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추락하는 단체장들…흔들리는 지방자치

입력 2014.01.10 (22:47) 수정 2014.01.1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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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 K, 새롭게 진행을 맡은 한상권입니다.

2014년 새해의 가장 주요한 정치 일정이자 큰 관심은 뭐니뭐니해도 오는 6월에 있을 지방선거겠죠.

올해는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의 손으로 뽑고 본격적으로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꼭 20년째 되는 해여서 의미가 큽니다.

취재파일 K, 오늘은 새해 지방선거의 해를 맞아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과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당공천제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합니다.

최정근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최 기자, 올해로 지방자치 20년째라고 앞서 얘기를 했는데, 중단됐던 지방자치가 부활한 게 꼭 20년째 되는 거죠?

<답변>
네, 5.16 군사정변으로 지방자치가 중단됐다가 30년 만인 지난 1991년 지방의원 선거가 실시됐고요.

1995년에는 자치단체장, 그러니까 도지사와 시장, 군수도 다시 선거로 뽑기 시작했습니다.

자치단체장 선출로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부활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 올해로 20년째가 되는 겁니다.

<질문>
그렇군요.

지방자치라고 하면 흔히들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표현을 하죠.

20년 동안 좀 정착이 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답변>
먼저, 그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 전문가의 진단, 한번 들어보실까요?

<인터뷰> 김용기(부산) : "자연스럽게 스스로 투표를 해서 진행을 하고 이런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이르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터뷰> 지형근(경기) : "자치 관련해서는 신경을 못 쓰니까, 실제 저의 생활하고 와닿는 게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인터뷰> 음선필(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 "지방자치, 행정 또는 지방정치가 중앙에 너무 예속이 되다 보니까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못하다는 게 평가예요."

민선 5기까지 거치면서 지방자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단체장들의 끊이지 않는 비리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준입니다.

서영민 기자가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8월, 전북 임실의 강완묵 군수가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서 군수직 상실형인 벌금 2백만원형을 최종 선고받은 겁니다.

'임기를 마치는 군수'가 선거 공약이었던 강 전 군수마저 낙마하면서 임실군은 '군수들의 무덤'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민선 1,2기 군수였던 이형로 전 군수가 쓰레기 매립장 부지 인허가 비리 문제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녹취>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자살을 계기로 인사를 둘러싼 금품 수수의혹이..."

민선 3기 이철규 전 군수는 인사청탁을 했던 군청 공무원의 자살로 인사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1년여 만에 물러났습니다.

<녹취> 김진억(前 임실군수) : "선비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맨 죄밖에 없습니다."

민선 4기 김진억 전 군수는 하수 처리장 인허가비리로 법정 구속, 5년 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지방자치선거가 다섯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이 곳 임실사람들은 선거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선거로 뽑은 군수가 불법 선거운동이나 각종 비리에 연루돼 하나도 빠짐없이 불명예 퇴진했기 때문입니다.

장날을 맞은 임실시장.

활기가 넘칩니다.

하지만, 군수 이야기만 나오면 사람들 안색이 어두워집니다.

<녹취> "안 좋지. ...마음이... 하나도 아니라 넷이나, 군수들마다 다... 안해안해...."

<녹취> "썩어버렸어요, 임실은 썩어버렸어요. 똑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는 우려... 이젠 거의 자포자기 분위깁니다."

<녹취> "(누군가 선거에) 돈을 대줬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 아니에요? 군수가, 그런 상황이 되는 거예요. 항상,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야."

임실군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 앞...

불명예를 되풀이하겠느냐는 홍보물이 붙어있습니다.

선거를 다섯 달 남겨둔 상황.

후보와 주민들을 상대로 한 불법 선거 예방 활동도 이미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불법 선거운동 신고가 접수되는 등 벌써부터 뒤숭숭한 분위깁니다.

<인터뷰> 소권수(선거위원회 사무과장) : "일부 여론조사를 빙자한 운동들이 다른 지역들에 비해서 좀 과열되게 일찍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조사해본 결과 여러가지를 불법으로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임실군수 자리는 비어있습니다.

지난해 8월 물러난 강완묵 군수의 남은 임기가 1년이 채 되지 않아 선거를 치르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군수님 계세요? 강 전 군수님 계세요?”

강 전 군수는 재판 당시 결백을 주장하면서 자신은‘브로커’세력에 희생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선거 뒤 이권을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자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른바 '임실 5적'으로 불리는 '선거브로커'들입니다.

<인터뷰> 정 공노조 위원장 : “선거 때마다 고질적으로 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피를 빨아먹는 현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남들이 욕해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이 5명...”

건설업자와 기자, 무직 등 다양한 직업의 이들 토착 브로커들.

지역내 영향력을 무기로 후보에게 접근, 선거자금을 알선하거나 돈을 받아 주민들에게 뿌리고, 선거 뒤엔 각종 사업 인허가권과 같은 대가를 요구합니다.

<인터뷰> 공무원 노조 : “도와주겠다, 뭐를 해줄 거냐, 넌 나를 위해 뭐를 해 줄 거냐?, 쉽게 말해 인사권의 10%를 줘라, 아니면 각종 사업(인허가권)의 5%를 나한테 줘라, 이런 식으로 계약을 하는 거죠.”

돈 선거와 군수 낙마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핵심 고리엔, 바로 이 브로커들이 있다고 후보자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김혁(임실군수 선거 출마 희망자) : “돈을 뿌리면 결국 돈을 뿌리는 과정에 개입된 사람들에게 약점을 잡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그런 사람이 당선되고도 약점을 잡혔기 때문에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는거죠.”

이른바 '임실 5적'으로 지목된 사람을 취재진이 만나봤습니다.

지역 이권에 개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부인합니다.

<녹취> 선거브로커 : “내 주둥이, 얼굴-마스크, 그리고 힘, 입살 이런 거 먹어주니까..사실 나쁜 일이지 안되는걸 되게 했으니까, 안되니까 부탁해놓고 용돈을 주니 마니 하는 그것이 오적이여..나는 남한테 밥 한 그릇 얻어먹은 적이 없으니까.”

그러면서 이번 선거도 이미 돈선거가 돼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선거브로커(음성변조) : “각 마을마다 쩔어 있는데, 어쩔 수가 없어. 임실 군민들이 5적이다. 혼자 5적이 될 수는 없다. (지난) 추석 때 사골 돌리고 뭐 돌리고 난리야. (군수) 월급 받아봐야 못 갚아. 먹히고 또 먹히고”

선거 브로커가 활개치도록 주민들이 방치, 나아가 조장해온 것 아니냐는 자책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인터뷰> 안종범 (목사/임실군민) : "유권자 수가 적은 가운데, 적은 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 속에서/ 후보자들에게 뭔가를 요구하고 싶은 마음들이 그런 결과를 낳았다고 봐야 되겠죠."

임실에서 육십령 고개를 넘으면 경상남도 함양입니다.

청백리의 고장으로 이름이 높았던 곳...

하지만 최근 4년간 군수선거만 3번 치렀습니다.

2010년 선거에서 당선됐던 이철우 군수는 선거과정에서 멸치선물을 돌렸다가 적발돼 군수직을 잃었고

1년 만인 2011년 당선된 최완식 전 군수 역시 돈을 주고 자원봉사자를 고용했다가 역시 낙마했습니다.

선거로 뽑히면 낙마하고, 또 낙마하는 일이 반복된 겁니다.

<인터뷰> “아무래도 군수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는 건 창피한 일이죠 참.. 앞으로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죠.”

이후 지난해 재선거로 현 임창호 군수가 당선됐지만 동생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고, 선거운동원 3명이 금품살포 혐의로 기소되는 등 시비는 끊이지 않습니다.

<녹취> "(군수님 계신가요?) 아니요. 안 계세요"

<녹취> "바른 말을 해도 안 들을 것이고 어쨌든 안 들을 테니까, (인터뷰를) 안 하시겠다는 생각 같아요."

주민들은 돈 선거를 당연하게 여기고

<녹취> 주민 A : "(돈을) 받으면 또 찍어야 된다는 것이 시골 풍습이예요. (돈을 준 사람이) 자기를 기억해줬다고 생각할 뿐 선거에 다른 기억이 없어. (누가 군수가 돼도) 다 똑같다..."

