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해외공사에 휘청…‘어닝쇼크’ 예고

입력 2014.01.2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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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지난해 실적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이 작년 최악의 경영실적으로 '어닝쇼크(실적충격)'가 확산될 분위기다.

건설 우량주로 꼽히던 대림산업이 이미 최근 실적발표에서 작년 4분기 영업적자를 보고한 이어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도 작년 연간 실적이 줄줄이 적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 등 해외 저가 수주의 늪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등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해외건설 공사의 부실을 대부분 털어내 올해는 턴어라운드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신용등급 하향 조정 등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대형 건설사 '어닝쇼크'…해외공사 손실로 최대 1조원 적자

대림산업은 지난 23일 실적발표에서 작년 영업이익이 396억원으로 전년보다 92%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까지 3천6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양호한 실적을 유지해왔지만 작년 4분기에만 3천196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이 원인이다.

대림 역시 지난해 대형 건설사를 괴롭혀온 해외공사가 발목을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플랜트 현장에서 기자재 가격 상승, 협력업체 부도, 인건비 상승, 공기지연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겹치며 4분기 들어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28일에 나란히 실적발표를 앞둔 대우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성적표도 낙제점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루미늄 공장과 미국 다우케미칼 공장 등에서 발생한 부실로 이미 작년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1조원이 넘은 상황이어서 지난 한해 최악의 실적이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삼성엔지니어링이 4분기에 소폭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누적 적자가 커 작년 연간 영업손실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3천2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대우건설도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 결과와 4분기 국내외 현장에서 예상되는 부실을 대폭 반영하면서 연간 실적으로 적자전환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미착공 주택사업지에 대한 잠재 손실 반영과 해외부문의 원가율 재조정 등으로 장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부실을 4분기 실적에 모두 반영하기로 했다"며 "소송중인 현장도 패소를 전제로 하는 등 회계운영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르와이스 플랜트 현장 등에서 대규모 적자를 본 GS건설은 4분기에도 1천억원 안팎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작년 3분기까지 7천980억원의 누적적자를 합해 연간 영업손실이 9천억원선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삼성엔지니어링에 이어 두번째로 적자폭이 큰 것이다.

GS건설은 올해 2분기까지는 해외공사 부실에 대한 적자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어 당분간 흑자 전환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상장회사인 SK건설과 현대산업개발도 만만치 않은 적자가 우려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와싯 가스플랜트 등의 부실로 지난해 3분기까지 3천14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SK건설은 4분기에도 추가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3분기까지 353억원의 영업이익이 났지만 작년 연간실적으로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4분기에 소송 관련 손실과 아파트 현장 공사 손실 등을 반영하기로 한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 시공능력평가 1위의 현대건설은 지난해 8천억원에 육박(7천929억원)하는 영업이익을 내 다른 회사들과 대조를 이뤘다. 이는 2012년 영업이익보다 4.3% 증가한 수치다.

현대건설은 과거 워크아웃 당시 잠재 부실을 많이 털어낸데다 저가수주 공사가 많지 않았고 원가관리에 중점을 둔 결과 이윤창출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1.6% 줄었지만 4천333억원의 흑자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 부실 털만큼 털었다…올해 '턴어라운드' 가능할까

