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170 대 1’ 뚫고도 중도포기

입력 2014.01.10 (17:05) 수정 2014.01.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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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론도 배우고 작곡도 공부해야 하고 악기도 이것저것 다룰 줄 알아야 하고...공부할 것이 많아서 힘들어요. 전문 음악가가 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와요."
 
'실용음악과에 입학하면 가수가 되냐?'는 질문에 한 학생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조금은 퉁명스러운 말투였습니다.

알고 보니 그랬습니다. 작사, 작곡, 음악사, 기악, 음악 마케팅...가창은 실용 음악의 한 분야에 불과했습니다. 가창 부문으로 들어와도 이런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면 적응하기 쉽지 않은 곳이 '실용음악과' 입니다.

응시생들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요? 170대 1, 입이 떡 벌어지는 이 수치는 취재진이 찾은 서울 소재 한 대학 실용음악과의 가창 부문 경쟁률입니다. 14명을 모집하는 데 2천 3백여 명이 몰린 거죠. 이러다 보니 실기 시험 시간은 딱 1분. 초 시계까지 동원해서 60초 동안 노래를 하게 하고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는...정말 피 말리는 경쟁이더군요. 



올해 대입 정시 모집에서 경쟁률 1위에서 8위까지를 휩쓸 정도로 실용 음악과의 인기는 치솟고 있습니다. 실시 시험장 현장에서 만난 응시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원 동기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인정받는 가수가 되고 
싶어서요. 다들 오디션에 나가니까..."

안타까운 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어렵게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학교 공부에 적응을 못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3년간 자료를 보니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후 학업을 포기한 학생 비율이 다른 학과 평균 4%보다 배 이상 높은 9%대를 보이더군요. 

10명 가운데 1명 가까이 중간에 학업을 그만둔다는 거죠.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으로 입학했다가 학업을 쫒아가지 못하고 포기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은 겁니다.

한 실용음악과 교수님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학생들의 지원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마냥 즐거워 할 수만은 없죠. 가수가 노래만 잘한다고 좋은 음악이 나오지는 않거든요. 좋은 작곡가, 좋은 연주가, 마케팅 전문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드러나는 것이 가수일 뿐이예요. 그 학생들 혹시 실용음악과 지원을 또 하나의 오디션쯤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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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170 대 1’ 뚫고도 중도포기
    • 입력 2014-01-10 17:05:51
    • 수정2014-01-10 17:11:25
    취재후·사건후
"노래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론도 배우고 작곡도 공부해야 하고 악기도 이것저것 다룰 줄 알아야 하고...공부할 것이 많아서 힘들어요. 전문 음악가가 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와요."
 
'실용음악과에 입학하면 가수가 되냐?'는 질문에 한 학생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조금은 퉁명스러운 말투였습니다.

알고 보니 그랬습니다. 작사, 작곡, 음악사, 기악, 음악 마케팅...가창은 실용 음악의 한 분야에 불과했습니다. 가창 부문으로 들어와도 이런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면 적응하기 쉽지 않은 곳이 '실용음악과' 입니다.

응시생들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요? 170대 1, 입이 떡 벌어지는 이 수치는 취재진이 찾은 서울 소재 한 대학 실용음악과의 가창 부문 경쟁률입니다. 14명을 모집하는 데 2천 3백여 명이 몰린 거죠. 이러다 보니 실기 시험 시간은 딱 1분. 초 시계까지 동원해서 60초 동안 노래를 하게 하고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는...정말 피 말리는 경쟁이더군요. 



올해 대입 정시 모집에서 경쟁률 1위에서 8위까지를 휩쓸 정도로 실용 음악과의 인기는 치솟고 있습니다. 실시 시험장 현장에서 만난 응시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원 동기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인정받는 가수가 되고 
싶어서요. 다들 오디션에 나가니까..."

안타까운 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어렵게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학교 공부에 적응을 못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3년간 자료를 보니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후 학업을 포기한 학생 비율이 다른 학과 평균 4%보다 배 이상 높은 9%대를 보이더군요. 

10명 가운데 1명 가까이 중간에 학업을 그만둔다는 거죠.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으로 입학했다가 학업을 쫒아가지 못하고 포기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은 겁니다.

한 실용음악과 교수님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학생들의 지원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마냥 즐거워 할 수만은 없죠. 가수가 노래만 잘한다고 좋은 음악이 나오지는 않거든요. 좋은 작곡가, 좋은 연주가, 마케팅 전문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드러나는 것이 가수일 뿐이예요. 그 학생들 혹시 실용음악과 지원을 또 하나의 오디션쯤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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