승진에 목을 맨 공무원들은 줄서기에 바쁜 사이

<녹취> 주민 B : “함양 공무원이 한 500명 정도 되는데 20% 이상은 거기(승진)에 목매고 있는 거에요.... 박터졌답니다. 벌써 밑에서 누가 군수가 될 건가를 점찍어야돼요. 엉뚱한데 줄섰다가는 작살나는 거고.”

불법 선거가 고착화되고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인터뷰> 서필상(함양지역노동자연대) : "어느 나라에서 태어날 건지 스스로 정할 수는 없지만, 어떤 나라에 살아갈 건가는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 관례적으로 진행되어오던 불법선거들을 유권자들이 죄의식 없이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는 거죠."

<질문>
당선된 단체장마다 물러나고 구속되기까지 하는 현실, 참 씁쓸한데요...

이런 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겠죠?

<답변>
네, 물론 모든 자치단체가 다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 취재팀이 이번에 단체장들의 낙마 현황을 취재해봤더니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선관위와 안전행정부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는데, 지난 20년 동안 낙마한 단체장이 100명이 넘었습니다.

열 명 중에 거의 한 명꼴로 임기를 못 채운 셈인데요.

이 내용은 박석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경북 청도군 주민들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해마다 군수를 뽑아야 했습니다.

김상순, 이원동, 정한태 씨 등 현직 군수 3명이 잇따라 비리 혐의로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2007년에는 선거운동원으로 일하던 50대 남성 두 명이 금품살포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후 50여 명이 구속되고 주민 1,400여 명이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녹취> 주민 : “안 찍어요. 안 가요. 찍으면 뭐 하나. 우리 청도군에 손해가 얼마나... 뭐 몇 억 손해 났다고 하던데, 찍으러 안 가려고요.”

경기도 가평군에서는 2007년 당선된 양재수 군수가 유권자 금품 제공 혐의로 군수직을 잃었고, 지난해에는 이진용 군수가 골재채취업자에게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물러났습니다.

울산 울주군에서는 2008년 엄창섭 군수가 사무관 승진 청탁과 함께 1억 3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직을 잃었고, 같은 해 충남 연기군 최준섭 군수는 선거 당시 주민들에게 2천5백만 원을 돌린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습니다.

이처럼 선거법 위반과 뇌물 수수 등으로 중도 하차해 보궐선거를 치르게 만든 군수와 구청장 등 민선 기초단체장은 95년 이래 98명에 이릅니다.

도지사 등 광역단체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2011년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로 물러났습니다.

<인터뷰> "참, 눈물 납니다."

2004년에는 안상영 부산시장과 박태영 전남도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같은 해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허위사실 공표 등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당선무효됐습니다.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을 모두 포함하면 지난 20년간 형사처벌로 물러난 민선 자치단체장은 모두 102명.

95년부터 선출된 자치단체장 총 천 2백여 명 가운데 8.3%에 이릅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가 된 경우가 59명이었고, 나머지 43명은 금품수수 등 비리 혐의였습니다.

형사처벌 단체장을 시기별로 살펴보면, 민선 1기 단체장이 3명, 2기 19명, 3기 27명, 4기 31명, 5기 22명으로 시간이 지나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총선이나 대선 출마를 위해 임기 중간에 스스로 그만둔 단체장도 적지 않았습니다.

모두 27명입니다.

특히 2002년 당선된 민선 3기 단체장들의 경우 모두 13명이 2004년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했습니다.

지방의회 의원들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충북 충주시의 한 시의원은 지난 2009년 야산에 인삼 씨앗을 뿌려놓고는 장뇌삼을 기르고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장뇌삼을 키우는 데 지급되는 국가보조금 수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습니다.

<녹취> “저는 장뇌삼으로 알고 심었고, 친구도 마찬가지로 장뇌삼으로 알고 사온 것인데 친구가 사업을 대신 해주느라고 구입한 것이라서...”

2011년에는 경기도 용인시 의회의 한 여성 비례대표 의원이 옷가게에서 스카프를 훔치다 적발돼 이듬해 제명당하기도 했습니다.

안전행정부 자료를 보면, 지방의회가 출범한 1991년 이래 지금까지 형사 처벌을 받은 지방의회 의원은 모두 1,230명.

그간 선출된 전체 지방 의원 2만 6천여 명의 4.7%입니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91년 1기 당선자 가운데 164명, 2기 82명, 3기 224명, 4기 368명, 5기 323명이 형사 처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형사처벌 사유가 기재된 2002년부터 지금까지의 통계를 따로 살펴보면, 선거법 위반이 가장 많았고, 뇌물수수와 도로교통법 위반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사기죄로 처벌받은 경우도 12명이나 됐습니다.

이처럼 지역 일꾼들이 중도하차한 경우, 대부분 보궐선거가 치러졌습니다.

그 수는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 모두 천 78명입니다.

<질문>
지방의원들도 그렇지만 단체장들, 선거법 위반뿐 아니라 각종 이권 개입에 매관매직, 참 다양한 위법과 비리를 저지르고 있군요.

이렇게 비리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요?

<답변>
먼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가진 막강한 권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역의 소통령, 소황제로까지 불릴 정도로 권한은 큰데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으니까 비리의 소지가 크다는 겁니다.

그 구조적인 문제점을 이승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민들이 책을 읽는 데 푹 빠져있습니다.

엎드려서 책을 보기도 하고, 다리를 쭉 뻗고 책장을 넘기기도 합니다.

<인터뷰> 임수현 : "방학이라 (왔는데) 책도 많고 다양해서 편하고 좋아요"

여느 도서관 같은 분위기지만 자세히 보니, 어울리지 않는 회의용 의자 같은 것도 눈에 띕니다.

과거 시장실을 북카페로 만든 공간.

당시 비품을 그대로 활용한 겁니다.

<인터뷰> 남영희(성남시 행정지원실) : "이쪽에 집무실이었고요. 여기 보시면 전에 시설로는 집무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중앙 홀이었고, 민원을 보는 민원상담실이었고, 저기는 손님이 오면 접견실이었어요. (총 넓이가 어느 정도 돼요?) 230평,747.7제곱미터 정도 됩니다."

과거 시장 한 사람만을 위한 이 공간이, 이제는 하루 평균 400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총 건설비용 3천 200억여 원.

통유리 시공에 1, 2, 3층 건물 바닥과 벽을 수입 대리석과 화강석으로 치장하면서 호화 청사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성남시청.

그곳 9층, 지금은 북카페로 바뀐 옛 시장실은 과거 성남에서 시장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상징처럼 보여주는 곳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호화청사 건립을 막을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006년 성남시 의회 예결위는 시 청사 이전과 관련된 첫해 예산인 271억 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대엽 시장과 같은 당이던 시 의원들은 수정안을 상정한 뒤 본회의장도 아닌 자료실에서 날치기 처리합니다.

당시 상황이 생생히 남아있는 현장 녹음입니다.

<녹취> 성남시 의회(2007년 예산안 처리 당시 녹취/2006년 12월 당시) : "다 알고 있어. 빨리해 얼른...(0045) 왜 이렇게 많아...(0103) 했어. 했어. 뭐 이렇게 많아..."

급하게 처리하려는 듯, 필요없는 내용은 빼라며 일사천리로 진행합니다.

<녹취> "이런 거는 안해야 되잖아. 지금. 아이~~"

<녹취> "출석의원 20명 중 찬성 20명 반대 없음. 없으므로 2007년도 일반 및 특별 세입 세출 예산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

그리고 신청사 수정 예산안은 무사 통과됩니다.

<녹취> "주민 자치 기초를 다지는 데에 의회와 집행부가 따로 있을 수 없으며... 정례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산회를 선포합니다. 그리고 절대 (예산처리) 했다는 말하지 말고 나가요"

이대엽 당시 시장 측이 소유하고 있던 1층짜리 건물.

음식점으로 불법 전용했다 기소되자, 1층에 한해서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가 변경됩니다.

성남시가 지침을 개정해 준 겁니다.

