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기름 유출 엿새째, 고통받는 주민들

입력 2014.02.05 (08:35) 수정 2014.02.0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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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엿새째가 되고 있습니다.

초기에 알려졌던 것보다 피해규모도 크고 현재 상황도 심각한데요.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승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주민들 중에 건강에 이상이 생긴 분들도 많다고요?

<기자 멘트>

네, 주민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도 속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전남 여수에서 일어난 기름유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서 주민들의 고통은 더 컸는데요,

반복되는 사고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주민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기름 유출 사고 닷새째인 어제.

여수 산단 원유부두 인근의 신덕마을은 해변이 온통 시커먼 기름 찌꺼기로 뒤덮였습니다.

해경과 공무원, 주민들까지 천3백여 명이 기름 찌꺼기를 제거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심(전남 여수시) : “새조개고 뭐고 이 바닥에서 나는 건 못 먹지 전부 다. 한 몇 년은 못 먹어요.”

설 연휴도 없이 방제 작업에 매달렸지만, 나오는 건 한숨뿐입니다.

해상에 퍼진 기름은 80%가 제거됐다지만, 바위와 돌, 모래에 들러붙은 기름은 언제나 없어질지, 주민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인터뷰> 김명옥(전남 여수시) : “하고 나면 또 떠내려 오고 하고 나면 또 내려오고. 어디서 솟아오르는 것 같아요, 기름이.”

이번 기름 유출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신덕마을에 차려진 현장상황실.

대책을 논의하느라 하루종일 분주합니다.

<인터뷰> 여수시청 관계자 : “(오염 구역이) 15킬로미터 정도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고압세척기를 9대든 8대든 투입해서 그 작업은 그 작업대로 하고 자원봉사자들은 갯닦기 작업도 하고. 동네 주민은 어선을 타고 최대한 퍼져 있는 기름을 방제해서….”

지난 1995년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사고의 악몽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기름띠로 뒤덮인 바다를 봐야 하는 여수 어민들의 마음은 참담합니다.

<인터뷰> 김정기(신덕마을 어촌계장) : “그날 물이 썰물로 내려오고 바람이 밑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그대로 신덕마을로 (기름이) 다 들어왔죠.”

이번 기름 유출사고를 제일 먼저 목격했던 어촌계장 김정기 씨.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칩니다.

<인터뷰> 김정기(신덕마을 어촌계장) : “설날 아침 산소에 갔다 오자마자 동네에 가스 냄새가 많이 나고 아이들이 구토를 한다고 해서 통장과 둘이 저희 선박을 타고 냄새 나는 쪽으로 가봤어요.”

배를 타고 황급히 나가본 마을 앞바다는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를 풍기며 이미 시커멓게 변해있었습니다.

사고 순간의 모습이 CCTV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요,

싱가포르 국적의 16만 톤급 유조선 우이산 호가 부두 접안도중 송유관과 충돌하자 검은 기름이 분수처럼 솟아오릅니다.

이렇게 쏟아져 나온 기름이 무려 16만 4천여 리터.

바다는 순식간에 기름띠로 뒤덮였습니다.

<인터뷰> 김정기(신덕마을 어촌계장) : "해안가는 1주에서 2주 사이에 (방제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 했는데 실제 우리가 95년 기름유출 사고 때 작업한 것으로 봐서는 아직까지 터무니없는 말이거든요."

<기자 멘트>

이번 사고로 유출된 기름은 애초 업체가 신고한 유출량의 2백 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 복구가 길어지다 보니, 주민들의 2차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사고 이후 신덕마을 주민들의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오전 8시부터 하루 9시간 매일 방제 작업에 매달리던 주민 100여 명은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병원 관계자 (음성변조) : “환자 분들이 호소하시는 게 두통이나 메스꺼움, 방제 작업 하다가 몸에 기름이 묻어서 피부 가려움증, 안구 건조증….”

사고 직후 급한 마음에 보호 장구도 없이 해안으로 뛰쳐나간 주민 일부는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습니다.

