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2관왕’ 포항, 올해에도 토종군단

입력 2014.01.26 (08:38) 수정 2014.01.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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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위기의 후반전입니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없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과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최초로 '2관왕'을 달성한 포항 스틸러스는 올해도 '토종 군단'으로 팀을 꾸린다.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않기로 구단이 방침을 정했고, 지난 시즌 주축으로 활약한 자유계약선수 황진성, 노병준, 박성호와는 재계약이 어려울 전망이다.

고육지책이었던 '쇄국축구'를 올해도 이어가야 하면서 지난해 K리그 클래식 감독상의 주인공인 황선홍 감독의 시름도 깊었다.

포항의 전지훈련지인 터키 안탈리아에서 만난 황 감독은 26일(한국시간) 2년 연속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대해 "많이 혼란스러웠던 게 사실"이라면서 "예기
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마음을 추스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장성환) 사장님도 저도 답답한 상황이지만 슬기롭게 잘 넘겨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푸념한다고 해결책이 생기는 건 아니니 이제 앓는 소리는 끝내고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훈련지를 찾은 장성환 포항 사장은 "지원을 '팍팍' 해주지 못해 내가 황 감독에게 고민을 안겼다"면서도 "스쿼드가 좋다고 다 잘되는 건 아니다. 올해 포항은 1강"이라며 선수
단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황 감독의 현실 판단은 냉정하다.

황 감독은 "'올해도 잘하겠지'라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인데, 저는 그런 기대를 충족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현실적으로는 틀림없는 위기"라고 단언했다.

이어 "신인이나 젊은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면서 "주축 선수가 빠지고 신인이 보강되면 새로운 팀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공격력은 황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황 감독이 추구하는 간결한 패스 축구를 바탕으로 지난해 여러 선수가 고르게 득점하며 여느 팀에 뒤지지 않는 공격을 펼쳤지만 '한 방'이 아쉬울 때가 잦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그 고민이 해소되는가 했지만 있던 자원마저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황 감독은 "박성호가 있었다면 원톱에 대한 생각도 하겠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면서 "완성도를 높이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황 감독은 고무열, 김승대, 배천석 등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김승대는 많은 경기에 나서 지난해 후반기 같은 페이스를 보여준다면 영플레이어상도 노릴 만하다"면서 "슈팅을 아끼지 말고 자신감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고무열도 첫해에 비하면 발전했지만 이제는 진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하고, 배천석은 박성호만큼은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 시즌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브라질 월드컵, 인천 아시안게임 등이 잇달아 열려 일정과 각급 대표팀 차출 등 변수가 다양하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특히 신경 쓰는 황 감독은 "해외 원정에 어떤 선수를 구성해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여기서 잘 맞지 않으면 다음 몇 경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각급 대표팀에 이명주, 김승대, 문창진 등이 차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초반에 흐름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시즌의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황 감독은 "지난해 같은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혼신의 힘을 보일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올 시즌을 '황선홍이라는 사람의 위기관리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하는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팀이 안 좋으면 책임은 결국 감독에게 있는 겁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게 쉽지 않겠지만 정확하게 인지하고 계획을 잘 세워야죠. 결과는 2014년 12월에 알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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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1-26 08:38:42
    • 수정2014-01-26 16:59:22
    연합뉴스
"올해는 위기의 후반전입니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없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과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최초로 '2관왕'을 달성한 포항 스틸러스는 올해도 '토종 군단'으로 팀을 꾸린다.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않기로 구단이 방침을 정했고, 지난 시즌 주축으로 활약한 자유계약선수 황진성, 노병준, 박성호와는 재계약이 어려울 전망이다.

고육지책이었던 '쇄국축구'를 올해도 이어가야 하면서 지난해 K리그 클래식 감독상의 주인공인 황선홍 감독의 시름도 깊었다.

포항의 전지훈련지인 터키 안탈리아에서 만난 황 감독은 26일(한국시간) 2년 연속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대해 "많이 혼란스러웠던 게 사실"이라면서 "예기
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마음을 추스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장성환) 사장님도 저도 답답한 상황이지만 슬기롭게 잘 넘겨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푸념한다고 해결책이 생기는 건 아니니 이제 앓는 소리는 끝내고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훈련지를 찾은 장성환 포항 사장은 "지원을 '팍팍' 해주지 못해 내가 황 감독에게 고민을 안겼다"면서도 "스쿼드가 좋다고 다 잘되는 건 아니다. 올해 포항은 1강"이라며 선수
단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황 감독의 현실 판단은 냉정하다.

황 감독은 "'올해도 잘하겠지'라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인데, 저는 그런 기대를 충족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현실적으로는 틀림없는 위기"라고 단언했다.

이어 "신인이나 젊은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면서 "주축 선수가 빠지고 신인이 보강되면 새로운 팀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공격력은 황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황 감독이 추구하는 간결한 패스 축구를 바탕으로 지난해 여러 선수가 고르게 득점하며 여느 팀에 뒤지지 않는 공격을 펼쳤지만 '한 방'이 아쉬울 때가 잦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그 고민이 해소되는가 했지만 있던 자원마저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황 감독은 "박성호가 있었다면 원톱에 대한 생각도 하겠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면서 "완성도를 높이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황 감독은 고무열, 김승대, 배천석 등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김승대는 많은 경기에 나서 지난해 후반기 같은 페이스를 보여준다면 영플레이어상도 노릴 만하다"면서 "슈팅을 아끼지 말고 자신감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고무열도 첫해에 비하면 발전했지만 이제는 진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하고, 배천석은 박성호만큼은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 시즌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브라질 월드컵, 인천 아시안게임 등이 잇달아 열려 일정과 각급 대표팀 차출 등 변수가 다양하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특히 신경 쓰는 황 감독은 "해외 원정에 어떤 선수를 구성해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여기서 잘 맞지 않으면 다음 몇 경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각급 대표팀에 이명주, 김승대, 문창진 등이 차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초반에 흐름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시즌의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황 감독은 "지난해 같은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혼신의 힘을 보일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올 시즌을 '황선홍이라는 사람의 위기관리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하는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팀이 안 좋으면 책임은 결국 감독에게 있는 겁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게 쉽지 않겠지만 정확하게 인지하고 계획을 잘 세워야죠. 결과는 2014년 12월에 알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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