여기에 이대엽 전 시장의 조카 며느리가 소유하고 있는 땅도, 원래 대중음식점만 가능한 것을 판매나 문화, 관광 시설 등 근린생활 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용도가 변경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인터뷰> 황성현(성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지방단체장이 휘두를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이용해서 인사라든지 친인척과 관련된 이해 관계 이런 것들의...어떻게 보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시장이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

결국 별다른 견제 없이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하던 이대엽 전 성남시장은,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현금 5천만 원과 천만 원 짜리 양주를 받는 등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됐습니다.

이 전 시장의 조카와 조카 며느리 등도 시 사업 등에 개입하고 시 공무원 승진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습니다.

<인터뷰> 김오수(당시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 "풍문으로 떠돌았던 이 전 시장 일가의 백화점식 비리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인사비리, 뇌물수수, 이권개입...

어떻게 모든 유형의 이런 비리들이 한꺼번에 가능한 것일까.

<녹취> “사무관이 3년 안에 수십 명이 나가는데, 그렇게 나가면 15명이 나가면 (1명 승진하는데 필요한 뇌물이) 1억씩이니까 차기군수는 15억은 벌겠네? 이런 얘기들이 공공연하게 나온다는 거죠. 공무원 사회에서”

<녹취> 이00(지방공무원/음성변조) : "서기관 7천만 원, 사무관 5천만 원..."

단체장들이 선호하는 것이 인사와 관련된 뇌물이 가장 안전하기 때문에 가장 선호하고, 그런 구조로 지금 되어있고...

지방 공무원 사회 안팎의 증언입니다.

돈을 건네 승진한 사람과 받은 단체장이 입을 닫으면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

그래서 단체장의 인사 비리가 만연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과장급 보직인 5급 사무관은 급여와 연금에서도 혜택이 커 대상자들이 승진에 매달리게 되고...

단체장은 인사를 미끼로 한 뇌물비리에 쉽사리 노출됩니다.

<인터뷰> 곽규원(전국공무원노조 사무처장) : "어떤 자치단체의 장의 뭐 보면 아예 총무과장이라고 하죠. 인사와 관련된 책임을 지고 있는 아예 자기 사람을 심어서 브로커 역할 처럼 중계 역할을 해주는 거죠"

이렇게 돈을 써 승진한 공무원은 그 단체장의 수족처럼 움직이고, 더 나아가, 본인도 돈을 챙기려는 유혹에 빠지는 2차 비리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권개입 유혹...그 덫은?

인사 문제가 내부적 비리라면, 이권 개입, 뇌물 수수는 외부적 비리.

<인터뷰> 김00(지방공무원/음성변조) : "(관공서 사업비가) 최소한 천억, 이천억원이 된다는 거죠. 뭐 어마어마한 금액이죠. 그 지역 내에서의 이 단체장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어마어마하죠 "

자치단체장이 4년 임기 동안 받는 순급여는 3억 원 정도.

다음 선거 비용, 거기에 아직도 종종 터져나오는 공천헌금 등을 감안하면, 사업 청탁 등과 함께 건네지는 검은 돈에 손대기 쉬운 구조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박00(지방공무원/음성변조) : "뭐 공공연한 비밀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공천헌금 주고 단체장이 된 뒤 그걸 만회할 수 있는 게 없죠. 본인도 뭐 일정부분 다음 차기도 또 준비해야 되고..."

그렇다면 견제는?....

격렬한 몸싸움 속에, 경남도의회 의장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상정합니다.

<녹취> "안건을 상정합니다."<녹취>

야당 의원들을 여당 의원들이 저지하는 사이 조례안이 처리됩니다.

<녹취> "이의가 없으므로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녹취> "날치기를 중단하라. 반대"

도지사의 강행 처리 방침에, 육탄으로 방어에 나선 같은 당 의원들...

국회가 '국회선진화법'으로 몸싸움 금지를 선언한지 1년이 지나서, 경남 도의회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같은 당 중앙당에서 조례안에 신중한 입장을 표하며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할 만큼 논란이 많은 사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단체장이 정하면, 소속당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현재 지방 의회의 실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00시 의회 의원(음성변조) : "어느 한 두 사람의 의원들이 반대를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단체장이 의원들을 실질적으로 굴복시킬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거죠. 권력 구조가..."

지방 의회가 자치단체장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조례를 제정하거나, 사후 감사를 통해서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인터뷰> 00시 의회 의원(음성변조) : "의회에서 많은 논란을 겪고 그 논란 끝에 결론이 나면 반복적으로 자기 맘에 안 든다고, 단체장 맘에 안든다고 그 결과에 대해서 수긍하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해서 올리는 그런 사례가..."

<인터뷰> 박용모(송파구 의회 의장) : "안 지켰을 경우에 사후에 과태료를 물린다든지 그런 다른 강제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는게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렇게 안 하겠다는 사과, 그런 다짐을 받고 또 넘어가고..."

특히 영호남의 경우, 단체장과 같은 당 의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제대로 된 견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 민선 5기 기초의원 당선자의 지역별 당 분포를 보면...

영남은 당시 한나라당이, 호남은 민주당이 절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대구 70% 경북 65% 경남 60% 부산 59%

민주당

광주 75% 전북 69% 전남 69%

지방의원이 같은 당 소속 단체장에 대해 무조건 지지하고 보는 풍토, 다른 지역도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단체장뿐 아니라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나서 협조를 요구할 경우 방법이 없다고까지 말합니다.

<녹취> 00군 의회 의원(음성변조) : "같은 소속의 단체장 시책에 협조하지 않는 단 이유로 압력도 많이 받았죠."

<인터뷰> 00구 의회 관계자(음성변조) : "국회의원 사무실에 다 사무장, 사무국장들이 있잖아요. (지방의원) 몇 시까지 집합하라고 하면 전부 딱 가야돼요"

<질문>
이렇게 견제도 받지 않고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행사하는 단체장들이 과시성, 전시성 사업을 벌이는 것도 또 다른 문제 아닙니까?

<답변>
맞습니다.

민선 단체장들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또 임기 중에 뭔가 성과를 내려고 무리한 사업을 밀어붙이는 일도 지방자치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됩니다.

빚을 내가며 사업을 벌이다 보니 지난 2012년 말 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의 채무가 19조 2천억 원, 기초자치단체의 채무가 7조 9천억 원이나 됩니다.

앞서 살펴본 성남시 새 청사 건설도 그렇고요,

인천시의 재정 상황을 얽매고 있는 아시안게임 유치 같은 게 대표적이죠.

마창대교와 거가대교를 건설하면서 지방채를 천5백억 원가량 발행한 경상남도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일부 지자체는 곧 파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옵니다.

그런데도 무분별한 개발사업이 여전한 것으로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또 확인됐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사업자에게 채무보증을 해가면서까지 개발사업을 추진해온 사실이 밝혀진 거죠.

감사원이 밝힌 평택시의 예를 보면요,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평택도시공사가 민간사업자에게 사업비 2천 백30억 원을 채무보증을 해줬습니다.

평택시의 공기업인 평택도시공사가 대출금 상환 의무와 사업 위험을 모두 안게 된 겁니다.

이미 발생한 민간업자의 사업손실 75억 원도 떠안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식의 개발사업은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질문>
그런 무리한 사업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단체장들이 비리에 연루되고 앞서 지적한 대로 단체장이 물러나는 일도 비일비재한 거잖아요?

결국, 주민들의 피해와 고통으로 이어지는 것 아닙니까?

<답변>
맞습니다.

단체장들이 이런저런 비리로 수사를 받고 구속돼 공석이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갑니다.

앞서 살펴본 전북 임실의 예를 볼까요?

군수가 툭하면 공석이 되고, 또 있을 때도 수시로 검찰과 법원에 불려다니다 보니 군정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겠죠.

군수가 줄줄이 낙마하는 동안 임실군은 오명을 얻은 건 둘째치고 못사는 고장이 돼버렸습니다.

지난 2012년 평균 농가 연간소득이 2천9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웃한 장수군이 3천4백만 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꽤 큰 격차죠.

서울 양천구도 한번 볼까요?

추재엽 구청장이 위증과 무고로 징역 1년형이 확정돼 지난해 물러났죠.

양천구는 목동에 있는 공시지가 2천5백억 원의 땅을 매각해 공원 같은 주민 편의시설을 늘리는 사업을 추진해왔는데요,

구청장이 공석이 된 뒤에 흐지부지 돼버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치단체장이 낙마하면 주민을 위한 행정, 사업도 차질을 빚게 되니까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거죠.