건설사들은 지난해의 대규모 적자를 올해는 만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중동 등에서 발생한 해외현장의 부실을 대부분 털어내면서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 SK건설 등이 모두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흑자를 점치는 이유는 업체별 과당경쟁으로 지난 2009~2010년 저가 수주한 해외공사의 실적반영이 길어도 올해 상반기 정도면 대부분 마무리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중동의 발주처들이 자신들이 해오던 기본설계를 시공사에게 맡기는 '패스트스랙' 방식으로 발주했는데 당시 이 공사를 수주한 국내 기업들의 준비가 부족해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며 "이런 공사들의 손실이 대부분 작년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의 경우 2011년부터는 단독 수주보다는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2011년 이후 수주 공사가 실적에 반영되는 올해부터는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의 실적이 올해부터 적자폭이 축소되고 하반기 들어 대체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올해 2분기까지 적자가 예상되지만 모든 부실이 해소돼 3분기 이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잠재부실을 모두 털어내면서 향후 재무구조에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도 "작년 4분기 적자는 10월 이후 드러난 부실이어서 한꺼번에 털어낼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부터는 클린 회사로써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형 건설사의 잇단 실적 악화로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등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경우 회사채 발행을 통한 건설사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건설업종의 회사채 만기가 4월에 집중돼 있다"며 "작년에 대규모 적자를 낸 회사들은 올해 상반기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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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 건설사, 해외공사에 휘청…‘어닝쇼크’ 예고
    • 입력 2014-01-27 08:46:13
    연합뉴스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이 작년 최악의 경영실적으로 '어닝쇼크(실적충격)'가 확산될 분위기다. 건설 우량주로 꼽히던 대림산업이 이미 최근 실적발표에서 작년 4분기 영업적자를 보고한 이어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도 작년 연간 실적이 줄줄이 적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 등 해외 저가 수주의 늪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등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해외건설 공사의 부실을 대부분 털어내 올해는 턴어라운드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신용등급 하향 조정 등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대형 건설사 '어닝쇼크'…해외공사 손실로 최대 1조원 적자 대림산업은 지난 23일 실적발표에서 작년 영업이익이 396억원으로 전년보다 92%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까지 3천6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양호한 실적을 유지해왔지만 작년 4분기에만 3천196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이 원인이다. 대림 역시 지난해 대형 건설사를 괴롭혀온 해외공사가 발목을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플랜트 현장에서 기자재 가격 상승, 협력업체 부도, 인건비 상승, 공기지연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겹치며 4분기 들어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28일에 나란히 실적발표를 앞둔 대우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성적표도 낙제점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루미늄 공장과 미국 다우케미칼 공장 등에서 발생한 부실로 이미 작년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1조원이 넘은 상황이어서 지난 한해 최악의 실적이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삼성엔지니어링이 4분기에 소폭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누적 적자가 커 작년 연간 영업손실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3천2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대우건설도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 결과와 4분기 국내외 현장에서 예상되는 부실을 대폭 반영하면서 연간 실적으로 적자전환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미착공 주택사업지에 대한 잠재 손실 반영과 해외부문의 원가율 재조정 등으로 장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부실을 4분기 실적에 모두 반영하기로 했다"며 "소송중인 현장도 패소를 전제로 하는 등 회계운영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르와이스 플랜트 현장 등에서 대규모 적자를 본 GS건설은 4분기에도 1천억원 안팎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작년 3분기까지 7천980억원의 누적적자를 합해 연간 영업손실이 9천억원선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삼성엔지니어링에 이어 두번째로 적자폭이 큰 것이다. GS건설은 올해 2분기까지는 해외공사 부실에 대한 적자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어 당분간 흑자 전환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상장회사인 SK건설과 현대산업개발도 만만치 않은 적자가 우려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와싯 가스플랜트 등의 부실로 지난해 3분기까지 3천14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SK건설은 4분기에도 추가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3분기까지 353억원의 영업이익이 났지만 작년 연간실적으로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4분기에 소송 관련 손실과 아파트 현장 공사 손실 등을 반영하기로 한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 시공능력평가 1위의 현대건설은 지난해 8천억원에 육박(7천929억원)하는 영업이익을 내 다른 회사들과 대조를 이뤘다. 이는 2012년 영업이익보다 4.3% 증가한 수치다. 현대건설은 과거 워크아웃 당시 잠재 부실을 많이 털어낸데다 저가수주 공사가 많지 않았고 원가관리에 중점을 둔 결과 이윤창출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1.6% 줄었지만 4천333억원의 흑자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 부실 털만큼 털었다…올해 '턴어라운드' 가능할까 건설사들은 지난해의 대규모 적자를 올해는 만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중동 등에서 발생한 해외현장의 부실을 대부분 털어내면서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 SK건설 등이 모두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흑자를 점치는 이유는 업체별 과당경쟁으로 지난 2009~2010년 저가 수주한 해외공사의 실적반영이 길어도 올해 상반기 정도면 대부분 마무리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중동의 발주처들이 자신들이 해오던 기본설계를 시공사에게 맡기는 '패스트스랙' 방식으로 발주했는데 당시 이 공사를 수주한 국내 기업들의 준비가 부족해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며 "이런 공사들의 손실이 대부분 작년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의 경우 2011년부터는 단독 수주보다는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2011년 이후 수주 공사가 실적에 반영되는 올해부터는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의 실적이 올해부터 적자폭이 축소되고 하반기 들어 대체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올해 2분기까지 적자가 예상되지만 모든 부실이 해소돼 3분기 이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잠재부실을 모두 털어내면서 향후 재무구조에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도 "작년 4분기 적자는 10월 이후 드러난 부실이어서 한꺼번에 털어낼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부터는 클린 회사로써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형 건설사의 잇단 실적 악화로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등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경우 회사채 발행을 통한 건설사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건설업종의 회사채 만기가 4월에 집중돼 있다"며 "작년에 대규모 적자를 낸 회사들은 올해 상반기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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