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소송 일 변호사 “과거사에서 도망쳐선 안 돼”

입력 2014.01.13 (07:15) 수정 2014.01.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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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는 일본 제국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합사된 한국인 피해자의 유족은 조국을 탄압한 가해자들과 선친의 영령이 함께 있는 굴욕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년 10월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27명은 일본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한국인 합사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을 진행하는 원고 측 일본인 변호사 12명 중 오오구치 아키히코(大口昭彦·69)씨 등 4명이 유족 진술을 들으려고 2박3일 일정으로 지난 11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유족 6명을 심층 인터뷰했고, 국회 동북아특위 소속 민주당 유기홍 의원을 만나 야스쿠니 신사 문제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2일 서울 동대문구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오오구치 변호사는 "이 재판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한 합사 철회 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다른 유족 9명도 합사 취소 소송을 냈지만, 작년 10월 2심에서 패소했다.

야스쿠니 신사가 한국인까지 합사한 것은 일종의 '종교 행위'이기 때문에 법원이 개입할 수 없다는 궤변이었다.

이에 오오구치 변호사는 "이는 악질적 형식주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는 패전 이전까지 국가기관의 일부로 다른 신사와는 본질적으로 달랐다"며 "패전 후 민간종교법인 형태로 남기기로 연합군사령부와 일본 내 우익들이 타협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족은 아버지 혹은 오빠가 전쟁터에 끌려가 죽은 것도 모자라 가해자와 함께 합사되는 고통까지 겪고 있다"며 "그래서 야스쿠니 신사의 명부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순간부터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전범처럼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이어 "혈육이 합사됐다는 사실이 유족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직접 얘기를 들어보겠다"며 "1차 소송보다 한층 심화한 내용으로 소송을 이끌겠다"고 했다.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위패가 야스쿠니 신사에서 빠져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야스쿠니 신사 자체가 일제의 조선 침탈사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오오구치 변호사는 "강화도 조약의 계기가 된 운요호 사건에서 사망한 군관을 비롯해 동학농민운동 중에 죽은 일본군도 야스쿠니에 합사됐다"며 "야스쿠니 신사와 한국의 인연은 일본의 침탈에서 비롯된 셈"이라고 말했다.

소송은 이르면 오는 3월부터 시작될 예정이지만, 지난 연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일본의 우경화 행보 탓에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오구치 변호사는 "아베 총리가 국내외 반대에도 강행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아시아 민중은 절대 인정해선 안 된다"며 "그래서 아시아 각국과 연대한 재판을 통해 일본 사법부가 과거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 유족 중 합사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은 또 하나의 난관이다. 소송에 참가한 유족도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를 통해 야스쿠니 신사로부터 합사 확인증을 받고서야 이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야스쿠니 문제를 일본 사회를 변화시킬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식민 지배와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지금 일본인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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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스쿠니 소송 일 변호사 “과거사에서 도망쳐선 안 돼”
    • 입력 2014-01-13 07:15:11
    • 수정2014-01-13 20:11:20
    연합뉴스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는 일본 제국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합사된 한국인 피해자의 유족은 조국을 탄압한 가해자들과 선친의 영령이 함께 있는 굴욕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년 10월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27명은 일본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한국인 합사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을 진행하는 원고 측 일본인 변호사 12명 중 오오구치 아키히코(大口昭彦·69)씨 등 4명이 유족 진술을 들으려고 2박3일 일정으로 지난 11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유족 6명을 심층 인터뷰했고, 국회 동북아특위 소속 민주당 유기홍 의원을 만나 야스쿠니 신사 문제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2일 서울 동대문구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오오구치 변호사는 "이 재판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한 합사 철회 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다른 유족 9명도 합사 취소 소송을 냈지만, 작년 10월 2심에서 패소했다.

야스쿠니 신사가 한국인까지 합사한 것은 일종의 '종교 행위'이기 때문에 법원이 개입할 수 없다는 궤변이었다.

이에 오오구치 변호사는 "이는 악질적 형식주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는 패전 이전까지 국가기관의 일부로 다른 신사와는 본질적으로 달랐다"며 "패전 후 민간종교법인 형태로 남기기로 연합군사령부와 일본 내 우익들이 타협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족은 아버지 혹은 오빠가 전쟁터에 끌려가 죽은 것도 모자라 가해자와 함께 합사되는 고통까지 겪고 있다"며 "그래서 야스쿠니 신사의 명부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순간부터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전범처럼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이어 "혈육이 합사됐다는 사실이 유족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직접 얘기를 들어보겠다"며 "1차 소송보다 한층 심화한 내용으로 소송을 이끌겠다"고 했다.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위패가 야스쿠니 신사에서 빠져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야스쿠니 신사 자체가 일제의 조선 침탈사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오오구치 변호사는 "강화도 조약의 계기가 된 운요호 사건에서 사망한 군관을 비롯해 동학농민운동 중에 죽은 일본군도 야스쿠니에 합사됐다"며 "야스쿠니 신사와 한국의 인연은 일본의 침탈에서 비롯된 셈"이라고 말했다.

소송은 이르면 오는 3월부터 시작될 예정이지만, 지난 연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일본의 우경화 행보 탓에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오구치 변호사는 "아베 총리가 국내외 반대에도 강행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아시아 민중은 절대 인정해선 안 된다"며 "그래서 아시아 각국과 연대한 재판을 통해 일본 사법부가 과거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 유족 중 합사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은 또 하나의 난관이다. 소송에 참가한 유족도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를 통해 야스쿠니 신사로부터 합사 확인증을 받고서야 이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야스쿠니 문제를 일본 사회를 변화시킬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식민 지배와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지금 일본인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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