<질문>
단체장이 물러나면 다시 선거를 해서 뽑지 않습니까?

그 선거 비용도 적지 않잖아요?

<답변>
네, 만만치 않은 부담입니다.

민선 5기 기초단체장만 따져볼까요?

형사처벌을 받고 하차한 시장, 군수, 구청장이 모두 25명이고 보궐선거가 21번 치러졌는데요,

그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 것 같습니까?

<질문>
글쎄요, 상당할 것 같은데, 한 100억 원쯤 들었나요??

<답변>
그 비용이 모두 143억 원에 이릅니다.

선거 한 번에 평균 7억 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시도지사와 광역, 기초 의원들에 대한 보궐선거까지 감안하면 그 비용은 훨씬 불어납니다.

선관위가 갖고 있는 지방 재보궐선거 비용 자료가 지난 2001년까지는 없고 2002년 이후부터거든요?

그때부터 지난해까지 재보궐선거 비용을 모두 합하니까 무려 천9백억 원이 넘었습니다.

여기에는 사망으로 인한 불가피한 경우도 포함돼 있지만, 상당수가 각종 위법과 비리로 인한 보궐선거였습니다.

이 비용 모두가 주민, 국민이 지지 않아도 될 추가 부담인 겁니다.

<질문>
이런 폐해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도록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할 텐데, 어떻습니까?

<답변>
네, 먼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볼까요?

<인터뷰> 임승빈(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 "단체장이 뭐 지역에서는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라고 얘기하죠. 왜냐하면 의회가 제대로 된 견제를 못 하고 있다, 의회 견제권한을 더 강화시킬 필요가 있고요. 또한, 외부인들, 소위 말해서 집행부와 의회 이외의 지역 시민단체라든가 또는 지역의 여러 기관들이 의회와 집행부들의 활동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없어요."

<인터뷰> 윤종빈(명지대 정외과 교수) : "결국은 정당이 공천한 거니까 그 개인뿐만 아니라 정당이 동시에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잘못된 공천과 행정으로 많은 예산을 낭비했으니까 뭔가 우리가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재보궐선거를 만들게 된 이제 그 사유를 제공한 정당에게 국고보조금을 삭감한다든지 이런 종류의 어떤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조금 더 그나마 비리가 근절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질문>
단체장의 권한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 같네요.

또, 정당의 책임을 더 강화하자, 이런 의견도 있군요?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가 있지 않나요?

<답변>
네, 지금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처럼 지방선거에서도 정당이 후보를 공천한 뒤 선거를 치르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당공천제 폐지 건은, 시장, 군수, 구청장과 시군구의원 선거, 즉 기초선거에서는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말자, 이런 거죠.

<질문>
왜 이런 논의가 있는 겁니까?

<답변>
정당공천제가 일으키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우선, 공천 때마다 잡음과 부정부패가 발생할 우려가 크고 또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행사하다 보니까 이른바 줄서기도 심각하죠.

지방정치가 중앙정치 논리에 얽매이는 점도 지적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3년 헌법재판소는 기초의원 후보들의 지지 정당 표시를 금지한 게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 때문에,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이 역시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와 국민 여론과의 간극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 위해서 현재 정치권이 논의중인데요.

정치권의 다양한 목소리 한번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학용(새누리당) : "(정당공천제 폐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2003년 판결을 통해서 나와 있습니다. 공천을 안 해도 지역 국회의원이 내천을 할 수가 있고, 심지어는 투표를 통해서 이 사람으로 결정했다 해도 공천장만 안 주면 법상 문제가 없고. 그러다 보면 실익은 전혀 없고 형식적으로만 공천만 안 나갔지 아까 말씀드린 필터링도 안 되고, 엄청난 혼란을 가져오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이에서."

<인터뷰> 김성주(민주당) : "정치적 독점과 과다한 정치적 대표성을 완화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거죠. 완전히 영구한 폐지가 아니라 일시적인 폐지를 통해서 상황의 개선을 본 다음에 충분하게 풀뿌리 자치의 역량과 민주주의, 정당정치가 지역 내에 뿌리내리면 그때에는 정당공천제가 본격적으로 활동해도 괜찮지 않나 이런 대안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호창 : "후보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선출되도록 정당 기호 순위 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후보의 인물과 자질로써 선택되어야 하는 것이지 번호는 기득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번호는 번호일 뿐이다. 거듭 말씀드리자면 기초정당 공천제 폐지는 국민과의 약속이고,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으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다."

<인터뷰> 심상정(정의당 의원) : "문제제기를 해결하는 방식이 정당공천제를 폐지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저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아니라 정당 공천제와 더불어서 비례대표를 현재 10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늘리고, 3,4인 선거구로 확대하고 다음에는 복수공천을 금지함으로써 훨씬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질문>
정당마다, 정치 세력마다 입장이 꽤 다르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리는데요.

어떻든 뭔가 개선해야 한다는데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인터뷰> 음선필(홍익대 법대) : "우리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이 문제가 될 때 사실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지금 정당이 지역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특정 지역에서는 어떤 하나의 정당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모습이 됐고요. 그런 점에서는 지역정당, 또는 지방 정당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럼 지역 중심으로 해서 정치활동을 하는 정당의 존재를 우리가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고요. 그럼 보다 생활 정치에 가까운 정당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인터뷰> 임승빈(명지대 행정학과) :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게 된다면 선거기간, 선거활동이라든가 그런 것도 굉장히 자유롭게 해야된다고 봐요. 그래야지 그 신인들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이 평상시에 열심히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지역의 일꾼으로서 뽑히는 거지 가만히 평상시에 묶어 놨다가 선거기간만 쫙 선거하면 여성이라든가 신인들은 또, 돈이 없는 사람들은 도저히 할 수가 없죠."

<질문>
정당공천제 폐지냐 유지냐, 이게 앞에서 짚어본 지방자치의 문제점에 대한 해법은 아니지 않습니까?

<답변>
네, 직접적인 해법은 물론 아니겠지만 지방자치 개혁을 위한 하나의 물꼬로 검토될 수 있을 겁니다.

또 이미 공론화가 된 만큼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고요.

<질문>
여기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취재파일 K가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정당공천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고, 지방자치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 결과를 홍희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취재파일 K에서 전국 성인남녀 천여명을 대상으로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물었습니다.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절반 가량입니다.

그러나, 부정적이라는 응답도 30% 가량 나왔습니다.

자기가 사는 지역의 지방일꾼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시장이나 도지사 같은 단체장이 누구인지는 알지만, 시의원이나 구의원은 모른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단체장과 의원, 모두 모른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후보들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선택을 했는지 물었습니다.

47%에 달하는 응답자가 인물 정보는 자세히 모른 채 소속 정당 위주로 선택했다고 답했습니다.

인물과 정당을 모두 알고 있었다 36%, 둘다 모르고 투표했다 15%였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에 대해 물었습니다.

68%의 응답자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했고, 유지 의견은 12%에 그쳤습니다.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선 정당이 아닌 후보자의 인물과 공약에 근거한 주권행사가 가능하다... 또 공천 비리를 없앨 수 있다고 답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정당 검증을 통해 후보난립을 막을 수 있다는 등의 응답이 많았습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어떤 기준으로 투표할 것인가.

지역 발전이 39%로 가장 많았고, 현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24%, 이어 후보자 개인과 정당에 대한 지지 순이었습니다.

이번 조사는 KBS 방송문화연구소에서 인터넷 설문을 통해 전국의 성인남녀 천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2.97%포인틉니다.

<답변>
당공천제에 대해서는 폐지 의견이 많았습니다만, 주민들이 지방자치를 통해 원하는 것이 뭐니뭐니해도 지역의 발전이라는 점,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질문>
그렇군요.

최정근 기자, 수고했습니다.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는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에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한 편입니다.

어떤 결론도 지난 20년간 드러난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단번에 없앨 만병통치약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성년에 접어든 우리 풀뿌리 민주주의를 보다 활성화시키면서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함께 모색돼야 할 것입니다.