<인터뷰> 김순점(전남 여수시) : “이틀 일을 갔거든요. 이틀 일하고 3일차 나가서 병원으로 왔죠. 그때는 마스크도 안 나왔죠. 아무것도 안 주고 얼른 작업해야 한다고 해서 하니까 이렇게 사람이 아프고 눈도 따갑고. ”

아픈 몸도 몸이지만 막막해진 생계가 더 걱정입니다.

<인터뷰> 김순점(전남 여수시) : “바지락도 다 못 쓰게 되고 전복도 못 쓰게 되고 바다에서 뭘 해먹겠어 이제. 아무것도 못해 먹겠어요.”

135가구가 공동 어장에서 바지락과 조개 미역을 키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신덕마을.

기름 유출 사고는 하루아침에 주민들의 유일한 생계 수단을 빼앗아갔습니다.

<인터뷰> 김순덕 (전남 여수시) : “지금 특히 미역 채취할 때인데 미역을 하나도 못 뜯잖아요. 뜯어도 먹겠어요?”

<인터뷰> 조정채 (전남 여수시) : “해초도 땅 물이 나쁜 물이 갔다 그러면 싹 녹아버리고 아무것도 없어요.”

큰돈을 들여서 어장을 관리했는데, 당장 올 봄 조개 수확조차 물거품이 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정입니다.

<인터뷰> 박금자(전남 여수시) : “바지락을 엄청나게 뿌려가지고 올해 어떻게 할 거야. 전복도 지금 바다에다가 넣어 놨는데. 보통이 아니었어요. 몇억 원어치를 넣었어요.”

더 큰 문제는 기름띠가 조류를 타고 인근 바다로 번지는 것.

경남 남해군 앞바다까지 밀려와 가두리 양식장을 뒤덮었습니다.

시커먼 기름띠가 떠다니는 모습에 양식 어민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갑훈 (경남 남해군) : “기름제거 작업이 정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여기 가두리 양식장 고기를 기피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염려도 됩니다.”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동대처가 더 큰 피해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

주민들은 하루빨리 평온했던 삶의 터전을 되찾게 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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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기름 유출 엿새째, 고통받는 주민들
    • 입력 2014-02-05 08:36:52
    • 수정2014-02-05 0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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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엿새째가 되고 있습니다.

초기에 알려졌던 것보다 피해규모도 크고 현재 상황도 심각한데요.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승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주민들 중에 건강에 이상이 생긴 분들도 많다고요?

<기자 멘트>

네, 주민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도 속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전남 여수에서 일어난 기름유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서 주민들의 고통은 더 컸는데요,

반복되는 사고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주민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기름 유출 사고 닷새째인 어제.

여수 산단 원유부두 인근의 신덕마을은 해변이 온통 시커먼 기름 찌꺼기로 뒤덮였습니다.

해경과 공무원, 주민들까지 천3백여 명이 기름 찌꺼기를 제거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심(전남 여수시) : “새조개고 뭐고 이 바닥에서 나는 건 못 먹지 전부 다. 한 몇 년은 못 먹어요.”

설 연휴도 없이 방제 작업에 매달렸지만, 나오는 건 한숨뿐입니다.

해상에 퍼진 기름은 80%가 제거됐다지만, 바위와 돌, 모래에 들러붙은 기름은 언제나 없어질지, 주민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인터뷰> 김명옥(전남 여수시) : “하고 나면 또 떠내려 오고 하고 나면 또 내려오고. 어디서 솟아오르는 것 같아요, 기름이.”

이번 기름 유출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신덕마을에 차려진 현장상황실.

대책을 논의하느라 하루종일 분주합니다.

<인터뷰> 여수시청 관계자 : “(오염 구역이) 15킬로미터 정도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고압세척기를 9대든 8대든 투입해서 그 작업은 그 작업대로 하고 자원봉사자들은 갯닦기 작업도 하고. 동네 주민은 어선을 타고 최대한 퍼져 있는 기름을 방제해서….”

지난 1995년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사고의 악몽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기름띠로 뒤덮인 바다를 봐야 하는 여수 어민들의 마음은 참담합니다.

