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 신흥국 등 ‘삼각파도’에 공포

입력 2014.01.2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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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됐던 세계 경제가 신흥국의 통화가치 폭락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의 경제 둔화라는 '삼각파도' 공포에 떨고 있다.

투자 자금의 대규모 이탈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자 1997년 외환위기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이 지속할 수 있고 신흥국의 주요 시장인 중국의 경제 둔화까지 겹치면 세계 경제는 다시 휘청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상황이 외환위기 재발 등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는 분석도 있지만 금융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통화가치 폭락

신흥국의 통화가치 불안에 대한 우려는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됐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지난해 말 달러당 6.52 페소에서 지난 24일 시장의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8 페소를 넘어섰다.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20% 정도 폭락했다.

지난 2001년 국가 부도를 겪은 아르헨티나는 통화가치 급락에 30%에 달하는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통화가치 방어를 사실상 포기했다. 2011년 520억 달러에 달했던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7년 만의 최저치인 293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터키의 리라화 가치도 최근 계속해서 내려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중앙은행이 상당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통화 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러시아의 루블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란드화 가치도 하락세다.

신흥국의 통화가치 폭락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와 신흥국의 주요 시장인 중국의 경제 둔화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런 외부 요인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 긴장 등의 내부 문제도 있어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 긴장…지난주 美·유럽증시 급락

신흥국 통화가치 폭락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2% 안팎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우는 지난주에 3% 이상 떨어져 주간 단위로 지난 2011년 11월 이후 최악의 한주를 보냈다.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의 주요 증시도 1.62∼3.65% 하락했다.

아시아증시는 한국 코스피와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가 내리고 대만의 가권지수는 오르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신흥국의 통화가치 우려가 지난 주말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부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에도 미국와 유럽 증시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아시아증시도 같은 흐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美 양적완화 축소·中 경기 둔화 등에 불안 가중

신흥국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버티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와 중국의 고성장은 신흥국 경제 이끌어온 양대 축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양적완화 추가 축소 여부를 결정한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 회의에서 매월 850억 달러에 달했던 자산매입 규모를 이달부터 750억 달러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도 양적완화 축소 규모를 더 줄여 출구전략을 가속한다면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당국자들을 인용해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 더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양적완화 추가 축소는 달러화 강세와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신흥국에 있던 자금이 더 빠른 속도로 선진국시장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구나 올해는 신흥국보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세가 빠를 것으로 예상돼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금의 유턴 속도가 가속될 수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신흥국의 경제 성장세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1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잠정치)을 기록, 반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은 '그림자 금융' 문제 등 경제 구조 개혁이라는 과제까지 안고 있어 이전 같은 성장세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전염 단계 아니다"

신흥국의 통화가치 급락이 제2의 외환위기를 물러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는 분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5일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잇따라 폭락하면서 1997년 아시아에 불어닥친 외환위기의 재발 우려가 있지만, 현재의 상황과 당시의 유사점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신문은 "전문가들이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터키, 남아공 등 신흥국 경제가 취약하지만 이들 나라가 모두 아르헨티나와 같은 문제점을 가진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신흥국에 대한 위기감이 전염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셔링 신흥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의 경제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것은 각 나라가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는 특별한 경우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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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금융시장, 신흥국 등 ‘삼각파도’에 공포
    • 입력 2014-01-27 05:20:11
    연합뉴스
지난해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됐던 세계 경제가 신흥국의 통화가치 폭락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의 경제 둔화라는 '삼각파도' 공포에 떨고 있다. 투자 자금의 대규모 이탈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자 1997년 외환위기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이 지속할 수 있고 신흥국의 주요 시장인 중국의 경제 둔화까지 겹치면 세계 경제는 다시 휘청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상황이 외환위기 재발 등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는 분석도 있지만 금융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통화가치 폭락 신흥국의 통화가치 불안에 대한 우려는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됐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지난해 말 달러당 6.52 페소에서 지난 24일 시장의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8 페소를 넘어섰다.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20% 정도 폭락했다. 지난 2001년 국가 부도를 겪은 아르헨티나는 통화가치 급락에 30%에 달하는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통화가치 방어를 사실상 포기했다. 2011년 520억 달러에 달했던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7년 만의 최저치인 293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터키의 리라화 가치도 최근 계속해서 내려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중앙은행이 상당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통화 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러시아의 루블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란드화 가치도 하락세다. 신흥국의 통화가치 폭락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와 신흥국의 주요 시장인 중국의 경제 둔화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런 외부 요인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 긴장 등의 내부 문제도 있어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 긴장…지난주 美·유럽증시 급락 신흥국 통화가치 폭락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2% 안팎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우는 지난주에 3% 이상 떨어져 주간 단위로 지난 2011년 11월 이후 최악의 한주를 보냈다.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의 주요 증시도 1.62∼3.65% 하락했다. 아시아증시는 한국 코스피와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가 내리고 대만의 가권지수는 오르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신흥국의 통화가치 우려가 지난 주말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부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에도 미국와 유럽 증시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아시아증시도 같은 흐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美 양적완화 축소·中 경기 둔화 등에 불안 가중 신흥국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버티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와 중국의 고성장은 신흥국 경제 이끌어온 양대 축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양적완화 추가 축소 여부를 결정한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 회의에서 매월 850억 달러에 달했던 자산매입 규모를 이달부터 750억 달러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도 양적완화 축소 규모를 더 줄여 출구전략을 가속한다면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당국자들을 인용해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 더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양적완화 추가 축소는 달러화 강세와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신흥국에 있던 자금이 더 빠른 속도로 선진국시장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구나 올해는 신흥국보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세가 빠를 것으로 예상돼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금의 유턴 속도가 가속될 수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신흥국의 경제 성장세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1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잠정치)을 기록, 반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은 '그림자 금융' 문제 등 경제 구조 개혁이라는 과제까지 안고 있어 이전 같은 성장세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전염 단계 아니다" 신흥국의 통화가치 급락이 제2의 외환위기를 물러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는 분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5일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잇따라 폭락하면서 1997년 아시아에 불어닥친 외환위기의 재발 우려가 있지만, 현재의 상황과 당시의 유사점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신문은 "전문가들이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터키, 남아공 등 신흥국 경제가 취약하지만 이들 나라가 모두 아르헨티나와 같은 문제점을 가진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신흥국에 대한 위기감이 전염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셔링 신흥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의 경제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것은 각 나라가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는 특별한 경우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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