지방자치를 주제로 전해드린 취재파일 K,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이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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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년기획] 추락하는 단체장들…흔들리는 지방자치
    • 입력 2014-01-10 17:29:01
    • 수정2014-01-11 07:27:03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 K, 새롭게 진행을 맡은 한상권입니다.

2014년 새해의 가장 주요한 정치 일정이자 큰 관심은 뭐니뭐니해도 오는 6월에 있을 지방선거겠죠.

올해는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의 손으로 뽑고 본격적으로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꼭 20년째 되는 해여서 의미가 큽니다.

취재파일 K, 오늘은 새해 지방선거의 해를 맞아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과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당공천제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합니다.

최정근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최 기자, 올해로 지방자치 20년째라고 앞서 얘기를 했는데, 중단됐던 지방자치가 부활한 게 꼭 20년째 되는 거죠?

<답변>
네, 5.16 군사정변으로 지방자치가 중단됐다가 30년 만인 지난 1991년 지방의원 선거가 실시됐고요.

1995년에는 자치단체장, 그러니까 도지사와 시장, 군수도 다시 선거로 뽑기 시작했습니다.

자치단체장 선출로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부활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 올해로 20년째가 되는 겁니다.

<질문>
그렇군요.

지방자치라고 하면 흔히들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표현을 하죠.

20년 동안 좀 정착이 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답변>
먼저, 그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 전문가의 진단, 한번 들어보실까요?

<인터뷰> 김용기(부산) : "자연스럽게 스스로 투표를 해서 진행을 하고 이런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이르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터뷰> 지형근(경기) : "자치 관련해서는 신경을 못 쓰니까, 실제 저의 생활하고 와닿는 게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인터뷰> 음선필(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 "지방자치, 행정 또는 지방정치가 중앙에 너무 예속이 되다 보니까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못하다는 게 평가예요."

민선 5기까지 거치면서 지방자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단체장들의 끊이지 않는 비리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준입니다.

서영민 기자가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8월, 전북 임실의 강완묵 군수가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서 군수직 상실형인 벌금 2백만원형을 최종 선고받은 겁니다.

'임기를 마치는 군수'가 선거 공약이었던 강 전 군수마저 낙마하면서 임실군은 '군수들의 무덤'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민선 1,2기 군수였던 이형로 전 군수가 쓰레기 매립장 부지 인허가 비리 문제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녹취>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자살을 계기로 인사를 둘러싼 금품 수수의혹이..."

민선 3기 이철규 전 군수는 인사청탁을 했던 군청 공무원의 자살로 인사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1년여 만에 물러났습니다.

<녹취> 김진억(前 임실군수) : "선비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맨 죄밖에 없습니다."

민선 4기 김진억 전 군수는 하수 처리장 인허가비리로 법정 구속, 5년 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지방자치선거가 다섯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이 곳 임실사람들은 선거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선거로 뽑은 군수가 불법 선거운동이나 각종 비리에 연루돼 하나도 빠짐없이 불명예 퇴진했기 때문입니다.

장날을 맞은 임실시장.

활기가 넘칩니다.

하지만, 군수 이야기만 나오면 사람들 안색이 어두워집니다.

<녹취> "안 좋지. ...마음이... 하나도 아니라 넷이나, 군수들마다 다... 안해안해...."

<녹취> "썩어버렸어요, 임실은 썩어버렸어요. 똑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는 우려... 이젠 거의 자포자기 분위깁니다."

<녹취> "(누군가 선거에) 돈을 대줬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 아니에요? 군수가, 그런 상황이 되는 거예요. 항상,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야."

임실군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 앞...

불명예를 되풀이하겠느냐는 홍보물이 붙어있습니다.

선거를 다섯 달 남겨둔 상황.

후보와 주민들을 상대로 한 불법 선거 예방 활동도 이미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불법 선거운동 신고가 접수되는 등 벌써부터 뒤숭숭한 분위깁니다.

<인터뷰> 소권수(선거위원회 사무과장) : "일부 여론조사를 빙자한 운동들이 다른 지역들에 비해서 좀 과열되게 일찍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조사해본 결과 여러가지를 불법으로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임실군수 자리는 비어있습니다.

지난해 8월 물러난 강완묵 군수의 남은 임기가 1년이 채 되지 않아 선거를 치르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군수님 계세요? 강 전 군수님 계세요?”

강 전 군수는 재판 당시 결백을 주장하면서 자신은‘브로커’세력에 희생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선거 뒤 이권을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자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른바 '임실 5적'으로 불리는 '선거브로커'들입니다.

<인터뷰> 정 공노조 위원장 : “선거 때마다 고질적으로 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피를 빨아먹는 현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남들이 욕해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이 5명...”

건설업자와 기자, 무직 등 다양한 직업의 이들 토착 브로커들.

지역내 영향력을 무기로 후보에게 접근, 선거자금을 알선하거나 돈을 받아 주민들에게 뿌리고, 선거 뒤엔 각종 사업 인허가권과 같은 대가를 요구합니다.

<인터뷰> 공무원 노조 : “도와주겠다, 뭐를 해줄 거냐, 넌 나를 위해 뭐를 해 줄 거냐?, 쉽게 말해 인사권의 10%를 줘라, 아니면 각종 사업(인허가권)의 5%를 나한테 줘라, 이런 식으로 계약을 하는 거죠.”

돈 선거와 군수 낙마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핵심 고리엔, 바로 이 브로커들이 있다고 후보자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김혁(임실군수 선거 출마 희망자) : “돈을 뿌리면 결국 돈을 뿌리는 과정에 개입된 사람들에게 약점을 잡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그런 사람이 당선되고도 약점을 잡혔기 때문에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는거죠.”

이른바 '임실 5적'으로 지목된 사람을 취재진이 만나봤습니다.

지역 이권에 개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부인합니다.

<녹취> 선거브로커 : “내 주둥이, 얼굴-마스크, 그리고 힘, 입살 이런 거 먹어주니까..사실 나쁜 일이지 안되는걸 되게 했으니까, 안되니까 부탁해놓고 용돈을 주니 마니 하는 그것이 오적이여..나는 남한테 밥 한 그릇 얻어먹은 적이 없으니까.”

그러면서 이번 선거도 이미 돈선거가 돼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선거브로커(음성변조) : “각 마을마다 쩔어 있는데, 어쩔 수가 없어. 임실 군민들이 5적이다. 혼자 5적이 될 수는 없다. (지난) 추석 때 사골 돌리고 뭐 돌리고 난리야. (군수) 월급 받아봐야 못 갚아. 먹히고 또 먹히고”

선거 브로커가 활개치도록 주민들이 방치, 나아가 조장해온 것 아니냐는 자책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인터뷰> 안종범 (목사/임실군민) : "유권자 수가 적은 가운데, 적은 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 속에서/ 후보자들에게 뭔가를 요구하고 싶은 마음들이 그런 결과를 낳았다고 봐야 되겠죠."

임실에서 육십령 고개를 넘으면 경상남도 함양입니다.

청백리의 고장으로 이름이 높았던 곳...

하지만 최근 4년간 군수선거만 3번 치렀습니다.

2010년 선거에서 당선됐던 이철우 군수는 선거과정에서 멸치선물을 돌렸다가 적발돼 군수직을 잃었고

1년 만인 2011년 당선된 최완식 전 군수 역시 돈을 주고 자원봉사자를 고용했다가 역시 낙마했습니다.

선거로 뽑히면 낙마하고, 또 낙마하는 일이 반복된 겁니다.

<인터뷰> “아무래도 군수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는 건 창피한 일이죠 참.. 앞으로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죠.”

이후 지난해 재선거로 현 임창호 군수가 당선됐지만 동생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고, 선거운동원 3명이 금품살포 혐의로 기소되는 등 시비는 끊이지 않습니다.

<녹취> "(군수님 계신가요?) 아니요. 안 계세요"

<녹취> "바른 말을 해도 안 들을 것이고 어쨌든 안 들을 테니까, (인터뷰를) 안 하시겠다는 생각 같아요."

주민들은 돈 선거를 당연하게 여기고

<녹취> 주민 A : "(돈을) 받으면 또 찍어야 된다는 것이 시골 풍습이예요. (돈을 준 사람이) 자기를 기억해줬다고 생각할 뿐 선거에 다른 기억이 없어. (누가 군수가 돼도) 다 똑같다..."