<인터뷰> 김정기(신덕마을 어촌계장) : “그날 물이 썰물로 내려오고 바람이 밑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그대로 신덕마을로 (기름이) 다 들어왔죠.”

이번 기름 유출사고를 제일 먼저 목격했던 어촌계장 김정기 씨.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칩니다.

<인터뷰> 김정기(신덕마을 어촌계장) : “설날 아침 산소에 갔다 오자마자 동네에 가스 냄새가 많이 나고 아이들이 구토를 한다고 해서 통장과 둘이 저희 선박을 타고 냄새 나는 쪽으로 가봤어요.”

배를 타고 황급히 나가본 마을 앞바다는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를 풍기며 이미 시커멓게 변해있었습니다.

사고 순간의 모습이 CCTV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요,

싱가포르 국적의 16만 톤급 유조선 우이산 호가 부두 접안도중 송유관과 충돌하자 검은 기름이 분수처럼 솟아오릅니다.

이렇게 쏟아져 나온 기름이 무려 16만 4천여 리터.

바다는 순식간에 기름띠로 뒤덮였습니다.

<인터뷰> 김정기(신덕마을 어촌계장) : "해안가는 1주에서 2주 사이에 (방제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 했는데 실제 우리가 95년 기름유출 사고 때 작업한 것으로 봐서는 아직까지 터무니없는 말이거든요."

<기자 멘트>

이번 사고로 유출된 기름은 애초 업체가 신고한 유출량의 2백 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 복구가 길어지다 보니, 주민들의 2차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사고 이후 신덕마을 주민들의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오전 8시부터 하루 9시간 매일 방제 작업에 매달리던 주민 100여 명은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병원 관계자 (음성변조) : “환자 분들이 호소하시는 게 두통이나 메스꺼움, 방제 작업 하다가 몸에 기름이 묻어서 피부 가려움증, 안구 건조증….”

사고 직후 급한 마음에 보호 장구도 없이 해안으로 뛰쳐나간 주민 일부는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습니다.

<인터뷰> 김순점(전남 여수시) : “이틀 일을 갔거든요. 이틀 일하고 3일차 나가서 병원으로 왔죠. 그때는 마스크도 안 나왔죠. 아무것도 안 주고 얼른 작업해야 한다고 해서 하니까 이렇게 사람이 아프고 눈도 따갑고. ”

아픈 몸도 몸이지만 막막해진 생계가 더 걱정입니다.

<인터뷰> 김순점(전남 여수시) : “바지락도 다 못 쓰게 되고 전복도 못 쓰게 되고 바다에서 뭘 해먹겠어 이제. 아무것도 못해 먹겠어요.”

135가구가 공동 어장에서 바지락과 조개 미역을 키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신덕마을.

기름 유출 사고는 하루아침에 주민들의 유일한 생계 수단을 빼앗아갔습니다.

<인터뷰> 김순덕 (전남 여수시) : “지금 특히 미역 채취할 때인데 미역을 하나도 못 뜯잖아요. 뜯어도 먹겠어요?”

<인터뷰> 조정채 (전남 여수시) : “해초도 땅 물이 나쁜 물이 갔다 그러면 싹 녹아버리고 아무것도 없어요.”

큰돈을 들여서 어장을 관리했는데, 당장 올 봄 조개 수확조차 물거품이 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정입니다.

<인터뷰> 박금자(전남 여수시) : “바지락을 엄청나게 뿌려가지고 올해 어떻게 할 거야. 전복도 지금 바다에다가 넣어 놨는데. 보통이 아니었어요. 몇억 원어치를 넣었어요.”

더 큰 문제는 기름띠가 조류를 타고 인근 바다로 번지는 것.

경남 남해군 앞바다까지 밀려와 가두리 양식장을 뒤덮었습니다.

시커먼 기름띠가 떠다니는 모습에 양식 어민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갑훈 (경남 남해군) : “기름제거 작업이 정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여기 가두리 양식장 고기를 기피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염려도 됩니다.”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동대처가 더 큰 피해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

주민들은 하루빨리 평온했던 삶의 터전을 되찾게 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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