 수정2014-01-10 15:39:09
    연합뉴스
박영빈 경남은행장이 BS금융지주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열흘 만인 10일 전격 사임했다.

경남은행 지역환원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박 은행장의 중도사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박 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3월까지다.

그는 2011년 1월 은행장 직무대행을 시작으로 3년간 은행장으로 재직했다.

재임기간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은행 안팎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총자산, 총대출, 고정 이하 여신비율 등 주요 경영지표를 양호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취임 직전 24조원에 불과하던 경남은행의 총자산은 36조원으로 늘었다.

금융권 최하위였던 고정 이하 여신비율(2011년 3월 2.80%)은 0.93%로 개선해 우량은행으로 탈바꿈시켰다.

지역 중소기업 대출, 메세나 사업에도 힘을 쏟아 지역사회의 평판도 좋았다.

이러한 대내외적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7월 우리금융지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경남은행 노조에서도 유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역환원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은행 수장으로서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 예상되자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경남 상공인들이 중심인 '경은사랑 컨소시엄'이 전면에 나섰고 홍준표 도지사와 지역 정치인 등이 지원사격한 인수전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매각 대상인 경남은행의 은행장이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BS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박 은행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경남은행 노조는 지역환원 민영화 실패의 책임을 지라며 공개적으로 사직을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경남은행 지역환원 실패를 책임질 희생양이 필요했고 박 은행장이 그 총대를 멨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 은행장은 "저의 퇴임을 계기로 지역사회는 물론 은행 내부적으로도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현 상황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풀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은행장 입장에서는 3월까지 정해진 임기를 채우는 것이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경남은행 지역환원이라는 공동목표를 향해서는 박 행장과 노조가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힘을 모았다.

그러나 목표달성에 실패한 이상 양측이 더는 보조를 맞추기는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비록 원치 않은 결과가 나왔더라도 법적 절차에 따라 매각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과정에서 고용보장, 은행 독립성 유지를 위해 BS금융지주를 상대로 강력하게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경남은행 노조와 입장이 대치될 가능성이 있다.

노조는 BS금융지주의 실사를 나오면 본점 출입구를 봉쇄하고 전산자료 제출도 거부하겠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은행장이 직접 나서 노조의 강경투쟁을 저지해야 하는 국면이 형성되기 전인 현 시점에서 깨끗이 물러나는 것이 더 낫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한편 경남은행은 이날 오후 마산회원구 본점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박 행장의 사임서를 수리하고 은행장 권한대행을 선임할 예정이다.

회사정관 등을 고려하면 정화영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을 권한대행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 소유구조가 바뀌는 민감한 시점에 최고 경영자가 바뀌면서 경남은행 직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은행장의 중퇴사퇴로 경남은행은 앞으로 상당기간 주요 의사결정과 사업 추진 등이 차질을 빚거나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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