승진에 목을 맨 공무원들은 줄서기에 바쁜 사이

<녹취> 주민 B : “함양 공무원이 한 500명 정도 되는데 20% 이상은 거기(승진)에 목매고 있는 거에요.... 박터졌답니다. 벌써 밑에서 누가 군수가 될 건가를 점찍어야돼요. 엉뚱한데 줄섰다가는 작살나는 거고.”

불법 선거가 고착화되고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인터뷰> 서필상(함양지역노동자연대) : "어느 나라에서 태어날 건지 스스로 정할 수는 없지만, 어떤 나라에 살아갈 건가는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 관례적으로 진행되어오던 불법선거들을 유권자들이 죄의식 없이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는 거죠."

<질문>
당선된 단체장마다 물러나고 구속되기까지 하는 현실, 참 씁쓸한데요...

이런 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겠죠?

<답변>
네, 물론 모든 자치단체가 다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 취재팀이 이번에 단체장들의 낙마 현황을 취재해봤더니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선관위와 안전행정부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는데, 지난 20년 동안 낙마한 단체장이 100명이 넘었습니다.

열 명 중에 거의 한 명꼴로 임기를 못 채운 셈인데요.

이 내용은 박석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경북 청도군 주민들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해마다 군수를 뽑아야 했습니다.

김상순, 이원동, 정한태 씨 등 현직 군수 3명이 잇따라 비리 혐의로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2007년에는 선거운동원으로 일하던 50대 남성 두 명이 금품살포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후 50여 명이 구속되고 주민 1,400여 명이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녹취> 주민 : “안 찍어요. 안 가요. 찍으면 뭐 하나. 우리 청도군에 손해가 얼마나... 뭐 몇 억 손해 났다고 하던데, 찍으러 안 가려고요.”

경기도 가평군에서는 2007년 당선된 양재수 군수가 유권자 금품 제공 혐의로 군수직을 잃었고, 지난해에는 이진용 군수가 골재채취업자에게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물러났습니다.

울산 울주군에서는 2008년 엄창섭 군수가 사무관 승진 청탁과 함께 1억 3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직을 잃었고, 같은 해 충남 연기군 최준섭 군수는 선거 당시 주민들에게 2천5백만 원을 돌린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습니다.

이처럼 선거법 위반과 뇌물 수수 등으로 중도 하차해 보궐선거를 치르게 만든 군수와 구청장 등 민선 기초단체장은 95년 이래 98명에 이릅니다.

도지사 등 광역단체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2011년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로 물러났습니다.

<인터뷰> "참, 눈물 납니다."

2004년에는 안상영 부산시장과 박태영 전남도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같은 해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허위사실 공표 등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당선무효됐습니다.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을 모두 포함하면 지난 20년간 형사처벌로 물러난 민선 자치단체장은 모두 102명.

95년부터 선출된 자치단체장 총 천 2백여 명 가운데 8.3%에 이릅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가 된 경우가 59명이었고, 나머지 43명은 금품수수 등 비리 혐의였습니다.

형사처벌 단체장을 시기별로 살펴보면, 민선 1기 단체장이 3명, 2기 19명, 3기 27명, 4기 31명, 5기 22명으로 시간이 지나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총선이나 대선 출마를 위해 임기 중간에 스스로 그만둔 단체장도 적지 않았습니다.

모두 27명입니다.

특히 2002년 당선된 민선 3기 단체장들의 경우 모두 13명이 2004년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했습니다.

지방의회 의원들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충북 충주시의 한 시의원은 지난 2009년 야산에 인삼 씨앗을 뿌려놓고는 장뇌삼을 기르고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장뇌삼을 키우는 데 지급되는 국가보조금 수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습니다.

<녹취> “저는 장뇌삼으로 알고 심었고, 친구도 마찬가지로 장뇌삼으로 알고 사온 것인데 친구가 사업을 대신 해주느라고 구입한 것이라서...”

2011년에는 경기도 용인시 의회의 한 여성 비례대표 의원이 옷가게에서 스카프를 훔치다 적발돼 이듬해 제명당하기도 했습니다.

안전행정부 자료를 보면, 지방의회가 출범한 1991년 이래 지금까지 형사 처벌을 받은 지방의회 의원은 모두 1,230명.

그간 선출된 전체 지방 의원 2만 6천여 명의 4.7%입니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91년 1기 당선자 가운데 164명, 2기 82명, 3기 224명, 4기 368명, 5기 323명이 형사 처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형사처벌 사유가 기재된 2002년부터 지금까지의 통계를 따로 살펴보면, 선거법 위반이 가장 많았고, 뇌물수수와 도로교통법 위반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사기죄로 처벌받은 경우도 12명이나 됐습니다.

이처럼 지역 일꾼들이 중도하차한 경우, 대부분 보궐선거가 치러졌습니다.

그 수는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 모두 천 78명입니다.

<질문>
지방의원들도 그렇지만 단체장들, 선거법 위반뿐 아니라 각종 이권 개입에 매관매직, 참 다양한 위법과 비리를 저지르고 있군요.

이렇게 비리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요?

<답변>
먼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가진 막강한 권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역의 소통령, 소황제로까지 불릴 정도로 권한은 큰데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으니까 비리의 소지가 크다는 겁니다.

그 구조적인 문제점을 이승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민들이 책을 읽는 데 푹 빠져있습니다.

엎드려서 책을 보기도 하고, 다리를 쭉 뻗고 책장을 넘기기도 합니다.

<인터뷰> 임수현 : "방학이라 (왔는데) 책도 많고 다양해서 편하고 좋아요"

여느 도서관 같은 분위기지만 자세히 보니, 어울리지 않는 회의용 의자 같은 것도 눈에 띕니다.

과거 시장실을 북카페로 만든 공간.

당시 비품을 그대로 활용한 겁니다.

<인터뷰> 남영희(성남시 행정지원실) : "이쪽에 집무실이었고요. 여기 보시면 전에 시설로는 집무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중앙 홀이었고, 민원을 보는 민원상담실이었고, 저기는 손님이 오면 접견실이었어요. (총 넓이가 어느 정도 돼요?) 230평,747.7제곱미터 정도 됩니다."

과거 시장 한 사람만을 위한 이 공간이, 이제는 하루 평균 400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총 건설비용 3천 200억여 원.

통유리 시공에 1, 2, 3층 건물 바닥과 벽을 수입 대리석과 화강석으로 치장하면서 호화 청사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성남시청.

그곳 9층, 지금은 북카페로 바뀐 옛 시장실은 과거 성남에서 시장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상징처럼 보여주는 곳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호화청사 건립을 막을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006년 성남시 의회 예결위는 시 청사 이전과 관련된 첫해 예산인 271억 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대엽 시장과 같은 당이던 시 의원들은 수정안을 상정한 뒤 본회의장도 아닌 자료실에서 날치기 처리합니다.

당시 상황이 생생히 남아있는 현장 녹음입니다.

<녹취> 성남시 의회(2007년 예산안 처리 당시 녹취/2006년 12월 당시) : "다 알고 있어. 빨리해 얼른...(0045) 왜 이렇게 많아...(0103) 했어. 했어. 뭐 이렇게 많아..."

급하게 처리하려는 듯, 필요없는 내용은 빼라며 일사천리로 진행합니다.

<녹취> "이런 거는 안해야 되잖아. 지금. 아이~~"

<녹취> "출석의원 20명 중 찬성 20명 반대 없음. 없으므로 2007년도 일반 및 특별 세입 세출 예산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

그리고 신청사 수정 예산안은 무사 통과됩니다.

<녹취> "주민 자치 기초를 다지는 데에 의회와 집행부가 따로 있을 수 없으며... 정례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산회를 선포합니다. 그리고 절대 (예산처리) 했다는 말하지 말고 나가요"

이대엽 당시 시장 측이 소유하고 있던 1층짜리 건물.

음식점으로 불법 전용했다 기소되자, 1층에 한해서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가 변경됩니다.

성남시가 지침을 개정해 준 겁니다.

여기에 이대엽 전 시장의 조카 며느리가 소유하고 있는 땅도, 원래 대중음식점만 가능한 것을 판매나 문화, 관광 시설 등 근린생활 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용도가 변경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인터뷰> 황성현(성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지방단체장이 휘두를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이용해서 인사라든지 친인척과 관련된 이해 관계 이런 것들의...어떻게 보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시장이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

결국 별다른 견제 없이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하던 이대엽 전 성남시장은,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현금 5천만 원과 천만 원 짜리 양주를 받는 등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됐습니다.

이 전 시장의 조카와 조카 며느리 등도 시 사업 등에 개입하고 시 공무원 승진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습니다.

<인터뷰> 김오수(당시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 "풍문으로 떠돌았던 이 전 시장 일가의 백화점식 비리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인사비리, 뇌물수수, 이권개입...

어떻게 모든 유형의 이런 비리들이 한꺼번에 가능한 것일까.

<녹취> “사무관이 3년 안에 수십 명이 나가는데, 그렇게 나가면 15명이 나가면 (1명 승진하는데 필요한 뇌물이) 1억씩이니까 차기군수는 15억은 벌겠네? 이런 얘기들이 공공연하게 나온다는 거죠. 공무원 사회에서”

<녹취> 이00(지방공무원/음성변조) : "서기관 7천만 원, 사무관 5천만 원..."

단체장들이 선호하는 것이 인사와 관련된 뇌물이 가장 안전하기 때문에 가장 선호하고, 그런 구조로 지금 되어있고...

지방 공무원 사회 안팎의 증언입니다.

돈을 건네 승진한 사람과 받은 단체장이 입을 닫으면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

그래서 단체장의 인사 비리가 만연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과장급 보직인 5급 사무관은 급여와 연금에서도 혜택이 커 대상자들이 승진에 매달리게 되고...

단체장은 인사를 미끼로 한 뇌물비리에 쉽사리 노출됩니다.

<인터뷰> 곽규원(전국공무원노조 사무처장) : "어떤 자치단체의 장의 뭐 보면 아예 총무과장이라고 하죠. 인사와 관련된 책임을 지고 있는 아예 자기 사람을 심어서 브로커 역할 처럼 중계 역할을 해주는 거죠"

이렇게 돈을 써 승진한 공무원은 그 단체장의 수족처럼 움직이고, 더 나아가, 본인도 돈을 챙기려는 유혹에 빠지는 2차 비리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권개입 유혹...그 덫은?

인사 문제가 내부적 비리라면, 이권 개입, 뇌물 수수는 외부적 비리.

<인터뷰> 김00(지방공무원/음성변조) : "(관공서 사업비가) 최소한 천억, 이천억원이 된다는 거죠. 뭐 어마어마한 금액이죠. 그 지역 내에서의 이 단체장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어마어마하죠 "

자치단체장이 4년 임기 동안 받는 순급여는 3억 원 정도.

다음 선거 비용, 거기에 아직도 종종 터져나오는 공천헌금 등을 감안하면, 사업 청탁 등과 함께 건네지는 검은 돈에 손대기 쉬운 구조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박00(지방공무원/음성변조) : "뭐 공공연한 비밀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공천헌금 주고 단체장이 된 뒤 그걸 만회할 수 있는 게 없죠. 본인도 뭐 일정부분 다음 차기도 또 준비해야 되고..."

그렇다면 견제는?....

격렬한 몸싸움 속에, 경남도의회 의장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상정합니다.

<녹취> "안건을 상정합니다."<녹취>

야당 의원들을 여당 의원들이 저지하는 사이 조례안이 처리됩니다.

<녹취> "이의가 없으므로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녹취> "날치기를 중단하라. 반대"

도지사의 강행 처리 방침에, 육탄으로 방어에 나선 같은 당 의원들...

국회가 '국회선진화법'으로 몸싸움 금지를 선언한지 1년이 지나서, 경남 도의회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같은 당 중앙당에서 조례안에 신중한 입장을 표하며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할 만큼 논란이 많은 사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단체장이 정하면, 소속당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현재 지방 의회의 실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00시 의회 의원(음성변조) : "어느 한 두 사람의 의원들이 반대를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단체장이 의원들을 실질적으로 굴복시킬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거죠. 권력 구조가..."

지방 의회가 자치단체장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조례를 제정하거나, 사후 감사를 통해서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인터뷰> 00시 의회 의원(음성변조) : "의회에서 많은 논란을 겪고 그 논란 끝에 결론이 나면 반복적으로 자기 맘에 안 든다고, 단체장 맘에 안든다고 그 결과에 대해서 수긍하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해서 올리는 그런 사례가..."

<인터뷰> 박용모(송파구 의회 의장) : "안 지켰을 경우에 사후에 과태료를 물린다든지 그런 다른 강제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는게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렇게 안 하겠다는 사과, 그런 다짐을 받고 또 넘어가고..."

특히 영호남의 경우, 단체장과 같은 당 의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제대로 된 견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 민선 5기 기초의원 당선자의 지역별 당 분포를 보면...

영남은 당시 한나라당이, 호남은 민주당이 절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대구 70% 경북 65% 경남 60% 부산 59%

민주당

광주 75% 전북 69% 전남 69%

지방의원이 같은 당 소속 단체장에 대해 무조건 지지하고 보는 풍토, 다른 지역도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단체장뿐 아니라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나서 협조를 요구할 경우 방법이 없다고까지 말합니다.

<녹취> 00군 의회 의원(음성변조) : "같은 소속의 단체장 시책에 협조하지 않는 단 이유로 압력도 많이 받았죠."

<인터뷰> 00구 의회 관계자(음성변조) : "국회의원 사무실에 다 사무장, 사무국장들이 있잖아요. (지방의원) 몇 시까지 집합하라고 하면 전부 딱 가야돼요"

<질문>
이렇게 견제도 받지 않고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행사하는 단체장들이 과시성, 전시성 사업을 벌이는 것도 또 다른 문제 아닙니까?

<답변>
맞습니다.

민선 단체장들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또 임기 중에 뭔가 성과를 내려고 무리한 사업을 밀어붙이는 일도 지방자치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됩니다.

빚을 내가며 사업을 벌이다 보니 지난 2012년 말 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의 채무가 19조 2천억 원, 기초자치단체의 채무가 7조 9천억 원이나 됩니다.

앞서 살펴본 성남시 새 청사 건설도 그렇고요,

인천시의 재정 상황을 얽매고 있는 아시안게임 유치 같은 게 대표적이죠.

마창대교와 거가대교를 건설하면서 지방채를 천5백억 원가량 발행한 경상남도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일부 지자체는 곧 파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옵니다.

그런데도 무분별한 개발사업이 여전한 것으로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또 확인됐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사업자에게 채무보증을 해가면서까지 개발사업을 추진해온 사실이 밝혀진 거죠.

감사원이 밝힌 평택시의 예를 보면요,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평택도시공사가 민간사업자에게 사업비 2천 백30억 원을 채무보증을 해줬습니다.

평택시의 공기업인 평택도시공사가 대출금 상환 의무와 사업 위험을 모두 안게 된 겁니다.

이미 발생한 민간업자의 사업손실 75억 원도 떠안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식의 개발사업은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질문>
그런 무리한 사업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단체장들이 비리에 연루되고 앞서 지적한 대로 단체장이 물러나는 일도 비일비재한 거잖아요?

결국, 주민들의 피해와 고통으로 이어지는 것 아닙니까?

<답변>
맞습니다.

단체장들이 이런저런 비리로 수사를 받고 구속돼 공석이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갑니다.

앞서 살펴본 전북 임실의 예를 볼까요?

군수가 툭하면 공석이 되고, 또 있을 때도 수시로 검찰과 법원에 불려다니다 보니 군정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겠죠.

군수가 줄줄이 낙마하는 동안 임실군은 오명을 얻은 건 둘째치고 못사는 고장이 돼버렸습니다.

지난 2012년 평균 농가 연간소득이 2천9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웃한 장수군이 3천4백만 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꽤 큰 격차죠.

서울 양천구도 한번 볼까요?

추재엽 구청장이 위증과 무고로 징역 1년형이 확정돼 지난해 물러났죠.

양천구는 목동에 있는 공시지가 2천5백억 원의 땅을 매각해 공원 같은 주민 편의시설을 늘리는 사업을 추진해왔는데요,

구청장이 공석이 된 뒤에 흐지부지 돼버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치단체장이 낙마하면 주민을 위한 행정, 사업도 차질을 빚게 되니까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거죠.

<질문>
단체장이 물러나면 다시 선거를 해서 뽑지 않습니까?

그 선거 비용도 적지 않잖아요?

<답변>
네, 만만치 않은 부담입니다.

민선 5기 기초단체장만 따져볼까요?

형사처벌을 받고 하차한 시장, 군수, 구청장이 모두 25명이고 보궐선거가 21번 치러졌는데요,

그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 것 같습니까?

<질문>
글쎄요, 상당할 것 같은데, 한 100억 원쯤 들었나요??

<답변>
그 비용이 모두 143억 원에 이릅니다.

선거 한 번에 평균 7억 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시도지사와 광역, 기초 의원들에 대한 보궐선거까지 감안하면 그 비용은 훨씬 불어납니다.

선관위가 갖고 있는 지방 재보궐선거 비용 자료가 지난 2001년까지는 없고 2002년 이후부터거든요?

그때부터 지난해까지 재보궐선거 비용을 모두 합하니까 무려 천9백억 원이 넘었습니다.

여기에는 사망으로 인한 불가피한 경우도 포함돼 있지만, 상당수가 각종 위법과 비리로 인한 보궐선거였습니다.

이 비용 모두가 주민, 국민이 지지 않아도 될 추가 부담인 겁니다.

<질문>
이런 폐해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도록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할 텐데, 어떻습니까?

<답변>
네, 먼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볼까요?

<인터뷰> 임승빈(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 "단체장이 뭐 지역에서는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라고 얘기하죠. 왜냐하면 의회가 제대로 된 견제를 못 하고 있다, 의회 견제권한을 더 강화시킬 필요가 있고요. 또한, 외부인들, 소위 말해서 집행부와 의회 이외의 지역 시민단체라든가 또는 지역의 여러 기관들이 의회와 집행부들의 활동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없어요."

<인터뷰> 윤종빈(명지대 정외과 교수) : "결국은 정당이 공천한 거니까 그 개인뿐만 아니라 정당이 동시에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잘못된 공천과 행정으로 많은 예산을 낭비했으니까 뭔가 우리가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재보궐선거를 만들게 된 이제 그 사유를 제공한 정당에게 국고보조금을 삭감한다든지 이런 종류의 어떤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조금 더 그나마 비리가 근절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질문>
단체장의 권한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 같네요.

또, 정당의 책임을 더 강화하자, 이런 의견도 있군요?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가 있지 않나요?

<답변>
네, 지금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처럼 지방선거에서도 정당이 후보를 공천한 뒤 선거를 치르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당공천제 폐지 건은, 시장, 군수, 구청장과 시군구의원 선거, 즉 기초선거에서는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말자, 이런 거죠.

<질문>
왜 이런 논의가 있는 겁니까?

<답변>
정당공천제가 일으키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우선, 공천 때마다 잡음과 부정부패가 발생할 우려가 크고 또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행사하다 보니까 이른바 줄서기도 심각하죠.

지방정치가 중앙정치 논리에 얽매이는 점도 지적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3년 헌법재판소는 기초의원 후보들의 지지 정당 표시를 금지한 게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 때문에,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이 역시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와 국민 여론과의 간극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 위해서 현재 정치권이 논의중인데요.

정치권의 다양한 목소리 한번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학용(새누리당) : "(정당공천제 폐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2003년 판결을 통해서 나와 있습니다. 공천을 안 해도 지역 국회의원이 내천을 할 수가 있고, 심지어는 투표를 통해서 이 사람으로 결정했다 해도 공천장만 안 주면 법상 문제가 없고. 그러다 보면 실익은 전혀 없고 형식적으로만 공천만 안 나갔지 아까 말씀드린 필터링도 안 되고, 엄청난 혼란을 가져오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이에서."

<인터뷰> 김성주(민주당) : "정치적 독점과 과다한 정치적 대표성을 완화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거죠. 완전히 영구한 폐지가 아니라 일시적인 폐지를 통해서 상황의 개선을 본 다음에 충분하게 풀뿌리 자치의 역량과 민주주의, 정당정치가 지역 내에 뿌리내리면 그때에는 정당공천제가 본격적으로 활동해도 괜찮지 않나 이런 대안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호창 : "후보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선출되도록 정당 기호 순위 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후보의 인물과 자질로써 선택되어야 하는 것이지 번호는 기득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번호는 번호일 뿐이다. 거듭 말씀드리자면 기초정당 공천제 폐지는 국민과의 약속이고,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으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다."

<인터뷰> 심상정(정의당 의원) : "문제제기를 해결하는 방식이 정당공천제를 폐지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저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아니라 정당 공천제와 더불어서 비례대표를 현재 10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늘리고, 3,4인 선거구로 확대하고 다음에는 복수공천을 금지함으로써 훨씬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질문>
정당마다, 정치 세력마다 입장이 꽤 다르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리는데요.

어떻든 뭔가 개선해야 한다는데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인터뷰> 음선필(홍익대 법대) : "우리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이 문제가 될 때 사실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지금 정당이 지역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특정 지역에서는 어떤 하나의 정당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모습이 됐고요. 그런 점에서는 지역정당, 또는 지방 정당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럼 지역 중심으로 해서 정치활동을 하는 정당의 존재를 우리가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고요. 그럼 보다 생활 정치에 가까운 정당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인터뷰> 임승빈(명지대 행정학과) :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게 된다면 선거기간, 선거활동이라든가 그런 것도 굉장히 자유롭게 해야된다고 봐요. 그래야지 그 신인들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이 평상시에 열심히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지역의 일꾼으로서 뽑히는 거지 가만히 평상시에 묶어 놨다가 선거기간만 쫙 선거하면 여성이라든가 신인들은 또, 돈이 없는 사람들은 도저히 할 수가 없죠."

<질문>
정당공천제 폐지냐 유지냐, 이게 앞에서 짚어본 지방자치의 문제점에 대한 해법은 아니지 않습니까?

<답변>
네, 직접적인 해법은 물론 아니겠지만 지방자치 개혁을 위한 하나의 물꼬로 검토될 수 있을 겁니다.

또 이미 공론화가 된 만큼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고요.

<질문>
여기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취재파일 K가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정당공천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고, 지방자치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 결과를 홍희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취재파일 K에서 전국 성인남녀 천여명을 대상으로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물었습니다.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절반 가량입니다.

그러나, 부정적이라는 응답도 30% 가량 나왔습니다.

자기가 사는 지역의 지방일꾼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시장이나 도지사 같은 단체장이 누구인지는 알지만, 시의원이나 구의원은 모른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단체장과 의원, 모두 모른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후보들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선택을 했는지 물었습니다.

47%에 달하는 응답자가 인물 정보는 자세히 모른 채 소속 정당 위주로 선택했다고 답했습니다.

인물과 정당을 모두 알고 있었다 36%, 둘다 모르고 투표했다 15%였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에 대해 물었습니다.

68%의 응답자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했고, 유지 의견은 12%에 그쳤습니다.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선 정당이 아닌 후보자의 인물과 공약에 근거한 주권행사가 가능하다... 또 공천 비리를 없앨 수 있다고 답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정당 검증을 통해 후보난립을 막을 수 있다는 등의 응답이 많았습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어떤 기준으로 투표할 것인가.

지역 발전이 39%로 가장 많았고, 현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24%, 이어 후보자 개인과 정당에 대한 지지 순이었습니다.

이번 조사는 KBS 방송문화연구소에서 인터넷 설문을 통해 전국의 성인남녀 천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2.97%포인틉니다.

<답변>
당공천제에 대해서는 폐지 의견이 많았습니다만, 주민들이 지방자치를 통해 원하는 것이 뭐니뭐니해도 지역의 발전이라는 점,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질문>
그렇군요.

최정근 기자, 수고했습니다.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는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에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한 편입니다.

어떤 결론도 지난 20년간 드러난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단번에 없앨 만병통치약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성년에 접어든 우리 풀뿌리 민주주의를 보다 활성화시키면서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함께 모색돼야 할 것입니다.

지방자치를 주제로 전해드린 취재파일 K,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이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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